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493)
공작님, 회개해주세요!-494화(494/1105)
494회
67. 공작님과 계승자들 (22)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
줄곧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하던 윈발꾼이 결국 울화를 삭히지 못하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아무래도 나와 유지스의 대화를 가벼운 농담 따먹기 정도로 치부한 모양이다.
나름대로 ‘챈들러와 세라투 자작, 둘 다 교단의 적’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힌트를 준 거였는데.
“한 가지만 더 물어보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
“어라? 대답이 없으시네? 그래도 괜찮다는 뜻으로 알고 질문하겠습니다. 두 분께서는 누구의 편이시죠? 세라투 자작? 아니면 고결하고 위대하신 룩스메아 님?”
“그건 대체 무슨 질문입니까?”
“대륙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주인인 세라투 자작을 버릴 수 있느냐는 물음인데요?”
내가 무슨 그런 당연한 것을 질문하느냐는 듯 대답하자, 발꾼이들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런 발꾼이들에게 대답을 재촉하고자, 다시 한번 입을 떼려는 찰나.
갑자기 세르펜스가 내 옆에 쪼그려 앉으며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주교님께서는 설마 저자들을 이용하실 생각입니까?”
“세라투 자작의 부하를 첩자로 부릴 수 있으면 좋잖아요? 잘하면 세라투 자작의 약점을 찾을 수도 있고. 게다가 마침 저들이 맡은 임무가 첫째를 미행하는 일이니, 그를 감시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아닙니까?”
“주교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외람되오나, 과연 저자들이 현명하신 주교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세르펜스가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지만, 간단하게 줄이자면 ‘저놈들을 어떻게 믿고 일을 맡기지?’라는 뜻이었다.
‘그것도 그런가···?’
문득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라투 자작이 악마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얘길 꺼내면, 알아서 몸을 사릴 거라 생각했는데.
세라투 자작은 현재 혐의는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태다.
그 점을 이용하여, 세라투 자작에게 우리가 의심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된다면 세라투 자작은 악숭 세력에 접근하려던 걸 포기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겠지.
“그럼 막내 신관님은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저자들을 그냥 가둬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세르펜스가 시선을 떨구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자신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는 모습이, 괜한 소리를 해서 주교님께 미움을 산 것 같다며 후회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저 모습은 어디까지나 연기일 뿐이다.
세르펜스라면 내가 ‘발꾼이들을 이용한 첩자 작전’을 단념했다는 걸 눈치챘을 테니까.
– 짝, 짝, 짝, 짝.
나는 아주 느릿한 박자로 박수를 쳤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게 느껴졌으나, 애써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칭찬과 함께 사과해야겠군요. 막내 신관님께서 항상 제 의견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듯 보여서, 한 번 시험해 봤습니다. 그렇죠,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믿고 풀어주겠습니까? 하하하! 아주 잘하셨습니다.”
“제가 주교님의 시험을 통과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내 헛소리에 세르펜스가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연기를 선보였다.
설정 하나 잘못 잡아서, 참 고생한다.
“어? 진심으로 저 사람들을 이용하자는 의견을 낸 것처럼 들렸는데···. 내가 착각한 건가?”
어리둥절해하는 휴마누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내가 한 얘기가 ‘꼰대 주교가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하는 헛소리’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거다.
나는 그런 휴마누스에게 신경을 끄고, 두 발꾼이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아무튼 이용해 먹을 수도 없는 거, 다시 기절시키면 되려나?”
“그래도 영문도 모르고 잡혀 온 분들인데, 그 이유 정도는 설명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 혼잣말에 유지스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단순한 배려 차원에서 하는 말인지, 달리 계획이 있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이럴 땐 세르펜스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세르펜스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발꾼이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뭐, 딱히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이단 심문관님께서 그러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양보해 주셔서 고마워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유지스가 냉큼 다리가 부러진 베드 벤치에 앉았다.
덧붙여 세르펜스는 뾰로통한 표정을 꾸며내며 일어나, 내 옆에 바짝 붙어 섰다.
주교님을 위한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주교님이 양보한 것이니까 참겠다는 설정이다.
“세라투 자작은 오래전부터 악마 숭배 세력과 손을 잡기 위해 준비해 왔답니다. 그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유지스가 알았어도 몰랐다고 대답해야 하는 질문을 던졌다.
두 발꾼이들이 헛바람을 들이켜며 얼굴을 굳혔다. 그 표정으로 보아, 정말로 모르고 있었나 보다.
‘하긴. 이상한 명령을 받아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으니. 그냥 머리를 비우고 시키는 일만 했겠지.’
유지스는 발꾼이들에게 세라투 자작의 미심쩍은 면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서두부터 ‘준비해 왔답니다.’라고 단언하듯 말하더니, 이어진 설명들도 확신에 차 있었다.
결정적인 단서를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게 유지스가 설명을 마쳤을 때. 베발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주인님께서 저희더러 큰 도련님을 감시하라고 한 건···. 악마 숭배자가 나타나면, 큰 도련님보다 먼저 그자와 거래를 하기 위함이라는 뜻입니까?”
“네, 그렇답니다.”
“그런데 여러분께서는 그러한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
대화는 윈발꾼이 담당하기로 합의를 본 줄 알았는데, 베발꾼이 연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유지스의 입을 통해 알게 된 세라투 자작의 속내가 어지간히도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나저나 세라투 자작에게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면서, 우리에게는 참 잘도 질문한다.
목에 칼이 들이 밀어진 상태로도 잘 떠들어대는 걸 보면, 담이 보통 큰 게 아니다.
아니면 우리가 자신들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채서 저러나?
“당연히 제보를 받았으니까 알고 있죠. 참고로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비밀이랍니다.”
유지스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윈스톤을 바라보았다.
윈스톤은 망설임 없이 검을 검집으로 되돌렸다. 그러고는 발꾼이들의 얼굴에 긴장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놈들의 후두부를 후려쳐서 기절시켰다.
그런 윈스톤의 행동에 유지스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절시키라는 뜻으로 쳐다본 게 맞는가 보다.
“이제 보니 큰 성기사님도 눈치가 제법 좋으시네요! 그냥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게 기절시키라는 뜻인 줄은 어떻게 아셨대요?”
“자리에서 일어나시기에, 할 말이 끝났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만약 아니더라도 다시 깨우면 된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내 질문에 윈스톤이 여느 때처럼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윈스톤도 가만 보면 참···.
격조 있게 표현하자면 저돌적이고,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노빠꾸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성검의 주인]에서는 어둡고 꽉 막힌 성격으로 그려지곤 했는데···.’
그리고 악숭이들의 명령이나 타락펜스의 계략에 불만을 품긴 해도, 그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속에 윈스톤 개인의 판단 같은 건 없었다.
‘아마도 본래 섬기던 주군의 아들이 하는 행동에 반대하다가, 투기장에 팔렸던 트라우마 때문이었겠지.’
이제는 자신의 판단대로 움직이더라도, 버려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나 보다.
아주 잘된 일이다.
“어째서 저를 그런 표정으로 보시는 겁니까?”
“제가 뭘요?”
“마치···. 아무것도 아닙니다.”
윈스톤이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 순간 윈스톤의 고개가 살짝 움직였는데, 그 방향에는 세르펜스가 서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소심했던 아이가 밝아진 모습에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윈스톤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냥 좋아하는 세르펜스와는 다르게 윈스톤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하고 궁금증이나 풀어야겠다.
“그건 그렇고, 이단 심문관님께서는 어째서 저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고 한 겁니까?”
“그걸 설명하기 전에 방음을 철저히 하는 게 어떨까요? 오르덴 님께서 제대로 기절시켜두긴 했지만, 내부 고발자의 신변 보호는 몇 번이나 주의를 기울여도 부족하답니다.”
내 질문에 유지스가 아니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마는 에드나가 부탁드린다고 얘기하고 나서야, 방음 마법을 펼쳤다.
푸른빛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막이 발꾼이들 주변을 감싸는 것을 보며, 나는 고찰했다.
‘이제 발밑에 깔려 있지 않은데, 놈들을 계속 발꾼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건가?’
어차피 속으로만 부르는 거니까 괜찮을 것 같다.
새로운 별명을 붙여 주기도 귀찮고.
“르웰 님께서 진작부터 저희와 협조하고 있었다는 증인을 만들어 두기 위해서랍니다.”
“그래서 제보자니, 내부 고발자니 하는 말씀을 하신 겁니까?”
“네, 저희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 준비해 놓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준비해 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
유지스의 얘기에 세르펜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머리 좋고 준비성 철저한 사람끼리만 통하는 게 있나 보다.
“그보다 휴마누스 님. 아까 프레이 님이 오시면 말씀하겠다던 얘기가 있지 않았나요?”
“···그거 계속하는 거야?”
유지스의 말에 휴마누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대답하며, 기절한 발꾼이들이 널브러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발꾼이들을 기절시킨 거로 모자라, 방음 마법까지 펼치게 해 놓고 연기를 계속하는 것에 의문을 느낀 거다.
“그래야 휴마누스 님과 일행분들께서 저희의 역할에 익숙해지지 않겠어요?”
“맞습니다. 저희가 무슨 대사를 할 때마다, 매번 그렇게 벙찐 표정을 지으면 얼마 못 가 들킬 겁니다.”
“아! 특히 의자 다리를 잘랐을 때, 정말 심각했죠.”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갑자기 칼이 휘둘러졌으니, 당황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성검의 주인께서는 당황하는 정도를 넘어, 완전히 넋 나간 표정을 지었잖습니까?”
유지스와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으니, 휴마누스가 몹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수발을 든다면서 멀쩡한 의자 다리를 자르는 사람이 어딨어!”
“휴마누스 님께서 아무리 제국의 황태자이시며, 성검의 주인이라고 한들. 오늘 처음 만난 주교님께 반말을 쓰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세르펜스가 신관 프레이의 설정에 걸맞게, 미간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말했다.
안 그래도 억울함 가득했던 휴마누스의 표정에, 이제는 배신감까지 더해졌다.
“너···, 나한테도 그렇게까지 극진하게 대한 적 없는 거 알아? 매일 입으로만 황태자 전하라 부르며, 예의를 갖추는 척 거리를 뒀잖아!”
“앞으로는 예전보다 더욱 극진하게 예를 갖추시길 바라십니까?”
“아니!!”
그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