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302)
공작님, 회개해주세요!-303화(303/1105)
303회
53. 공작님의 영입 제의 (7)
“마차가 멈추는 대로 잠시간 신성 결계를 펼치겠습니다. 그동안 베네볼렌 씨께서 결계 안쪽에 방어막을 형성해 주십시오. 그 후 결계를 거두겠습니다.”
펑펑 터지는 소리가 요란한 와중에도 세르펜스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목소리에 신성력을 담아 그 파동을 우리에게 온전히 전달한 것이다.
녀석의 말은 결국 자신이 싸우는 동안, 에드나는 방어에만 집중하라는 소리였다.
세르펜스의 판단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전투 상황 시 마법의 꽃은 공격이라 할 수 있으며, 신성력의 성질은 보호와 치료에 특화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악숭이다. 또한,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중 공격력이 가장 높은 사람은 세르펜스다.
세르펜스가 신성력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방어에만 집념한다면, 그만한 낭비도 없을 거다.
‘하긴, 이게 어디야?’
방어막이 깨질 정도로 강한 공격이 우리 쪽으로 날아든다면 녀석이 막겠지만. 어쨌거나 나와 유지스의 안전을 에드나에게 맡긴 거다.
“네, 그렇게 할게요!”
에드나가 스태프를 꼭 움켜쥐며 천장을 향해 대답했다. 그에 화답하듯 통통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드나를 완전히 믿는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녀석이 암흑가의 악마를 상대했을 때보다 성장한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하다. 그 기저에 윈스톤의 희생이 있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주군의 성장을 돕고자 살신성인의 자세로 닭 쫓던 개가 되다니.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윈스톤은 참으로 충성스러운 기사다.
“그럼 결정 났으니까, 에드나 씨도 저처럼 편안하게 앉아요.”
“시온 씨는 너무 편하신 것 같은데···.”
“원래 인간은 편함을 추구하는 생물입니다.”
에드나는 살짝 망설이는 듯했으나, 결국에는 신발을 벗고 나처럼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렸다.
“자, 자! 등도 편하게 기대시고, 숨도 깊게 들이쉬고, 내쉬고···. 아, 입안도 헹구실래요? 창밖으로 뱉으면 좋겠지만, 그건 좀 무리인가? 빈 병에 뱉는 건 어때요? 아, 근데 내용물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데. 손수건에 뱉을까요? 아, 손수건은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적은가? 저 수건 있는데, 수건에 뱉는 게 낫겠죠? 나중에 빨면···, 아니다. 세탁한다 해도 나중에 그거로 얼굴을 닦는다고 생각하면, 좀 그런가?”
“잠, 잠깐만요, 시온 씨. 말 좀 천천히···.”
말이 너무 빨랐나 보다.
나는 같은 말을 천천히 다시 하는 대신, 말없이 물병과 수건을 꺼내어 그녀에게 건넸다.
이번에는 에드나도 군말 없이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내심 찝찝했었나 보다.
잠시 후. 덜컹하고 마차가 멈춰 섰다.
마차 창문을 손가락 한 마디쯤 열어서 그 틈새로 밖을 확인했다. 은빛의 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열어도 될 것 같아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에드나가 신발을 구겨 신으며 마차 문을 열고 아예 나가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환기를 위해 내 쪽의 문도 활짝 열어버리고 싶지만, 발밑의 두 사람이 신경 쓰인다.
탈출하겠다며 몰래 기어나가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결계 밖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하겠지만, 활동 범위가 넓어진다는 건 변수가 많아진다는 뜻과 동일하다. 그런 이유로 문은 닫아둔 채 창문만 활짝 열었다.
에드나는 스태프를 땅에 박은 채로 지지대처럼 그것에 기대어,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눈으로 세르펜스를 찾았다. 녀석은 중갑을 입은 전사들과 대치 중이었다.
놈들은 혼탁한 검푸른 빛의 오러를 뿜어댄다는 것과 중갑을 입은 것. 그 외에는 공통사항이 하나도 없다.
거대한 도끼와 해머, 검, 철퇴. 무기가 각양각색 제멋대로다. 그들의 움직임에서 절도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전문적으로 기초부터 배워온 것이 아니라, 철저히 실전으로 다져진 느낌이다.
‘저 오러는···. 광전사들인가?’
[성검의 주인]에 언급됐던 설정에 따르자면, 어렸을 때 납치당했거나. 혹은 악마 숭배자의 자식 중 근골이 우수한 아이들이 광전사로 키워진다고 했다.마법에 소질이 있다면 흑마법사로, 그 외에는 암살자로 길러진다고 한다.
‘예전에 내 방에 쪽지를 두고 갔던 놈도 그렇게 길러진 암살자겠지.’
흑마법사로 자란 아이들은 그들 사이에서 대우를 받지만, 나머지 아이들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암살자 코스를 밟은 아이들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서로를 죽이게끔 유도하여, 싹수 있는 놈들만 남긴다나?’
광전사의 오러 색이 혼탁한 원인은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기운을 무작정 몸에 욱여넣은 탓이다. 검은빛을 띠는 이유는 오러를 쌓는 동안 흑마력이 섞여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광전사들은 오러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되려 오러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이성 또한 매우 희박해져 사람보다는 짐승에 가까웠다.
제대로 된 전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양해 마땅하다.
하나, 악숭 세력의 핵심 인원은 흑마법사들이다. 전사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능력이 없다.
그렇기에 악숭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광전사’라는 결과를 무척이나 기꺼워했다.
암살자는 이성적이어야 하기에 신경 써서 키웠으나, 광전사들은 짐승처럼 대하고 조련하며 자신의 편의대로 이용했다.
만약 악숭 세력이 하나의 국가라면 마왕은 그들의 왕이요, 악마는 고위 귀족이요. 흑마법사는 악마 밑에서 일하는 하급 귀족이다.
이렇게 세 분류가 지배계층이고, 나머지는 피지배계층이었다.
암살자는 악숭이에게 고용된 일꾼이요, 악마 숭배를 신앙하는 일반인은 노예요. 광전사는 집 지키는 개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착잡하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으련만. 알고 있기에 싸우기 꺼려진다. 내가 검을 들고 싸워야 했다면, 나는 한참을 망설였을 거다.
[성검의 주인]에서 그 사실이 밝혀진 후. 성검 일행이 그들을 교화하려 애쓰던 시기가 있었다.하지만.
암살자는 악숭이의 교리에 심취하여, 타인의 생명을 앗는 것을 하나의 권리이자 예술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피에 중독된 살인귀였다.
광전사의 오러가 담긴 그릇을 깨트리고 흑마력을 정화해도, 상실한 이지는 돌아오지 못했다.
악숭이들로부터 그들을 해방해 주기 위해. 성검 일행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의 삶에 영원한 안식을 주는 것뿐이었다.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괜찮아요?”
고개를 돌려보니, 유지스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마부석에서 마차 안으로 자리를 옮긴 건지 모르겠다. 그녀의 화살집에 화살이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마부석으로 가기 전 무장을 하더라니. 마차를 몰면서 몇 발 쏘긴 쏜 모양이다.
“속이 여전히 메스꺼워서 말이죠. 그래도 마차가 완전히 멈추고 환기도 하니까 좀 나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유지스야말로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유지스는 초조하다는 듯 손을 비비적거리며, 세르펜스가 싸우는 방향을 힐끔거렸다.
녀석이 혼자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도움이 될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세르펜스는 광전사들의 방어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흑마법사 또한 베어내지 못했다.
상대가 여럿이라 해도 녀석의 실력이라면 광전사들을 떨쳐내고도 남았다. 하지만 방해 요소가 너무 많았다.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 눈밭에 뭘 심어둔 건지, 불쑥불쑥 허연 해골 손이 땅을 뚫고 튀어나왔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은 시시각각 세르펜스의 발목을 노렸다.
흑마법이 교묘하게 날아와 그의 이동 범위를 제한했으며, 어디선가 암기도 날아왔다.
세르펜스가 잠깐이라도 흑마법사나 숨어있는 암살자에게 관심을 돌릴라치면, 광전사가 득달같이 우리 쪽으로 향하려 들었다.
– 팅, 팅-!
자잘한 흑마법이 계속해서 날아와 결계에 부딪혔다. 이 또한, 세르펜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원인 중 하나이리라.
“다 됐어요!”
한참을 마법진과 씨름하던 에드나가 외쳤다.
그렇게 완성된 마법진은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랗고, 복잡하며, 화려하고, 어지러웠다.
마법진은 눈 부신 빛을 뿌렸고, 신성 결계 안쪽에 푸른 막을 만들어냈다. 그와 동시에 세르펜스표 신성 결계가 걷혔다.
이로써 에드나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쉬지 않고 새로운 마법진을 그려냈다.
두 번째 마법진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창이 되었다.
– 쐐애액!
얼음 창은 마력의 방어막을 그대로 통과하여, 흑마법사 악숭이에게로 날아갔다.
예기치 못한 공격에 놀란 흑마법사는 세르펜스에게 날리려 했던 마법, 바람의 화살을 에드나의 얼음 창을 향해 쏘아 보냈다.
– 쩌저적!
열 발의 마법 화살이 모두 쏘아지고 나서야, 에드나가 만들어 낸 얼음의 창이 산산이 부서졌다.
“어떻게 한 거예요? 마법이 그냥 막 통과하는데요?!”
“그냥 통과한 게 아니라, 타이밍에 맞춰서 살짝 틈을 벌린 거예요. 제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크기만큼. 마법이 통과할 구멍을 만들 수 있도록, 방어막 마법식을 조정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죠.”
에드나가 가볍게 대답했다. 쉬운 일이어서가 아니라, 해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뜬 듯한 목소리다.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유지스는 자신의 화살도 통과하는지 실험해 보려다가, 에드나의 설명을 듣고 나서 활을 도로 거둬들였다.
그냥 통과하는 거면 모를까.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상대의 공격에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 정령력 하나 담기지 않은 일반 화살을 쏘아 보내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어쨌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에드나의 활약에 악숭이의 신경이 분산되었다.
그 덕분에 세르펜스의 부담도 덜해져, 녀석의 움직임이 한결 가벼워졌다.
세르펜스가 반걸음 왼쪽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도끼가 녀석의 오른쪽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바닥에 내리꽂혔다.
그 기세가 얼마나 흉흉했는지, 여기까지 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무기에는 큰 동작이. 큰 동작에는 큰 허점이 생기는 법.
기회를 놓칠 세르펜스가 아니다. 광전사가 다시 도끼를 들어 올리기 전에, 훤히 비어있는 목에 세르펜스의 검이 스치듯 지나갔다.
녀석은 바로 허리를 숙이며 오른발을 멀리 내디뎠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또 다른 광전사의 철퇴가 휘둘러졌다.
세르펜스가 자세를 낮추지 않았더라면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등골이 서늘하다 못해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아찔한 상황이었으나, 세르펜스는 내디뎠던 오른발을 축으로 빙글 몸을 반 바퀴 돌렸다.
도끼 광전사가 세르펜스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뒤늦게 놈의 목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윽···.’
그냥 지나치는 듯했던 세르펜스의 검이 도끼 광전사의 경동맥을 베었던 모양이다.
대체 얼마나 예리하고 정교하게 베어야 저런 묘기가 가능한 것일까?
나는 과학을 포기한 과포자이므로, 그런 건 모르겠고. 녀석이 나름대로 나를 배려한답시고 목을 뎅겅 자르지 않았다는 건 알겠다.
도끼 광전사의 목에서 뿜어진 피가 검 광전사의 눈에 튀었다. 세르펜스의 검이 상당히 깊게 들어갔던 모양이다.
보통 죽었다고 판단할 만큼의 피가 튀었다.
그러나 적은 악숭이다. 동시에, 악숭이가 전투만을 위해 길러낸 자이기도 하다.
방심은 금물이다. 세르펜스의 검이 도끼 광전사의 몸을 꿰뚫었다.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녀석이 검을 쥔 손목을 비틀었다.
이내 검을 뽑아낸 세르펜스가 눈에 피가 들어가 허우적거리는 철퇴 악숭이를 발로 차 쓰러트리고, 등을 밟았다.
철퇴 악숭이의 몸이 눈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세르펜스가 아래를 향해 검을 한 번 휘두른 후, 날아온 암기를 피하고자 뒤로 물러났다. 등에 가해지는 힘이 사라졌음에도 철퇴 악숭이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하얀 눈이 붉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