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85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851화(851/1105)
851회
86. 공작님의 납치 (19)
아직 2회차의 진짜 결말에 관해 물어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대답을 피하면 기껏 얌전해진 타락펜스가 도로 서스펜스하게 변할 게 뻔하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진실 중 절반만 드러내기로 했다.
“마왕의 쪼잔함을 욕하고 있었어.”
“갑자기?”
타락펜스가 테이블 위에 놓인 까눌레와 자두 주스를 슥 쳐다보며 말했다.
재밌게 놀다 와서 맛있는 간식을 앞에 두고, 느닷없이 마왕의 쪼잔함을 욕했다는 소리를 믿으라고 한 거냐고 비꼰 걸 테다.
“아도르랑 얘기할 만한 화제를 찾으려고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생각의 흐름이 그렇게 흘러갔어.”
“···그렇군.”
떨떠름하다는 기색이 없잖아 있었으나 내 말을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나는 녀석의 의심을 완전히 지울 겸, 이번 회차에서 마왕이 저지른 직무 태만을 얘기하며 한탄했다.
그러자···.
“제물을 많이 모으지 못한 까닭에 악마를 자주 소환할 수 없어서,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했을 뿐이지 않나?”
내 얘기를 전부 듣고도 타락펜스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런 소리를 하는 줄 아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위로와 공감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으나 맞장구 정도는 쳐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내가 근거 없이 남을 욕하는 쪼잔한 사람 같잖아?!’
누군가를 뒤에서 흉보는 게 나쁜 일이라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상대는 마왕이다.
이 대륙으로 넘어오기 위해 악숭이들에게 사람들을 학살하여 제물을 모으라고 명령한, 아주 악독한 놈이다.
심지어 마계로 쫓겨난 것도 사람들을 너무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쁜 놈이라면 쪼잔하다는 욕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닌가? 놈이 저지른 짓에 비하면 쪼잔하다는 말은 그냥 귀여운 투정 수준이잖아.’
생각을 하다 보니 괜히 울컥해졌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진짜 속 좁고 옹졸한 사람이 되어 마왕을 흉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자두 주스를 한 모금 마셔서 당을 충전한 뒤 운을 떼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2회차 때 악마교의 입지는 꽤 탄탄한 편이었지?”
“그렇다.”
“혹시 마왕은 그때도 허술하다 못해 어처구니없는 개소리로 종교를 전파하려 했어?”
“현 시간대에는 아직 그 사상을 접하지 못하였으나, 선우의 표현을 들어보니 내가 들은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군. 아니면 더 엉터리가 되었거나.”
타락펜스가 무덤덤하게 말하며 자두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모습을 보다가 녀석의 접시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딴생각을 하는 동안 까눌레 하나를 다 먹어 치운 모양이다.
하긴 아껴 먹어도 몇 입이면 사라져 버릴 만한 크기였으니 금방 먹어버릴 만도 했다.
그럴 줄 알고 일부러 까눌레 상자를 통째로 테이블 위에 꺼내 두기도 했고.
“그때도 엉망이었다고? 혹시 일부러 마왕이 신이 되지 못하게 하려고, 그딴 개소리를 퍼트리게 내버려 둔 거야?”
나는 그렇게 질문하며 상자 안에 들어있는 까눌레를 살펴보았다.
초콜릿으로 코팅된 까눌레가 가장 먼저 눈에 띄긴 했지만, 가장 달아 보이는 건 원래 대미를 장식할 때 먹어줘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움푹 파인 윗면에 살구잼이 채워진 까눌레를 타락펜스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타락펜스가 냉큼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어 까눌레를 썰며 입을 열었다.
“완전한 신이 되기 위해서는 ‘신명’에 걸맞은 존재가 되어야 할 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그렇게 인지되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근본을 부정해서도 안 된다. 그런 제약 속에서 최대한 포장하려 하다 보니 그 모양이 된 것일 뿐. 정말로 그 내용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여 교리랍시고 내세운 게 아니다.”
설명을 끝마친 녀석이 바로 작게 자른 까눌레를 입안으로 옮겼다.
참 잘도 먹는다.
나는 내 접시에 남아있던 까눌레를 그냥 한입에 넣어버리고, 타락펜스에게 줬던 것과 같은 맛의 까눌레를 내 접시로 옮겼다.
“그래서 내용이 그따위였구나?”
“룩스메아 교단의 성서에도 신 룩스메아에게 불리할 만한 얘기가 나오잖는가. 그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불리할 만한 얘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내용 말이다.”
룩스메아가 사람들의 바람 속에서 탄생했다는 부분을 말하나 보다.
보통 신이라 하면 창조주라던가 범접할 수 없는 절대자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곳에서도 교리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기도 하고.
반면에 실제 룩스메아의 기원은 그 반대라 하여 내심 의아하기는 했다.
‘하지만 룩스메아라는 하나의 존재를 중심에 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근간을 설명하는 신화라고 생각하면 꽤 멋있지 않나?’
그래도 보는 시각에 따라 신이 사람보다 아래에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으니.
타락펜스의 말마따나 신의 위엄을 깎아 먹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마왕은 그 점을 질투하는 것 같았지만.”
타락펜스가 가볍게 덧붙이듯 말하고는 살구 까눌레를 또 한 입 먹었다.
룩스메아 교단과 악숭 사제가 공통으로 하는 얘기에 의하면 ‘어둠’, 즉 마왕은 태초부터 존재했다는 듯했다.
그런 마왕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를 부러워할 이유가 있나 싶었지만, 잘 생각해보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왕은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까마득히 오랜 세월이 걸렸으니까.
반면에 룩스메아는 처음부터 신으로서 태어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불합리함을 느끼며 억울해할 만도 했다.
“그건 그렇고 아도르는 마왕이랑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나눴나 봐?”
“마왕이 혼자서 떠들어댔을 뿐, 딱히 대화를 나눈 건 아니다.”
타락펜스가 마왕따윈 까눌레만도 못하다는 듯,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살구 까눌레를 마저 입에 넣고 까눌레 상자를 힐끔거렸다.
내가 알기로 마왕과 대화하려면, ‘대사제’라 불리는 법숭이가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해 줘야만 한다.
‘자신이 따르는 마왕의 말을 대충 듣고 흘리는 타락펜스를 보며, 악숭 대사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성검의 주인]에 대사제란 놈이 등장한 건, 타락펜스가 마왕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뿐이었다.마왕이 원격 제어로 놈을 조종하여 살아있는 전화기로 써먹었으니, 등장했다고 하기도 뭐하지만.
심지어 타락펜스는 마왕의 힘을 가로채자마자 가장 먼저 대사제부터 죽였다.
그러한 까닭에 내가 아는 거라고는 놈이 마왕과 계약했다는 것뿐이다.
“혹시 아도르는 대사제란 놈에 관해 뭐 아는 거 있어?”
“성검 일행의 마법사와 외모가 닮았다. 그래서 마왕에게 물어보니, 그자의 조부가 마탑주의 형이라고 하더군.”
“헐?!”
마탑주네 친인척이 대체 어째서 마왕의 생체 전화기 역할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놀라서 턱에 힘이 풀려 입이 떡 벌어졌다.
그렇게 멍하니 굳어 있는데 돌연 입안에 살구 까눌레가 쑥 들어왔다.
범인은 타락펜스였다.
벌어진 내 입과 까눌레의 지름이 얼추 비슷해 보여서, 도형 맞추기 놀이라도 하는 감각으로 끼워 넣어 보고 싶었나 보다.
‘아까 먹었던 기본 까눌레도 맛있었지만, 이것도 맛있네? 일반 품목이 이 정도면 한정 까눌레는 얼마나 맛있으려나···가 아니잖아?!’
반사적으로 까눌레를 우물거리며 그런 생각을 떠올리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내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노려보든 말든, 타락펜스가 상자에서 초콜릿 코팅된 까눌레를 내 접시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빈 접시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녀석을 노려보며 초코 까눌레를 녀석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까눌레가 더 먹고 싶으면 그냥 말을 하지···. 아니면 직접 가져가서 먹던가. 것보다 마탑주의 친척이 왜 거기서 그러고 있는 거래? 마탑주는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죽을 때쯤엔 알았겠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형제의 핏줄’을 미끼로 유인해서, 대사제가 직접 죽였으니까.”
“그래서 갑자기 마탑이 무너진 거구나?!”
마탑은 [성검의 주인]에서 휴마누스를 지지해준 몇 안 되는 단체이자, 강력한 무력 집단이다.
마법사들이 밖에 나와 악숭이들을 때려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마탑에 콕 틀어박혀 있다는 게 문제긴 했지만.
온갖 마법이 도배된 마탑은 가히 난공불락의 요새라 불러도 무방했다.
그런 곳에 원거리 딜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게다가 아니마의 할아버지인 현 마탑주는 역대 마탑주 중에 가장 강하다고 했지, 아마?
아니마의 천재성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다 할아버지인 마탑주를 닮은 거다.
재능 자체는 아니마가 훨씬 더 뛰어났으나 지금은 마탑주가 더 강하다.
아니마 만큼은 아니어도 마탑주 또한 천재이고 연륜까지 쌓였으니까.
게다가 마탑주는 아니마처럼 마법 연구를 게을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연구에 너무 매달려서 탈이었다.
그러느라 아니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였고, 아니마가 에드나에게만 매달리는 원인이 되었으니까.
아무튼 나이가 많아서 거동이 불편하긴 해도, 모든 방비가 갖춰진 마탑에서 마탑주가 죽을 리 없다.
마탑주가 버티고 있는 이상 마탑이 무너질 일도 없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마탑이 무너졌다는 게 이상하더라니.
이미 에드나를 잃고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아니마는 그 소식을 듣고 반쯤 미쳐버렸다.
마탑과 할아버지에게 애정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에드나의 흔적이 남아있고 그녀와 함께 추억을 쌓아온 장소가 사라져버렸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을 읽을 땐 성검 일행의 돌아갈 장소를 없애서, 더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장치인 줄로만 알았다.
심지어 어떻게 무너졌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그런 소식이 들려왔다는 서술 한 줄로 끝나버렸으니까.
“잠깐만, 그 중요한 정보를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내가 현 시간대에 오게 된 지 아직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선우는 어서 사라지라는 소리를 매일 같이 해댔고.”
“···미안해, 아도르. 그런데 혹시 그거 말고 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어?”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타락펜스가 찬바람이 부는 태도로 그리 말하고는 자두 주스를 홀짝거렸다.
기억력도 좋은 녀석이 정말로 기억나지 않아서 저럴 리가 없다.
정보를 더 듣고 싶다면 자신에게 잘 보이라는 뜻을 전하고 싶은 걸 테다.
“그래도 까눌레는 더 못 줘. 내일 한정 까눌레도 먹어야 하는데, 이러다 까눌레에 물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나는 이 달콤한 간식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그것을 챙겨주는 선우의 태도가 더 좋다.”
그래서 조금 전 까눌레를 직접 꺼내 먹는 대신에 내게 빈 접시를 내밀었나 보다.
혹시 현재펜스도 그런 마음으로 나를 통해 간식을 받아먹으려 하는 건가?
이 문제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은 마탑주부터 살릴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대사제에 관한 정보를 조금만 더 알려주면 안 될까? 최소한 어쩌다가 악숭 세력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것만이라도.”
“악마 숭배 세력에 ‘들어갔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 그자의 조부이지 대사제 본인이 아니다.”
대사제는 그냥 부모와 할아버지가 악숭이라서 악숭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잡아뗀 것치고 순순히 정보를 알려주는구나 싶다.
다른 정보를 더 말해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나?
아니면 까눌레를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걱정해 준 것이 마음에 들어서, 특별히 서비스 차원에서 더 말해 주기로 한 거려나?
“그 조부는 어쩌다가 악숭 세력에 들어간 건데? 실종이라고 했으니까, 납치된 거야?”
“대사제를 의식한 건지 마왕이 거기까지는 얘기해 주지 않아서 나도 모른다.”
“못 들었으면 어쩔 수 없지. 그보다 이거 다 먹고, 내일 교단에 보낼 편지 한 통만 더 쓰자. 악숭 세력이 실종된 가족의 핏줄을 미끼로, 마탑주를 마탑 밖으로 유인하려 하니까 조심하라고.”
“마탑에 배신자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도 함께 적겠다.”
“뭐?! 그게 누군데?”
“대사제의 사람이라 거기까지는 나도 모른다.”
“······.”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일단 마탑주가 죽게 된 원인을 찾은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이놈의 2회차는 왜 까도 까도 끝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아직 까지도 않은 진짜 결말이 점점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