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281)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82화(282/1105)
282회
51. 공작님과 잠입 작전 (13)
뒤늦은 저녁을 먹은 후, 먼저 식사를 끝내고 방에서 쉬는 중이던 에드나를 찾아갔다.
아직 아이들이 한창 깨어있는 시간임에도 그녀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어쩐 일이세요?”
똑똑, 노크하자 에드나가 문도 열지 않고 그 너머에서 질문했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좀···, 생각할 게 많아서 쉬고 싶은데···.”
여전히 문은 굳건히 닫힌 채다.
그 목소리에서 약간의 울음기가 느껴졌다.
“힘드신 건 알지만, 지금 꼭 해야 하는 말입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오래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눈가가 붉어진 에드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낮에 아이들과 함께 놀 때만 해도 생기가 돌았는데. 고작 몇 시간 만에 얼굴이 핼쑥해졌다.
“들어오세요.”
내게 배정된 방은 그나마 넓은 편에 속했는지, 에드나의 방은 그보다 더 협소했다.
그녀는 내게 작은 보조 의자를 권한 후에 자신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무슨 일이시죠?”
“그게, 어쩌면 오늘 일은 악숭···.”
“잠시만요.”
에드나가 내 말을 끊은 뒤, 마력의 실을 길게 뽑아 방음 마법을 만들어 냈다.
“···자꾸 방음 마법을 써도 되는 겁니까? 방음용 마법 스크롤이 있는데도, 세르펜스는 안 쓰고 그냥 조용조용 말하던데요?”
세르펜스가 방음 스크롤의 존재를 까먹었을 리 없으니,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다.
“그건 아기 때문이 아닐까요?”
에드나가 내 가슴팍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아기를 보며 답했다.
자기 얘기라는 걸 아는 건지, 아기가 기지개 켜듯 용을 쓰며 ‘아으아-!’ 하고 포효했다. 어찌나 힘을 주는지 큰일을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엉덩이가 뜨끈하지 않은 걸 보아, 내가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인가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둥개둥개 가볍게 흔들어주자 아기의 얼굴이 바로 편해졌다.
울부짖음에 가깝던 소리가 ‘아우─, 으에-, 으웅···.’ 하며 작은 칭얼거림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한 반동인지, 존재감 과시가 대단해서 한시도 조용히 있지 않는다.
그런 아기를 계속 데리고 다녔더니 아기 울음소리가 마치 bgm처럼 느껴졌다.
“아기가 너무 오랫동안 조용하면 의심받을까 봐 그런 것 아닐까요? 저야 마법사니까 방음 마법을 써도 이상할 게 없지만, 시온 씨는 아니잖아요. 혼자 있는데 그 비싼 방음 마법 스크롤을 쓰는 것도 이상하고요.”
“저는 부자라는 설정이니까, 스크롤 몇 장쯤은 막 써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별것 아닌 일에 스크롤을 남용하는 사람은 없어요.”
신성 제국의 어느 공작님은 마구 남용하던데, 프뤼네 왕국에는 그런 사람이 없나 보다.
GDP의 차이인가?
“저···, 그래서 하실 말씀이라는 건···?”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아기를 보다가 그만 깜박해버렸다.
“오늘 시온이 맞고 온 거 말인데요, 어쩌면 악숭이네가 꾸민 계략일지도 모릅니다.”
“악마 숭배자들을 참···, 친근감 있게 부르시네요.”
“일일이 악마 숭배자라 부르기 귀찮잖아요. 악숭이라 부르면 뭔가 ‘아이고, 숭하다-!’같은 느낌도 들고!”
“···아, 네.”
에드나가 내게 표정으로 욕하며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나만 그렇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이 세상에 악숭이를 악숭이라 부르는 사람은 나뿐인가 하노라!’
어쩐지 아무도 따라 해주지 않는 유행어를 혼자 밀어붙이는 개그맨이 된 기분이다.
“그래도···, 하찮게 느껴지긴 하네요.”
나도 모르게 서운한 티를 냈는지, 에드나가 마지못하다는 듯 맞장구를 쳐 줬다.
그게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악···숭이가 꾸민 계략이라는 건 진짜인가요?”
에드나가 마치, 인형에 붙여준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아 삐친 아이를 어르는 듯한 말투로 질문했다.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 뭐라고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이다.
나에게 어린애 취급을 당하던 세르펜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100퍼센트 확실한 건 아닌데, 거의 그래요. 세르펜스가 그러는데, 원장 놈이 로시오 상단 측 사람에게 에드나 씨가 한동안 여기서 머물 예정이란 걸 알렸다나 봐요.”
“오스틴 그 자식이···! 내게는 상단을 무너뜨려 달라 부탁해 놓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 그거 말인데요, 유지스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상단 내부에서 흑마력이 감지됐다나 봅니다. 룩스메아 교단의 기념 배지···가 아니라! 명예 휘장으로 확인한 거니까, 이 정보는 확실한 겁니다.”
내 설명을 들은 에드나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죄송하지만, 시온 씨. 지금 하시는 말들이 따로 놀고 있는 거 아시나요? 시온이가···, 아니. 시온 씨 말고 그···. 아, 헷갈리네.”
“다 알아듣고 있으니까, 그냥 말씀하시면 됩니다.”
“네. 아무튼 시온이 다친 얘기를 하다가, 오스틴이 로시오 상단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질 않나, 로시오 상단에서 흑마력이 감지됐다질 않나···.”
에드나가 정보 과다에 두통을 호소했다.
아무래도 내가 설명을 너무 건너뛰었나 보다.
“원장이 전서구로 편지를 보내자, 계획을 앞당긴다는 답장이 왔대요.”
“시온 씨는 그 계획이란 게, 시온을 다치게 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정확히는 에드나 씨가 폭주해서 로시오 상단을 공격하게 만들려는 계획이죠.”
“즉···, 저를 로시오 상단의 본단으로 유인해서, 그곳에 숨어 있던 악···숭이가 역공을···.”
이번에는 주어진 정보가 적었는지, 에드나가 잘못된 해답을 내놓았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흑마력의 흔적을 남겨서 에드나 씨가 흑마법사처럼 보이게끔 꾸미는 것이 목적일 겁니다. ···라고 세르펜스가 말했어요.”
“설마···, 아이들을 제물로 악마를 소환하고 그걸 저에게 뒤집어씌울 계획이라는 건가요?!”
에드나가 화들짝 놀라 하며 소리쳤다.
그녀의 말에 나도 깜짝 놀랐다. 아기도 놀라서 ‘으웨에-, 에아-!’하고 칭얼거렸다.
나는 아기를 고쳐 안고 등을 토닥여 진정시키며, 내 놀란 가슴도 가라앉혔다.
“아뇨, 아뇨. 그런 짓을 하면 에드나 씨가 악숭 세력에 원한을 가지잖습니까?”
“···네?”
“네?”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응하는 에드나를 보며, 나 또한 그녀가 이해되지 않아 똑같이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악마 소환의 제물로 쓰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들에게 앙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데요?”
“그러니까, 악숭이네가 그런 짓을 왜 하느냐고요.”
“···시온 씨가 그렇게 말씀해 놓고, 제게 그런 식으로 되물으면 안 되지 않아요?”
“아, 맞다.”
악숭이네 계획이 악마 빙의에서 스카우트로 변경되었다는 얘기를 먼저 해야 했는데.
어쩐지 말귀를 이상하게 알아먹더니만, 바탕에 깔린 전제조건이 잘못돼 있었다.
“악숭이 놈들의 최종 목적은 에드나 씨를 영입하는 겁니다.”
“그들의 목적은 아이들을 제물로 악마를 소환하고 저는 악마의 그릇으로 만들어서, 아니마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거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그새 계획이 바뀌었나 보죠, 뭐.”
“······.”
“원래 계획이라는 건 항상 변하는 거잖습니까? 회의하다가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서 채택되면 바뀔 수도 있죠!”
“······.”
그녀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마탑에서 들었던 그녀의 쌍욕이 입체 서라운드로 들리는 것 같다.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표정이다.
“지금···, 후우···. 장난하시는 건가요?”
그녀가 말을 고르고 골라, 표준어 규정에 준수하여 바르고 고운 말로 내게 따졌다.
아마도 내가 안고 있는 아기를 의식한 걸 테다. 비록 말을 알아듣지는 못해도,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욕설은 아기 정서에 좋지 않으니까.
“그래서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죠?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그냥 참으라는 건가요? 제가 이곳의 아이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시온 씨도 아시잖아요.”
“그런 뜻이 아니라···.”
“미안해요. 이게 시온 씨 잘못이 아니란 건 아는데···. 그런데, 그런데···.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
그렇게 말하며, 에드나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웅크렸다.
원장 놈이 에드나의 정신을 제대로 흔들어 놓긴 했는가 보다.
그녀는 최대한 괜찮아 보이려 애를 썼지만, 거의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저는 시온 씨의 말만 믿고 따라왔는데, 갑자기 이렇게 말씀을 바꾸시면···. 솔직히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저는 명백하고 확실한 정보를 원해요.”
괴로워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나는 마음을 정했다.
“에드나 씨가 악마의 그릇이 된다면, 아니마 씨는 분노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드나 씨가 악마에게 해방되는 건 아니잖아요.”
“······.”
” 에드나 씨는 아니마 씨가 그대로 좌절하고 무너지길 바랍니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아니마 씨도 그걸 알고 있죠. 에드나 씨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그녀니까.”
“···시온 씨?”
나는 에드나의 반문을 모두 무시했다.
일일이 대답해 주다가 얘기가 꼬이는 것보다, 그냥 혼자서 줄줄 말을 늘어놓는 게 그녀도 이해하기 편할 거다.
“에드나 씨가 악마의 그릇이 된다면, 아니마 씨는 에드나 씨가 더 이상 악마에게 농락당하지 않도록···. 에드나 씨의 탈을 쓴 악마를 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더욱 강해지죠.”
“잠깐···만요.”
“성검 일행의 전력을 깎아 먹는 게 놈들의 목적인데, 그게 각성의 계기가 되어 힘을 키워주는 꼴이라니···. 참 멍청하다니까요?”
“시온 씨, 아까부터 말씀하시는 게 꼭···.”
만약 타락펜스가 이 계획에 손을 댔었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에드나를 타락시킬 계획을 세웠으려나?’
악숭 세력의 놈들은 지들이 스카우트한 주제에, 타락펜스를 은연중에 따돌리곤 했다.
그 때문에 타락펜스가 마왕의 책사 노릇을 하고 있었음에도 그가 배제된 계략들이 더러 있었는데, 에드나가 악마의 그릇이 된 사건도 그중 하나다.
‘대륙인들 관점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지.’
타락펜스를 아껴준 건 마왕 정도였는데, 타락펜스가 그 마왕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걸 생각하면 참···.
그 악숭이의 그 마왕이다. 아주 멍청멍청해.
“시온 씨?!”
“아! 죄송합니다.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성검의 주인] 내용을 회상하느라 너무 오래 넋을 놓았나 보다.에드나의 부름을 듣고 나서야, 나는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무튼 문제는 마왕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계획을 바꾼 거겠죠. 에드나 씨가 본인의 의지로 악숭 세력을 선택하도록.”
“······.”
자신이 질문을 던져도 내가 대답해주지 않으니, 그냥 얌전히 내 말이 끝나는 걸 기다리기로 마음을 바꿨나 보다.
에드나가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러나 깊고 고요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에드나 씨를 흑마법사로 몰아가려는 계획도 아마 그 일환일 겁니다. 로시오 상단을 테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범죄자 신세인데, 흑마법사라는 누명까지 쓴다면. 보육원 아이들까지 이단으로 몰리겠죠. 상황이 거기까지 치닫게 되면, 에드나 씨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나 다름없잖아요?”
“아···.”
에드나가 작게 탄식했다. 그녀 또한 깨달은 거다.
로시오 상단에서 흑마력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모든 게 악숭이의 계략이라는 걸 눈치채겠지만.
힘없는 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만은 진실이다.
그건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사람이 다양한 욕구를 느끼는 이상, 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악숭이는 그저 물이 가득 찬 컵을 흔들었을 뿐.
흘러넘친 것은 그녀가 직접 겪어 온 현실이다.
“그리고 에드나 씨가 자의로 악숭 세력 편에 선다면, 아니마 씨 또한 악숭 세력으로 들어가겠죠.”
“그렇···겠죠.”
그녀가 음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 씨 말씀은 잘 알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에드나 씨가 무엇을 궁금해하시는지는 잘 압니다. 제가 미래를 아는 것처럼 말한 거 때문이죠?”
“맞아요. 어찌 들으면 꼭 지나간 일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라면, 전 이미 에드나 씨에게 말씀드렸어요.”
“네···? 언제요?”
기억이 나지 않는지, 에드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신의 사자 얘기를 했을 때 허황되다며 콧방귀를 뀌더라니. 그대로 뇌 속에서 지워버린 모양이다.
“잘 기억해 보시죠?”
“음···, 역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일루미나티의 수장이라고 말하면 기억이 나시려나?”
“···네에?!”
미리 얘기해 둔 게 확실히 도움이 됐다.
기억이 났는지 에드나가 벌떡 일어나, 서 있는 나와 시선을 맞췄다.
“아···, 어쩐지. 수상하더라니.”
“수상이 아니라 수장입니다.”
“어쨌든···, 이제야 모든 얘기가 이해되네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에드나가 다시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비밀 결사 단체 일루미나티의 수장, 시온 리벨론이라고 합니다.”
“···아기를 품에 안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분위기 잡아봤자, 하나도 안 진지해 보여요.”
“그런 건 좀 모르는 척해주시죠?”
“저도 그러고 싶은데, 아까부터 너무 신경 쓰여서···.”
“아니, 그게 제 잘못입니까? 가만히 있으면 애가 자꾸 칭얼거리잖아요!”
팔심으로만 흔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아기가 은근히 무거워서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