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425)
공작님, 회개해주세요!-426화(426/1105)
426회
65. 공작님과 주교님 (41)
마법진으로 사람을 옮긴다 함은 분명 게이트 마법을 말하는 걸 테다.
도두역에게 좀 더 캐물었더니,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파둔 땅굴이 있는데 그 안에 마법진이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대뜸 마법진을 타고 넘어가는 건 위험하겠지만···.’
게이트 마법은 반대편의 좌푯값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작동할 수 있다.
이는 곧, 마법진을 잘 분석하면 반대편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건요? 아는 거 더 없어요?”
“제가 아는 건 그게 끝이···.”
“없으면 말고요.”
나는 도두역의 말을 끊고, 윈스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윈스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두역의 목을 꺾었다.
도두역이 ‘컥!’ 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추욱 늘어졌다.
“볼 장을 다 보긴 했지만, 아예 끝장내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럼 됐고요.”
교단에 넘긴다고 도두역이 반성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죄의식을 느낄 것 같지도 않고.
악숭이들이 힘도 없으면서 교단의 성직자들을 납치하려 했고, 자신은 그 사이에 낀 피해자라고 생각할 게 뻔하다.
‘보나 마나 엄청 억울해하면서, 악숭이들을 씹고 뜯고 하겠지.’
그러니까 더더욱 교단에 넘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쌍하다는 감정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놈이 살려달라며 울고불고 매달리는 꼴을 안 봐서. 그것만이 유일한 다행으로 느껴졌다.
“일단 마법진을 확인하긴 해야 하는데, 다 같이 가기엔 짐이 너무 많고···. 심문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국경을 넘어서 그곳의 교단에 알리는 게 나으려나? 그런데 현장을 이대로 두고 가도 되는 건가? 교단 사람들을 이리로 불러오면 좋을 텐데···.”
나는 도두역에게서 눈길을 떼고, 빈 땅을 내려다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혼자 고민하는 것뿐이라면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었지만, 누군가 의견을 내줄 수도 있으니까.
“마법진 쪽은 제가 혼자 가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제가 먼저 가서 교단 쪽에 지원을 부탁할게요!”
세르펜스와 유지스가 거의 동시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고 나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유지스는 후드를 쓰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세르펜스는 위험하게 왜 혼자 움직이려 하느냐고 따지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녀석은 기어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세르펜스가 다녀오겠다고 한 곳이 훨씬 더 위험할 텐데도 말이다.
그런 세르펜스를 쳐다보며. 일행 중 유일한 마법사인 에드나가 ‘아주 xx를 한다.’라고 말하는 듯,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신관님께서도 마법진을 보고 싶으신가 봐요?”
“네, 네?!”
에드나가 과하게 놀라며 반문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당연히 그러겠노라 대답할 줄 알았는데.
내가 그녀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싶어 실망하려는 찰나.
“혼자서는 좀···.”
에드나가 불안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세르펜스를 대신해서 자신을 보내려 한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터무니없는 오해다.
근접전에도 약하고 기습에도 취약한 마법사를 어떤 위험이 있을 줄 알고, 혼자 보낸단 말인가.
“막내 신관님이랑 둘이서 사이좋게 다녀오세요.”
“아! 그런 거라면야 괜찮죠. 네, 알겠어요.”
에드나가 눈에 띄게 안심하며 대답했다.
반대로 세르펜스는 내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불만스러운 기색을 슬며시 내비쳤다.
어째서 흔쾌히 대답하는 거냐는 듯, 은근슬쩍 에드나를 흘겨보기까지 했다.
‘자기 혼자 다녀오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세르펜스 혼자 가는 것보다, 에드나를 데려가는 편이 낫다.
세르펜스가 앞에서 적들을 막는 동안, 에드나가 뒤에서 마법을 펑펑 쏴 대면 전투가 벌어져도 쉽게 끝낼 수 있을 거다.
‘어지간하면 녀석을 믿고 혼자 보냈을 테지만···.’
세르펜스는 어제 종일 말고삐를 잡고 걸어 다닌 데다가, 잠도 몇 시간 못 자고. 혼자 도적들과 검숭이를 상대로 싸우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평소라면 ‘제가 주교님과 함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녀석이, 혼자서 다녀오겠다고 말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나로선 걱정될 수밖에 없다. 한계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지친 게 틀림없다.
‘그리고 마법진 분석도.’
세르펜스가 준전문가 수준이라지만, 한평생 마법 외길 인생을 걸어온 에드나만큼은 아닐 거다.
혼자보다 둘이 더 빠를 것 같다는 이유도 있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에드나를 딸려 보내는 쪽으로 마음이 쏠렸다.
“지원 요청은 두 신관님이 돌아오고 난 후. 이단 심문관님과 큰 성기사님께서 다녀와 주세요.”
나는 절대 번복은 없다는 뜻으로 다른 안건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에드나가 돌연 ‘아!’ 하고 짧게 소리쳤다.
“마테리아 님의 그···, 그거. 저랑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해제될 텐데요?”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에드나가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라는 게, 유지스의 귀 모양을 바꾸는 마법을 지칭하는 말인가 보다. 마법을 마법이라 부르지 못하는 마법사의 모습이 안쓰럽다.
그런 안쓰러움과는 별개로.
“그럼 신관님께서 마법진을 보고 오신 후에, 이단 심문관님과 다녀오시면 되겠네요.”
일은 일이다.
세르펜스와 유지스가 혼자 가는 건 걱정이 되어서 사람을 붙여줬는데, 윈스톤을 혼자 보낼 수는 없다. 엄연한 차별이다.
그렇다고 베일을 붙여주자니, 없느니 못하다.
“···그래야겠네요.”
에드나가 생각하기에도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는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 자! 결정됐으니, 빨리 다녀오세요!”
세르펜스가 계속해서 눈빛으로 내게 무언의 신호를 보내왔지만, 나는 애써 못 본 체하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친하지도 않은 에드나와 둘이 어딜 다녀와야 한다는 게, 불편해서 저러는 걸 테니까.
대외펜스 버전이라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예의상 하는 틀에 박힌 질문만 몇 개 던져주면 그만일 텐데.
혹은 가끔 시선을 맞추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신관 프레이는 그런 성격이 아니니까, 어찌할 바를 몰라 낯을 가리는 거겠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결국 세르펜스는 아무런 불만도 입 밖으로 내놓지 않고, 내게 정중한 태도로 허리까지 굽혀 인사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 출발하자고 말하는 듯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에드나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오해했는지, 에드나가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굽혔다.
중간 과정이야 어쨌건, 두 사람은 도두역이 알려준 토굴을 찾으러 숲 속으로 향했다.
대략적인 위치와 방향을 듣긴 했으니, 안내자가 없어도 알아서 잘 찾겠지. 마법진이 있다니까 마력의 흔적을 추적해도 되고.
두 사람의 모습이 나무들에 완전히 가려지고 난 후, 나는 남은 일행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동안 저희는 플라가나 깨워보죠. 아까 그놈이나, 알고 있는 건 그게 그거일 것 같지만.”
“저는 상단의 마차 안을 제대로 조사해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유지스가 마차가 아닌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언제 마법이 풀릴지 모르니, 자신은 안 보이는 곳에 있겠다는 뜻이었다. 마차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윈스톤은 기절한 도두역을 원위치에 가져다 놓고, 깨어난 놈은 없는지 한 바퀴 빙 돌아본 후에 플라가를 데리고 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소득은 하나도 없었다.
플라가는 딱 도두역이 아는 수준만 알고 있었고, 상단의 마차에서 수상하다 할 만한 물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소득이 없는 건, 마법진 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반대쪽 게이트의 위치에 해당하는 내용만 쏙 빠져 있다나?
마법진이 발견될 것을 경계하여 일부러 빼놓은 것 같다고 했다. 아마 마법을 발동하기 직전에 채워 넣을 작정이었겠지.
에드나는 결과 보고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유지스와 말 하나를 같이 타고 펠로 왕국으로 향했다.
유지스가 작정하고 모는 말은 자욱한 흙먼지를 날리며,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졌다.
“그럼 이제 문제의 진짜 악마 숭배자만 남았는데···.”
도두역이나 플라가 같은 조무래기가 아닌, 전문 악숭이에게서 정보를 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단 심문관에게 고문을 당하면서도 쉽사리 입을 열지 않는 놈들이 악숭이란 놈들이다.
깨워서 질문한다고 대답해 줄 것 같지가 않다.
‘기다렸다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지.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심정으로 건드려 봐야 할지···. 그것이 문제로다!’
조금 갈등이 생기긴 했지만, 후자에 좀 더 마음이 쏠렸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편이 가능성이라도 잡아볼 수 있으니까.
유지스와 에드나가 교단 사람들을 데려오는 동안, 딱히 할 게 없다는 이유도 컸다.
슬슬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입맛도 없고 여기서 뭔가를 먹고 싶지도 않다.
도적들 때문에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마주쳤으면 서로 머쓱해질 뻔했다.
“검사들도 나름 악마 숭배자니까, 뭐라도 더 알고 있을 것 같긴 한데···. 가장 정보를 많이 아는 놈은 단연 저 흑마법사겠죠?”
“그럼 저자를 가져오면 됩니까?”
의견을 내 보라고 운을 뗐더니, 윈스톤이 다시 기절시킨 플라가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나는 아직 아니라는 뜻으로 손을 휙휙 흔들었다.
“한 가지 의문점이 있는데. 악마 숭배자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입이 더 무겁잖아요? 그리고 그 상위에 해당하는 놈들이 흑마법사고. 놈들 사이에도 암묵적인 등급이 나뉜 것 같긴 하지만···.”
내 말이 길어질 것 같다고 짐작했는지, 윈스톤이 플라가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마법사면 몸도 허약하고, 그러니까 고통에도 취약해서 살짝만 건드려도 나불나불 정보를 뱉어야 정상 아닙니까? 그런 고통을 다 참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마왕을 신봉하는 건가?”
“······.”
“그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몸을 쓰는 자들이 감각도 예민하여, 같은 자극에도 더욱 큰 고통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인내력입니다.”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윈스톤이었다.
보통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건 항상 세르펜스의 몫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녀석이 침묵해 버린 탓이다.
몸을 쓰든 마법을 쓰든 결국 수련은 수련이고, 인내력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니까. 결국 흑마법사들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역시, 세르펜스를 혼내야 하나?’
나는 일부러 단검에 맞아준 세르펜스를 노려보았다.
녀석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방금 내 질문에 침묵한 것도 지레 찔려서 그런 게 확실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술이 났다.
“그러고 보면 흑마법사가 아까부터 저를 스카우트하려고 안달복달하던데. 그걸 이용해 볼까요? 제가 일행들 몰래 풀어주는 척하며, 비전을 들어보겠다는 구실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고 떠보면···.”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세르펜스가 고개를 다시 내 쪽으로 돌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어차피 너랑 윈스톤이 옆에 숨어 있을 텐데 뭐가 문제냐, 세니어도 있지 않으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작은 위험쯤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녔느냐.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많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것은 한숨이었다.
‘내가 지금 애를 상대로 뭘 하려던 거야···?’
뒤통수를 후려맞은 듯한 충격이 엄습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