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5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50화(50/1105)
50회. 공작님과 취미 활동 (4)
“원래 검술은 적의 움직임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고들 하지. 그런 점에서 시온 경은 최고의 재능을 타고난 거야!”
휴마누스가 눈을 빛내며 감탄하듯 말했다.
‘뭐래? 10년 넘게 세르펜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본 인간이?’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이 확연히 뒤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그의 검술은 아직 시작조차 못 한 모양이다.
어이가 없어서 입을 떡 벌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한 줄기의 청아한 음색이 귓가에 날아들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생각 같습니다.”
“거 봐, 세피도 내 말이 맞대잖아!”
예의상 휴마누스에게 살짝 웃어 보이고, 곧장 세르펜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쁘지 않다니, 무엇이 말입니까?”
“리벨론 경께서 검술을 익히는 것 말입니다.”
어째서 세르펜스가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세르펜스라면, 내가 정말 그의 검을 보고 느낀 감상을 말한 것이 아니란 것쯤은 눈치챘을 줄 알았는데?
“저번 세미타 거리에서의 일도 있고···. 마침 재능도 있으시다는 모양이니, 호신이 가능할 정도만이라도 배워보심이 어떻습니까?”
세르펜스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사근거리는 투로 말했다.
“재능이라니, 그딴···. 그런 건 없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도 저리 보장해주시지 않았습니까? 자신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소심펜스가 내게 저런 말을 할 줄이야.
어이가 다 없었지만, 그의 말 속에서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저 녀석, 확실히 눈치 깠어.’
그 증거로, ‘있으시다는 모양’이라든지 ‘전하께서도 보장’이라던가.
말 속에 자신을 교묘하게 쏙 빼놓고 있었다.
이건 분명 내가 또 어디선가 컨닝 비슷한 걸 했음을 눈치채고 하는 말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은연중에 내포하는 말을 함으로써,
‘다 알고 하는 말이니, 빠져나가려 해봐야 소용없다.’
···라는 뜻을 나에게 전달하고 있는 거다. 세르펜스어 마스터로서 확신한다.
이 생각이 맞는다는 것에 내 방에 있는, 한스의 방과 이어진 비밀 통로도 걸 수 있다.
‘···정말 누가 좀 떼어 가 줬으면 소원이 없겠네.’
비밀 통로든, 숨겨진 방이든 이젠 아주 지긋지긋했다.
* * *
이미 예상했던 대로, 나는 거부권을 박탈당했다.
휴마누스와 프그누토 백작의 눈앞에서 감히 세르펜스에게 하기 싫다고 떼를 쓸 수 없는 노릇.
그 때문에 그들이 돌아간 이후, 다시 한 번 결사반대를 외쳤으나 그조차 무용했다.
‘나라고 강해지고 싶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닌데.’
세르펜스가 언급했던 대로, 세미타 거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내가 절박하게 그에게 매달려야 했다.
‘그런데도 내가 거부하고 있는 이유는···.’
[성검의 주인]의 설정에 따르면, 마나 혹은 오러를 다루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세 전후에는 그 그릇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그래야 몸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그릇이 몸 안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이유.
‘물론 그릇을 만들어 놨다고 무조건 오러를 다룰 수 있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하지만 이후에라도 오러를 깨우칠 수 있느냐에 대한 가능성 여부는 상당히 중요했다.
만일 때를 놓쳐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면···.
‘최소한 강대한 근골을 타고나, 오러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어야 검을 배우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니면 세르펜스나 휴마누스처럼 오러를 대체할 수 있는 신성력을 타고났거나.
물론 시온의 육체는 그 어느 것도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 외에는 그냥 건강을 위한 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늘부터 필사의 노력을 하더라도, 다가올 재앙을 생각하면···. 글쎄?
‘그 시간에 돈을 벌어, 스크롤이라도 한 장 더 사는 게 훨씬 이롭지 않을까?’
그럼에도 휴마누스가 헛된 가능성을 느낀 것은, 내가 세르펜스의 움직임을 모두 확인 가능한 동체 시력을 갖췄다고 착각해버린 탓이다.
게다가 검술에 조예가 전혀 없으면서도 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방까지 내렸으니···.
상대의 공격을 예측하고 피하는 기예라도 보이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 게 아닐까 한다.
‘닥치고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 건데···!’
입을 가볍게 놀린 내가 잘못한 거다.
하지만 세르펜스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째서 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상기의 이유를 들어가며 끈질기게 설득했음에도, 그는 요지부동의 태도를 보였다.
“혹시···, 공작님께서 직접 가르치실 생각은 아니시죠?”
반쯤 포기하는 심정으로 그리 물으니, 세르펜스가 여유롭게 승리자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침 시간적 여유도 있으니,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그 시간은 공작님 본인을 위해 쓰시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검술을 배우는 것까지는 양보하겠지만, 그건 정말 아니었다.
‘가끔 훈련을 봐주는 정도라면 모를까. 처음부터 옆에 붙어 차근차근 가르친다?’
그를 흠모하는 수많은 검사가 나를 고깝게 여길 것이 분명했다.
당장 저택의 기사들이 ‘네가 뭐길래, 감히?’를 외치며 결투를 신청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가르치는 쪽이 당신에게도 더 이로울 텐데도?”
“그야 그렇겠죠. 공작님 실력이야 모두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럼 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표정을 지으니, 세르펜스는 어째서인지 해맑은 미소로 답한다.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린다.
“당신이 기사나 병사들의 훈련에 동참하고 싶으시다면야, 뭐.”
경종이 점차 구체화하더니, 기상나팔 소리로 변했다.
‘이런 잔인무도한 서스펜스!’
이전에 세르펜스와 함께 병영에 들렸을 때, 열심히 굴려지던 그들을 보고 내가 보좌관이라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나 보다.
“반드시 공작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기왕 배울 거라면, 역시 최고와 함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주 훌륭한 판단입니다.”
뭐가 되었든, 군대를 두 번 가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래도 억울한 마음에 원망에 찬 시선을 보내니, 세르펜스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해사하게 웃었다.
“이제 당신과 저. 모두 새로운 취미가 생겼으니, 잘 되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개─, 운한 표정으로 하실 소립니까?”
필사의 인내심으로 ‘개소리야!’라는 뒷말을 급선회했다.
그가 대체 어째서 이런 의미 없는 일에 집요하게 매달리나 했더니, 말 그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였나 보다.
“아무 의미 없는 행위라고 뭐든지 취미가 되는 건 아닙니다. 즐거워야 취미지!”
“으음···.”
“제대로 된 취미를 함께 찾아봐 드릴 테니, 이건 없었던 일로 합시다. 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재밌을 수도 있잖습니까? 귀족 중에서도 취미로 검술을 익히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세르펜스의 말도 어느 정도는 맞았다.
실전에서 쓸 생각은 없지만,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아서, 혹은 멋 내기용으로.
거기다 여차했을 때는 구명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고위급 남성 귀족들은 대부분 검술을 익혔다.
비단 남성 귀족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간혹 여성 귀족 중에서도 취미로 검술을 익히는 경우가 있다고도 하니, 이 세상에서 검술은 상당히 보편적인 취미가 맞긴 했다.
‘그래도···.’
세르펜스는 천재잖아?
보통 천재라 하면 중간 과정 없이 해답을 바로 도출해내고, 그것을 못 하는 이들을 보며 답답해하고.
그런 이미지이지 않은가.
‘가끔 세르펜스가 기사들의 검을 봐주는 걸 보면···.’
어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기초와 재능이 뒷받침된 그들과 난 달랐다.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신혼부부도 운전을 가르쳐주다 보면, 서로 답답해하며 싸우기 마련이다.
‘하물며 부하 직원인 나는 일방적으로 신나게 갈궈지겠지.’
물론 편견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성검의 주인]에 나오는 또 다른 천재.
‘아니마 프루이토, 적어도 그녀는 그러했지.’
그녀에게는 당연한 것들이나,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자신의 기준에서는 너무나도 간단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타 마법사들을 의아하게 여겼다.
『 “으응? 이렇게 쉬운 걸 왜 못하죠? 이상하네···.” 』
그녀가 어린 시절, 생각 없이 내뱉었던 그 한마디.
그로 인해 탑의 마법사들은 그녀가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짙은 패배감에 젖어, 질투와 적개심을 품었다.
하지만 마탑주의 손녀인 그녀에게 직접 해코지할 수는 없으니, 그녀를 밀어내고 배척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느끼고, 점차 나태해지기 시작했지.’
그러나 단 한 명. 그녀의 이해자가 있긴 있었다.
어쩌면 아니마가 세르펜스의 전차를 밟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이해자 덕분일지도 모른다.
아니마를 따돌리는 대신, 그녀와 같은 눈높이에 서기 위해 노력하던 이가.
그녀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친자매처럼 옆에서 지켜봐 주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래···. 있[었]다.’
이해자의 죽음으로 인한 분노가 성장의 발판이 되어, 나태하던 그녀는 달라진다.
이 거지 같은 ‘시발검의 주인’을 쓴 작가는 천재를 괴롭히는 악취미를 가진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튼, [성검의 주인]에 이런 선례가 있었다.
그런 만큼 세르펜스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답답해서 며칠 만에 그만두실걸요?”
“···그 정도로 절망적인 몸치인가?”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세르펜스의 기준에서는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굳이 정정은 하지 않았다.
* * *
어디까지나 취미로 하는 것으로 못 박아 두었기에, 세르펜스의 새벽 훈련에 끌려나가는 사태는 막아낼 수 있었다.
‘검술을 배우는 것은 내 근무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가 일찍 끝났을 때.’
이것이 정해진 룰이었다.
연습용으로 쓸 목검과 훈련복은 공작저의 비품에서 가져왔으므로, 내가 검을 배우게 된 사실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심지어 세르펜스의 개인 연무장에서 배우는 것으로 결정 났으니, 이제 눈총을 사는 일만 남았구나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어째서인지 기사와 병사들이 몹시 기뻐한 것이다.
그것에 대해 병영 쪽에서 일하는 시종을 붙들고 슬쩍 물어보니, 나온 대답이 너무 공감이 가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공작님께서 찾아오시면 평소보다 훈련 강도가 심해지거든요. 그러면서 실수했다간 나중에 단장님께 단체 얼차려를 받으니···. 그 외에도 신경 쓸 것이 많아서 그러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역시 그곳은 군대와 다름없는 장소였다. 내 선택은 옳았다.
옷을 갈아입고 세르펜스의 연무장으로 향하니, 평소와 다름없는 차림의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프그누토 백작을 상대로 땀 한 방울 안 흘린 것을 떠올리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일단은 기초 체력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세르펜스의 그 말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통해 근력을, 제자리멀리뛰기와 전력 질주를 통해 순발력을 확인받았다.
거기에 왕복 달리기를 하며 지구력을 쥐어 짜냈다.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들어질 때까지 달려야만 했다.
체력이 고갈되어 바닥에 드러누운 나를, 세르펜스는 기어코 자리에 앉혀놓고 등을 꾹 눌러 유연성 테스트까지 완료시켰다.
이건 완료한 게 아니다. 강제로 시킨 거다.
“이 정도면 평균에서 살짝 미달한 정도인가···. 생각보단 괜찮군.”
정작 나는 완전히 기진맥진해져서, 안 괜찮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