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10)_2
원래 공작가 장남쯤 되면 어디서든 귀빈 취급받으며 환영받아야 마땅했다, 다만 교단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렇게 보수적이었던 것뿐이지.
하나 레메스 기사단은 무장 세력이기에 출입이 불허되어 도시에서 지내야 했다.
그다음 두 번째는 죠세프와 엘리스의 변호였다.
죠세프는 교단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건만 전 칠성회 일원이라는 이름값을 지니고 있었다.
교단의 오래 봉사해 온 이들과 깊은 연을 나누었고 그 끈을 10년의 세월이 지나서도 빛바래지 않았다.
교단 사람들에게 죠세프는 신뢰할 만한 이였다.
그런 자가 안전을 보장하니 믿을 수 있었다.
뭣보다 교단의 성녀인 엘리스가 적극적으로 아덴이 여기에 있길 원했다.
엘리스는 현재 유일한 이번 세대의 성흔 보유자였다.
그러니 사실상 각성식을 치르지 않은 현재에도 성녀 취급받고 있었다.
성녀가 까라는데 아랫것들이 까야지 별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덴이 두 번째로 요구한 것, 그것은 의식불명 상태인 교주에게 병문안하러 가는 것을 허가해 달라는 거였다.
이쪽은 많은 논의가 오갔지만 결국 허락되었다.
옆에 아덴을 작살냈던 최고위 뭉크, 발리를 동행하고 만나야 한다는 제약이 붙었지만 말이다.
다음 날, 아덴은 교주를 만나 보러 갔다.
“크하하!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난 최고위 뭉크, 발리! 전에는 미안하게 됐군요, 아덴 공자!”
“……괜찮습니다, 당신도 맡은 의무를 다한 것뿐이니.”
“크하하! 성격 한번 좋은 도련님이구려! 교단의 은인답습니다!”
발리는 상당히 시끄럽고 호탕한 성격이었다.
본교의 은인이라는 건 죠세프가 아덴이 마켈란 시티에서 해 준 활약을 밝혀 붙은 이명이었다.
아덴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엘리스는 차가운 독방 안에 가둬져 있었을 테고, 교단은 영영 이번 세대의 성인을 되찾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 때문에 교단은 아덴을 기본적으로 경계하되 전체적으로 호의도 가지고 있었다.
아덴은 교주의 방 앞에서 다시 발리에게 주의를 받았다.
“이미 알겠지만 교주님을 뵙는 것은 5분만입니다. 그리고 교주님의 상태는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교주의 방문 앞을 지키던 뭉크들이 미리 허가받았는지 길을 비켜섰다.
딸칵, 문을 열었다.
‘악취.’
방 안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악취였다.
장식된 꽃의 진한 향기로도 감출 수 없는, 시체 냄새에 가까운 악취.
그 악취의 진원지인 침상에 한 노인이 누워 있었다.
성화 교단의 최고 권위자, 현 교주 케르텔 진이었다.
교주의 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썩 좋지 않았다.
피부색은 시체처럼 핏기가 없으면서 여기저기서 진물이 흘러나왔으며, 몸은 빼빼 말라 반송장이나 다름없었다.
희미하게 들리는 호흡 소리가 아니었으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 교주를 본 발리가 쾌활한 기색이 사라지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태가 되신 지 벌써 한 달쯤 되었습니다, 아덴 공자. 우리 교단의 전문가들의 진찰로는 일주일 이후가 고비라더군요.”
현 교주 케르텔 진은 존경받아야 마땅한 인품과 능력을 지녔던 교주였다.
그렇기에 교단 사람들도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고 따랐다.
하지만 그런 이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모두 피붙이를 잃는 것 같은 슬픔과 고통을 느꼈다.
아덴이 의식이 없는 교주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도 착잡함이 깃들었다.
‘케르텔 진 교주.’
아덴은 성화 교단과 깊은 연을 맺지는 않았지만, 성화 교단의 교주에겐 인연이 있었다.
아덴은 전생에선 2년 뒤에나 불을 다루는 하이트롤 주술사와 전투를 벌였다.
그러곤 공멸에 가까운 승리 후, 빈사 상태에서 살기 위해 하이트롤 주술사의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 먹었다.
하지만 날것의 트롤 심장은 독이나 다름없는 것.
하이트롤의 재생의 마나가 아덴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었지만, 그대로 방치되었다면 허무히 죽었을 것이다.
그때 성화 교단의 교주는 그런 아덴을 암행 도중 우연히 발견했고, 그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아덴을 치료해 주었다.
아덴을 치료하기 위해서 상처를 봉합하고, 하루 내내 붙들고 신성력을 불어 넣으며 지극정성으로 말이다.
한 교단을 이끄는 교주가 나섰음에도 바로 치유하지 못할 만큼, 그만큼 아덴의 상태는 심각했다.
이후 몸이 완치된 뒤, 아덴은 케르텔 교주에게 물었다.
어째서 아무 대가도 없이 자신을 구했냐고.
그때 케르텔은 신성력을 과다하게 써서 수척해졌음에도, 뿌듯하다는 눈빛으로 난감하게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 따로 이유가 필요합니까? 저는 성화의 주인의 종인 몸입니다. 성화의 빛은 그 어디로든 뻗어 나가죠. 성화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도움이 필요로 한 자가 있고, 도울 힘이 있다면 당연히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아덴 같은 용병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었다.
그렇기에 아덴은 교주의 신념이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아덴은 몸을 회복하자마자 떠났다.
교주에게 언젠가 빚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이해타산적인 만큼 빚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용병이라는 것이 아덴의 신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 빚을 갚지는 못했다.
그 뒤, 1년쯤 뒤에 노환으로 병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빚을 갚지도 못하게 일찍 뒈져 버린, 망할 할아범.’
그게 케르텔 교주에 대한 아덴의 인상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꼴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입맛이 썼다.
현생에서마저도 끝까지 기분 이상하게 만드는 노인네였다.
‘음?’
그런데 그때 아덴의 눈에 뭔가가 잡혔다.
교주의 몸 위로 희미하게 거무충충한 뭔가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아덴이 손으로 눈을 비비곤 다시 바라봤다.
그러곤 눈살을 찌푸렸다. 아른거리는 검은색의 뭔가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슬쩍 옆에 있는 발리 사제를 살펴봤지만, 그의 눈엔 보이지 않는 눈치였다.
오직 아덴 자신에게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뭐지?’
그때 언더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살왕이여.
이 새끼는 갑자기 왜 부르는 건지, 옆에 발리 사제가 있기에 놈에게만 들리게 입 닥치라고 하려던 찰나였다.
-이 인간, 저주에 걸려 있군. 그것도 아주 지독한 녀석으로.
“뭐?”
아덴이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저주? 교주에게 저주가 있다고?
“음? 아덴 공자, 무슨 일 있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옆에 있던 발리 사제가 의아해하자 아덴이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커스에게 뭔 소리냐 따지고 싶지만, 옆에 보는 눈이 있어 그럴 수도 없었다.
이럴 때는 말을 통해서만 커스와 소통 가능하다는 게 불편했다.
커스의 일방적인 음성이 들렸다.
-흠, 인간 주제에 상당히 공들이긴 했군.
커스의 말에, 아덴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생각이 돌아갔다.
‘정말로 케르텔 교주에게 저주가 걸려 있다고?’
그럼 저주를 건 것은 누구지?
애초에 어떻게 저주를 걸었는지가 의문이었다.
케르텔 진은 성화 교단의 교주다.
그 말은 이전 세대의 성자이며, 성자의 격은 사라졌지만 상당량의 신성력을 보유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건 10여 년간 교단 전체의 신성력이 대폭 약화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이를 상대로 성직자들이 감지하지도 못할 치밀한 저주를 심어 두려면 보통 실력으론 불가능했다.
저주는 흑마술사들의 전유물.
교주에게도 통할 정도의 저주를 걸 수 있는 흑마술사가 있던가?
‘정말로 저주 탓에 죽은 거라면…….’
전생에서도 그냥 병사한 게 아니라 저주로 암살당했다는 소리였다.
아덴의 눈에 싸늘함이 깃들었다.
* * *
어둑어둑한 밤이 되었다.
그렇게, 의식도 없는 교주와의 짧은 만남을 끝내고 방에서 커스와 대화를 나눴다.
“그러니까, 교주가 병에 걸린 게 아니라 저주인 게 확실하다는 거군.”
-이 몸은 지하 군주의 존귀한 영혼의 파편이며, 그 정신이다. 이 몸을 속일 수 있는 흑마술은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커스의 말에 의하면, 웬만한 인간들은 눈치도 못 챌 만큼 교묘하게 저주가 숨어 있다고 했다.
현재 교주에게 걸린 저주는 몸에 서서히 쌓여 대기만성으로 죽이는 독처럼 오랜 시간 약한 저주가 몸에 누적되어 동화된 상태였다.
마치 동충하초처럼 몸속에 잠복하며 신성력을 자극하지 않게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설령 성직자나 흑마술사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놈의 설명을 들은 아덴이 미묘하게 인상을 구겼다.
“그럼 나는 어떻게 저주를 느낄 수 있었던 거지?”
아덴이 봤던 검은 아지랑이는 진짜로 보인 게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걸로 착각할 만큼 선명한 저주의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커스가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말했다.
-흠, 아마 이 몸의 영향이 아닐지 싶군.
아덴은 비록 조각이라지만, 모든 부정한 것의 정점에 서 있는 언더로드의 영혼을 품고 있다.
그 영향으로 그쪽 계열의 감각이 기민하게 발달했다는 것이 놈의 추론이었다.
커스가 아덴에게 대뜸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혹시 흑마술을 익혀 볼 생각은 없는가?
“미친, 뭐?”
어이없는 소리에 아덴이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아덴은 전생에 흑마술사들과 탈로스를 도살해 댔던 전쟁 영웅이었다.
그리고 흑마술이나 마법과는 담쌓은 칼잡이이고 말이다.
그런 입장에서 흑마술을 배우지 않겠냐고 묻는 것은 황당하게만 들려왔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어쩌면, 인간들 중에서 흑마술 쪽에 현재의 그대만큼 잠재력은 지닌 자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마령석까지 품고 있는 인간이지 않은가.
그 말에 아덴은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마령석까지 몸에 품은 인간이 흑마술에 재능 없으면 그건 그것대로 웃겼다.
그와 같은 이레귤러는 또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흑마술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진심으로 익힌다면 그 흑마술사 수장만큼 대성할 수도 있겠지.
그 말에는 확실히 혹하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한 아덴이 고개를 저었다.
“됐다. 내가 미쳤다고 그러겠냐?”
아덴은 많은 흑마술사들과 탈로스와 대적하면서 그 흑마술만의 장점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일단 쉬운 노력으로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탈로스와 계약하여 흑마술에 필요한 암흑 마기를 빌려다 쓰기에는 힘의 제한이 적었다.
기술을 익히고 숙련도를 높여야 하면서 동시에 마나를 쌓아야 하는 마나 무인이나 마법사와 달리 기술의 숙련도만 높이는 데 초점을 두어, 빠른 속도로 강해지는 게 가능했다.
또한, 기존의 마법으론 불가능한 영혼의 영역을 건드릴 수도 있는 힘이었다.
그것은 불사와 영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달콤한 미끼였다.
그런 흑마술의 유혹적인 특성 탓에, 세상의 박해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흑마술사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아덴은 흑마술에 그만큼 단점도 많음을 알고 있다.
일단 흑마술을 익히면 홀리 포션이나 사제의 축복 같은 신성력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신성력은 마와 반발하는 특성을 지닌 탓이었다.
뭣보다 큰 리스크는 흑마술이 지닌 광기였다.
암흑 마기는 인간 내면의 분노, 증오, 탐욕, 질투 등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고 흑마술은 그 특성상 비인도, 비인륜적인 행동을 하길 부추긴다.
그것이 더 편하고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이니 말이다.
그 때문에 흑마술을 익히면 조금씩 인간적인 마음이 점점 마모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모된 정신으론 벽을 넘어설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 때문에 흑마술은 대성이 어려운 학문이었다.
“애초에 나는 검사이고 말이지.”
평생 검밖에 모르고 살아온 몸이었다.
비록 마나를 다룬다지만 그것은 감각적인 활용이었다.
지식을 습득하고, 수식을 짜서 마나를 배열하는 등 머리를 써야 하는 마법은 아덴과 그 성향이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니케타가 사기적인 거지.’
니케타 플로렌스의 흑마검술은 흑마술과 검술 양쪽에 재능을 타고난 덕에 만들어진 능력이었다.
검술 쪽으로만 재능을 타고난 아덴으로선 흉내도 못 할 짓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힘의 근원만 다르지, 마법과 일맥상통하는 흑마술을 익혀 제대로 대성할 재량이 있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런 부작용을 짊어지면서까지 배울 필요성을 못 느끼겠군. 쓸데없는 소리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군.
“뭐, 그래도 일단 기억해 두긴 하지. 흑마술이 강한 힘인 것은 맞으니까.”
아덴은 복수를 위해 힘을 기르고 있는 상태였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하는 처지.
그러니 필요에 따라 흑마술을 활용할 생각도 아예 없진 않았다.
다만,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이니 아덴은 당장의 문제부터 초점을 두기로 했다.
‘케르텔 교주에게 저주를 건 놈이 누구지?’
커스의 설명대로라면, 교주에게 저주를 건 자는 오랜 기간 천천히 공을 들여 교주를 저주에 중독시켰다.
그런 게 가능하려면 교단 내부의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범인은 이곳 성화 교단 안에 있다는 것이다.
“교주에게 걸린 저주, 해주법은 있나?”
-그 교주라는 늙은 인간의 몸에 걸린 저주는 육신과 동화된 상태다. 술자를 찾는다 하더라도 떼어 낼 수 있을지 미지수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엄청난 양의 신성력을 강제로 때려 붓거나 저주의 구조를 완벽히 파악한 자가 정밀히 해주하는 것뿐일 거다.
즉, 엘리스가 성녀로 각성하여 신성력을 사용하면 해주되는 것은 확실하다는 거였다.
‘그럼 저주를 건 술자에겐 상당히 골칫거리이겠군.’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인은 3년 뒤에나 죽였어야 할 교주를 지금 죽이려고 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뭔가 빨리 교주가 사라졌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셈이었다.
그런데 성녀의 신성력을 이용해 교주가 치유되면 곤란할 테니 술자의 입장에선 지금 엘리스가 눈엣가시일 것이다.
‘어쩌면, 엘리스의 각성식 이전에 손써 두려 할지도.’
교주에게 저주를 건 자는 교단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