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822)
공작님, 회개해주세요!-823화(823/1105)
823회
85. 공작님과 성검 part.2 (3)
{ 언니, 나 도착했어! 별장 안쪽에 펼쳐진 방음 마법에서 언니의 마력이 느껴지길래, 들어가기 전에 우선 연락해 봤는데···. 괜찮은 거지···? }
“응···, 괜찮아···.”
{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잖아. 내가 지금 당장 들어갈까? }
{ 안 돼요, 아니마! 다 이유가 있으니까 방음 마법을 펼치고 있는 거겠죠! }
에드나의 넋 나간 목소리에 아니마가 울먹거렸고, 뒤이어 들려온 유지스의 목소리가 아니마를 진정시켰다.
역시 유지스라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대강이나마 짐작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래봤자 성검이 세르펜스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 타락펜스가 뭘 어쨌는지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겠지만.
“악마는 죽었으니 안심하세요.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서 방음막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그보다 밖에서 말과 마차를 관리하던 민숭이들은 잡았어요?”
{ 아! 아뇨.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도망쳤는데, 그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내버려 뒀어요. }
“아직 이 산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멀리 달아나 봤자 인근 숲속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 저희 셋이 잡아오라는 거죠? 알겠어요. }
척하면 착 하고 알아듣는 게 과연 유지스다.
아니마가 마지막으로 에드나의 안부를 재차 물은 뒤, 빨리 민숭이들을 잡고 에드나와 만나겠다는 결의를 드러내며 통신을 마쳤다.
‘일단 시간은 끌었고···.’
나는 다시 타락펜스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녀석은 무감각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려 사제에게 눈길을 던졌다.
사제는 울면서 자신의 잘못을 빌고 있었다.
“죄송, 죄송합니다···. 그러면 안 됐는데···. 사, 살고 싶어서 그랬어요! 흑! 어차피, 제가 그들을 죽이지 않았어도 악마 숭배자들이 죽였을 겁니다. 그것도 훨씬 더 고통스럽게···. 그러니 동료 성직자인 제 손에 죽어서 그들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예, 분명히 그랬을 테니까···. 흐윽! 그러니 신 룩스메아시여, 부디 선처를···!”
그저 고문당하는 게 너무 괴로워 믿음의 대상을 갈아탄 것뿐인 줄로만 알았는데.
악마가 사제에게 용서받지 못할 거라는 둥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둥, 그런 소리를 내뱉었던 이유를 알겠다.
아무래도 사제는 악숭이들의 명령으로, 자신과 함께 납치되었던 성직자들을 제 손으로 죽인 모양이다.
저기서 떨고 있는 사제 한 명만 그러한 게 아니라 다른 악숭 사제들도 전부 그러하겠지.
변심한 사제들의 믿음을 시험할 겸, 피해자였던 그들의 위치를 가해자 쪽으로 옮기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그래야 이후에 사제들을 다루기 편할 테니 말이다.
타락펜스가 사제에게로 향했다.
사제는 엎드려 몸을 웅크리고 있었으나 타락펜스의 접근을 정확하게 인지했다. 녀석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갈 때마다 움찔움찔 몸을 움츠렸다.
고개를 조아리며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귓가에 선명하게 울리는 발소리까지 모른 척할 수 없는 까닭이다.
사제는 싸울 의지도 자살할 용기도 없어 보였다.
생포하여 교단에 넘기면 공국에서 사라진 성직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세르펜스가 휴마누스보다 더 능숙하게 성검을 다루는 모습을 봐 버린 이상. 교단에는 넘길 수 없어.’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하다.
다들 세르펜스에게 성검을 넘겨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하겠지.
그럴 수 없다는 걸 설명하려면 이전 회차에 관해 말해야만 하는데, 어찌 그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저 사제는 절대 살려둘 수 없다.
‘그래도 변성력에 관한 건 꼭 듣고 싶은데···.’
찰박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멎었다.
곧바로 죽일 생각은 없는 건지, 타락펜스는 성검을 든 손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사제 앞에 멈춰 섰다.
사제에게 들어야 할 정보가 있으니, 타락펜스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을 걸어봐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교단의 성직자였던 그쪽이 어떻게 악마를 치료할 수 있게 된 겁니까?”
타락펜스가 먼저 변성력에 관한 질문을 꺼냈다.
악마가 사제에게 자신을 치료하라며 악을 써댄 걸 기억해 두고 있었나 보다.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을 대신 물어봐 준 셈이었으나 고마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도리어 꺼림칙할 따름이다.
현재는 타락펜스가 살아가던 시대가 아니다. 녀석은 어디까지나 성검에 의해 잠시 불려 왔을 뿐이다.
상황 파악 능력이 뛰어난 녀석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구태여 악숭 세력의 정보를 캐묻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단순히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그러는 건 절대 아닐 터.
이유는 하나뿐이다. 미래에 악숭 세력과 싸울 때를 대비하는 거겠지.
한마디로 타락펜스는 성검의 주인이 되어 현재펜스의 몸을 차지하려 한다는 뜻이다.
‘본인이 다른 회차의 인격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하는 걸 보면, 어쩌면 몸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까지 넘보고 있는 걸지도···.’
골치가 아파졌다.
타락펜스를 만나게 되면 상처 입은 마음을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그런 고민만 했을 뿐.
현재펜스인 척 연기하며 몸을 차지하려 했을 때의 대처법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이런 상황 자체를 상정하지 못했다.
“신 룩스메아시여, 제발, 제발 자비를···. 흐윽!”
내가 속으로 타락펜스를 경계하는 동안에도, 사제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덜덜 떨어댔다.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사제에게서 답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타락펜스가 발끝으로 사제의 턱을 받쳐 올려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용서해 달라, 자비를 베풀어 달라.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않으면서, 바라는 것이 참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대, 대답을 하면···.”
“죄인 주제에 지금 조건을 제시하는 겁니까? 과연 함께 신을 모시던 동료를 죽이고도 용서를 바라는 자다운 태도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타락펜스는 울면서 사과를 반복하는 사제를 잠시 무심한 눈길로 쳐다보다가, 놈의 턱을 받쳐 올렸던 발로 이번에는 뒤통수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저러고도 현재펜스인 척하는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상대가 성직자들을 죽이고 악숭 세력에 붙은 죄인이니까, 다소 거칠게 대해도 상관없다고 판단한 거려나?’
테일러 이단 심문관이 이곳에 있었다면 크게 분노하며, 곧바로 고문 도구들을 꺼내 들고도 남을 만한 죄업이니.
확실히 머리를 밟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긴 했다.
“다시 한 번 질문하겠습니다. 어떻게 그런 능력을 얻게 된 겁니까?”
타락펜스는 아까 사제에게 어떻게 악마를 치료할 수 있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떻게 그런 능력을 얻게 되었느냐 물었다.
양쪽 다 두루뭉술한 표현이다.
악숭 세력이 밀고 있는 ‘암흑의 신성력’이라는 용어를 몰라서 그런 걸 테다.
“마신···. 아, 아니. 마왕에게 복종하겠노라 맹세하면서 세, 세례명을···, 바쳤습니다. 그리고 저의 모든 것은 마왕의 것이며 신성력 또한···, 그러하다고···. 마왕의 의지가 곧 저의 의지라고···. 그러니 살려만 주신다면, 그···. 아, 아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는 됐으니, 계속 얘기하십시오.”
“그, 그건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목숨을 위협당하니까, 살고 싶어서···. 악마 숭배자들의 고문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흐윽!”
“······.”
남들이 억지로 떠안긴 책임감에 짓눌린 채, 모진 고문을 감내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 까닭일까?
타락펜스가 사제의 뒤통수에 올려둔 발에 힘을 실어 꾸욱 지르밟았다.
그러자 사제가 고통스럽다는 듯 ‘끄으윽···!’ 하는 소리를 냈다.
“말을 돌리려는 걸 보니, 살려만 준다면 남은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마왕을 섬기겠다는 선언이라도 한 모양입니다.”
“아, 아아···! 죄송,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를···!”
“세례명을 바친다고 하셨는데, 그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겁니까?”
타락펜스는 사제의 반응으로 자신이 추측한 바가 정답임을 확신했는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대사제라고 자칭하는 마왕과 계약한 흑마법사 앞에서 제 세례명을 밝히고···. 마왕에게 바치겠다고 맹세를···.”
“그때 했던 맹세의 말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예, 예···!”
“다시 해 보십시오.”
“저 ······는 제 모든 것을 바쳐, 마신 테네브리오 님을 섬기겠습니다. 그분의 의지가···, 으윽, 곧 저의 의지며···. 그분의 바람이야말로,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니···. 앞으로 제 신성력은 오직, 그분을 위해서만 쓰일 것입니다···. 복종의 증거로써, ······라는 이름을 바치겠나이다. 부디 제 모든 것을, 받아 주시옵소서···라고 했습니다.”
사제는 몸뿐만이 아니라 목소리까지 떨고 있어서, 중간중간 숨을 고르느라 말이 뚝뚝 끊겼다.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묘하게 침묵이 긴 구간이 두 군데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와 이름을 바치겠다고 말했을 때.
말이 끊겼다기보다는 무언가 빠져 있었고, 그 무언가는 필시 세례명일 테다.
“무언가 빠트린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 그게···. 기, 기억이 나질 않아서···. 아! 그, 맹세의 말은 기억이 나지만···. 그날 이후 세례명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이름 중 한 부분만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부분 기억상실증 같은 건, 듣도 보도 못했다.
그렇다는 건 사제의 세례명은 진짜로 마왕에게 바쳐졌다는 뜻이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고, 어째서 마왕이 남의 세례명을 요구했는지도 모르겠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세례명을 바치고 나니 그런 능력이 생긴 겁니까?”
“네, 그 이후로 신성력이 어둠에 물들어서···. 아, 악마나 흑마력을 품은 자들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신성력을 지닌 자들에게도 써 보았습니까?”
“······.”
“결과는?”
“···거부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타락펜스는 사제의 침묵을 긍정의 의미로 해석했고 그것은 들어맞았다.
악숭 세력이 데리고 있던 성직자 중 변절자들을 제외하면, 신성력 억제제를 투여받은 상태일 테니.
변성력에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면 저항조차 못 해보고 명을 달리했을 거다.
‘세르펜스가 변성력 축복을 받아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못 하게 하길 잘했네.’
물론 세르펜스의 신성력이 악숭 사제의 변성력 따위에 밀릴 리 없으니.
변성력 축복을 받아도 무탈히 넘어갔을 거다.
그래도 독에 내성이 있다는 게, 굳이 안 먹어도 될 독을 찍어 먹어야 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
“아악-!”
나중에 세르펜스가 돌아오면 제대로 혼쭐을 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때.
돌연 사제가 비명을 내질렀다. 타락펜스가 사제의 몸에 성검을 찔러 넣은 까닭이다.
“치료해 보십시오.”
“으, 으으···.”
난데없이 칼에 찔렸는데도 사제는 불평조차 입에 올리지 못한 채, 시키는 대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했다.
타락펜스는 상처가 낫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시 사제의 몸에 성검을 찔러 넣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등을 길게 베어 보기도 하고 손가락도 잘라보는 등, 수차례 상처를 입혔다.
“다시.”
“끄···흑···!”
사제는 다시 상처를 치료했고, 타락펜스는 찬찬히 상처가 나아가는 과정을 관찰했다.
실눈을 뜨고 슬쩍 보니 잘려나간 손가락이 재생되지는 않는 것 같다.
치료 능력은 일반 신성력과 다르지 않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