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14)_1
┃4장, 나무의 요정족 엔트
그는 엔트를 찾아내기 위해 이 죽음의 숲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거기에다 상대가 다쳐서 죽어 가고 있을 줄도 말이다.
마을 주민이 말했다.
“마을 인근에서 쓰러져 있던 것을 주워 왔습니다. 이후 얼마 뒤 도적들이 나타나 마을을 습격했고요.”
아덴이 어린 엔트의 상태를 살폈다.
정말로 포션을 뿌려 두었는데도 상처가 낫지 않고 있었다.
왜 그런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포션의 기운을 다른 기운이 막아 내며 재생을 억제시키고 있었다.
어둡고 사특한 기운이 상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아덴에겐 익숙한 기운이었다.
‘암흑 마기?’
정황상으로 보면 이 상처는 도적들에게 당한 것일 터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암흑 마기가 튀어나오는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이런 식의 현상을 벌이는 상처는 오직 흑마술에 당해 입었을 때뿐이다.
‘일단 생각은 나중에 하고, 치료부터 하자.’
흑마술에 당한 상처는 일반적인 치료로는 치유하기 어렵다.
암흑 마기에 상극이나 다름없는 신성력을 사용해야 했다.
퐁.
아덴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홀리 포션을 한 병 꺼내 어린 엔트가 입은 상처 위로 뿌렸다.
그리고 반쯤 남은 것은 입안에 조금씩 흘려 넣었다.
그러자 홀리 포션이 지닌 신성력이 암흑 마기를 정화시키고 기운이 급속도로 어린 엔트의 몸에 흡수되었다.
창백하던 아이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런 어린 엔트를 보며 아덴의 눈매가 착 가라앉았다.
‘암흑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흑마술사와 지하 세계의 마물뿐.’
화전촌의 주민들을 죽이지 않고 잡아간 도적들의 행동.
밖과는 폐쇄적이기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려운 죽음의 숲의 환경.
그리고 흑마술에 공격받은 흔적이 있는 엔트까지.
키워드가 모이자 얼추 그림이 그려졌다.
‘이거 일이 복잡하게 되었군.’
* * *
아덴과 일행은 촌장의 집에서 저녁을 대접받았다.
빵과 야채 스튜로 된 간소한 밥상을 앞에 두고 모두 둘러앉았다.
루니아 여사제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스튜가 앞에 나오자마자 퍼먹었다.
그녀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와오! 이 스튜 정말 맛있네요! 학살탑에서 먹던 트롤내장탕이나 오크눈알구이보다 더 맛있어요!”
“내, 내장?”
“무, 무슨 눈알이라고?”
옆에 앉아 있던 촌장이 기겁하며 되물었고, 다른 이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맛있다는 듯 오물오물 먹어 대며 배시시 웃는 루니아를 아덴만이 짠하게 식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야 그렇겠지.’
아덴이 알기로, 학살탑에서 먹는 음식은 그날 사냥한 몬스터들의 고기로 대충 굽고 끓여서 즉석으로 해 먹는 것뿐이었다.
일단 다른 음식을 얻기에는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어려웠다.
그리고 운송 도중 몬스터의 습격을 당하거나 황무지의 열기에 다 상하기 십상인 탓이었다.
몬스터 눈알이나 내장탕 같은 것만 먹다가 사람다운 음식을 먹으니 뭔들 못 먹을까.
아무튼, 다들 식사를 들며 제대로 다시 자기소개를 했다.
“다시 소개하지. 나의 이름은 타이온 세두스. 세두스 가문의 장남이며, 영주 티리에드 세두스의 아들이다.”
“저는 루니아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덴 레메스다. 숲에 볼일이 있어 타이온과 협력 중이다.”
“아덴 님의 호위 기사, 로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촌장이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마커스. 이 화전촌의 촌장입니다. 여기에 정착하기 전엔, 그러니까 한 10년쯤 전엔 영지에 하급 기사로 복무했습니다.”
“음? 우리 영지의 기사였단 말인가?”
그의 말에 타이온이 깜짝 놀랐고, 촌장이 겸언쩍다는 듯 쓴 미소를 머금었다.
“뭐, 지금은 은퇴했지만 말입니다. 타이온 공자님.”
그는 약 10년 전에, 마수 토벌전에서 큰 부상을 입고 은퇴했다고 한다.
그 후 연고자가 없기에 친우가 살고 있던 이 마을에 흘러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자기소개가 각자 끝나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제 어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겠나?”
타이온의 물음에 촌장이 잠시 생각를 정리하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앞서 보시다시피 우리 마을은 도적들에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도적들이 습격해 온 시간은 어제 한밤중이었다.
마흔 명에 가까운 도적 무리가 지닌 기량과 무력은 일반인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화전촌 쪽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마을의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험난한 죽음에 숲에서 지내며 강인함을 키웠다.
적어도 소녀가 고블린의 머리통을 깨부술 정도의 깡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촌장인 마커스로부터 마나 무술을 가르침을 받고 양성된 자경단은 모두 강화의 경지 입문급의 실력 정도는 지니고 있었다.
마커스 본인과 마을 고참들 몇몇은 강화의 경지 숙련자급이었으며 말이다.
병사들을 부렸던 경력이 있기에, 마커스는 자경단과 마을 주민들을 이끌고 도적들과 격렬히 저항했다.
다른 마을과 비교했을 때, 사람 수도 많고, 자경단의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그 때문에 도적들은 우왕좌왕했으며, 그대로였다면 도적들이 크게 패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큰 변수가 일어났지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등장하자 전세가 역전되었다.
남자가 주문을 외치자 주변에서 해골과 시체들이 땅에서 기어 나와 도적들과 함께 공격한 것이다.
“시체를 부린다면…….”
“흑마술사로군.”
타이온의 안색이 굳어졌고, 아덴은 생각에 잠겼다.
역시 예상대로 이번 일엔 흑마술사가 연루되어 있었다.
‘그 도적들, 그러니까 용병들은 흑마술사가 고용한 녀석들이겠군.’
흑마술사에겐 제물로 바치거나 실험을 할 인간의 목숨이 필요했다.
아마 처음엔 도적들만 이용해 사람들을 잡아가려다가, 예상보다 저항이 심하니 직접 나선 거겠지.
“그 시체를 부리던 자는 우리들에게 항복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시체를 부리는 사이한 마술을 부리는 자를 상대로 항복했다간 뭔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급 기사였기에 나름 교양 지식으로 흑마술사의 존재에 관해 얼핏 들은 적이 있기에 촌장은 결사 항전을 결정했다.
흑마술사가 원한 건 살아 있는 싱싱한 인간들의 목숨이지 누더기가 된 시체들이 아니었기에 흑마술사의 공격은 미적지근했다.
자경단의 반 이상은 되는 이들이 죽어 나갔다.
결국, 흑마술사는 암흑 마기를 다 써 버렸는지 그대로 도적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제길!”
이야기를 전부 들은 타이온이 분개했다.
“이 모든 게 흑마술사의 짓이었다니! 그 흑마술사를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
타이온의 눈에서 흑마술사를 향한 적개심이 철철 흘러넘쳤다.
‘니케타가 참 고생이 많겠군.’
이런 미친 짓들을 벌이는 흑마술사를 상대로 어떻게든 흑마술에 관한 세상의 인식을 바꾸려고 바동거리고 있을 그녀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아마 이런 악한 흑마술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상 그녀의 숙원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아덴이 담담히 말했다.
“그렇다면, 분명 다시 공격해 오겠군.”
촌장이 당황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놈들이 다시 공격해 온다는 뜻입니까?”
아무래도 촌장은 이대로 도적들이 포기하고 더 이상 오지 않길 바란 모양이었다.
지금 같은 마을 상황에서 놈들이 다시 왔다간 필패일 테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겠지.
“흑마술사는 자신을 본 자들을 살려 둘 만큼 자비롭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흑마술사가 흑마술을 쓰는 걸 본 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었다.
흑마술사에게 죽든가, 흑마술사를 죽여 살아남거나.
놈들은 분명 오늘 밤 다시 찾아올 것이다.
* * *
우리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곧 놈들이 다시 쳐들어올 가능성이 높음을 알렸다.
“노, 놈들이 다시 올 거라고?”
“정말로 그렇다면, 우린 전부 다 끝이야…….”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동요했다.
그 개고생해 가며, 이웃과 가족들이 희생한 끝에 겨우 버텼는데 다시 몰려온다니.
막막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동요도 금방 수그러들었다.
지금은 그들만이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타이온이 마을 사람들 앞에 앞장서서 외쳤다.
“아무도 걱정하지 말라! 우리 세두스의 기사들이 있는 이상, 그런 도당 무리에게 굴복할 순 없다!”
타이온과 다섯 명의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며 마나를 주입했다.
우우웅 검이 떨리는 소리와 함께 여섯 개의 소드 오러가 맺혀 빛났다.
“모두 나를 따르라! 우리들은 긍지 높은 세두스 영지의 자손들이다! 우리는 지지 않는다!”
찬란한 여섯 개의 빛.
그 빛은 막막함과 절망에 빠져 가던 화전촌 주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 주었다.
“오옷!”
“저게 그 말로만 듣던 검기!”
타이온이 한쪽에 서 있는 루니아 여사제를 가리켰다.
“그리고! 우리에겐 학살과 죽음의 신을 섬기는 종이 함께한다! 신의 이름으로 적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리라, 신의 철퇴를 앞에 그 죄를 후회하게 되리라!”
“꺄핫! 맡겨만 주세요!”
학살신교의 순례자가 대륙에서 남기는 행적들은 가히 전설과도 다름없는 위용을 지녔다.
점점 주민들의 눈빛이 열기를 띠며 변해 갔다.
“그래, 싸워서 뒈지는 것 말고 뭐 더 있겠어?”
“이미 한 번 우리가 이겼어! 다시 우리의 힘으로 마을을 지키자!”
“세두스 만세!”
일신의 강함은 사람들을 매료시기고 두려움을 망각시킨다.
사람들은 동요가 잦아들고 사기가 하늘을 찌르듯 올라갔다.
‘생각보다 유능하군.’
제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담합을 높였다.
자칫 마을을 버리고 떠나자는 파와 그래도 마을을 지키며 싸우자는 파로 갈릴 뻔한 것을 적절히 소화해 냈다.
아덴은 타이온 세두스의 의외의 면모를 볼 때마다 흥미가 동했다.
그렇기에 아덴은 동시에 의문을 가졌다.
‘미래에서 나는 티리에드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저런 독특하고 능력 있는 녀석을 자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아마 제대로 이름을 날리기도 전에 죽었다는 의미겠지.’
아덴은 그 원인이 이번 산적 토벌이 아니었을까 싶다.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흑마술사는 많은 변수를 보여 주는 놈들이니 말이다.
‘티리에드 변경백은 용병만큼 흑마술사들을 싫어했지.’
만일 그게 진실이라면 그가 지녔던 흑마술사를 향한 증오도 설명 가능했다.
‘뭐, 조금 있으면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있겠지.’
아덴은 조금 후에 있을 전투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쯤 로우가 아덴에게 찾아왔다.
“아덴 님, 깨어났습니다.”
아덴은 로우가 뭐가 깨어났다고 말하는 것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로우에겐 어린 엔트의 옆을 지키며 상태를 지켜보라 시켜 둔 상태였다.
“좋아. 가자.”
그 꼬마 나무 요정에게 물어볼 게 많았다.
* * *
아덴이 방 안에 들어오자.
움찔!
어린 엔트가 화들짝 놀라서는 머리 이파리들이 한순간 쫙 솟았다가 내려갔다.
음, 저 나뭇잎 움직이는 거였군.
어린 엔트가 에메랄드빛 눈을 바들바들 떨더니 두 눈 꼭 감고 외쳤다.
“저, 저 맛없어요! 잡아먹지 마세요! 독도 있어서 그냥 먹으면 배탈 날 거예요!”
그 괴상한 외침에 아덴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먹어.”
“지, 진짜요? 거짓말 아니에요? 인간들은 우리가 몸에 좋고 맛도 좋다며 잡아먹고 싶어 난리라고 어른들이 그랬는데……?”
“…….”
너희가 무슨 뱀이냐?
완전히 식인종 취급이었다.
하긴 인류가 나무 요정에게 해 온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린 엔트는 모포를 뒤집어쓰며 아덴을 경계하고 무서워했다.
아덴이 한숨을 내뱉으며 품속을 뒤졌다.
“일단 이거라도 줄 테니 긴장 풀어라.”
아덴이 리치의 뼛가루가 든 주머니를 꺼내 주머니 머리를 풀고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헉……!”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은 엔트가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입에 금방 침이 고이고 있었다.
아니, 고이는 정도가 아니라 침이 질릴 흘러나오고 있었다.
딱 봐도 맛있는 사탕을 발견한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지, 진짜 나 주는 거예요?”
“그래, 갖든지 말든지.”
아덴의 말이 끝나자마자 엔트가 덥석 주머니를 챙겨 소중하다는 듯 품에 곰 인형처럼 껴안았다.
그러곤 슬금슬금 아덴의 눈치를 봤다.
“……먹어도 된다.”
아덴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주머니에서 뼛가루를 조금 집어 입에 넣고 오독오독 씹었다.
나뭇잎이 파르르 떨리며 꼬마의 얼굴이 사르르 풀렸다.
딱 봐도 맛있어서 좋아죽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아덴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친, 진짜로 좋아할 줄이야.’
-이 몸이 뭐라 했나, 환장할 거라 하지 않았나.
이번만큼은 커스를 인정해야 했다.
“일단 통명성부터 하지. 나는 아덴 레메스다. 네 이름은 뭐지?”
“에, 에츠.”
에츠라는 이름을 밝힌 어린 엔트.
에츠라, 왠지 시골 마을에서 만났던 잡화전 소년이 떠오르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