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91)
공작님, 회개해주세요!-91화(91/1105)
91. 공작님의 생일 (4)
굳이 공작저를 순회할 필요도 없었다.
오전 중에는 행정관들이 별거 아닌 간단한 보고서를 들고 결제를 받으러 왔다 갔다.
오후에는 기사단장이 잠깐만 훈련을 봐달라며 부탁해와서, 잠시 병영에 들리게 되었다.
그 외 사용인들은 세르펜스가 다니는 길목마다 돌아가며 대기하다 기회를 노렸다.
그들은 성검의 주인 내정자 따위가 아니라.
‘세르펜스 A. 프라시더스’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찬양 섞인 감사와 축하 인사에, 태연한 척 연기하려 해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건 세르펜스라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감정을 신성력으로 제어하지 않게 되었으니, 더더욱.
“거, 되게 부끄러우신가 봅니다?”
“그···, 닥쳐.”
병영에서 집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책상 위에 고개를 박고 엎드린 그를 보고, 낄낄대며 놀리자 세르펜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받아쳤다.
“닥쳐가 뭡니까, 닥쳐가. 상스럽게.”
언젠가 그가 했던 표현을 인용하여 지적했다.
그에 세르펜스가 고개를 살짝 들어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봤으나, 살기 하나 안 담긴 그 시선은 사실 하나도 안 무섭다.
처진 눈꼬리에 선한 인상의 그가 민망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는데.
‘무서울 리가 없잖아?’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표정이 별 위협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시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 똑, 똑, 똑.
규칙적인 세 번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시계를 보니 슬슬 유지스가 오기로 한 시간이 다 되어갔다.
심호흡하며 가까스로 표정을 추스른 세르펜스가 들어와도 좋다 일렀다.
“아르케 왕국의 유지스 위리디아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응접실로 안내해 주십시오.”
“그리고···. 크흠-!”
보통이라면 바로 밖으로 나갈 터인 한스가 징그럽게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응접실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세르펜스가 그것을 의아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생신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걸···.”
그가 꺼내 든 것은 아마도 롤링 페이퍼였다. 머뭇거린 건 축하 인사가 아니라 저것 때문인가보다.
규칙을 잘못 알고 있는지, 편지 봉투에 곱게도 넣어 놨다.
“집사님이 웬일입니까? 제가 꾸민 일에 끼어드시고?”
“···어흠, 흠!”
다른 이들은 그렇다 쳐도 사용인들이 제 관할 구역을 벗어나 있던 걸 생각해 보면, 그가 일부러 모르는 척 넘어가 준 듯했다.
헛기침하는 한스의 손에 들린 편지를 가로채, 봉투를 바로 뜯어버렸다.
“그걸 왜 보좌관님이 뜯어보시는 겁니까?”
“이건 편지 봉투에 따로 담아놓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글을 하나로 묶어 놓았을 때 의미가···. 어, 뭐. 이상한 소리는 안 적었네요.”
그가 더 따지려 들기 전에 재빨리 내용을 훑어봤다. 별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 후, 세르펜스에게 건넸다.
“그럼 저희는 옆의 응접실에서 기다릴 테니, 그쪽으로 안내 부탁합니다!”
응접실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지스가 도착했다.
한 손에는 케이크 상자와 다른 한 손에는 생일 선물로 추정되는 선물 상자가 하나 들려있었다.
“세르펜스님, 생일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정상적인 축하 인사에 세르펜스가 안도했다.
“일단 앉죠! 차를 가지러 갔으니, 도착하면 케이크도 꺼내고 선물도 주고 합시다.”
“···그 편지 묶음이 선물 아니었던 건가?”
“편지 묶음이 아니라 롤링 페이퍼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 건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이었으나, 문제 될 건 없었다.
세르펜스는 그냥 내가 하는 수상한 행동들에 대한 의문을 선택의 날까지 아예 끊어 버렸고, 유지스는···.
“제국에는 참 좋은 문화가 있네요. 저번에 들렸을 때는 없었는데, 그사이 새로 생긴 건가요?”
“네, 생긴 지 얼마 안 됐는데 괜찮지 않습니까?”
“저희 아르케 왕국에도 꼭 알리고 싶어요!”
알아서 잘 끼워 맞춰 해석해 주었다.
시녀가 들어와 차를 내와 각자의 잔에 따라준 후,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아까 연무장으로 향할 때, ‘우윳빛깔 공작님’을 외치고 도망간 시녀다.
‘아무리 내가 책임진다 했지만, 정말 막 던지네.’
저런 멘트를 판타지 세계에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 주제에 손님 앞이라고, 다소곳한 표정과 태도를 잘도 꾸며낸다. 집주인이나 그 아랫사람이나 내숭이 아주 고단수였다.
“휴마누스에게 롤링 페이퍼에 대해 말하니 직접 와서 건네고 싶다고 하셔서, 우선 제 것만 드릴게요.”
“어찌어찌하다 보니, 제가 모은 건 이미 몽땅 건넨 뒤라서. 세르펜스에게 바로 건네주면 됩니다.”
“그렇군요.”
유지스가 세르펜스에게 한 장의 종이를 건넸다.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내가 읽는 건 예의가 아니다. 아, 물론 한스는 예외였다.
“앗, 아직 읽지 마세요! 좀 부끄러우니까, 나중에 제가 가고 나면 읽어주실래요?”
바로 읽으려는 듯한 세르펜스의 행동을 그녀가 저지하며 말했다.
나에게 한 번 데였던 그는 흠칫 놀랐다. ‘설마 너도냐···?’라고 말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것을 읽지 않고 조심스레 챙겼다.
그녀는 그가 어째서 자신을 저런 눈으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전하랑은 언제 친해지신 겁니까?”
그녀가 가져온 케이크에 초를 꽂으며 질문했다.
“개인적으로 만나 뵌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던데요? 그러니 편하게 불러도 좋다고 하셔서요.”
“아, 예···.”
“······.”
나는 떨떠름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고, 세르펜스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그분에겐 어째서 약속 시각을 한 시간 늦게 알려주라고 하신 건가요?”
그야 롤링 페이퍼 얘기를 하면 어떻게든 그가 공작저에 올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사실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어도, 세르펜스가 모처럼 수도에서 생일을 맞이하는 것이니 어떻게든 시간을 비워놓았을 테다.
‘사람 많으면 좋지. 하지만 세르펜스의 생일인데, 그가 불편해해서야···.’
그래서 유지스에게 건넨 쪽지에, 만약 그가 찾아올 것 같으면 약속 시각을 늦춰서 알려주라고도 적어놓았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유지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이따 보시면 압니다.”
보나 마나 휴마누스는 그녀 앞에서 세르펜스를 세피라 부르며,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란 얘기를 늘어놓았을 것이 뻔했다.
지금쯤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와 휴마누스가 세르펜스의 절친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지 않을까?
‘현실은 비교할 것도 없이 내가 압승이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의 불을 껐다.
유지스가 케이크에 꽂힌 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세르펜스가 그것을 불어 꺼트렸다.
“아니, 그걸 왜 바로 꺼요?”
“···뭔가 잘못됐나?”
“소원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조금 감상 정도는 하셔야지. 그걸 냅다 바로 꺼버리는 사람이 어딨어요?”
이 세계에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악단을 불러 연주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악단을 부르는 건 귀족 한정이고 평민들은 어떻게 하는지까진 모르겠다.
‘그래도 내년엔 노래도 한 번 시켜볼까?’
유지스가 다시 초에 불을 붙였고, 나는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일렁이는 촛불 앞에서 세르펜스는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후─.”
초가 반쯤 녹아내렸을 즈음이 돼서야, 소원을 정했는지 그가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마법 등을 켜, 방 안을 밝혔다.
“그럼 이제 선물 증정식이 있겠습니다! 환호와 박수!”
“와, 와아···!”
“······.”
그래, 넌 안 할 줄 알았다.
나와 유지스가 각자 준비한 선물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가 선물을 풀어보는 동안 나는 케이크 위에 녹아내린 촛농을 걷어내고, 잘라서 각자의 접시 위에 덜었다.
“···이것들은 대체 뭡니까?”
“사탕이 든 유리병이요. 아! 참고로 이거 리필식이고 제가 개수 세어서 넣는 거니까, 하루에 하나씩만 드시는 겁니다?”
선물로 무엇을 줄까 고민하다가, 거리에서 우연히 사탕 가게를 보고 떠올린 것이다.
‘볼수록 단것을 참 좋아하는 녀석인데, 항상 내가 챙겨줄 때가 아니면 먹질 않으니···.’
간식 시간 외에도 자기가 당길 때, 자발적으로 꺼내 먹으라고 주는 선물이다.
“참고로 이 병은 전에 야시장 갔을 때, 음료가 담겨있던 병입니다.”
“···재활용인가?”
“추억입니다!”
세르펜스가 쓰레기 취급하여 버리려고 하길래, 내가 그의 것까지 챙겨뒀다.
음료보다는 병 자체가 기념품 적인 면이 강했기에, 디자인도 괜찮고 입구도 넓어 뭔가를 담아두기에 딱 좋았다.
놔두면 다 쓸모가 있는 법인데, 버리긴 왜 버린단 말인가.
“저는 직접 깎은 목각 조각상이에요! 저희 일루미나티의 상징인 고양이죠!”
본래 일루미나티의 상징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다.
그러나 신이라고는 룩스메아 뿐인 이 세계에서, 지혜의 여신이 어쩌고 하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여행 중 그녀가 한 질문을 받은 나는 ‘···고양이?’라고 답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세르펜스를 빤히 바라보며.
그 결과···.
“···왜 고양이가 안경을 쓰고 있는 겁니까?”
자신과 비슷한 둥그런 안경을 끼고 있는 고양이 조각상을 바라보며, 그가 떨떠름하게 질문했다.
유지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는 어쩐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무척이나 억울했다.
나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본인의 고양이스러운 행동들을 문제 삼아야 옳지 않을까?
“일단 먹죠! 눈앞에 둔 음식을 내버려 두는 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며 포크를 꺼내 들자, 세르펜스가 내 접시를 가로채 그 위의 케이크 절반을 자신의 접시로 덜어가 버렸다.
“케이크를 많이 드시고 싶다면 더 덜어가시면 되잖습니까! 왜 제 것을 뺏어갑니까?”
“어제 내게 체중 감량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
본래 시온이 가지고 있던 옷을 다시 꺼내 입은 나를, 그가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저건 그냥 변명이고, 분명 안경 낀 고양이 때문에 심술을 부리는 게 틀림없었다.
하나, 어차피 휴마누스가 오고 난 후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기 위한 케이크가 하나 더 준비되어 있다.
공작저의 부엌 시녀들이 만든 생크림 케이크.
대외적 세르펜스의 이미지 때문에 설탕을 최소한으로 넣어 만든 것이니만큼, 많이 먹어도 괜찮을 거다.
‘휴마누스 앞에서 세르펜스가 내 케이크를 뺏어갈 리 없잖아?’
애써 나 자신을 달랬다.
그러나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먹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복수를 아니 할 수 없었다.
“있죠, 유지스! 오늘 공작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 달그락-.
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세르펜스가 입을 벌린 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가 식기 부딪히는 소리를 낸 것은 예절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이후, 처음이지 않을까? 보통 당황한 게 아닌 모양이다.
그의 눈빛이 ‘말하려는 거 아니지? 안 할 거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까 나갔던 그 시녀는 세르펜스를 보고 뭐라고 했는지 아십···.”
세르펜스가 내 말을 막기 위해, 내 입에 케이크를 쑤셔 넣었다.
진한 초콜릿 맛이 슬슬 물려올 때쯤, 마침 휴마누스가 올 시간이 되어 접시와 케이크를 교체하고 모르는 척 시치미 떼고 앉았다.
그동안 세르펜스는 우리에게 받은 선물을 들고, 집무실 어딘가에 숨겨놓았다.
“우리 선물이 부끄럽습니까? 왜 숨겨요!”
“하나는 예의 그 비밀 집단의 상징이고, 또 하나는···. 예, 부끄럽습니다.”
“오늘부터 일루미나티의 상징은 사탕입니다.”
아무도 내 말에 호응해주지 않았다.
“세피-! 생일 축하한다!!”
휴마누스가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 재끼며, 마침 집무실에 다녀오느라 서 있었던 세르펜스를 와락 끌어안았다.
‘반사적으로 피하려다, 참았네.’
그가 반보 가량 몸을 뒤로 뺐다가 멈칫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난감하지만 어딘가 다정함이 깃든 듯한 표정을 꾸며낸 세르펜스가 그를 슬쩍 밀어냈다.
“이야~! 이 말을 제때 해준 게 얼마 만이야? 하필이면 네 생일이 마지막 주에 있어서···. 하다못해 생일 연회라도 열었으면 그걸 빌미로 내려가서 축하해 줬을 텐데.”
정말 반갑다는 듯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그가 세르펜스의 등을 손바닥으로 팡팡 소리 나게 두드렸다.
그럼에도 세르펜스는 몸도 표정도 까딱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유지스랑 시온 경이랑 셋이 무슨 임무를 다녀왔다며? 미리 알았다면 나도 같이 가는 건데···.”
“전하께서는 제국을 지키셔야 하지 않습니까.”
“나나 너나 그게 그거지. 게다가 시온 경이 따라갔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다지 위험한 일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우선 앉으십시오.”
세르펜스가 ‘ㄷ’자 모양으로 배치된 자리 중, 방금까지 자신이 앉아있던. 상석에 있는 1인용 소파를 휴마누스에게 권하였다.
동시에,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휴마누스 때문에 어정쩡하게 일어나있던 나를 슬쩍 옆으로 밀어냈다.
자신의 앉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그래도 생일인데, 세피 네가 여기 앉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나에게는 격식 같은 거 안 차리고 편하게 해도 된다니까 그러네···.”
“이미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싱긋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세르펜스가 다정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말했다.
우리는 자리에 착석했다.
그 모습들을 쭉 지켜본 유지스는 어딘가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휴마누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참 편해 보이시네요.”
저것은 세르펜스의 연기를 비꼬고 있다기보다, 시선의 방향으로 봤을 때 휴마누스에게 한 말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선의 방향과 그녀의 심중을 파악하지 못한 휴마누스는 해맑게 웃었다.
“하하하! 유지스도 언젠가 세르펜스와 친해질 수 있을 거야.”
“감사드려요, 언젠가는···. 그래요.”
입꼬리는 예쁘게 말려 올라가 있었으나,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식어있었다.
‘얜 대체 뭘 믿고, 존재하지도 않는 친분을 과시하는 거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머릿속에서 ‘세르펜스 내 친분 서열’ 따위를 매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슬슬 시작하죠!”
방의 불 끄러 가기도 귀찮아서 그냥 초에 불을 붙였다. 세르펜스도 소원을 비는 시늉만 잠깐 하고 그것을 바로 불어 꺼뜨렸다.
“···뭐가 이리 급해?”
“공작님께서 전하의 선물이 많이 궁금하셨나 봅니다.”
“그럼 진작 얘길 하지!”
어쩐지 슬슬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휴마누스가 너무 티 없이 맑아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세피,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벽한 대외적 미소를 띤 그가, 휴마누스에게 롤링 페이퍼와 생일 선물이 든 상자를 넘겨받았다.
상자 안에 든 선물은 검대(劍帶)였다.
“곧 새로운 검을 얻게 되잖아? 그래서 준비해봤어.”
굉장히 쓸데없는 걸 주지 않을까 했으나,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다.
저기다가 반드시 성검만 걸라는 법은 없잖아?
나중에 멋들어진 세검(細劒)을 하나 사서, 걸고 다니면 될 것 같다.
“케이크라도 들면서 얘기하시는 게 어떤가요?”
휴마누스에게 신경을 끈 것인지, 그가 가져온 선물에도 신경을 꺼버린 유지스가 케이크를 잘라 나눠주었다.
“세르펜스님은 생일이시니 많이 드시고, 시온은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셨죠?”
“네?! 아, 아뇨. 이건 설탕이 적게 들었으니···.”
긴 귀가 무색하게도, 내 말은 그녀의 귀에 담기지 못했다.
그녀는 세르펜스에게 한쪽 눈을 살짝 찡긋했고, 그 시선을 받은 세르펜스의 고개가 미미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2대 1은 비겁하다!’
나는 속으로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