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3)
공작님, 회개해주세요!-3화(3/1105)
3회
1. 공작님, 회개해주세요! (2)
세르펜스는 성검의 주인이 될 자격을 모두 갖췄다.
그 뿐만 아니라 타고난 신성력부터가 남달랐다.
그러다 보니 자아가 갖춰지기도 전부터, ‘성검의 주인’ 내정자로 추켜세워진 거겠지.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해결을 남에게 떠넘기는 건, 어딜가나 다 똑같나 보네···.”
[성검의 주인]에 따르자면, 세르펜스는 말 문이 겨우 트일 무렵부터 어른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고통을 받아왔다고 한다.온갖 지식을 익히고, 고된 검술 수련을 반복했다.
하루에 고작 네시간 밖에 안되는 수면시간이, 그가 유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넘치는 신성력이 아니었으면 10살도 채 되기 전에 과로사하지 않았을까?’
그 막대한 신성력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데, 그 덕분에 살았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역설적이었다.
어릴 적부터 ‘넌 성검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구해내야 한다.’라는 말을 들으며, 몰아세워 졌다.
다른 아이들이 희생이란 단어의 존재조차 알지 못할 때, 세르펜스는 그 뜻을 뼈에 새겼다.
책임을 강요당하며, 벼랑 끝까지 몰아세워 졌다.
미래의 그는 가해자였지만, 과거의 그는 피해자였다.
그리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는 건 흔한 일이다.
‘만약 그에게 단 한 명뿐이라도 좋으니,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일을 막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아프고, 힘들고, 괴롭다고.
아무리 도와달라 애원해도 그것은 대답 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그리고, 행여 그런 모습이 부모에게 들키기라도 한 날이면···.’
고개를 저어, 상념을 떨쳐냈다.
어쨌든, 전 프라시더스 공작이 행하는 일에 이견을 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르펜스가 어떤 일을 겪든, 그것은 미래를 위한 대의명분으로 옳은 일로 둔갑했다.
그리고 세르펜스가 이제 갓 열 살이 되었을 때는 그것이 극에 달했다.
『
“너는 의지가 부족한 아이니, 인내심을 기를 필요가 있다.”
“고문을 당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해야 할 날이 올지도.”
담담한 목소리로, 그의 아버지는 그를 이끌고···.
』
“미친 인간 같으니!”
광신도가 이렇게나 무서운 거다.
하필이면 빌어먹을 작가가 이러한 이야기를 세르펜스가 죽어갈 때의 주마등으로 남겼다.
그 회상이 끝났을 때는 이미 그 목숨 또한 끝나 버렸으니···.
결국, 그는 소설 속과 밖.
양쪽 모두의 세상에서, 끝까지 그 한 명의 이해자를 만들지 못한 셈이다.
‘누군들 알았나···.’
완전한 악인이라 생각했던 적이.
알고 보니 세상에 버려지고 상처받은 어린아이에 불과 했을 뿐이란 사실을.
세상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활자로만 존재하던 것을, 직접 마주하고 나서 그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려니.
그런 끔찍한 일이 실재했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그렇게나 세르펜스가 내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성검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성검에게 선택을 받는 자는 신성 루멘 제국의 황태자인 ‘휴마누스 B. 데바 루멘’.
[성검의 주인]의 주인공이다.휴마노스의 신성력은 세르펜스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다.
‘아니, 세르펜스와 비교한다면 그 자리에 있던 어느 후보자도 그렇게 보였으려나?’
누구도 휴마누스가 성검의 주인으로 선택받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 중 가장 강한 신성력을 타고난 자가 성검의 주인으로 선택된다는 선례가 무너진 것이다.
세르펜스가 성검에게 선택받지 못하자, 그토록 그를 추앙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
“혹시 무언가 결격 사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 오히려 저렇게 완벽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어딘가 이상하긴 했어. 분명 뭔가 있을거야.”
』
자신들을 지켜줄 든든한 방패로 여겼던 것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상심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책임까지 세르펜스에게 덧씌워 버렸다.
그것은 성검의 주인으로서의 삶 하나만 바라보며, 그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던.
그러기 위해 자기 자신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세르펜스에게 크나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
어린 시절, 세르펜스는 부모에게 일말의 애정도 받지 못했다.
그 대신 어린 그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타심과 도덕성을 강요받았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공부를 하던 도중의 일이다.
갑자기 기어 나온 벌레를 보고 깜짝 놀라 책으로 내려쳐, 실수로 죽여버리고 말았다.
“세상을 구할 영웅이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다니···.”
그들의 아픔을 느껴야 한다는 이유로 어린 세르펜스는 뼈가 부러질 정도의 폭력에 노출되었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은 세르펜스의 눈에는 벌레보다 좀 더 생명체로 보이는.
다치고 구속되어, 무방비 상태의 마물을 죽이길 강요당했다.
“대륙을 구하기 위해서 앞으로 많은 마물들을 죽여야 할 거다. 미리 약점을 파악해두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이렇게나 두려워하는데···.”
어린 세르펜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살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한 그 눈동자를 마주하며, 괴로워했다.
“대륙을 좀 먹는 존재다. 그런 것을 동정하다니, 도대체가···.”
그의 부모는 그의 도덕성을 의심하고 책망했다.
몇 번이고 무방비 상태의 마물을 잡아 와, 죽이도록 강요했다.
그것은 때로는 짐승의 형태였고, 어느 때는 인간과 흡사한 형상을 띄고 있기도 했다.
어디를 찔러야 쉽게 죽일 수 있는지, 어디를 잘라야 무력화할 수 있는지 배웠다.
여전히 살생을 버거워하는 세르펜스를 보며, 그의 아버지인 당시의 프라시더스 공작은 그것을 ‘필요 악’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세르펜스가 그 행위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될 때까지 계속됐다.
세르펜스는 ‘필요 악’을 배웠다.
그 뒤로도 세르펜스의 부모는 늘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세르펜스는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세르펜스는 그들을 죽이기로 했다.
세상을 구해야 하는 구원자가, 재액이 닥치기 전에 죽어서는 안 되니까.
이것은 ‘필요 악’이었다.
·
·
·
세르펜스가 성검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자, 주변에서 그의 인격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도덕성을 책망하던 부모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들을 죽이고 난 후, 간신히 트이는 듯했던 숨통이 다시 틀어막혔다.
‘이제 더는 그들의 구세주가 아니게 되었는데, 그들은 어째서···?’
어차피 자신은 성검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그러니, 그들을 살리기 위해 이 이상의 노력은 필요 없지 않아?
그러니, 다른 사람들처럼 이기심을 부려도 되는 것이 아닐까?
세르펜스는 악마 숭배 세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었을 때를 위해, 미리 준비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그들을 유인해내는 미끼로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준비했던, ‘필요 악’이란 이름의 칼끝을 돌렸다.
세상이 아닌 자신을 구하는 데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은 그가 난생 처음으로 부려본 작은 이기심.
세르펜스는 아주 조금. 숨통이 조금 트여오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그는 신성 루멘 제국의 권력을 잠식해갔다.
겉으로는 여전히 성인군자의 모습이었으나, 뒤로는 암흑가의 권력을 휘두르는데 거침이 없었다.
마침내 신성 루멘 제국은 양지와 음지 모두, 세르펜스의 손아귀 위에 놓였다.
그동안 성검의 주인은 아무것도 모른 채, 대륙을 순례했다.
신이 내린 시련을 극복하며 힘을 길렀다.
성장하고, 때로는 사람들을 구해냈다.
그러나 악마 숭배 세력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었기에, 그들의 본진을 찾는 일은 요원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신성 루멘 제국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지.’
다른 것도 아닌 대륙을 구원하는 일이다.
하지만 악마와 관련된 일에 구심점이 되어야 할 신성 제국은 아무 역할도 해내지 못했다.
때문에 휴마누스는 스스로 세력과 정보력을 갖추기 위해 동료들을 모았다.
그녀들이 가진 세력의 정보력으로 휴마누스는 신성 제국의 암흑가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동시에, 그곳에 악마 숭배자들이 숨어들었다는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곳에 소환된 악마와 싸우고 암흑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암흑가와 세르펜스가 얽혀있다는 서류를 발견했다.
‘사실 그건 이간책이었지만.’
세르펜스가 어찌나 철저했는지, 그는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존재를 위협으로 여겼던 악마 숭배 세력이 견제 삼아, ‘안 믿으면 말고’라는 식으로 슬쩍 찔러본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작된 증거 대부분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독자들 중 1/3은 개연성을 밥말아 먹은 억지라 욕했다.
1/3은 증거 하나 안 남긴 세르펜스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나머지 1/3은,
[미x, 악마 진영 운빨 개쩌네ㅋㅋㅋㅋㅋ]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는···, 처웃는 쪽이었다.
“크흠···!”
아무튼 휴마누스는 이간질에 넘어갔다고 해야 할지, 정의 구현을 했다고 해야 할지.
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휴마누스는 세르펜스를 친구라 여겼었다.
세르펜스의 생각은 그와 달랐지만, 휴마누스는 차마 그를 죽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세르펜스를 죽이는 대신 감옥에 가뒀다.
그리고 세르펜스의 어두운 면을 알게 된 악마 숭배자들이 몰래 숨어들었다.
덕택에 탈옥할 수 있었던 세르펜스는 그 이후 그들의 세력에 가담하게 된다.
이 자리를 빌려,
[뜻밖의ㅋㅋㅋ 스카우틐ㅋㅋㅋ]···라며 또다시 처웃었던 나 자신을 잠시 반성해본다.
그렇게 악마 진영에 붙어버린 세르펜스의 책략으로, 신성 루멘 제국은 쫄딱 망해버렸다.
안 그래도 암흑가의 일 때문에 귀족들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엮여 배제된 탓에, 그 빈자리가 숭숭 뚫려있던 상태.
대륙 이곳저곳에 나타나기 시작한 악마들을 잡기 위해, 사방을 뛰어다니던 휴마누스가 어찌 손을 써보기도 전에 불타 재가 되었다.
성지가 쑥대밭이 되고, 교황이 죽었다.
교단 내부에서 세력 다툼이 일어났고, 종파가 나뉘었다.
온갖 잡스런 신흥 사이비 종교가 판을 쳤고, 그 사이를 악마 숭배 세력이 파고들었다.
신성 루멘 제국의 황태자였던 휴마누스는 한순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순식간에 제국이 망하는 모습을 본 다른 나라들은, 힘을 합하는 대신 당장의 피해를 덜기 위해 이리저리 발을 뺐다.
결국, 마왕이 소환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버렸다.
그리하여 대륙에 마왕이 강림해 버렸다···
“···가, 광속으로 역소환 당해버렸지.”
순순히 소환을 돕는 척하던 세르펜스가 뒤통수를 친 것이다.
소환된 마왕의 힘을 낼름 먹어버렸다.
그 기가 막힌 상황에,
[마왕이 있었는데, 이젠 없어요.]···라던가,
[마왕, 10초면 순삭. 참 쉽죠?]···따위의 댓글이 마구 달렸다.
하지만 세르펜스는 기껏 얻은 마왕의 힘이 무색하게도, 다굴에는 장사 없다는 진리로 인해 예정된 패배를 맞이하였다.
“이러면 해피엔딩처럼 보이려나?”
하지만 절대 아니다.
악마 숭배 집단에서 이교도로 레벨업 한 흑마법사들은 제물을 모으기 위해 마물들을 이용해 대륙 이곳저곳을 공격해댔다.
이간질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때로 악마들도 소환했다.
뿔뿔이 흩어져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어진 대륙은 이미 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휴마누스가 아무리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도와주려 해도, 대륙은 너무 넓었다.
그 때문에, 대륙 전역은 이미 한껏 농락당한 뒤였다.
마왕을 소환했던 핵심 세력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남은 것은 황폐해진 토지와 시체의 산.
심지어 악마 숭배자들의 잔존세력도 남아 있었다.
개판 5분 전이 아니라, 개판 그 자체.
어떻게든 그런 사태만은 막아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의 본진 위치를 고발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왕을 약 10초 정도 소환해 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휴마누스는 그곳에 다다르지 못했고, 그로 인해 악마 숭배 집단의 본진이 있는 장소는 소설 내에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게 되다 보니, 그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에는 그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신성 루멘 제국은 망하지 않고 주인공의 든든한 뒷배가 돼주어야 했다.
룩스메아 교단은 신앙의 힘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야 했다.
모든 국가는 연합 하여 군대를 전 대륙에 파견해야 했다.
어떻게든 인력을 끌어모아, 흑마법사들을 색출하고 그들의 본진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모두 해결 가능한 사람이 한 명 있다.
제국이 망하지 않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대륙을 뭉치게 할 수 있을만큼 정치적 수완도 뛰어난 인물.
‘어라? 그런데 악마 숭배 세력이 경계할 만큼 신성력도 강하고, 무력도 완전 수준급이라 여차하면 같이 싸울 수도 있네?’
그렇다. 세르펜스였다.
애초에 그가 엇나가지만 않았어도, 대륙의 피해는 반절 이하로 줄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속으로 사표 운운하면서도, 얌전히 받아들인 이유다.
하다못해 내가 세르펜스의 보좌관이 아니었다면 앞뒤 생각도 안하고 외국으로 튀었을 거다.
그곳에서 최대한 숨죽여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공교로워···.’
노린 것처럼 첫 출근 하루 전날에 빙의해 버렸다.
마치,
[“상황은 파악했어? 그럼 이제부터 뭘 해야 하는지 알겠지?”]···라고 말하는 것 같은 타이밍.
원래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랬지만, 달리 방법도 없고 대체할 인물도 없으니 최종 보스를 고쳐 쓰자.
‘그러니 공작님, 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