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37)
공작님, 회개해주세요!-37화(37/1105)
37회
9. 공작님과 사건 진술 (3)
본래라면 흑마법사에게 이런 일을 벌인 이유나 그 계획 등을 캐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그 모든 내용이 밝혀졌기에, 그런 수고는 덜었다.
대신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았다.
그들의 본진의 위치. 다른 숭배자들과 그들을 돕는 배신자들을 색출해야 했다.
‘큰 성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악마 숭배 세력은 점조직화되어 있었다.
이후 룩스메아 교단이 종파가 나뉜 틈에 은근슬쩍 종교의 형태를 띠며 뭉치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나중의 이야기.
현재는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본진을 알아내는 것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동 계획을 세운 걸 생각하면, 배신자 한둘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당연하게도 그냥 묻는다고 대답해 줄 리는 만무할 테니···.’
그것을 놓고 교단 측은 상대가 이단인 만큼, 당연히 자신들이 데려가 이단 심문관으로 하여금 조사하게 해야 한다 주장했다.
귀족 측에서는 황제의 신하인 프라시더스 공작이 잡아 온 것이니, 당연히 황궁의 감옥으로 연행하여 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직접 참여하는 대신에 자문회의 상임위원이기도 한, 피다멘 F. 딜루체스코 추기경에게 입장을 위임한 상태.
그 때문에 급이 다른 황제가 끼어들기는 체면상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표면적으로 중립을 표했지만, 은근슬쩍 귀족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고문이야 누가 하든 결과는 같은 거 아닌가···? 대체 왜 싸우는 거야?’
눈앞에서 본인을 두고, 자기네가 서로 고문하겠다고 싸우는 모습에 흑마법사 놈이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나를 노려봤다.
‘잡은 건 세르펜스인데, 왜 나한테 그러세요?’
녀석이 흑마법사다 보니 혹시 저주라도 거는 게 아닌가 께름칙하여, 한 걸음 옆으로 이동하여 세르펜스의 뒤편에 섰다.
그러는 동안에도 신관들과 귀족들의 대립은 계속되었다.
수적으로는 귀족들이 더 앞섰으나, 그들 또한 신 룩스메아를 믿는 처지라 적극적인 공세는 지양했다.
그에 반하여 교단 세력은 소수였으나, 딜루체스코 추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그 때문에, 그들의 주장은 계속해서 수평선을 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본인에게 물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아니, 누가 저런 미친 의견을 낸 거지?
머릿속에 꽃밭이 펼쳐진 정신 나간 놈이 대체 누군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제의 옆에 있던 휴마누스가 선서라도 하듯, 살짝 손을 반쯤 들어 올리고 있었다.
“······.”
“······.”
회의장은 침묵에 잠겼다.
휴마누스를 바라보는 황제의 얼굴은, 이 자리에 사람들만 없다면 그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기고 싶다는 표정이다.
그런 황제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마누스는 흑마법사를 밟고 있던 기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기사는 황제의 눈치를 보며, 흑마법사의 재갈을 슬그머니 풀어냈다.
“시온 리벨로온─! 널 저주한다! 악마가 지상에 강림하여 네 눈앞에서 너의 어미를··· 읍!으읍! 으브븝!!”
황실을 수호하는 기사가 늦지 않게 녀석의 입에 다시 재갈을 물림으로써, 자문회의 심의를 지켜내었다.
‘과연 훌륭한 기사도 정신!’
그의 빠른 대처에 속으로 감탄하고 있으니,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린 것이 느껴졌다.
방금의 패드립 때문에 걱정된다는 눈빛은 아니었고, 무언가 의견을 구하는 듯한···.
‘···설마, 나 지명 당한 거야?’
마법 화살로 찌르고, 불로 지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직접 하는 것은 내겐 무리다.
게다가 상태를 보아하니, 내가 고문을 한다면 저 녀석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토해내기 전에 화병으로 죽을 게 틀림없다.
“그게, 저는 비위가 좀 약해서···. 공작님은 어떠세요?”
나는 원작의 본문을 떠올리며, 고문에도 일가견 있는 만능 세르펜스 선생에게 토스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프라시더스 공작님은 개미조차 가여워서 죽이지 못하는 분이시네! 그런 사람에게 고문이라니···.”
“리벨론 경, 자네는 정녕 사람인가?!”
“맞습니다, 저런 선하고 가녀린 마음씨를 가진 분에게 그런 잔인한 광경은 보여줄 수 없습니다!”
세르펜스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주변에서 더 난리다.
방금까지 고문의 주도권을 가지고 서로 싸우던 건 대체 어디 사는 누구였을까?
그들은 누군가를 고문하는 끔찍한 장면은 세르펜스처럼 순수한 사람에게 내보일 만한 것이 아니라며, 합심해서 열변을 토해냈다.
잔인한 광경이라는 건 둘째치고, 방금까지 마물들을 토벌하다 온 사람에게 개미조차 못 죽이는 사람이라니···.
‘아! 아니다. 개미는 못 죽이는 거 맞겠구나.’
어린 시절의 일도 있었으니, 그 얘기가 맞기는 했다.
‘대신 다른 걸 잘 죽여서 문제지.’
이대로 있으면 이번 일로 올라갔던 내 평가가 천하의 둘도 없는 개잡놈으로 다시 쓰일 위기에 놓였다.
나는 재빨리 입을 열어, 말을 고쳤다.
“아뇨, 저는 그냥! 의견을 물어본 거였습니다! 공작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입니다! 전 어디까지나 공작님의 보좌관이잖습니까? 이런 중대사를 저 혼자 정할 수는 없습니다!”
장내의 술렁거림이 가라앉았다.
그제야 모두 수긍이 가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음···, 저는 그런 건 잘 몰라서···. 그냥 다 같이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세르펜스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말하는 듯.
순진무구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무서운 소리를 내뱉었다.
‘세상에 다 같이할 게 따로 있지···.’
그럼에도 세르펜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흑마법사는 교단으로 이송되어, 그곳에서 황궁 최고의 고문 전문가와 교단 최고의 이단 심문관의 고문을 함께 받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양측에서 고문으로 내로라하는 권위자들이니만큼, 아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지 않을까?’
그의 처우가 결정되자마자, 자문회는 바로 파했다.
하지만 세르펜스는 더 자세한 보고를 하기 위해 황제를 따라갔고, 먼저 돌아가려던 나는 휴마누스에게 붙잡혔다.
“시온 경, 세피가 돌아올 때까지 잠깐 대화나 할까?”
밤을 새운 탓에 피곤하긴 했지만, 나에게 황태자의 권유를 거부할 권리는 없었다.
그를 따라 황태자 궁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하는 폐하와 함께하지 않으셔도 되는 겁니까?”
“아직 중요한 일들은 맡기려 하시지 않아서···. 그래서 내 이렇게, 시온 경을 데려온 것 아니겠나?”
휴마누스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사실 황제는 휴마누스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기보다, 위험한 일을 맡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에 더 가까웠다.
‘만약 정말로 아무 일도 맡기지 않았다면, 허구한 날 뻔질나게 공작저에 드나들었겠지.’
그가 황태자에 책봉되기 전까지 그러했다는 이야기를 공작저 사람들에게 들었으니 틀림없었다.
“시온 경은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대담한 구석이 있어. 흑마법사 둘을 상대로 태연하게 정보를 얻어낼 생각을 하다니.”
“전혀 태연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고요.”
“그래도 호신술 하나 익히지 못한 몸으로···. 굉장한 업적이야. 그것도 어머니의 영향인가?”
“아하하하···.”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시온의 어머니는 결코 강단 있는 여장군 스타일은 못 되었다.
“그보다 세피는 무슨 얘기 하러 간 거야?”
“저야 모르죠.”
어디서 은근슬쩍 묻고 있어?
이곳에 오기 전, 특히 휴마누스에게는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는 세르펜스의 당부가 있었기에 냅다 잡아뗐다.
물론, 나는 세르펜스가 어떤 얘기를 할지 알고 있었다.
암흑가와 악마숭배세력을 연관 지으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르니 그에 대한 조사를 자신이 전담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칫. 따지고 보면 세피가 나보다 동생인데, 아버지도 그렇고 다들 항상 나만 어린애 취급을 한단 말이지···.”
그건 아무래도 성격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차분하고 의젓한 세르펜스 옆에 혈기왕성하고 개구쟁이 같은 휴마누스를 붙여놓으면, 상대적으로 어린애 같아 보일 수밖에.
그보다···.
“동생이요? 두 분 동갑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긴 한데 내가 1월생이고, 세피는 12월생이라. 내가 태어났을 때 세피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거야!”
이 세계의 나이는 생일이 아니라, 1월 1일을 기점으로 한 살을 더해가는 식으로 계산한다.
11개월 차이면 말이 동갑인 거지, 실질적으로는 한 살 차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공작님이 12월 태생이셨습니까? 특이하네요.”
나이를 셈하는 방식 때문일까.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는 몇 개월 차가 크게 느껴지다 보니, 또래 보다 뛰어나 보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일찍 태어나는 편이 유리했다.
특히나, 귀족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더욱 도드라졌다.
‘촌 동네 귀족인 시온도 3월에 태어났는데···. 늦게 태어나도 남들보다 뛰어날 자신이 있는 핏줄이다 이건가?’
그 때문에 귀족 대부분의 생일이 연초에 몰려있어, 사교계에서 가장 바쁜 게 1~5월이다.
세르펜스는 항상 일 때문에 바쁜 탓인지, 그런 곳에 참가하기 싫어 차라리 일을 택한 것인지.
파티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자연히 나와도 관련 없는 일이었다.
“보좌관이나 되어서 상관의 생일도 모르는 건가? 12월 25일이니까 알아둬.”
“감사합니다,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생일이라니, 적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외우기 쉬웠다.
당연하게도 이 세계에 크리스마스가 있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잊어버릴 걱정은 덜었으니 상관없나?’
그러는 동안, 시녀가 홍차와 함께 3단짜리 트레이에 담긴 티세트를 내왔다.
맨 아래층부터 샌드위치, 스콘, 가장 위에는 조각 케이크 등이 올라가 있었다.
세르펜스도 아니고 그 보좌관인 나와 둘이 식사를 하기에는···.
‘아무리 휴마누스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해도 급이 안 맞긴 하지.’
뒤에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에, 식사 대용이 가능한 것으로 준비한 듯했다.
아마 세르펜스는 황제와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겠지.
생각했던 대로, 휴마누스는 편한 대화 상대였다.
나는 세르펜스에게도 누구보다 편하게 대하고 있기는 했지만, 역시 대화를 이끌어 나갈 때는 무엇보다 상대방의 호응이 중요한 법.
나와 휴마누스는 이런저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트레이를 한 칸씩 비워나갔다.
“그래서 일은 계속하는 건가?”
“···네? 그야 당연하죠?”
갑자기 이게 무슨 뜬금없는 질문인가 싶어, 휴마누스를 멀뚱멀뚱 쳐다보니 그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혹시나 이번 일 때문에 겁먹고 그만두는 게 아닌가 했는데. 음, 그래.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지!”
나야 세르펜스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느라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보통이라면 겁먹고 그만둘 수도 있는 상황이구나.’
하지만 조금씩 그에게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선, 세르펜스의 곁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모두의 미래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이다.
“에이~, 그 반대죠! 이런 일이 있었으니 오히려 제가 옆에서 도와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네 말이 맞다!”
나의 너스레에 휴마누스가 몹시 즐겁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자네, 진짜 마음에 드는데? 시온 경, 혹시 세피에게 잘리면 나한테 오는 건 어때? 아니다, 그냥 내 보좌관 할래?”
···갑자기 이게 웬 스카우트 제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