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269)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70화(270/1105)
270회
51. 공작님과 잠입 작전 (1)
“그래서, 대체 무슨 계획을 세우셨길래 침대까지 챙겨오라 하신 거죠?”
기차에 올라타기 무섭게 에드나가 질문했다.
참 성질 급한 사람이다. 다짜고짜 짐 싸 들고 출발하자 할 때부터 알아봤다.
“갑자기 잠자리가 바뀌면 불편하니까?”
“네?”
“가서 숙소를 잡긴 잡겠지만, 그곳의 침대가 좋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변명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침대를 왜 챙기라 했겠어? 공작저에 침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가려는 알고르 영지는 관광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귀족들을 상대로 하는 고급 여관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있어도 진작에 망했겠지.
“···시온 씨는 그런 이유로 침대를 가지고 다니시는 건가요?”
“그런데요?”
“다른 분들도···?”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에드나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일행들을 쳐다봤다.
세르펜스는 난처하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유지스는 창밖을 보며 딴청을 부렸으며, 윈스톤은 큼큼 헛기침했다.
이 반응은 대체 뭘까?
마치 자신들은 원치 않았는데, 누군가의 강요로 침대를 들고 다니게 된 것 같은 반응이다.
“침대 문제는 그냥 넘어갑시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죠.”
에드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여전히 찝찝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우리의 목적은 악숭이를 물리치고 원아들을 구해내는 것이다. 침대를 휴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성에 대해 논의하는 게 아니라.
‘겸사겸사 에드나도 영입하고.’
어떤 말로 꾀어낼지는 아직 못 정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에드나가 마탑에 남았을 때의 디메리트를 제시하는 거다.
악숭이들이 에드나를 유인하기 위해, 또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수작질을 걸 수 있다고 말한다면.
에드나는 그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이곳을 떠나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하겠지.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 쓰레기 같잖아?’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게 악숭이인지 나인지 분간이 안 간다.
이 방법은 최후의 보루로 남기고, 다른 수단을 취해 봐야겠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주기적으로 보육원에 방문하시는 걸 보면 애착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 원장이 악숭이라는 말을 믿어 주시는 겁니까?”
“그걸 이제야 질문하시는 건가요?”
“물을 새도 없이 짐 싸러 가셨잖아요.”
“······.”
정곡이 찔렸는지, 에드나가 말없이 머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심코 바라본 차창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모습이 비쳤다. 솔직히 재수 없어 보였다.
전적으로 시온의 얼굴 탓이다. 아마도.
“우선 아니마가 믿고 제게 보낼 정도라면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마를 믿기 때문에, 그녀가 보낸 우리도 믿는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안전을 누구보다도 바란다는 것을.
에드나는 알고 있는 거다.
다만, 아니마가 우리를 믿어서 에드나에게 보낸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틀렸을 뿐.
그녀가 일루미나티를 얼마나 수상하게 여겼는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우리들을 그다지 믿는 것 같지도 않고.
그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악숭이보다는 우리가 나으니까.
단지 그뿐이었다.
“우선이라는 건, 다른 이유도 있다는 건가요?”
언제나 그러하듯, 유지스가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했다.
에드나는 손을 왜 들어 올리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듯, 유지스의 손을 흘깃거렸다.
“최근에 원장이 바뀌었거든요.”
에드나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다소 황당할 정도로.
자연히 유지스의 얼굴에 그게 다냐는 의문이 떠올랐고, 그녀는 다시 입을 열어 추가로 질문했다.
“최근이라면, 언제를 말하는 거죠?”
“아니마가 떠나고 다음다음 달이니까···, 대략 1년쯤 됐네요.”
기억을 되짚어 보는 건지, 에드나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손을 턱밑에 갖다 대며 답했다.
날짜를 세는 기준이 어딘가 이상하다.
“갑자기 원장 선생님이 바뀐 이유는요?”
“엘로윈 보육원은 교단이나 국가에 소속되지 않은 사립 보육원이거든요. 그런데 보육원을 설립했던 상단이 재정 문제로 휘청하는 바람에···. 다른 상단이 인수해버렸는데, 그 과정에서 보육원까지 같이 넘어가 버린 거죠.”
엘로윈이라는 건 그 보육원의 이름일 테고, 투자자가 바뀌면서 기존의 원장이 잘린 모양이다.
“그렇다고 원장 선생님까지 바뀌나요?”
유지스의 순진한 질문에 에드나가 쓰게 웃었다.
“새로 온 후원자는, 후원자가 아닌 ‘투자자’가 되길 바랐어요.”
“···보육원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했군요.”
“맞아요. 이념의 방향이 달랐던 원장님은 그들과 여러 번 부딪혔고, 결국 원장님께서 쫓겨나게 된 거죠.”
에드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지스는 숙연함에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은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부모에게 입양을 보내는 대신, 더 많은 돈을 주는 사람에게 팔아넘기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막대한 빚을 떠넘기며 교육을 강제하고 있어요. 그마저도 말이 좋아 교육이지, 실상 하는 건 잡다한 잡무뿐이라···.”
그녀가 누구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한둘이 아니었는지, 에드나의 입에서 온갖 불평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얘기를 듣자 하니 아이들에겐 돈도 벌고 기술도 배울 기회라면서,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무늬만 ‘스승’에게 소개비를 받고 연결해주고. 스승이라는 작자는 아이들에게 잡무에 필요한 수준의 가르침만 동냥하듯 던져주며, 죽어라 일만 시킨다는 모양이다.
에드나가 찾아가서 따졌더니, 자신은 분명 가르침을 줬음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건 아이 탓이라며 오히려 발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외부인이 상관할 바 아니라며 그녀를 내쫓았다나?’
에드나는 순수한 목적의 ‘후원’을 받아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노력할 수 있었고, 능력을 인정받아 마탑으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는 것 또한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원아들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는커녕, 그를 위한 양분을 뺏기고 있다.
그녀는 그 사실에 미안해했고, 자신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괴로워했다.
무력이라면 충분하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법으로 다 때려 부쉈다간 마탑에서 제명당할 뿐이다.
아무리 에드나가 마탑의 기대주라 한들, 아니마의 천재성에 비하면 태양 앞의 촛불이다.
애초에 마탑에서 에드나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그녀의 부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그녀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지, 그녀의 출신 보육원까지 신경 써주지 않는다.
“정황은 잘 알겠으니, 일단 진정해 주십시오.”
얘기가 너무 돌아간다고 생각했는지, 세르펜스가 끼어들어 그녀를 진정시켰다.
말로만 타이른 것이 아니라 신성력을 사용해서.
세르펜스는 에드나의 이마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신성력을 밀어 넣었고,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무척이나 뻔했다.
오랜만에 세르펜스캔이 발동되었다.
‘내가 저거 왜 안 하나 했다!’
스캔 결과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세르펜스가 에드나를 보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무척이나 슬프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냉정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대외펜스는 촉촉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다부진 표정을 꾸며냈다.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죠?”
침착함을 되찾은 에드나가 민망하다는 듯, 검지로 자신의 갈색 머리칼을 비비 꼬며 말했다.
이어질 세르펜스의 반응은 안 봐도 뻔했다.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달래는 듯한 말투로, 유용한 정보를 내놓으라 요구하겠지.
“괜찮습니다. 제가 들어도 이렇게나 안타까운데···. 그 아이들을 오래 지켜봐 온 베네볼렌 씨께서 분노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보다, 새로 온 원장이라는 자와 보육원을 인수한 상단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어쩜 이렇게 예상했던 대로 움직일까?
이 정도면 세르펜스 생태 보고서를 작성해도 될 것 같다.
“지금의 원장은 제 보육원 동기예요. 다른 친구들과 달리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쭉 보육원에 남았거든요. 그러니 ‘새로 왔다.’라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을 것 같네요.”
“네?!”
뜻밖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에드나의 말에 반문해 버렸다.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다. 유지스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손으로 입가를 가렸고, 윈스톤은 눈을 크게 떴다.
세르펜스는 둘의 반응을 조합하여 눈을 크게 뜨며 입가를 가렸다.
‘당연히 보육원을 인수한 상단 측에서 준비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지금의 원장은 자기가 긴 시간 의탁해온 장소를 자신의 손으로 망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혹시 최근에 사람이 돌변해서 폭력적으로 변했다든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든가. 아무튼 뭐 그런 거 없었어요?”
“글쎄요···? 그 반대라면 몰라도.”
세뇌를 당한 게 아닐까 해서 질문을 던져보았더니, 이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반대요?”
“네. 오스틴, 걔가 원래 좀 개차반이라서···. 어디 취직도 못 하는 걸 원장님께서 거둬서, 보육원 일이나 도우라며 옆에 두고 계셨던 건데 한 2년 전쯤인가? 갑자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며 착실하게 굴기 시작했어요.”
정말 반대였다.
“원장님께서는 드디어 오스틴이 사람이 됐다고 좋아라 하셨는데···. 그래서 그분께서는 달라진 오스틴을 믿고, 순순히 자리에서 물러나셨던 거겠죠.”
“그 원장님께서는 어디에 계시죠?”
“보육원에 출입 금지를 당하셔서, 근처에 있으면 괜히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고 고향으로 내려가셨어요. 그분께선 현재 보육원 상황을 몰라요. 괜히 심려를 끼칠까 걱정돼서, 그냥 편지로 안부만 주고받고 있어요.”
에드나가 면목이 없다는 듯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가까운 이에게 자리를 물려줬다고는 하나, 어쨌든 쫓겨난 건 쫓겨난 거다. 보육원에 출입조차 못 하는, 이미 퇴직한 사람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괜히 신경만 쓰이고 마음의 병만 얻게 되겠지.
“괜찮으시다면, 지금 그분께서 계시는 곳 주소를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세르펜스도 버릇이 된 건지, 아까 유지스가 그랬던 것처럼 살짝 손을 들어 올리며 끼어들었다.
녀석은 말끄트머리를 불분명하게 흐렸지만, 그 뜻까지 불분명해진 것은 아니다.
에드나가 얼굴을 굳히며 종이에 주소를 써내려갔다. 한 글자씩 쓰이는 글자 흘깃 훔쳐보니, 우리가 향하는 알다르 영지와 반대 방향이다.
“여기에요.”
에드나가 종이를 세르펜스에게 내밀었고, 세르펜스는 그것을 윈스톤에게 건넸다.
불쌍한 우리의 기사님은 어리둥절해하며, 일단 주군께서 주시니까 받는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건네받았다.
“윈스톤 경, 부탁합니다.”
혼자 갔다 오라는 소리였다.
나라면 서러움에 눈물을 찔끔 흘렸을 법한 안습한 취급이다. 하지만 윈스톤은 세르펜스가 자신을 믿고 일을 맡기는 게 마냥 좋은 모양이다.
“명을 받듭니다!”
윈스톤이 참으로 늠름하게 대답했다.
세르펜스는 윈스톤에게 백번 감사를 표해도 모자라다. 돌아가는 길에 윈스톤의 갑옷도 드워프제로 맞춰 주는 게 어떠냐고, 나중에 얘기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