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246)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47화(247/1105)
247회
45. 공작님을 훈육하는 방법 (3)
나는 남몰래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세르펜스가 도망을 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선택을 제시하긴 했으나, 100퍼센트 확신은 아니었다.
만에 하나의 확률로.
이대로 마차 머리를 돌려 어느 산골짜기로 향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내심 남아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괜한 걱정이었다.
‘많이 자랐구나!’
우리 아이는 언제쯤 자라나 걱정했었는데. 항상 곁에 두고 매일 보고 있어서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넉넉하게 샀던 운동화가 작아졌다며 들고 온 것 같은, 그 눈부신 성장세가 너무나도 반갑고 고맙다.
감동의 눈물까지 찔끔 흘렀다.
“···그렇게나 놀고먹는 삶을 원했던 건가? 일하는 게 싫다면 그냥 자리만 지켜도 괜찮다.”
“됐거든요? 그럼 세르펜스의 일이 늘어나잖습니까? 애초에 그런 의미의 눈물도 아니고!”
“그런 의미가 아니면 어떤 의미지?”
“세르펜스도 나중에 커서 아이가 생기면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내가 아련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어째 선가 녀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세르펜스는 멍한 표정으로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힘겹게 소리를 내는 데 성공했다.
“당신, 설마 아이가 있었···.”
“없어요! 없습니다!! 대체 무슨 오해를 하시는 겁니까?!”
이곳에 오기 전, 내게 아이가 있었다고 오해한 모양이다.
하마터면 20대 중반이란 어린 나이에 애 아빠가 될 뻔했다.
“흐음···.”
“그 미심쩍다는 눈은 뭡니까? 진짜 없다니까요? 와, 이거 억울하네! 모함입니다!”
“그래, 좋다. 믿어주지. 하지만 나중에라도 사실을 말할 용기가 생기거든···.”
“헛소리 그만하고 얼굴이나 닦아요! 눈물 범벅하고 뭐 하는 겁니까?”
“당신이 손을 잡고 있었잖은가.”
“그냥 빼면 되지!”
나는 녀석의 손을 놓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수건과 물병을 꺼냈다.
수건에 물을 적셔 녀석에게 건네주자, 녀석이 얼굴을 슥슥 문질러 닦았다.
“···크흠!”
갑자기 들려온 헛기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윈스톤이 목에 무언가 걸린 듯 연신 큼큼대고 있었다.
“아, 맞다! 윈스톤, 세르펜스랑 대화 중이었죠?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오, 괜찮소.”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이런 건 바로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문제가 더 커지거든요. 제가 무슨 말 하는 건지, 아시죠?”
“···잘 모르겠소.”
왜 모르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옆에서 불쑥 수건이 내밀어졌다.
나는 세르펜스가 돌려준 수건을 다시 아공간 주머니 안에 넣었다.
“하지만, 선배님께서 주군을 어린애 취급한다는 건 아주 잘 알겠소.”
“그거 알면 다 아는 거죠, 뭐.”
“······.”
내 쾌활한 답변에도 윈스톤은 계속 찜찜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는 필시 자신의 주군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설마 나도 선배님에겐 어린아이 범주에 들어가는 거요?”
“윈스톤, 어디 아파요? 그건 대체 무슨 자만심입니까? 세상에 이렇게 거대한 아기가 어딨다고!”
윈스톤이 내 옆에 앉은, 키 180 중반의 아기펜스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받은 녀석이 뒤늦게 찾아든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자꾸 ‘경’이라는 호칭어를 떼고 부르시길래, 혹시나 해서 물어봤소.”
“예? 제가요? 언제요?”
“방금도 이름으로만 불렀소.”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이미 입을 떠난 말은 공기 중에 흩어져 그 여운조차 남지 않았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메아리가 되어 내 귓가에 담길 리는 만무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자동 카운트 장치의 재생 버튼을 꾹 눌렀다.
“전당포에서 유지스가 우리와 함께 창고에서 생활하는 문제를 논할 때 1회, 침대를 꺼낼 때 1회, 경매장에서 내가 마인과 싸울 때 1회. 그리고 방금 두 번을 포함하여 마차에 오른 뒤 3회. 내가 들은 것만 해도 여섯 번이다.”
옆구리를 찔린 세르펜스의 입에서 줄줄 설명이 흘러나왔다. 정말 자판기가 따로 없다.
대체 나는 왜 몰랐지? 그리고 윈스톤은 그걸 왜 이제야 따지는 거지?
“아니, 뭐···. 속으로 맨날 윈스톤이라 부르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그래서 내가 그 버릇을 고치라 하였잖은가.”
“그래도 아직은 휴마누스를 휴마누스라 부른 적 없잖아요?”
세르펜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척이나 못 미덥다는 표정이다.
이는 필시 ‘내가 말실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반응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윈스톤도 그 선배님이라는 호칭은 갖다 버리고 편하게 부르시죠! 하다못해 ‘님’이라도 떼고 친근하게 ‘시온 선배’라고 부르던가! 저보다 연배도 높으신 분에게 꼬박꼬박 ‘님’ 소리 듣는 건 좀 부담스럽습니다.”
“본인이 이름으로 부르는 건 괜찮고요?”
오늘도 유지스가 촌철살인의 말을 던졌다.
너무 예리한 나머지, 관통당해 버렸다.
“아니, 대화 주제가 대체 왜 이래요?! 우리 이런 얘기 하던 거 아니었잖아요!”
“당신의 이상한 행동들 때문이겠지.”
“문제의 근원을 따지고 들면 세르펜스가 어린아이처럼 굴어서겠죠.”
“당신이 나를 어린애 취급한 것이 먼저 잖은가.”
“그래서, 싫습니까?”
“······.”
세르펜스가 조용히 닥쳤고, 유지스는 그런 녀석에게 안쓰럽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길래 질 싸움을 왜 걸어?’
아무튼.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나와 윈스톤 사이의 호칭이 아니라, 세르펜스와 윈스톤 사이의 관계다.
“그래서 윈스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눈앞에서 질질 짜고 어리광 부리는 모습 다 봤는데도, 주군으로 모시고 싶어요?”
“처음 뵈었을 때, 주군께서 어째서 선배님을···.”
“님자 빼고.”
“···선배를 누구보다 기사답다고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소.”
“이 타이밍에?”
애초에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냥 마음가짐이 기사보다 강직하다, 뭐 그런 말을 했었다고 기억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와 윈스톤. 둘 중 한 명의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
“주군께 선배는 마음을 지켜주는 기사였던 거요.”
“···어, 음.”
윈스톤, 이런 기사도밖에 모르는 바보!
오글거리다 못해 소름이 돋아났으나, 참아야만 한다.
“나는 여전히 주군을 존경하오. 또한 내가 선배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주군을 지켜주고 싶소. 그의 곁을 지키며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오.”
아마도 세르펜스의 눈물이 기사로서의 보호 본능을 건드린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르펜스는 다방면으로 적합한 주군의 재목이라 할 수 있겠다.
보통 무력은 약하지만 의지는 굳센 주군의 꿈을 함께 하는 것이 기사도의 주력 콘텐츠라지만, 가끔은 이런 반대 상황도 있어야지.
‘애초에 주군이 항상 어른이라는 법은 없잖아?’
세르펜스만 해도 열다섯의 나이에 공작이 되었다.
그리 생각하면 어린아이를 주군으로 모시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는데, 세르펜스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해가··· 안 가는군.”
“세르펜스. 이 세상은 완벽을 이상으로 삼지만, 완벽한 사람을 바라지 않아요. 애초에 완벽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데, 그걸 어떻게 맞춰요?”
“···그런 건가?”
“네, 그런 겁니다. 누군가 세르펜스에게 완벽을 강요한다면, 그자는 세르펜스를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인간적이다.’라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흠을 내는 건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그것도 나쁘다.
그 정도 사리분별은 세르펜스도 가능하겠지.
“누구든 상대에게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길 바라요. 서로를 채워주며 유기적인 관계를 맺길 바라죠. 완벽하다는 건, 더 이상 채워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에게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이길 바라는 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그건 세르펜스도 잘 알잖아요?”
당연하게도,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윈스톤에게 제가 알지 못하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것은 없다.”
“아니면 가까이하기 꺼려진다든가, 함께하면 기분이 나빠진다거나···.”
녀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더 떠먹여 줘야 합니까?”
“그, 그게···. 으음···.”
“···진짜로요?”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녀석을 너무 품속에서 싸고돌았나 보다.
윈스톤이 버젓이 맞은편에 앉아있는데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내가 네 주군이다, 네가 내 기사다, 왜 말을 못 합니까, 왜!”
“이제 와서 내가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하겠는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윈스톤을 기사로 받아들일 생각이 있긴 한가 봐요?”
“애초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 암흑가에도 데려온 것 아닌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 몸은 하나뿐이니까···.”
세르펜스가 분신술을 쓸 수 없는 잔인한 현실에 한탄하듯 말했다.
윈스톤을 내 호위 역으로 데려온 게 맞긴 맞는가 보다.
“그런 사람이 아까는 왜 그러셨대?”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상황을 당면할 때의 심정은···. 많이 다르더군.”
“···아, 예.”
과연, 자기가 만든 신성석의 기능도 미심쩍어하던 사람답다.
그러다 결국 신성석과 윈스톤 모두 제대로 써먹지 못한 채, 그냥 끝나버리고 말았다.
“알았으니까, 주군으로서 뭐라도 한 마디 해봐요.”
“옆구리 좀 그만 찌를 순 없나?”
“이 버튼이 아닌가?”
“······.”
세르펜스는 내 양손을 붙잡고, 윈스톤에게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 으음···. 윈···스톤, 경?”
“아···. 네! 맡겨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체 뭘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대답한 윈스톤도 모를 것이다.
그 증거로 내 손을 붙들고 계속 잡고 있어야 하나, 이젠 놓아줘야 하나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그래도 세르펜스 치고는 노력했네.’
번지르르한 말은 없었지만, 충분히 제 의사를 전달했다.
최근에 겨우겨우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유지스가 조금 서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편으로는 녀석의 성장을 기꺼워하는 모습이다.
‘그래, 원래 처음 물꼬를 트는 게 어려운 법이지!’
사람을 만나서 마음을 열기까지 매번 년 단위의 시간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윈스톤을 만난 지도 1년이 훌쩍 넘긴 했지만.
“세르펜스는 이제 됐고···, 윈스톤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버려요!”
“···이 손은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하는 거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당장 놔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윈스톤이 세르펜스를 바라보았고,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야 내 손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세상 융통성이 아니다.
“아무튼 질문할 거 있으면 그때그때 좀 합시다! 방금 손도 그렇고, 호칭어도 그렇고. 전당포에 온 첫날이면 10일도 더 된 일이잖습니까?
“너무 자연스러워서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소. 그러다 주군과 유지스 님도 이름으로 부르니, 그 연장선인가 하다가···.”
“세르펜스를 애 취급 하는 걸 보고 지레 찔린 겁니까?”
“······.”
“애 취급 해드려요?”
“거절하겠소.”
윈스톤이 얼굴을 굳히며 단호하게 말하였다.
역시 이런 취급을 반길 만한 사람은 아직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한 아기펜스 뿐이었다.
“크흠···. 그런데, 정말 물어봐도 되는 거요?”
“물론이죠!”
암흑가에 오기 전에도 뭔가 말을 할까 말까 하더니, 묻고 싶은 게 있긴 있는가 보다.
내가 아닌 세르펜스에게.
슬쩍슬쩍 녀석의 눈치를 보는 거로 보아 확실하다. 아무래도 직접 세르펜스에게 질문하는 건 아직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제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이상한 질문이라는 건 알지만···. 주군께서 경매장에서 우셨던 건, 살인으로 인한 충격이 아니라 그걸 본 시온 선배가 충격받을까 봐 그러셨던 겁니까···?”
윈스톤의 질문에 세르펜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모르셨던 겁니까?”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뜻이다.
마차에 타고 나서 줄곧 그 얘기를 떠들며 자신이 울기까지 했는데, 대체 뭘 들은 거냐는 의문마저 섞여 있다.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네, 맞아요. 그런 겁니다. 그런 광경을 보면 제가 자신을 무서워하기라도 할 줄 알았나 봅니다. 제 비위가 약한 편이라는 것도 한몫했고···.”
“주군께서···, 선배를 너무 과보호하는 것 같소.”
“안 그래도 분리불안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분리···불안?”
“네, 분리불안.”
내 말에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었는지, 윈스톤이 눈을 끔벅거렸다.
“그럼 주군께서 매일 선배 방에서 주무시는 건···.”
역시나. 예상대로 윈스톤은 그것을 알아채고 있었다.
단지 묻지 않았을 뿐.
“아, 그건 그냥 혼자 자기 싫어서 그런 겁니다. 처음엔 악몽 때문에 찾아왔던 건데, 그냥 눌러앉은 거죠.”
“······.”
“그럼 뭔 줄 아시고 속으로 끙끙 앓고 계셨던 겁니까?”
“···내 실력이 못 미더워, 직접 선배를 보호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소.”
“에이, 그건 아니죠! 옆 방에 유지스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유지스는 뭐가 됩니까?”
유지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해 주었다.
그나저나 윈스톤이 그렇게 생각했을 줄은 몰랐다.
오랜 고민의 해답을 들은 윈스톤은 더없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자신은 그렇게 망설이고 고뇌했던 것인가.
뭐, 그런 허무함을 느끼고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할 말 있으면 그때그때, 바로바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사태만 악화된다니까요?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든, 상대방을 위해서든.”
“···알겠소. 그럼 말하겠소.”
“네, 하세요! 맘껏!”
드디어 결심했는지 윈스톤이 완강한 표정으로 세르펜스를 바라보았다.
세르펜스도 긴장한 얼굴로 그를 마주 보았다.
“주군.”
“말씀하십시오.”
“선배는···, 진짜로 찐 겁니다.”
“···예?”
윈스톤은 천천히 손을 들어 내 배를 가리켰다.
속에 있는 내용물을 게워낸 이후라, 배는 몹시 홀쭉···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한 세르펜스가 손가락으로 내 배를 콕 찔렀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급하게 찐 살은 급하게 빠지는 법입니다. 급찐급빠, 모르세요?”
“그런 말은 모르지만, 저번에 찐 살을 빼는 데 오래 걸렸다는 건 기억한다.”
세르펜스는 가망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