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65)
공작님, 회개해주세요!-65화(65/1105)
65회. 공작저에 찾아온 손님 (4)
“그, 그런 거 아냐!”
“아니라면 대체 뭔데!”
내가 진짜 네 가족이 아니라서 그랬다고는 말할 수 없다.
믿는다 해도 그 이후가 문제겠지만, 그냥 이대로 연을 끊고 싶어서 하는 개소리로 치부 당할 것이 자명하다.
“···걱정돼서 그랬어.”
“뭐가? 우리가 작은 형에게 들러붙어서 사고라도 칠까 봐? 그래서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그래?”
“우선 진정하고. 차분하게 앉아서 얘기하자.”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제온을 반쯤 강제로 의자에 앉혔다.
저항감이 전혀 없는 거로 보아, 그 또한 이대로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적당히 이해할 수 있는 변명이라면 마지못해 용서해 줄 것 같았다.
‘시온 녀석, 정말 화목한 집안에서 태어났구나.’
우리 가족도 참 좋은 사람들인데···.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니까, 그게···. 이건 비밀이니까 너만 알고 있어. 가족들에겐 얘기하지 말고.”
그 말에 무언가 심각성을 느낀 걸까. 불퉁하던 제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살짝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외면하고 있던 그의 시선이 온전히 나에게 향했다.
“몇 달 전, 수도의 귀족가 몇 개가 멸문당한 거 알아?”
“가문이 통째로 증발했으니, 아무리 변두리의 귀족이라도 모를 수야 없지. 악마 숭배자들과 관련 있다고 듣긴 했는데.”
“그게 어떻게 밝혀졌는지는 모르지?”
“응···. 지금 하는 얘기와 관련 있는 거야?”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보였다.
‘둘러대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이대로 시온의 가족들과 연을 끊는다면, 나는 편해질 것이다.
반대로 내가 진짜 시온과 친밀한 이들을 접하게 될수록, 이전과 다른 점이 두드러질 테고.
그렇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도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하겠지.
‘지금도 충분히 의심받을 만해. 당장이야 리벨론 가문이 통째로 이상한 사람들 취급당했지만···.’
눈치채는 사람이 곧 생길 거다.
세르펜스야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으나, 최악의 경우에는···.
‘그가 성검의 선택을 못 받은 것이 내 탓으로 돌아갈지도.’
나는 사실 악마 숭배자들의 일원으로, 시온을 죽이고 그의 자리를 뺏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겠지.
세르펜스를 온갖 감언이설로 꾀어서 타락시킨 거라 지적당할 가능성도 있다.
“···작은 형?”
“아, 미안. 그게, 이런 얘기하면 너까지 고민하고 걱정할까 봐.”
“괜찮아,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게 가족이잖아?”
맞는 말이다. 얘가 내 가족이 아니라는 점만 빼면.
아무것도 모르는 제온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켜주려는 듯 다정하게 말했다.
‘이렇게 나오면 정말 외면할 수 없겠는데···.’
눈앞의 제온은 물론, 시온의 가족 모두가 상처받게 될 거다.
‘그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가정이 먼저 안정되어야 큰일을 도모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법이라잖아.’
대륙을 구하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그 전에 남의 가정을 파탄 낼 수는 없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악마 숭배자가 나를 유인해 냈었어.”
“작은 형을?!”
“그래, 가족을 인질로 데리고 있다고 협박하더라. 정말 납치한 건 아니고 그냥 환영 마법을 이용한 함정이었지만···. 다행히도 공작님께서 제때 구하러 와주셨지. 덕분에 그자를 잡아서 관련 귀족들을 찾아낸 거야.”
“설마 작은 형이 우리랑 거리를 두려고 한 게 그 때문이야?”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동작으로, 제온은 내가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까 봐 거리를 둔 것이라 확신한 듯했다.
거짓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 최소한의 양심이다.
그래 봐야 자기만족일 뿐이지만···.
“미, 미안.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무튼. 내가 왜 거리를 두려고 했는지, 이젠 알겠지?”
제온이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거짓말은 안 했지만, 거짓말을 한 것 같은 기분에 나도 덩달아 미안해졌다.
“작은 형은 괜찮은 거야? 너무 위험하잖아.”
“난 괜찮아.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고···.”
최종 보스의 아가리에 날 밀어 넣는 일인데, 위험은 진작에 각오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에 대한 위협은 거의 사라졌으니.
‘이젠 메인 빌런 조직인 악마 숭배 세력 정도만 견제하면 되려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지 말고 그냥 고향에 내려와서 사는 게 어때? 굳이 형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잖아.”
“있어, 공작님께는 아직 내가 필요해.”
아무리 그가 자신을 바로 마주 보며 과거를 떨쳐내기 시작했다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순조롭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옆에서 그를 보좌하고 있는 것이 기본 전제.’
세르펜스는 아직도 타인에게 벽을 세우고 있었다.
내가 없어지면 또다시 혼자가 되어, 홀로 짐을 짊어지다 결국 그 무게에 깔려 죽을 거다.
“그게 꼭 작은 형이어야 돼? 제국의 수도쯤 되면 형보다 뛰어난 사람도 많을 텐데···.”
“네 말이 맞아. 나보다 일 처리 능력이 우수한 인재들이야 깔렸지. 하지만 그런 것쯤은 노력하다 보면 나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어.”
“그런 노력까지 해가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거야?”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못하거든. 내 존재에 대한 유일성이라고 해야 하나?”
전에 세르펜스가 되는대로 내뱉었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약간 욕 같은 의미로 쓰였었는데, 달리 생각하면 그보다 적절한 표현도 없었다.
결국 이 세계에서 나는 홀로 동떨어진 존재나 다름없으니.
“작은 형, 정말 많이 변했네···.”
“그렇다고 했잖아.”
“당당하고 자신감 넘쳐 보여서 훨씬 보기 좋다.”
“고치는 쪽에 내기 걸지 않은 거, 지금 후회하고 있지?”
“그러게 말이야. 판돈을 전부 쓸어올 기회였는데.”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농담을 건네자, 제온이 웃으며 동의했다.
“아까 기차표 새로 끊어주기로 한 거. 아직 유효하지?”
“그렇긴 한데···. 일주일간 머무는 거 아니었어?”
“마음이 바뀌었어. 이렇게 어영부영할 때가 아닌 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심적인 변화가 있었나 보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이 총기로 반짝였다.
“아, 그래도 공작저는 다 돌아보고 갈 거야.”
대화를 끝내고 함께 방을 나온 그는 공작저를 여기저기 매우 꼼꼼히 살펴보았다.
얘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창틀을 손가락으로 쓸어본다거나, 지나가는 시녀와 시종들을 노골적으로 바라본다거나.
복도에 장식된 장식물들을 요리조리 살피고, 정원의 손질된 나무들도 유심히 둘러봤다.
마지막으로 식당에 가서 저녁밥도 챙겨 먹었다.
‘···내 점심의 행방은 또 어디로 사라진 거람.’
안내해 주는 쪽은 나인데, 되려 내가 제온에게 끌려다닌 것 같다.
그리고 떠나기 전 인사를 하기 위해 세르펜스를 다시 만났는데···.
‘나는 왜 쫓겨난 거지?’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제온이 세르펜스에게 독대를 요청했고, 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나는 응접실 밖에 멍하니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한 점은 중간에 한스가 불려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니,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공작저를 나서는 제온의 표정이 상당히 밝은 것을 봐서, 마음에 드는 답변을 받은 모양이다.
그리고 한스가 나를 대단히 한심한 눈길로 바라보며 혀를 찼다.
‘셋이서 내 욕이라도 했나?’
그 후, 제온은 수도 구경도 하지 않고 가장 빠른 표를 구해서 바로 돌아가 버렸다.
정말 바람같이 나타나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 * *
“그래서 제온과 무슨 대화를 하신 겁니까?”
다음 날 아침, 자문회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싣자마자 세르펜스에게 질문했다.
“당신의 동생이 말하지 않았다면, 저 또한 할 얘긴 없습니다.”
“어, 어떻게 제게 비밀을 가지실 수 있는 겁니까? 우린 모든 걸 다 터놓는 사이잖습니까.”
“···그게 당신이 할 말인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십시오.”
시키는 대로 양심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선택의 날까지 미뤄둔 얘기가 좀 있긴 한데. 아, 그리고 유지스에게만 슬쩍 흘려 둔 흑기사 얘기도 있고···.’
그의 말마따나, 내가 할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더 캐물을 수도 없잖아?
그래도 살짝 배신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몇 달이나 그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는데! 고작 몇 시간 만났다고, 다른 녀석과 비밀을 만들어 와?’
이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을 경계하던 길냥이를 몇 달에 걸쳐 겨우 길들여서 집에 모셔오는 것에 성공했다 치자.
그런데 그 고양이를 거실에 내려놓자마자, 다른 가족의 무릎 위에 냉큼 올라가 간식을 받아먹는 모습을 본 것 같은 충격이다.
“아직 내 무릎 위에도 안 올라왔으면서!”
“네?”
“그렇게 제온의 츄르 맛이 좋았습니까?”
“······?!”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세르펜스가 식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술 더 떠 몸까지 뒤로 빼려 했으나, 이곳이 오갈 데 없는 마차 안이란 것을 깨닫고 얼굴을 굳혔다.
침을 꿀꺽 삼키고, 결단이 섰다는 듯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저, 저는 당신의 동생 무릎 위에 올라탄 적 없습니다! 더군다나 츄···, 츄릅거린다던가. 그, 그런 추잡한 짓은 더더욱 하지 않았고. 당신과도 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예?”
무언가 크나큰 오해를 사버린 것 같다.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세르펜스가 좌석에 다리까지 올려 무릎을 감싸 안고 나를 경계했다.
본인과 나의 무력 차이만 떠올려도 저런 반응은 나오지 않을 텐데···.
“아, 아니 그런 의미가···!”
“리벨론 경께서 저를 그런 눈으로 보고 계신 줄은 몰랐는데! 혹시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정말 오해입니다!”
결국, 나는 이제껏 그를 고양이 취급하고 있었음을 온전히 실토해야만 했다.
아주 열성적으로 세르펜스의 어떤 부분이 고양이다웠고, 내가 어떤 식으로 그를 고양이처럼 대해왔는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츄르가 고양이의 대표적 간식인 것까지 말해 주고 나서야, 그가 경계를 풀며 무안한 표정으로 다리를 바닥에 내렸다.
“크흠···! 그런데 고양이 취급은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전에 말씀드렸을 때는 별말 하지 않으시더니, 새삼스럽게.”
“언제 그런 말을 했다는 거지?”
“했잖습니까? 길냥이, 유기냥, 개냥이.”
“설마 ‘냥’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비속어와 세르펜스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의 표정을 ‘딥빡쳤다’라 표현하겠다.
그 단어 외에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한숨을 토해냈다.
‘···얘 화내는 법 모르지 않았나?’
내가 어느 상황에서든 세르펜스의 감정 표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지금 만큼은 절대 긍정적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게···. 이딴 게 고향에서는 소심한 축에 속했다고? 그게 정녕 사람이 사는 곳인가?!”
“제, 제가 소심하다는 건 옛날이야기입니다! 저 고향에 안 내려간 지 꽤 되었잖습니까? 그래서 수도 생활하면서 바뀐 제 성격을 그들이 아직 모르는 탓에···.”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세르펜스가 전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속으로 리벨론 가문 전체가 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과 순박한 시골 청년이 수도에 올라와 성향이 바뀌었을 가능성.
그 두 가지를 놓고 저울질 하고있는 게 아닐까?
“···소심하고 유약한 당신은 전혀 상상이 가질 않지만. 당신 같은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넘쳐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두렵습니다.”
“왜요? 힐링 되고 좋지 않습니까?”
세르펜스가 고개를 격렬하게 가로저었다.
어찌나 열성적으로 흔들어 재꼈는지, 머리카락이 잔뜩 헝클어져 다시 묶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