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745)
공작님, 회개해주세요!-746화(746/1105)
746회
78. 공작님과 아스페르 연방 (18)
* * *
다음 날 아침이 밝도록 휴마누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휴마누스가 지닌 것과 짝이 되는 마력석이 깨지지 않고 멀쩡한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혼자 나가서 아무 소식도 없으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마력석을 지켜보는 중인 아니마를 제외한 일행들은 1층에 옹기종기 모여서, 휴마누스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다행히도 휴마누스는 점심때가 되기 전에 돌아왔다.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마인이 떠난 후더라.”
일행들과 상의도 없이 혼자 뛰쳐나갔는데 성과 없이 돌아온 게 민망했던 걸까?
휴마누스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모여있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멋쩍게 웃으며 묻지도 않은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혹시 몰라서 그 주변을 둘러 보다가 시간이 늦어졌어. 사실 밤늦게라도 돌아올까 했는데,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 주다 보니 신성력을 너무 많이 써버렸지 뭐야? 어차피 무슨 일이 생기면 마력석을 깨트려서 알 수 있으니까, 그냥 쉬고 아침에 출발했지.”
화낼 생각으로 팔짱을 끼며 따지듯 물었는데, 휴마누스가 사람 좋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밤새 걱정했던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부상자들을 놔두고 그냥 돌아오는 건, 휴마누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테니까.
그렇다고 신성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로 혼자 다니는 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그러다 적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마왕은 휴마누스를 먼저 없애면, 재능이 더 뛰어난 세르펜스가 성검의 주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여 경계 중이니. 어쩌면 그냥 내버려 둘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친 휴마누스가 혼자 날아다니는 걸 발견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죽이지만 않고, 납치해서 신성력 억제제를 주입하여 어디 가둬 놓을 수도 있다.
그러니 휴마누스가 쉬다 온 건 올바른 판단이었고, 따로 연락을 못 한 건 이 세상에 핸드폰이 존재하지 않는 탓이다.
“아 참! 마인의 병사들이 정말 식량 창고에 접근했다더라. 그런데 들어오려다가, 식량 창고에 숨어있던 용병들의 기척을 감지하고 바로 몸을 내뺐다나 봐. 그래도 마물에 식량을 실으려고 땅에 내려와 있던 자들이 많아서 짧은 전투가 있었고, 마물 하나랑 병사 둘을 죽이는 데 성공했대.”
“오, 그래요?”
“마인이 시체를 전부 회수해가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휴마누스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계약서에 적의 머릿수를 줄이면 보너스를 얹어 주겠다는 내용을 써 놓았던 터라, 시체가 없다니 괜히 미심쩍었다.
“병사는 그렇다 치고 마물의 시체면 꽤 클 텐데, 그것도 가져갔다고요?”
“용병들의 말에 의하면 마인이 손을 뻗으니까 시체가 녹아서 액체처럼 변하더니, 마인의 손바닥 위에서 응축되어 돌처럼 뭉쳤다더라.”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의심해볼 수 있는 건 ‘혈옥’이다.
보통 시체를 혈옥으로 한데 뭉쳐 놓으려면 마법진은 필수다. 그것을 그리고 발동시킬 법숭이도 있어야 하고.
하지만 나는 과거에 마법사도 아닌 마인이 마법진을 발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정확히 따지자면, 마인과 계약한 악마의 의지로 발동한 거지만.’
세르펜스의 밑에서 암흑가를 관리하던 스콜피온이 바로 그 마인이다.
스콜피온은 그것이 악마 소환진인 줄도 모르고 몸에 마법진을 새겼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법숭이는 가만히 있었는데 그 마법진이 멋대로 발동됐다.
악마 소환보다 혈옥 제작이 쉽다는 건, 마법을 모르는 사람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마인 러스티의 병사들과 마물의 몸에 혈옥을 만드는 마법진이 새겨진 상태라면, 당연히 그것도 발동시킬 수 있겠지.
“휴마누스도 돌아왔으니, 저는 이만 정찰하러 나가 보겠습니다.”
세르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무슨 문제가 생겨서 휴마누스가 늦은 게 아니라는 것과 그의 무사함을 확인했으니. 이제 안심하고 자기 할 일을 하러 가겠다는 뜻이다.
“잠깐만요, 점심 도시락 챙겨 가야죠!”
나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서 세르펜스에게 건네줬다.
푸로르에게 이 지역 명물 음식이 뭐냐고 물었더니, 잠봉뵈르 샌드위치라길래 몇 개 구매해 뒀던 거다.
아직 안 먹어봐서 나도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바게트 사이에 버터와 햄을 잔뜩 넣어 놓은 게 척 봐도 속이 든든해 보이더라.
“고맙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세르펜스가 샌드위치를 받아서 아공간 주머니에 챙겨 넣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인 뒤.
일행들을 돌아보며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숙소 뒷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와 유지스는 그런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라고 소리쳤고.
세르펜스는 나가서 문을 닫기 직전, 우리를 돌아보며 손을 슬쩍 흔들어 보인 후 문을 닫았다.
“휴마누스는 아침 드시고 온 거예요? 저희는 아까 먹었는데.”
“아니. 날이 밝자마자 바로 출발한 거라서 못 먹었어.”
“그럼 이거라도 드실래요?”
나는 휴마누스에게도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주었다.
휴마누스는 거절하지 않고 샌드위치를 받아서 바로 포장을 뜯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설마 어제 저녁도 거른 건가?
“어때요? 맛있어요?”
“맛은 있는데, 좀 짜네.”
휴마누스가 내 질문에 대답하고는 또 한 입 샌드위치를 베어먹었다.
짜다는 말을 듣자, 이곳에 온 첫날 먹었던 소세지 그라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먹은 세르펜스는 ‘윈스톤이 좋아할 맛’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실수했다.
햄이 잔뜩 들어있으니 조금 짭짤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아무래도 ‘조금’ 수준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단짠 조합이라면 모를까. 마냥 짜기만 한 건 세르펜스의 취향이 아닌 것 같던데.
하늘 위에서 울적한 표정으로, 짜디짠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뜯어 먹을 세르펜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를 만들어서 줄 걸···. 설탕이랑 케첩, 마요네즈를 잔뜩 뿌리면 애들 입맛에 딱인데. 그리고 내 고향 음식이라고 하면 세르펜스는 더 좋아할 테고.’
마침 점심때까지 남은 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라, 훈련을 시작하기에는 애매하다. 토스트나 잔뜩 만들어 둬야겠다.
남아있는 잠봉뵈르 샌드위치는 윈스톤에게 줘야지. 아니면 휴마누스가 정찰 나갈 때 하나씩 들려주거나.
“그건 그렇고···. 내가 마인을 못 만나고 온 거에 대해, 다들 아무 말도 안 하네?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고. 혹시 내가 허탕 치고 올 줄 알았어?”
“네. 세르펜스가 그러는데 마인이 식량을 확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먹을 게 막 간절하고 그런 상태는 아닐 것 같다나 봐요. 그래서 그냥 튀었을 거라던데요?”
“아! 그걸 생각 못 했네.”
“미리 알았더라면 안 갔을 겁니까?”
“음···. 아니, 그래도 갔겠지.”
내 물음에 휴마누스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인이 도망칠지도 모른다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잖아. 하지만 마인이 나타났다는 건 확실한 정보지. 만일 마인이 도망치지 않아서 마주쳤다면, 그대로 해치우면 되는 거고. 도망쳤다 하더라도···. 혹시 모르잖아?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부상자가 있을지?”
예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대답이다. 휴마누스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리고 휴마누스는 정말로 그 말을 실천에 옮겼다.
* * *
마인 러스티가 자큰 지방에 나타나고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용병들이 숨어있는 곳에 마인이 출몰한 횟수는 여섯 번이다.
그중 네 번은 세르펜스가 정찰을 나가서 휴마누스가 숙소에 남았을 때, 나머지 두 번은 그 반대일 때 일어난 일이다.
휴마누스는 마력석이 부서졌다는 보고를 받으면, 앞뒤 재지 않고 곧장 숙소를 떠나 해당 지역으로 날아갔다.
매번 허탕을 치면서도 괜히 갔다고 툴툴대며 돌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면에 세르펜스는 꼼짝도 하지 않고 내 옆에 붙어있었다.
한 번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 봤자 마인은 이미 떠난 뒤일 거라는 이유를 댔고.
그다음에는 마인이 식량을 확보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후퇴할 테니 가 봤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세르펜스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 누구도.
휴마누스는 휴마누스대로 올바른 판단을 내렸고, 세르펜스는 세르펜스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둘 중 누구도 잘못하거나 틀리지 않았다.
“나 왔어! 별일 없었지?”
오늘도 한창 대련 중이었는데,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휴마누스가 황금색 날개를 접고 뒤뜰 한복판에 착지했다.
그와 동시에 흉흉하게 목검을 휘두르던 윈스톤이 동작을 멈췄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장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휴마누스에게 말을 붙였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휴마누스는요?”
“나도 마찬가지야.”
휴마누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곳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하나 보다.
매일 세르펜스와 교대로 정찰을 다녀오고, 마력석이 깨지면 바로 튀어 나가는데도.
마인 러스티의 머리카락 한 가닥조차 보지 못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용병들은 마인의 병사와 마물들의 수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시체는 마인이 전부 회수해 갔지만. 마인이 큰 도시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의 목격 정보를 토대로, 그 수가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르펜스가 세운 이 계획이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용병들 중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하긴 했다는 모양이지만···.’
그에 세르펜스는 ‘용병들이 그곳에 없었다면, 그 지역에 사는 모든 이들이 죽었을 거다.’라고 말하며 심란해하는 나를 위로했다.
계획을 세운 당사자인 세르펜스가 나보다 더 책임감을 느낄 텐데도 말이다.
그래도 본인 입으로 한 말이 있으니, 자책을 하더라도 조금 덜 하겠지.
“최근 일주일간 마인이 나타났던 지역들을 보면, 죄다 정찰 범위 밖이던데···. 내일부터는 더 멀리 나가봐야 할까 봐. 세르펜스는 어떻게 생각해?”
휴마누스가 구석에 있는 세르펜스를 돌아보며 질문했다.
세르펜스는 자신이 깔고 앉았던 피크닉 매트를 반듯하게 접으며 대답했다.
“저는 반대입니다.”
“왜?”
“최근 공격당한 지역 중 가장 가까운 곳이 날아서 다섯 시간 거리입니다. 현재 정찰 범위가 왕복으로 여섯 시간 거리니, 그보다 훨씬 바깥입니다. 그러니 우연으로라도 저희가 직접 마인과 마주하려면, 매일 왕복 열 시간 이상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긴 한데, 너무 소득이 없으니까 그렇지.”
휴마누스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세르펜스는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정찰 범위 안에 있는 용병들을 바깥의 지역으로 옮기는 건?”
“안 됩니다. 만약 그 사실을 마인이 알게 된다면, 용병들이 빠져나간 지역을 노릴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정찰하다가 마주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럴 확률이 너무 낮으니까 반대하는 겁니다.”
세르펜스의 완고한 반대에 휴마누스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의견을 기각당하고, 이제 쉬러 가겠다며 숙소로 들어가는 휴마누스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그런데 휴마누스는 세르펜스보다 높은 신분 아니었나? 성검의 주인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세르펜스에게 허락을 받고 있는 걸까?’
작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