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56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561화(561/1105)
561회
71. 공작님과 성검 (3)
휴마누스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놀란 것일까?
성검펜스는 휴마누스에게 의심에 찬 시선을 던지며, 그에게서 몇 발짝 떨어졌다.
“설마 폐하께서도···? 하지만···, 으음···.”
성검펜스가 되다 만 문장을 중얼거렸다.
그는 휴마누스가 신성력을 쓰는 걸 보고 경계를 늦췄다. 그러니 ‘하지만’ 뒤에 올 말은 ‘신성력을 썼는데.’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반면에 ‘폐하께서도’ 뒤에 올 문장은 감도 못 잡겠다.
아주 중요한 문장인 것 같은데. 제발 말을 끝까지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바마마께서 왜?! 그러고 보니 아까도 아바마마께서 이곳에 와 계신다고 말하지 않았어?”
성검을 찾는 건지, 제 아버지를 찾는 건지. 눈새눈새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질문했다.
나는 눈새눈새가 성검펜스에게서 유의미한 정보를 끌어내길 응원하며, 일단 들고 있던 세니어를 검집에 넣었다.
어차피 세니어는 세르펜스를 상대로는 발동하지 않는다.
그 증거로 나를 보호하던 결계는 진작 걷혔고, 버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선황께서는 돌아가셨잖습니까?”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셨다는 얘기는 소문으로도 들은 적 없어. 이상한 농담하지 마.”
불시에 패드립을 당한 눈새눈새가 인상을 팍 찡그리며 말했다.
한 번만 더 그딴 소리를 하면 화낼 거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다치신 건 괜찮습니까? 혹, 머리를 크게 부딪혀서 기억에 손상이 생겼다거나···.”
“막 깨어났을 때는 머리가 조금 띵하긴 했지만, 기억은 멀쩡해.”
휴마누스는 악마의 공격에 당해 기절할 정도의 물리적 충격을 받았고, 몸이 붕 떠서 몇 미터나 날아가다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깨어났을 때 머리가 띵한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성검펜스는 다른 쪽으로 해석한 모양이다.
완전히 의심을 거둔 것 같지는 않지만, 휴마누스를 바라보는 성검펜스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옅어졌다.
아무래도 휴마누스가 머리를 다쳐서 일시적 기억상실 증상을 보인다고 판단했나 보다.
‘그런데 지금은 휴마누스보다, 자신의 기억을 먼저 의심해 봐야 할 상황 아니야?’
성검펜스의 기준에서 현 상황을 바라보자면 이상한 일투성이다.
갑자기 두 명의 악마와 싸웠고, 주변에는 악숭이들의 시체가 즐비하며, 휴마누스가 그를 애칭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
신중한 세르펜스라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을 거다.
‘그러고 보면 휴마누스가 녀석을 부르기 전까지,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상해.’
단순히 성검펜스 자아가 제대로 몸에 적응하기 전이라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를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 문제는 내 부상이 아니잖아! 너 진짜 이상한 거 알아? 부상을 방치하질 않나, 느닷없이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질 않나, 내가 검을 잃어버렸다는데 아무런 반응도···.”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성검펜스가 눈새눈새의 말을 잘라냈다.
그 목소리에서 우울과 짜증이 느껴졌다.
적(?)을 눈앞에 둔 이 긴급한 상황에, 어째서 이딴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혹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라는 듯이.
‘감정을 숨기는 것쯤은 세르펜스에겐 이골이 난 지 오래일 텐데···?’
선택의 날이 오기 전. 내가 세르펜스를 만났던 그 시점에, 녀석의 연기는 이미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
경험치로 따지자면 더 우위에 있어야 할 성검펜스가 짜증을 고스란히 드러내다니.
부정적인 감정의 편린이 우울의 파도에 떠밀려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아니면 감정을 숨기는 것조차 하지 못할 만큼 녀석이 지친 것인가.
성검펜스는 감정을 숨기는 데 서툴러 보였다.
한데도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
‘이해도의 문제겠지.’
나는 성검펜스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어째서 저 녀석이 저렇게 우울해하는지. 지쳐 있는지. 그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는 성검펜스의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 나중이 언젠데! 난 지금 당장 설명을 들어야겠어!”
눈새눈새가 아주 시의적절한 의견을 주장했다.
나는 눈새눈새가 이 모든 의문을 풀어줄 열쇠라고 굳게 믿으며, 성검펜스를 차분히 관찰했다.
“하아···.”
성검펜스가 짜증스레 한숨을 내뱉었다.
어째서일까? 그런 성검펜스의 표정이 세르펜스의 우는 얼굴과 조금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휴마누스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조차 나지 않는다는 어조로 물었다.
어찌 보면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성검펜스가 미치기라도 한 줄 아나 보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한 게, 성검펜스는 멀쩡히 살아있는 우리를 가리켜 ‘살아있지 않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니 휴마누스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저들은 인형술사, 아니마 프루이토의 장난감입니다.”
성검펜스의 말에 모두가 반사적으로 아니마를 쳐다보았다.
아니마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로 에드나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스태프를 꽉 움켜쥐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성검펜스가 자신들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으니. 자신과 에드나에게 해를 끼칠 것 같으면 반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에드나는 에드나대로, 아니마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인형술사.
그 단어와 아니마의 이름이 나란히 언급되자, 엘로윈 보육원에서 에드나가 또또···가 아니라. 리빙 데드를 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에드나는 리빙 데드가 ‘아니마와 함께했던 인형 놀이 마법’에서 파생된 것이라 말하였다.
하지만 아니마는 [성검의 주인]에서나 지금이나 성검 일행이었다. 아니마가 에드나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마법을 악숭 세력에 넘겼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마탑의 마법사들 중 악숭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랬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