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764)
공작님, 회개해주세요!-765화(765/1105)
765회
81. 공작님과 작은 단서들 (3)
그 밖에도 휴마누스는 몇 가지 정보를 더 말하긴 했지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없었다.
이미 알고 있거나 들어도 쓸모없는 정보뿐이었다.
그나마 건진 정보라고는 이미 대륙에 소환되어, 어디선가 강해지고 있을 문제의 악마 놈 이름이 ‘쿼르’라는 것 정도다.
[성검의 주인]에 등장하지 않았던 악마다.따라서 놈을 부르는 호칭이 짧고 간결해진 것 말고는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쓸만한 정보가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가?’
마인 러스티는 악숭 세력의 핵심 멤버가 되기는커녕 다른 악숭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마왕은 마인 러스티에게 아주 적은 횟수의 기회만을 제공했고, 그 안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병사들과 함께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니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할 수밖에.
모르긴 몰라도 마인 러스티가 그 ‘쿼르’라는 악마의 진짜 등급을 알고 있었던 건, 순전히 놈이 소환됐을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덕분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악마 놈의 위치를 알려주지 못했던 것도 그냥 모르기 때문이겠지.
비록 당장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지만.
마인 러스티는 약속을 지켰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악숭 세력의 정보를 넘기고 우리에게 경고를 전했다.
‘그래도 저지른 죄를 면해줄 만큼 좋은 일을 하고 갔다고는 볼 수 없지. 죄를 뉘우치며 회개를 한 것도 아니고.’
거래의 의무를 다한 것뿐. 그게 전부다.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다 금제 때문에 죽었다고 한들.
마인 러스티의 죽음에 고상한 뜻이나 특별한 가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휴마누스가 그자의 죽음을 입에 담았을 때에도, 다른 악숭이들의 죽음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지나칠 수 있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시 그 ‘쿼르’라는 악마를 찾아내는 거겠지?”
정보 전달을 끝마친 휴마누스가 앞으로의 계획을 입에 올렸다.
무척이나 당연한 소리이자, 굉장히 막막한 얘기다.
놈이 어디에 있는지 단서가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서 일행들은 휴마누스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면서도, 섣불리 동의를 표하지도 못했다.
휴마누스가 좌중을 둘러보다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혹시 좋은 의견 있는 사람?”
“으음···. 현재 교단과 각국에서는 악마 숭배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조사하고 있는 거로 압니다.”
“응, 그렇지.”
세르펜스가 슬그머니 손을 들어 올리며 넌지시 운을 떼자, 휴마누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었다.
사실 교단이나 제국은 어떨지 몰라도 다른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사건을 파헤친다기보다, 신고가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것에 가깝겠지만.
아무튼 조사를 하긴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중에 악마와 관련된 정보도 분명 있을 겁니다.”
“아, 그래?”
“네. 고위급 악마가 하급 악마 수준으로 스스로 격을 낮추어 소환된 것이 맞는다면, 그만큼 큰 희생을 치렀을 겁니다. 저는 그 희생을 오로지 시간만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위 악마가 하급 악마를 소환할 수 있는 양의 제물만 써서 대륙에 넘어왔으니.
본래의 힘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지 않겠냐, 뭐 그런 뜻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어차피 ‘쿼르’라는 악마에 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면, 교단이나 각국에서 수집한 악숭이 정보를 추적하는 거 말고는 할 일이 없던 상황이다.
다른 의견은 나오지 않았고, 우선 그 정보들을 받아 보기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아직 작은 문제가 남아있었기에 나는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질문했다.
“그런데 많고 많은 정보 중에서 악마에 관한 정보를 어떻게 구분하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우리는 그 악마의 능력에 대한 단서를 하나 쥐고 있잖은가.”
“예? 우리가 언제 그런 걸···. 아! 그거!”
세르펜스의 말에 의문이 든 것도 잠시.
그 단서가 무엇인지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신성력 억제제 말하는 거 맞죠? 그거 그놈의 피가 주재료잖아요. 그냥 악마의 피로 해결이 되는 거면 하급 악마를 소환해다가 피를 뽑으면 됐을 텐데, 고위급 악마의 피를 뽑아대는 거면 그놈의 피가 특별하기 때문이겠죠.”
“그렇다. 그자의 피가 다른 악마들과 차별성을 띠고, 임의로 자신의 격을 낮추는 특별한 수단을 갖고 있다면. 그 수단 또한 그 악마의 특성, 즉 피와 연관이 깊겠지.”
“쉽게 말해, 힘을 다시 회복하는 방법도 피와 관련이 있을 거란 얘기죠?”
“아마도 그러하겠지.”
내 물음에 세르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악마와 피.
이 두 단어를 나란히 붙여놓고 보니, 내가 살던 세상에서 유명한 전설 속 괴물인 ‘흡혈귀’가 떠올랐다.
“···그렇다는건 설마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기라도 하는 건가?”
“모기도 아니고 피를 먹는다고? 엄청 비위생적인 악마네.”
곱게 자란 황태자 휴마누스가 질색하며 역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피를 먹는다고 확실해진 것도 아니건만, 놈은 비위생적인 악마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별로 불쌍하지 않았고 변호해 줄 마음은 더더욱 없어서, 정정하지 않고 놔두기로 했다.
“아무튼 그럼 교단과 각국에 연락해서, 수상한 사건들에 관한 정보를 모아서 보내달라고 하면 되는 거지? 기왕이면 피와 관련된 사건을 중점으로?”
“저희가 정확히 어떤 정보를 쫓고 있는지 알려져서 좋을 건 없으니, 피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휴마누스의 말에 세르펜스가 첨언했다.
우리가 일일이 정보를 읽고 분류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랜만에 서류 더미에 파묻힐 생각을 하니 암담한 기분이 들었으나, 세르펜스의 말이 백번 옳았다.
우리가 특정 정보를 찾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악숭이들이 덫을 놓을 테니까.
“대륙 각지에서 수집한 정보가 한곳으로 모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꽤 걸리겠지?”
푸로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연방 곳곳으로 흩어졌던 베스티 용병단원들과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싶어서 그러나 했지만.
정작 푸로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와 정반대였다.
“그럼 제국으로 가자. 어차피 각 신전에서 조사한 자료들은 전부 대신전으로 보내지잖아? 그러면서 겸사겸사 다른 나라들의 정보도 같이 그쪽으로 보내라고 하면, 일이 좀 편해지지 않겠어? 자료 분석도 성직자들이랑 같이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변방인 아스페르 연방은 지리적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잖아.”
푸로르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알겠다.
아스페르 연방은 대륙의 서북부 구석에 처박혀 있으니.
만약 악마가 동남부에 나타난다면,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놈은 그곳에서 빼먹을 거 다 빼먹고 자리를 뜨고도 남았다.
“그렇긴 한데···. 푸로르는 괜찮아요? 아버지랑 용병단원들 얼굴을 안 보고 떠나도.”
“그런 식으로 날 배려해 주느라 아무도 얘기를 못 꺼낼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말한 거야.”
내가 조심스럽게 괜찮으냐고 물어보자, 푸로르는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일행 중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꺼낼 줄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연방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용병들에게 임무 종료를 알리는 건, 마력석을 깨트리는 것으로 간단히 끝냈고.
용병들의 임금은 제국 황실에서 보내주기로 했다.
이곳에 남아서 해야 할 일도 없으니, 우리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쓰던 방에 가서 짐을 챙겼다.
나야 개인 침대 정도만 챙기면 끝이지만, 개인 아공간 주머니가 없는 성검 일행은 이것저것 꺼내놓고 쓴 물건이 많은 모양이었다.
성검 일행이 짐을 챙기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잦은 훈련으로 너덜거리는 헌 갑옷을 버리고, 얼마 전 받아온 새 가죽 갑옷을 착용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앞으로는 훈련 중이 아니더라도 갑옷을 착용하고 다니라며, 윈스톤에게 충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갑옷에 구멍을 낼 수는 없는지라, 세르펜스가 준 부토니에는 아공간 주머니 안에 넣어 둬야 했지만.
아쉬워한 건 세르펜스 뿐. 나는 오히려 신경이 덜 쓰여서 마음이 편해졌다.
“다들 빼먹고 안 챙긴 물건 없지? 창문은 잘 닫았고?”
짧게나마 편지를 써서 용병왕의 사무실에 놓고 오느라, 가장 늦어진 푸로르가 1층으로 내려오며 일행들을 향해 물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문단속을 꼼꼼히 한 뒤 숙소를 나왔고, 푸로르는 현관 옆 장식용 바위 밑에 열쇠를 묻었다.
‘저래도 괜찮은 건가···?’
심히 걱정스러웠지만, 뭐.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리고 발로 열쇠를 슥슥 파묻는 폼이 하루 이틀 해 본 솜씨가 아니다.
이제까지 괜찮았으니까 계속 이용하는 방법일 테니 신경 끄자.
신전에 들러 악숭이 관련 정보를 대신전으로 모아달라 부탁하는 것을 끝으로, 우리는 자유 도시 리베타르를 떠났다.
연방에서 제국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은 아르케 숲을 경유하는 것이다.
사막을 건너지 않아도 되어서 천만다행이다.
기왕 아르케 숲을 경유하는 김에 왕성을 들러 유지스의 가족도 보고, 세계수에게 인사라도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러려면 길을 꽤 돌아가야 하는지라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유지스는 평화롭게 지내는 엘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기색이었다.
사이좋게 걸어가는 흰 피부와 보랏빛 피부의 엘프들 옆을 지나쳤을 때.
정말로 닼숭이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우리는 잠시 악마에 관한 문제를 잊고 기쁜 마음으로 숲의 정취를 만끽했다.
그러는 사이 계절은 어느덧 봄에 접어들었고, 오랜만에 돌아온 공작저의 정원에는 꽃이 만발했다.
하지만 세르펜스는 정원을 가득 채운 꽃들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녀석이 관심을 보인 꽃은 오직 하나.
우리를 마중 나온 에일리히의 손에 들린 ‘유니어’였다. 관리를 잘했는지 이파리와 꽃잎에 생기가 가득했다.
세르펜스는 화분을 받아들고 얼굴 가득 행복한 웃음을 꽃피웠고, 에일리히는 갖고 나오길 잘했다며 흐뭇해했다.
“저 화분이 대체 뭐길래, 세르펜스가 저렇게나 좋아하는 거야?”
“제가 작년에 세르펜스에게 생일 선물로 준 건데···. 휴마누스는 자기 집 놔두고 여기서 뭐 합니까?”
나는 휴마누스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끼고 그를 쳐다봤다.
저번에 잠깐 수도에 왔을 때 공작저에서 묵고 가더니. 이번에도 그럴 생각인가?
“설마 나 혼자 황궁에 가라는 거야? 싫어. 이따가 잠시 다녀올 예정이지만, 나도 여기서 지낼 거야.”
“그게 무슨 어린애 같은 이유입니까?”
“아니면 다 같이 황궁에 갈래?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어서 불편하겠지만. 그리고 업무차 황궁에 방문한 귀족들이 ‘신의 사자’를 구경하겠다며, 황태자 궁 주변을 기웃거리겠지만. 그래도 안으로는 못 들어올 테니까 안심해. 하지만 아바마마가 너를 보고자 직접 행차하신다면 나도 어쩔 수가···.”
“공작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황태자 전하! 숙박비는 황제 폐하와의 면담 면제권으로 받겠나이다!”
나는 저택의 주인인 세르펜스를 대신하여 황태자 휴마누스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