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75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751화(751/1105)
751회
79. 공작님과 마인 러스티 (5)
“오는 도중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길래 악마가 소환됐구나 싶어서···. 진짜 큰일 난 줄 알고 정말 걱정했는데, 다들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야! 너희가 잘못되었다면, 나는···.”
휴마누스가 리에나의 신성 결계에 찰싹 달라붙어 우리를 살피며 말을 쏟아냈다.
굉장히 반가워하는 표정과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그가 얼마나 마음 졸이며 불안해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저쪽에서 악마랑 싸우고 있는 거, 세르펜스 맞지? 대체 어떻게 나보다 일찍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하···.”
안도감에 가슴이 너무 벅차오른 탓인지, 휴마누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길게 토해냈다.
대체 오면서 얼마나 불길한 상상을 떠올렸길래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휴마누스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고 있긴 한 건가?’
마음은 눈새눈새가 그럴 리 없다고 주장하는데, 말하는 거나 반응을 보면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악숭 세력의 계획대로 마인 러스티와 싸우느라 늦게 오기는커녕, 오히려 더 일찍 돌아온 것도 그렇고.
‘드디어 휴마누스에게도 눈치가 생긴 건가? 기대해 봐도 되는 걸까?!’
휴마누스와 우리 일행은 서로 무사히 만났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한 반면.
악숭이들은 술렁거리며 반쯤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성검의 주인까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다니!! 러스티, 고것은 시간 끌기조차 제대로 못 하나?!”
“스승님, 이제 어떡하죠···?”
늙은 법숭이는 노발대발했고 젊은 법숭이 삼인방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젊은 법숭이 중 한 명의 팔이 날아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전투에 집중하길래, 그냥 부하인 줄 알았는데 사제 관계였나 보다.
‘이런 중요한 계획을 주도하는 거로 보아, 악숭 세력 내에서 낮은 위치는 절대 아닐 것 같다고 예상하긴 했는데···.’
제자를 셋이나 둘 정도면 그만큼 실력이 받쳐준다는 뜻이니, 악숭 세력 내의 지위 또한 높은 편에 속하리라.
최대한 생포하는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
심문을 한다고 정보를 캐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시도조차 안 해 볼 수는 없다.
‘마침 휴마누스도 빨리 돌아왔고.’
세르펜스와 휴마누스. 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돌아올 수 있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당장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박한 사안은 아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차분히 물어봐도 늦지 않다.
“휴마누스! 이리로 들어와서 법숭이들 생포를 도와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리에나, 혹시 휴마누스가 들어올 수 있도록 잠깐 결계에 구멍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 건 시도해 본 적 없는데···. 비행 훈련을 하면서 신성력을 다루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으니, 가능할 것도 같아요. 한 번 해볼게요.”
나는 눈치 없는 휴마누스에게 먼저 목적을 밝힌 뒤, 리에나에게 그를 결계 안으로 들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도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리에나가 정신을 집중하고자 두 손을 맞잡아 가슴 앞에 모으며 눈을 감았다.
“잠깐만!!”
휴마누스의 외침에 리에나가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휴마누스를 올려다보던 리에나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상황과 맞지 않게 이상한 얼굴을 한 건 리에나뿐만이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휴마누스도 난감하다는 듯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저기···, 뒤쪽을 좀 봐 줄래?”
휴마누스가 결계에서 슬쩍 떨어지며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계절을 따라 이동하는 철새 무리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새들의 실루엣이 통일되지 않고 제각각이라는 것 정도?
‘아니, 잠깐만. 그게 끝이 아닌데···?’
거리가 좁혀지며 새의 그림자가 무서운 속도로 크기를 키웠다.
저건 절대 일반적인 새의 크기가 아니다.
“휴마누스, 대체 뭘 달고 온 겁니까?!”
“마인 러스티와 마물 부대···?”
나는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다. 경악하며 소리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휴마눈새는 멋쩍게 웃으며 하늘에서 다가오는 그림자들의 정체를 설명했다.
“혹시 여유가 된다면 그 악마 숭배자들을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마물 잡는 것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야, 이 트롤러 새끼야!!”
“트롤러가 뭔데?”
휴마누스가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트롤러의 정의를 물어보는데 뒷골이 당겨왔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휴마누스의 뒤통수를 후려쳐서, 나와 똑같은 고통을 호소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일찍 돌아와 준 게 반갑고, 우리를 걱정하느라 불안에 떨었던 게 보여서 안쓰러웠다.
마인 러스티와 기타 등등을 꼬리에 달고 왔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런데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우리에게 제 일을 도와 달라고 하다니.
“마물들을 데리고 사람들이 있는 도시로 와 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게···. 너희가 너무 걱정되어서···. 미안.”
자신이 잘못한 걸 알긴 아는지, 휴마누스가 우물쭈물 거리며 사과했다. 그 모습을 보니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휴마누스에게 따지듯 물을 수 있는 건, 세르펜스가 일찍 돌아왔기에 부릴 수 있는 여유다.
만약 세르펜스가 예정대로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휴마누스가 마물이 아닌 악마를 달고 와도 두 팔 벌려 환영했을 거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
“아니, 됐어요. 갑자기 화내서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괜찮아. 내가 적을 늘린 건 사실인걸.”
“급하게 저희를 구하러 오느라 그런 거잖아요. 아무튼 휴마누스가 데려온 거니까, 뒤처리 잘해요. 이런 부담 주기 싫은데, 만에 하나 사상자가 발생하면···. 알죠?”
“으응···.”
“정말 아는 거 맞아요? 제대로 이해했죠?”
“나 그렇게까지 눈치 없지 않아. 그래서 도와달라고 한 거잖아.”
눈치의 존재 여부를 의심당하자, 휴마누스가 서운하다는 티를 냈다.
마물을 끌고 온 것에 대해 따졌을 땐 풀이 죽은 표정으로 사과부터 했으면서.
어쨌거나 자신을 따라온 적들이 도시의 사람들을 해쳤을 때, 본인이 떠안게 될 리스크를 알고도 우리를 구하러 왔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사람들의 인식 문제도 있지만, 휴마누스 본인의 마음도 편치 않을 텐데.
“윽!”
“크아악!”
“아악!”
“컥···!”
갑작스런 비명에 나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았다.
스승 법숭이와 제자 법숭이들이 화살에 맞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일행 중, 유일한 궁수인 유지스를 쳐다보았다.
“저들이 눈치를 살피며 마법을 준비하길래···. 그래도 시온이 생포하고 싶다고 해서, 위력을 줄이고 급소도 피해서 쐈는데 뭔가 잘못됐나요?”
“아, 아뇨. 잘하셨습니다.”
나는 유지스를 칭찬해 준 뒤, 그새를 못 참고 기습하려던 비겁한 법숭이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들을 치사하다 비난할 수는 없었다.
원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투가 어쩌고저쩌고, 그런 이유 때문은 절대 아니다.
그저 마인 러스티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러스티!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냐!!”
스승 법숭이가 화살에 맞은 부위를 손으로 감싸며 마인을 향해 소리쳤다. 그 표정에는 여유가 없고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했다.
그와 반대로 마인 러스티는 느긋한 미소를 머금고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나야말로 묻고 싶도다. 프라시더스와 성검의 주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 일행들을 생포하여 인질로 쓰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내 눈과 귀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생포 당할 위기에 처한 건 바로 네 쪽인 듯하구나.”
폴드 공국 내부에 한해서지만, 신분제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섰던 과거 때문일까?
마인 러스티는 나이 따위 개나 줘 버리고, 노인인 스승 법숭이에게도 거침없이 하대를 쓰며 비아냥댔다.
“지금 태평하게 그런 말이나 할 때냐?!”
“먼저 맡은 바 임무에 관해 잘잘못을 따지려던 건 그쪽이지 않으냐.”
“이익···!”
스승 법숭이가 말문이 막혔는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물들이며 이를 악물었다.
법숭이들은 유지스가 계속 주시하고 있고, 다른 일행들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결계 내 악숭이들을 계속 경계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마물들을 살폈다.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도시를 공격하라는 명령은 아직 내리지 않은 모양이다.
‘같은 편을 만났으면 힘을 합쳐 싸울 생각을 해야지, 왜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이지?’
스승 법숭이는 마인을 깔보고 있다는 게 표정과 말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마인 러스티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스승 법숭이에게 시비를 거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자신을 미끼로 써먹으려 한 놈을 조롱하고 싶은 걸까? 어쩌면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건 아닐까?’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악숭 세력의 계획은 파투 난 게 확실하다.
그리고 제2안은 아예 준비조차 안 한 듯하니.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절대 아닐 테다.
심지어 시간을 끌면 우리가 더 유리하다. 악마와 싸우러 간 세르펜스가 돌아올 테니까.
여러모로 저 둘이 계속 대화를 나누게 두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쩌면 가만히 앉아서 떨어지는 정보를 주워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휴마누스까지 돌아왔으니 위험한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경계는 늦추지 말자.’
반사적으로 세니어 손잡이를 다잡는데 손이 너무 미끄러웠다.
오른손, 왼손. 번갈아서 손바닥에 난 땀을 대충 바지에 문질러 닦은 후 세니어를 고쳐 잡았다.
손가락도 뻐근한 게, 너무 힘을 줘서 세니어를 쥐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힘을 너무 빼서 놓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계속 꽉 잡고 있기로 했다.
“내, 내 쪽은 작은 변수가 발생해서 일이 꼬인 것뿐이다!”
뒤늦게 변명이 떠올랐는지, 스승 법숭이가 자존심을 세우며 소리쳤다.
그래 봤자 마인 러스티의 비웃음만 샀을 따름이다.
“푸훗! 방금 ‘작은 변수’라고 했느냐?”
“네가 성검의 주인을 상대로 시간만 잘 끌었으면, 악마님께서 프라시더스를 붙잡고 있는 사이에 우리가 저놈을 인질로 잡을 수 있었다!”
스승 법숭이가 나를 손가락질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마인 러스티는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 깔깔대며 웃었다.
배를 부여잡고 소리 높여 웃는 그 모습이 굉장히 작위적으로 보였다.
“저쪽을 보아라. 그 프라시더스가 벌써 악마를 해치우고 돌아오지 않았느냐. 만약 성검의 주인이 지금 당도하지 않았다고 한들, 신성 결계의 보호를 받고 있는 자를 인질로 삼는 것이 가능했을지 실로 의문이도다.”
마인 러스티가 턱짓으로 가리킨 방향을 따라, 스승 법숭이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세르펜스가 공중에 떠 있었다.
하늘은 어스름했고 등 뒤에서는 신성력 날개가 은색으로 빛이 났다.
세르펜스는 역광을 받으며 싸늘한 표정으로 스승 법숭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녀석의 보호자인 내가 봐도 제법 오싹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러니 적인 악숭이들이 보기에는 공포 그 자체겠지. 특히 인질 발언을 꺼냈던 스승 법숭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덜덜 떨고 있었다.
이번 계획을 주도하며 아직 어린 소년까지 인질로 삼은 데다가, 일행들을 죽이고 날 인질 삼으려고 했던 스승 법숭이는 나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겁먹은 스승 법숭이가 대뜸 자살이라도 하면 정보를 캐낼 수 없을뿐더러.
이대로 세르펜스가 분노의 감정에 잡아먹히게 두고 싶지 않다.
“세르펜스! 진정하세요, 전 멀쩡합니다! 저 법숭이가 떠든 말은 전부 허세입니다! 악숭 세력에서도 버린 마인에게 팩트로 얻어터지니까, 욱해서 아무렇게나 내뱉은 겁니다! 쟤들 완전 약해요! 후방에서 보호받아야 할 법숭이들이 사이좋게 화살을 한 발씩 몸에 꽂고 있는 것만 봐도 알잖아요?!”
나는 세르펜스를 달래고자, 세니어를 딸랑이 대용으로 흔들며 외쳤다.
싸늘했던 세르펜스의 표정에 조금씩 온기가 돌며 천천히 울상으로 변했다. 시선도 법숭이에서 내 쪽으로 옮겨졌다.
“정말로, 괜찮은 건가?”
“네에!”
나는 배에 잔뜩 힘을 주며 최대한 밝고 명랑하게 소리치듯 대답했다.
그제서야 세르펜스가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