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25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51화(251/1105)
251회
46. 공작님과 수상한··· (3)
‘확실히 수상하긴 해.’
어쩌면, 공왕이 휴마누스를 부른 것은 그저 나비효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암암리에 이루어지던 노예 거래가 근절되고 투기장이 문을 닫았다.
그 탓에 제물을 쉽게 구할 수 없게 된 악숭 세력이 공국 사람들을 납치했을 수도 있다.
공왕이 사건을 조사하다 악숭이의 흔적을 발견했다면, 성검의 주인에게 제보하는 건 당연한 절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말이지.’
하지만.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우리 편이 남의 편으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툭 까놓고 말해 악숭 세력에 들어갔어야 할 세르펜스와 윈스톤도 대륙 편에 붙었다.
끝까지 휴마누스의 뒤를 봐줘?
그렇게 따지면 윈스톤도 끝까지 악숭 세력에 충성을 다했다.
반대의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정말 악숭 세력이 공국을 먹은 거면···. 너무한 거 아니야?’
나는 겨우 개인 두 명을 빼돌렸을 뿐인데, 나라 하나를 통째로 빼돌리는 건 너무 치사하다.
비록 세르펜스가 무력까지 갖춘 참모였지만! 심지어 최종 보스까지 해먹었지만! 그리고 흑기사 윈스톤도 간부였지만!
그래도 세르펜스는 마왕의 뒤통수를 쳤고, 윈스톤은 무늬만 간부였잖아!
“그 정도는 나도 인지하고 있어. 하지만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는데,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만에 하나라도 악마가 소환되기라도 한다면, 공국의 힘으로는 당해내지 못할 거야.”
“전하께서 공국으로 향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도, 어찌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내가 속으로 땡깡을 부리는 동안에도 휴마누스와 세르펜스의 대화는 이어졌다.
물론 연기펜스의 연기도 계속됐다.
“단지,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세르펜스가 이런 걸 말해도 되는 건지 고민스럽다는 듯, 망설이는 표정으로 우물쭈물거렸다.
“걸리는 부분?”
“폴드 공국에서 비밀리에 군사를 기르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 사실 여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으나···.”
“뭐?! 그게 어디서 나온 정보인데?”
휴마누스가 세르펜스의 말을 끊으며 다급히 질문했다.
그 반응에 세르펜스가 머뭇거리는 척,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답이 나올지는 뻔하다.
“일루미나티입니다.”
일루미나티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일루미나티라는 단체는 그런 정보를 대체 어디서 구한 거래?”
“전 어디까지나 대변인일 뿐인지라···. 사실 이 정보도 일단 그냥 알아두라는 식으로 전해 들은 겁니다. 아직 발설해도 된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나,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
무려 일루미나티 수장의 보좌관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세르펜스가 시무룩한 표정을 꾸며내며 말하였다.
“물론 비밀리에 군사를 키운다고 해서 그들이 제국에 등을 돌린다거나, 악마 숭배자들과 손을 잡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시기가 시기인지라, 자구책으로 마련해 둔 걸지도 모릅니다.”
세르펜스가 ‘나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는 선(善)이 깃들어 있음을 믿고 있어요~.’같은 소리를 덧붙였다.
그의 녹색 눈동자가 믿음과 소망으로 반짝거렸다. 물론 연기였다.
“그래도 그 정보가 진짜라면 의심스럽긴 해.”
휴마누스가 골치 아프다는 듯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세르펜스가 씁쓸한 미소를 꾸며내었다.
사실 세르펜스는 그냥 언제나처럼 조심할 건 최대한 조심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닥치는 대로 의심하고 있을 뿐이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의심펜스다.
하지만 [성검의 주인]에서 열심히 이간책을 펼쳤던 그의 행적을 알고 있는 탓일까?
어쩐지 이간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푸로르, 네가 듣기에는 어떤 것 같아?”
“글쎄···. 공작 나리가 없는 얘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왠지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네.”
휴마누스의 물음에 푸로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했던 휴마누스가 다시 세르펜스에게 시선을 보냈다.
“세피, 그 얘기는 언제 들은 거야?”
“들은 지는 좀 됐습니다.”
“아버지께는 말씀드렸어?”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인지라, 괜히 갈등을 초래하는 게 아닐까 하여···.”
황제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세르펜스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또 혼자서 조사 중이었겠지. 세피, 너는 다 좋은데 뭐든지 혼자 해결하려 해서 문제야.”
“그게···, 죄송합니다.”
“그,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시무룩해할 필요는 없지 않아···?”
처량한 새끼 고양이 같은 표정의 세르펜스를 보며, 휴마누스가 크게 당황해하였다.
저런 얼굴을 보면 누구든 저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이해를 넘어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문제는 세르펜스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는 거다.
휴마누스처럼 크게 티가 나진 않았지만, 눈가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눈빛 속에서 ‘나도 휴마누스 따위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라는 의문을 감지할 수 있었다.
‘너 이 자식, 이거···! 버릇됐구나?’
내가 뭐라고 나무랄 때마다 저런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잔소리를 피해 가더니. 이런 걸 두고 업보라고 하는가 보다.
이미 지은 표정을 물릴 수도 없는 노릇.
세르펜스는 기죽은 표정을 계속 유지했다.
“미, 미안해. 내가 말이 너무 심했나 보다. 뭐라고 하려던 게 아닌데, 그냥, 좀···, 미안!”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온 경에게 그런 지적을 많이 받은 터라, 고쳐가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한가롭게 관전 중이던 나에게 묘한 시선들이 꽂혔다.
졸지에 공작에게 지적질 하는 보좌관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그것이 사실이라 반박할 여지조차 없다.
“아니, 뭐···. 공작님께서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잖아요?”
너무 아무렇게나 말했나?
옆에 앉은 세르펜스가 발치를 툭툭 치며, 나오는 대로 지껄이지 말라고 눈치를 주었다.
“그럼 암흑가의 일을 보고할 때, 이 건에 대해서도 함께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휴마누스가 뭐라 입을 열어 반응하기도 전에, 세르펜스가 잠시 엇나갔던 화제를 원상 복귀시켰다.
“아니야. 이따 황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전해드리지, 뭐. 그리고 공국의 군대에 관해서도 내가 조사해 볼게.”
“네···?”
“이왕 공국에서 악마 숭배자들을 조사하는 김에 겸사겸사 같이 찾아보지, 뭐. 아니면 세피도 같이 갈래?”
“으음···. 아닙니다.”
휴마누스의 제안에 세르펜스가 고심하는 척하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애초에 조사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폴드 공국에서 군사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내가 이 세계에 오기 전의 일이다. 군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세르펜스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휴마누스를 못 믿어서다.
휴마누스가 칠렐레팔렐레 다니다가 뒤통수 맞을까 봐. 그래서 주요 전력인 성검의 주인을 잃을까 봐.
그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저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방금까지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던 세르펜스가 또다시 일거리를 입에 올렸다.
정말 징하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휴마누스도 대체 무슨 일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마탑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마탑?!”
세르펜스의 입에서 나온 마탑이라는 단어에 멍 때리던 아니마가 기민하게 반응했다.
“실은···. 일루미나티로부터 악마 숭배자들이 프루이토 씨의 소중한 사람을 노리려 한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또 일루미나티야?”
휴마누스가 어째 수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지칭된 아니마는 머릿속으로 ‘언니’를 떠올렸는지, 안색이 하얗게 변하여 어버버 거렸다.
“일루미나티의 경고가 없더라도, 확인해 봐야 할 일입니다. 프루이토 씨를 뵌 횟수를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저도, 프루이토 씨가 특정인에게 과도하게 의지한다는 것을 눈치챌 정도입니다. 악마 숭배자들이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습니다.”
세르펜스가 사돈 남 말을 시전했다.
만일 소중한 사람이 인질로 잡혔을 때, 아니마는 악숭이의 말에 휘둘릴 거라는 지적이었다.
“어쩐지 혼자 오겠다는 편지에, 동료들도 데려오라는 답장이 오더라니···. 이 말을 하려고 동료들까지 데려오라고 한 거야?”
“네. 당장 노려지는 건 프루이토 씨의 사람뿐이지만,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릅니다.”
다들 미리 주의하고 있으라는 경고였다.
세르펜스의 말에 휴마누스가 자신의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아버지라면 괜찮을 거야. 호락호락 당할 사람도 아니고, 항상 단원들과 함께하니까. 괜히 객기부리지 말고 위험한 의뢰는 피하라는 연락 정도만 보내 두면 알아서 잘하겠지.”
푸로르의 말에는 아버지인 용병왕을 향한 믿음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리에나의 소중한 사람이야 그녀가 있던 지부의 신전 식구들일 테니,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다.
악마 숭배자들이 피하면 피했지, 신전 근처를 기웃거릴 리는 없으니까.
리에나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는 대신에 안쓰럽다는 시선으로 아니마를 바라보았다.
“그 일루미니티라는 곳···, 정말 믿을 수 있는 건가요? 좀 수상하잖아요! 아무도 모르는 정보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그런 정보가 있으면서 어째서 직접 나서지 않는 거죠? 왜 다른 사람을 시키는 건데?! 암흑가 때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초조한 기색을 보이던 아니마가 참지 못하고 불안감을 토해냈다.
타당한 의심이다.
그러나 일루미나티는 항상 직접 나서고 있었다. 단지 정체를 숨기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수상함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누군가가 수장을 맡은 단체다. 수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경계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만큼 소중한 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압니다. 저는 그렇기 때문에, 일루미나티가 직접 일을 해결하는 대신 이렇게 말을 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손에 맡기는 것보다 자신이 확인하는 게 너도 더 좋지 않으냐는 물음이다.
참 자기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남다른 능력을 지닌 천재라는 점에서는 아니마도 다를 바 없다. 그녀는 세르펜스의 말을 부정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못 가잖아요.”
아니마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우울하게 말하였다.
자신은 성검의 동료로서 휴마누스를 따라 공국으로 향해야 한다.
그를 두고 자신만 마탑이 있는 프뤼네 왕국으로 떠날 수는 없었다. 공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정보를 들은 지금은 더더욱.
‘···떠나기 전에 그 언니라는 사람과 한 약속만 아니었다면, 휴마누스고 나발이고 다 버리고 마탑으로 향했겠지.’
아니마의 언니는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성검의 주인을 버리면 안 된다며, 자신에게로 도망쳐 오지 않도록 아니마에게 거듭 강조했다.
아니마는 모든 일이 끝나기 전까지 성검의 주인 곁에서 도와줄 것을 약속해야만 했다.
“그건···, 저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공국 측에서 그런 요청을 보내올 줄은 몰랐습니다.”
“으우···.”
세르펜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아니마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