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557)
공작님, 회개해주세요!-558화(558/1105)
558회
70. 공작님과 함정 (5)
세르펜스가 상체를 뒤로 젖혀 악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검에 더 많은 양의 신성력을 밀어 넣었다.
검에서 신성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자, 여성체 악마가 검날을 놓치며 뒤로 물러났다.
세르펜스가 상체를 바로 세우며 곧장 검을 휘둘렀다.
검에 맺혔던 신성력이 고스란히 여성체 악마를 향해 쏘아졌다. 악마는 이번에도 하늘 높이 도망쳐 버렸다.
‘저 날개 진짜 거슬리네!’
악마는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하늘로 도망쳐 버리는 반면, 세르펜스와 휴마누스는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했다.
또한,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두 악마는 서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 탓에 세르펜스와 휴마누스는 눈앞의 악마에 집중하지 못하고, 두 명의 악마를 모두 신경 쓰며 싸워야만 했다.
하늘로 올라간 여성체 악마가 마기를 구 형태로 뭉쳐 손을 털어내듯 가볍게 던졌다.
그것은 남성체 악마의 어깨를 노리고,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나가던 성검에 부딪혔다.
검 끝이 흔들렸다. 휴마누스의 찌르기 공격은 고작 악마의 옷가지를 조금 찢는 정도에서 그쳤다.
남성체 악마는 이를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성검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활짝 열린 휴마누스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러고는 휴마누스를 향해 원반 형태의 마기를 던졌다.
휴마누스가 비틀거리면서도 그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여성체 악마는 자신이 던진 마기가 불러올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손톱을 세우며 세르펜스를 노리고 강하했다.
세르펜스가 검을 들어 그 손톱을 쳐내려는 찰나.
휴마누스가 회피한 남성체 악마의 공격이 세르펜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처음부터 휴마누스가 피할 것을 예상하고 시도한 공격이 분명하다.
‘이래서야, 실질적으로 2 대 1로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 아냐?’
여성체 악마의 손톱이 세르펜스의 목을 뜯어낼 듯 휘둘러졌고, 남성체 악마가 쏘아낸 마기가 세르펜스의 허리를 끊어낼 듯 쇄도했다.
나는 초조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세르펜스가 검으로 여성체 악마의 공격을 막아내며, 왼팔에 신성력을 둘렀다. 그리고 그것을 방패 삼아 남성체 악마가 쏘아낸 마기를 방어했다.
“큭···.”
소매는 완전 넝마가 되어 버렸고, 드러난 팔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여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닌지 세르펜스가 이를 악물며 얕은 신음을 흘렸다.
뜬금없이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제온에게 정체를 들켰던 날. 세르펜스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흐느껴 울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그때 녀석이 느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예리하게 빛나는 세니어의 검날이 오늘따라 한없이 무뎌 보인다면. 그것은 검을 쥔 내가 한없이 무력하기 때문이겠지.
‘저 악마들이 원래는 내년에 소환될 예정이었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아니, 그걸 고려하면 더 곤란한 거 아니야?’
만약 악마들이 서로 연계하지 않았더라면, 애를 먹었을지언정 저토록 위태롭게 싸우지는 않았을 거다.
자꾸만 하늘로 날아오르는 탓에 전투가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렇기에 동료들이 악숭이 처치를 끝내고 힘을 보탰을 테니, 세르펜스와 휴마누스는 수월하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더 강한 악마가 소환된다는 걸 생각하면···.’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세르펜스가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그 또한 인간이다.
성검의 주인도 아닌 그가 언제까지 악마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만약 따위를 가정할 필요도 없다.
언젠가 고위급 악마가 등장하게 된다면, 세르펜스 혼자서는 당해낼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 순간이 조금 이르게 찾아왔을 뿐이다.
정신적으로는 한없이 여린 녀석이지만. 무력적으로는 언제나 강한 모습만 보여왔던 그였기에.
위태롭게 싸우는 세르펜스의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더니 조금. 아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나가는 동안.
악숭이들은 거의 절반 정도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포위망을 구축하는 대신 저들끼리 모여 방어 전술을 펼쳤다.
우리 일행이 악마와 싸우는 두 사람을 돕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게 목적인 듯하다.
그리고 세르펜스는 남성체 악마를. 휴마누스는 여성체 악마를 상대하고 있었다.
대체 상대 교체를 몇 번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다.
휴마누스가 여성체 악마의 공격을 방패로 걷어내며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여성체 악마가 날개를 펄럭여 뒤로 물러나다가 가볍게 발을 굴러 높이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남성체 악마와 싸우는 세르펜스의 머리 위를 지나쳐 착지했다.
어딘가 익숙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아까는 세르펜스와 남성체 악마가 일직선상에 있었고, 그 사이에 여성체 악마와 싸우는 휴마누스가 끼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다.
‘또 상대를 바꿔서 싸울 생각인가?’
세르펜스가 자신의 목을 노리는 남성체 악마의 손톱을 피해냈다. 이어서 놈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남성체 악마가 뒤로 빠졌고, 세르펜스는 곧바로 측면에서 들어올 여성체 악마의 공격을 대비했다.
여성체 악마는 세르펜스와 눈이 마주치자,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내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손톱 끝에 맺힌 마기가 급속도로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리에나 님! 저쪽!”
내 외침에 리에나가 급하게 결계를 펼쳤다.
세르펜스는 세르펜스대로 사색이 되어 여성체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놈들의 목적이 제 죽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
남성체 악마가 무방비 상태가 된 세르펜스의 목을 노리고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여성체 악마의 손끝이 어느새 세르펜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르펜스도 이 상황을 인식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방비를 하기엔 이미 늦었다.
갈고리처럼 생긴 손톱이 검은빛을 번뜩이며 세르펜스의 목에 틀어박히려는 순간.
크기를 한껏 키워나간 마기의 구체가 세르펜스와 충돌하려는 찰나.
휴마누스가 세르펜스를 밀쳐냈다.
그 와중에도 휴마누스는 방패를 들어 남성체 악마의 손톱을 막아냈다.
그리고 여성체 악마가 쏘아낸 마기의 구체는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냈다. 용사의 무구가 된 갑옷의 방어력에 의존한 무모한 전략이다.
– 콰앙!!
마기의 구체에 직격당한 휴마누스가 그 충격으로 몇 미터나 날아갔다.
“휴마···누스···?”
세르펜스가 멍한 표정으로 얼떨떨하게 휴마누스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휴마누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성검 일행도 놀라서 휴마누스의 이름을 비명처럼 내지르며, 휴마누스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내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휴마누스를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건, 그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아는 거다.
진정으로 그의 안전을 위한다면, 악숭이들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악마들과의 싸움에 가세해야 했다.
푸로르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괴성을 지르며 적들을 찢어발겼고, 아니마가 인상을 구기며 마법진을 전개했다.
리에나는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고 악숭이와 싸우는 동료들을 지켜보는 한편. 초조한 표정으로 휴마누스가 쓰러진 방향을 힐끔거렸다.
신성력을 날려보내 휴마누스를 치료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먼 탓이다. 그렇다고 자리를 이탈했다가는 또 다른 위험이 생길지도 모르니.
“어떡해, 레이오! 내가 성검의 주인을 먼저 죽여버렸어!”
“진정해, 레이아! 그냥 기절한 것뿐이야! 게다가 죽었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세르펜스 프라시더스’까지 죽여버리면 문제 될 것 없잖아?”
“그렇네! 정말 레이오는 천재야!”
악마들이 묘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절한 휴마누스를 내버려 둔 채 세르펜스를 향해 손톱을 세웠다.
* * *
◆
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모두가 함정에 빠졌다.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내 자만심이 모두를 위험에 빠트렸다.
휴마누스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는 것조차 버겁다.
그럼에도 상상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 괴롭다.
선우는 악마들의 장난감이 되어 내가 어릴 적 당해왔던 것보다 더한 고문들을 겪게 될 거다.
연약한 몸으로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선우가 아무리 강인한 정신을 지녔다고 한들, 그는 일반인이다.
모진 고문 앞에서는 모래로 만든 성처럼 스러져버릴 것이 명료했다.
무자비하고 거친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 무엇도 남지 아니할 것을.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선우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그리하여 나를 원망한다면. 나에게 자신이 아는 미래를 알려준 것을 후회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나는 이 와중에도 나 자신을 걱정하는 건가?’
이렇게나 이기적인 나를 어떻게 이기적이지 않다고 말해줄 수 있는지. 가끔은 선우가 이해되지 않는다.
나로 인해 위험에 빠진 건 선우뿐만이 아니다.
유지스에게 세계수의 맹약을 어기도록 강요하여 다크 엘프로 만들지도 모른다. 혹은 그릇으로 삼아 악마를 소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악마 숭배 세력은 그녀를 이용하여 아르케 왕국을 무너트릴 것이다.
윈스톤 경은 선우가 읽었다던 책 속에서 그러했듯. 모든 인격을 무시당하며, 악마 숭배 세력의 꼭두각시로 부려질 것이 자명했다.
베네볼렌 씨가 사로잡힌다면, 성검 일행의 마법사가 느끼게 될 감정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자는 나와 마찬가지로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소중한 이가 바라는 대로 이 대륙을 지키는 대신 소중한 이를 영원히 잃을지.
소중한 이에게 원망을 들으며, 죄업을 짊어지고 이 대륙을 망가트리는 일에 동참할지.
그렇기에 휴마누스가 나타났을 때, 나는 안도했다.
그를 껄끄럽게 여겼던 과거가 무색하게도 반가움을 느꼈다. 희망을 보았다.
‘그랬는데···.’
또다시 나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손에 들어왔던 희망이 달아나 버렸다.
나를 구하기 위해. 나를 대신하여 휴마누스가 악마의 공격을 받아냈다. 다행히도 치명상은 면한 듯하나 정신을 잃었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다.
이제는 휴마누스와 그의 동료들까지 위험에 빠졌다.
목구멍에 걸린 숨이 오도 가도 못하며 숨통을 틀어막았다. 간신히 숨을 삼켜도 괴로움은 해소되지 않았다.
마치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 같다. 귀가 먹먹하고 공기가 아닌 차디찬 물이 폐 속에 들어찬 듯하다.
그때 악마들이 주고받는 말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렇게 멍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휴마누스는 단지 기절했을 뿐이다. 그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내가 버텨야 한다.
버틸 수만 있다면 달아났던 희망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내가 그르친 일이니, 내가 바로 잡아야 한다.
‘할 수 있을까?’
악마의 공격을 피하고 검을 들어 반격한다.
육신에 새겨지다시피 한 익숙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익숙하지 않았다.
악마는 내 검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표정으로, 손을 뻗어 내 목을 틀어쥐는 것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나는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내 목을 틀어쥐려는 악마의 손이 허공을 붙잡았다.
그리고 검면을 내리쳐서 그 궤도를 바꾸려던, 또 다른 악마의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한 악마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다른 악마는 마기의 응집체를 쏘아내며 내게 날아들었다.
언뜻 보면 원반처럼 생긴 모양새지만, 뾰족한 톱니가 빠르게 회전하며 만들어 낸 잔상에 불과하다.
조금 전 저것을 막아냈던 왼팔이 아직도 저릿저릿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왼팔에 신성력을 둘러 마기 응집체를 막아내는 한편. 검을 휘둘러 악마의 손톱을 걷어내듯 쳐냈다.
악마의 팔이 젖혀지며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뻔한 수작이다.
나는 검을 내지르지 않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하늘 높이 올라갔던 악마가 온 체중을 실어 검에 부닥쳐왔다.
양손을 동원해야 가까스로 버틸 수 있는 충격이 덮쳐왔다. 이를 악물고 검을 살짝 비스듬히 기울여 그 무게를 흘려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몸을 뒤로 빼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구리를 훑고 지나가는 악마의 손톱을 완벽하게 피해 내지는 못했다.
꽤 깊이 베인 듯하다. 내버려 둔다면 움직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신성력으로 상처를 치료하며 검을 휘둘러 다시금 날아온 마기 응집체를 쳐냈다.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버티는 게 가능은 할까?’
곁눈질로 휴마누스를 살펴보았지만, 아직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휴마누스의 손에 들린 성검이 눈에 들어왔다.
휴마누스가 기절한 후. 악마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떠올랐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신체 내부에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나는 들고 있던 검에 신성력을 가득 담아, 가까이 다가온 악마를 향해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성검을 향해 달려갔다.
성검 따위 원하지 않는다.
내 인생을 통틀어 단 한순간도 그것을 원한 적이 없다.
그것은 언제나 내 삶을 휘둘렀고, 나는 그것에 휘둘렸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그것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무모한 짓이라는 건 안다.
이제까지 저지른 실수와는 비교조차 불가할 정도로 어리석은 판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떠오르는 돌파구가 없었다.
나는 성검을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