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244)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45화(245/1105)
245회
45. 공작님을 훈육하는 방법 (1)
우리는 근처 여관에서 대기 중이던 프라시더스 가의 마부를 찾아갔다.
세르펜스가 예약해 둔 고급 여관에서 느긋하게 호캉스를 만끽하던 그는 늦은 밤의 호출에도 활짝 웃으며 우리를 맞이하였다.
‘···복지 실화냐?’
나는 새삼스럽게 프라시더스 가문의 눈부신 복지를 실감하며 마차에 몸을 실었다.
마차가 흔들리며 출발하자, 줄곧 긴장하고 있던 세르펜스가 힘을 풀며 피곤에 찌든 숨을 후우 내뱉었다.
악마와의 첫 전투인 데다가, 망설이느라 시간을 질질 끌었다. 신성력도 꽤 많이 사용했을 거다.
게다가 정신적으로도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내몰았으니,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세르펜스, 괜찮아요?”
녀석의 지친 등을 토닥여주며 질문하자,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낚아챘다.
“어어? 갑자기 왜···.”
“그건 내가 할 소리다.”
“예?”
“당신이야말로, 괜찮은 건가?”
세르펜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괴롭다는 표정으로, 따지듯이 질문했다.
제일 안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
“지금 날 위로할 때가 아니잖은가.”
“오늘 제일 놀라고, 충격받아서 울기까지 한 주제에 뭐래?”
“자, 잠깐만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멀뚱멀뚱 앉아있던 유지스가 급하게 우리 둘의 대화를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바람의 정령을 불러 소리를 차단했다.
“세르펜스, 울었어요? 남들 앞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방음막이 생성되기 무섭게, 유지스가 질문을 다다다 쏟아냈다.
남들 앞에서 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세르펜스가 울기까지 했다니,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닌 모양이다.
더군다나 내가 걱정을 표했다. 그것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거다.
“일단 진정하세요. 제가 설명해 드릴 테니.”
나는 손목을 비틀어 세르펜스의 손을 떼어내며 말하였다.
녀석이 계속 붙잡고 있고자 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는 순순히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자유를 되찾은 손목을 매만지며, 혈옥이 나타나고부터 있었던 일을 유지스에게 설명했다.
“그, 그런 잔악한 짓을···!”
유지스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차마 숨기지 못한 화가 가득하다.
세르펜스는 그때의 일이 다시 떠올랐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의 오른손을 왼손으로 꽈악 움켜쥐었다.
“시온은 괜찮아요?”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는 없잖아요.”
[성검의 주인]은 악당이 사고를 쳐도 정의의 편이 짠하고 나타나 피해가 생기기 전에 해결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다.악행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사건이 종료되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아동용 만화가 아니다.
누군가는 죽고, 다른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
어느 누군가는 반드시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을 줄이기 위해, 무기를 들고 싸울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이념의 싸움이 아닌, 지키려는 자와 해하려는 자의 싸움이다.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그런 것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다.”
“익숙해지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그렇다면, 계속 괴로워하겠다는 건가?”
녀석이 또다시 톡 건드리면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 목소리는 죄책감에 파묻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렇게 말한 적도 없습니다.”
“괜찮은 척하지 마라.”
“그래서 사람을 들고 마구 흔들어 댄 겁니까?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속에 있는 걸 죄다 토해내라고?!”
“그, 그런 건 아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은. 단순히 내 확대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휴마누스가 성검을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악마를 도발한 건 사실이잖아요.”
“어차피 악마는 공격해 왔을 거다. 다만,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자를 기다리며 계속 경계를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요?”
“그, 그리고···.”
녀석이 자신의 손을 더욱 힘껏 움켜쥐었다.
얼마나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그의 왼손등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 악마가 아니었다면, 당신 앞에서 그런 꼴은 보이지 않았을 텐데···. 놈이 처음부터 악마의 형상을 취했더라면···. 인간을 방패로 쓰지 않았더라면···. 내가, 머뭇거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내가···, 흐윽···!”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가 싶더니, 녀석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서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또 울어요?!”
“흐읍···!”
“아니, 참으란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흐으윽···. 미안하다. 내가, 내가 너무 못나서···.”
그건 오히려 내가 할 소리다.
녀석이 그런 불안감을 느끼게 한 내 잘못이다.
‘각오라면···, 저번 실종 사건 때부터 쭉 해왔어. 아주 뼈저리게.’
그때도 충분히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의 옆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였다.
당시 내가 느꼈던 비참함을. 어쩌면 그 이상의 처참함을.
녀석은 지금 느끼고 있는 거다.
나는 조심스레 그의 왼손등에 내 손을 얹었다.
“유지스. 엘프는 피치 못할 전투가 벌어지면 정령에게 모든 걸 맡기지 않고 무기를 들죠?”
“네, 네? 그렇죠.”
“이유는요?”
내 느닷없는 질문 당황하던 것도 잠시.
눈치 빠르게 질문의 의도를 알아챈 그녀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거야 저 자신을 위한 싸움이니까요. 그들에게 부탁하여 적을 처치한다면 편하기야 하겠죠. 몸을 단련할 필요도 없고, 생명을 해한다는 괴로움도 덜 수 있겠죠. 제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제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잖아요?”
유지스가 자애로운 표정으로 우리를 감싼 투명한 바람의 막을 바라보았다.
아니, 어쩌면 그 방향에 바람의 정령이 있어서 그 존재를 바라보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단지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녀는 자신의 기나긴 삶을 함께해준 친구와 눈을 맞추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정령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적에게 무기를 드는 주체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요. 생명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그 업보를 받아들이고 감내하기 위해. 그것을 소중한 친구에게 떠넘기지 않기 위해. 우리 엘프는 무기를 들어요.”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성검의 주인]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그것을 귀로 들으니 와 닿는 정도가 다르다.나는 울고 있는 녀석의 손을 단단하게 그러쥐었다.
“제가 세르펜스와 함께 싸워줄 수는 없지만, 그 무게를 같이 짊어질 수는 있습니다. 그 정도는 하게 해주세요.”
“하, 흐윽···, 하지만···.”
“그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따라서 온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일로 저는 변하지 않아요.”
“···읏!”
정곡을 찔렸는지, 녀석이 놀라 울음기 가득한 숨을 집어삼켰다.
“저는 아마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힘들어하겠죠.”
“그럴 거면 차라리···.”
“익숙해지거나, 타인의 죽음에 무뎌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괴로움에 파묻힐 생각도 없어요.”
줄곧 아래를 바라보고 있던 녀석의 고개가 들렸다.
그의 얼굴이 내 쪽을 향했다.
“저도 성장해야죠.”
“성···장?”
“네. 성장이요. 근본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 버티고, 이겨나갈 수 있도록 강해지는 겁니다. 저는 이런 거로 무너지지 않아요.”
“······.”
녀석이 말없이 히끅, 딸꾹질을 했다.
가득 차오른 눈물 때문에 내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지, 눈을 연신 깜박여 눈물을 흘려보냈다.
“그러니까,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세르펜스도 괜찮아지길 바라요.”
“그대는···, 정말···.”
“잘나고 멋지죠? 막 형님이라 부르고 싶고, 그렇죠? 저도 잘 압니다. 이해해요.”
내가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녀석이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짓다가 내 어깨에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고맙, 다.”
녀석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감사의 말을 전하였다.
그의 행동에 웃음이 흘러나와서, 그냥 웃었다. 그리고 쾌활하게 입을 열었다.
“하하, 고맙긴요? 이제부터 혼낼 건데.”
내 말에 놀랐는지, 녀석이 고개를 번쩍 들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뭐 어쩔 거냐는 눈으로 녀석을 당당하게 마주 보았다.
“아니, 그럼 그냥 넘어가려 했습니까? 양심 가출하셨어요?”
“······.”
“억울하다는 그 눈은 뭡니까?”
세르펜스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훌륭한 반성의 자세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정도는 알고 계시죠?”
“으, 으음···.”
“으음이 아니잖아요, 으음이!”
녀석이 고개가 조금씩 아래로 기울어졌다.
청은빛 머리칼 사이로 붉게 물든 귓바퀴가 눈에 들어왔다.
불안감이 가시고 냉철함이 돌아오자,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했는지 뒤늦게 자각한 모양이다.
“오늘 일은 그저 시작에 불과합니다. 저희를 아예 매장하려 했던 걸 생각하면, 오늘 본 악숭이들은 모두 버리는 패였을 겁니다. 소환된 악마의 능력이 하필 안개화였던 것도 무너진 동굴의 틈새를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이라서겠죠. 뭐, 세르펜스가 쓱싹하긴 했지만.”
“음···.”
“앞으로 마주할 적들은 더욱 강해지고, 그만큼 광기에 취해있고, 그렇기에 죽음을 불사하려 들 겁니다. 악숭이들은 그런 놈들이에요. 세르펜스가 오늘 상대한 놈들은 악숭이 중 최약체였다, 이 말입니다!”
“아, 알고 있다···.”
“아는 분이 왜 그러셨어요?”
유구무언이라 했던가.
세르펜스는 입이 있었으나,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세르펜스가 ‘으악, 깜짝이야!’ 하며, 쓱싹할 수 있는 약해 빠진 녀석이 덤벼들어서 이 정도로 끝났지! 같은 상황에서 간부급 실력자가 공격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그, 그게···.”
“어쨌을 것 같으냐고요!”
“다쳤···겠지?”
“세르펜스가 절 신경 쓰다가 다친 것과, 나쁜 악숭이 놈이 쓱싹 당한 것 중. 저는 어느 쪽이 더 속상할까요?”
“전···자?”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그러셨습니까?!”
다그치는 말에 녀석이 고개를 치켜들어 글썽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우우 불만스러운 소리를 흘렸다.
나는 약해질 뻔한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가 예쁘다고 오냐오냐 받아주기만 해선 안 된다. 그것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가끔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잘못이 잘못임을 지적할 줄 알아야 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정말요? 믿어도 됩니까?”
녀석이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렸다.
“알았어요. 한 번만 더 믿어보죠.”
“믿어 줘서 고맙다. 다시는 오늘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던 것을 멈추고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다 끝난 줄 아는가 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다.
애초에 세르펜스를 타이르는 것만으로 끝낼 생각이었다면, 저택에 돌아간 뒤 방에서 조용히 혼냈을 거다.
이런 마차 안이 아니라.
“그리고 윈스톤에게는 뭐, 할 말 없어요?”
“읏···!”
세르펜스의 손이 움찔했다. 손바닥 아래에서 녀석의 손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내 말에 반응을 보인 것은 윈스톤 또한 마찬가지였다.
넋을 놓고 있던 윈스톤은 갑자기 화제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화들짝 놀라서 거대한 몸을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