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23)_2
‘하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여기서 절대 멈출 뇌우 기사가 아니었다.
겨우 이 정도로 대공 위와 명예를 향한 집착을 버릴 놈이었으면, 제 마나 기관 하나 고치자고 미친 이 지랄을 벌일 리가 없었다.
놈은 마지막 남은 비장의 수단을 꺼내 쓸 것이다.
그리고…….
‘나를 노리겠지.’
흑기사 다레스 클레이만의 기억 속에서 본 실베타는 겨울 여왕을 향한 집착이 엄청났다.
그리고 집착과 공명심을 알량한 대의로 포장해 왔고 말이다.
겨울 여왕을 꺾고 대공국을 구한 최강의 기사.
그런 꿈에 그리던 기회와, 마나 기관을 고칠 희망인 겨울 여왕의 정수를 아덴이 뺏어 먹은 것이다.
‘현재 내 존재는 놈에게 있어 모든 것을 빼앗은 증오스러운 존재다.’
아덴은 그 사실에서 흡족함을 느끼며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놈이라면…… 분명 실패작을, 프로토 타입을 꺼내 쓸 거다.’
그러곤 거하게 큰일을 하나 벌일 것이다.
‘내가 할 일은 놈의 그런 선택을 기다리는 것.’
놈이 어떤 선택을 할지, 참으로 기대되었다.
“아덴 레메스 사도님, 서리 요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르커스 신관이 아덴에게 찾아와 말했다.
“서리 요새의 총사령관, 실베타 사이어스 경께서 사도님과 독대하고 싶다고, 저녁 만찬에 초대했습니다.”
과연.
‘그게 너의 선택이구나.’
아덴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 * *
기사왕 실베타 사이어스.
아덴이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흑마술사 토벌 조직이 구성될 때였다.
당시 아덴은 흑마술사들의 중요 거점 중 하나를 소탕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다지 큰 규모의 거점도 아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챘는지 정보가 새어 나가 오히려 흑마술사들에게 역공을 당했다.
그 때문에 같이 움직이던 용병들도 상당수가 죽어 나갔고, 그대로면 아덴도 위험할 때였다.
미리 별동대로 움직이던 기사왕 실베타가 이변을 눈치채고 원군으로 나타나 흑마술사들을 쳤다.
그 덕분에 아덴과 살아남은 용병들은 목숨을 구했고, 그때 처음 제대로 만났다.
그 뒤로도 종종 작전 탓에 공동작전을 벌였고, 자연스레 서로 터놓고 지내는 사이까지 되었다.
“아덴, 그건 너무 치사하지 않은가? 아무리 적이라지만…… 그런 식으로 죽게 될 흑마술사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긴 처음이군.”
“치사하건 말곤 이기기만 하면 장땡이지. 하여튼 고지식한 기사 나리는 말이 안 통해.”
“하! 내가 할 소리군. 자네는 천박한 용병 천성은 평생 버릴 수 없겠어.”
“버릴 생각도 없고, 용병이 뭐 어때서? 어이구, 그쪽은 참도 고결하셔. 우리 위대하고도 위대하신 기사왕 씨, 우쭈쭈. 어? 그 표정 뭐냐? 꼽냐? 한판 붙게?”
“……그래, 어디 오늘 끝장을 보세, 이 빌어먹을 친우여!”
뭐, 정확히는 악우 관계였지만 말이다.
사이어스 대공과 용병왕.
기사와 용병.
이 둘 사이에는 깊고도 큰 골짜기가 놓여 있었고, 이 둘은 서로 친해지고 싶어도 친해질 수 없는 관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누구보다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전우였기도 했다.
“아덴, 너의 도움은 큰 힘이 되오. 자네는 언제든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라네.”
언젠가 그는 아덴에게 말했다.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라고.
아덴 또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를 그리 여겼다.
“우린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용서를 구하진 않겠다, 아덴.”
그러곤 탈로스 대전 마지막 날, 자신을 공허에 내던지기 직전 놈은 가슴에 비수를 박아 넣었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용서치 말라’고 하면서.
‘웃기는 소리.’
그들은 처음부터 짜 놓고 정한 것이다.
언더로드를 죽인 자는 새로운 언더로드가 되니 죽이고 나서 바로 봉인시킬 수 있을 먹잇감, 사냥개로 말이다.
놈들에게 있어 아덴의 가치는 그것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아덴은 놈의 말대로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시간을 넘어서, 과거로 되돌아오고, 전혀 다른 몸에 들어가게 된 지금도.
그 결과, 현재…….
“나는 본 서리 요새의 주인이자 총사령관, 실베타 사이어스.”
서리 요새의 정문 앞에서, 아덴은 전생에 제 친우였던 존재를 죽음을 넘어서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겨울 여왕을 물리치고 사이어스 대공국의 영웅을 뵙게 되어 반갑군, 아덴 레메스 공자.”
소드 마스터, 뇌우의 기사 실베타.
전생의 친우였으며 전우였고, 배신자였던 남자.
그가 차마 숨기지 못하는 살의와 기쁨을 담아 희번덕거리는 눈빛으로 아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덴을 상대로 대놓고 마스터 피어를 발동하고 있었다.
살의를 숨길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이는 모습.
“하.”
이에 아덴의 입에서 그만 실소가 흘러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곤욕을 치렀던 모양이었다.
이곳에 기사왕 실베타 따위는 없었다.
그저 탐욕에 눈이 멀어 흑마술사와 손잡은 소드 마스터가 하나 눈앞에 있을 뿐.
아덴은 자신이 만들어 낸 실베타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즐거움 탓에 폭소가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그러나 기쁨 어린 미소는 못 지운 채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거, 환영 인사가 과하군.”
아덴을 중심으로 좌측에 쉰 명, 우측의 쉰 명.
총 백 명에 달하는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너무 격해서 누구 하나 잡겠어. 안 그래, 뇌우 기사?”
그들은 모두 완전무장 상태로 은은한 살기를 띠고 있었다.
모두 실베타의 충직한 수하 기사단 소속으로, 최소 상급 소드 오러 경지에 오른 기사들이었다.
소드 마스터 한 명에 백 명에 달하는 상급 소드 오러 기사단이 포위.
설령 마스터급에 오른 마법사나 검사더라도 어지간해선 이 안에서 살아남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럼 그 흑마술사 수장은?
‘당연히 니케타는 예외로 쳐야지.’
그녀를 상대하려면 최소 소드 마스터가 다섯 명 이상은 있어야 할 것이다.
실베타의 입가에 어린 미소가 짙어졌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다 알고 있나 보군.”
“글쎄, 어떤 걸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걸. 황궁 연회장에서 제 동생의 반병신으로 만들려 했다는 것? 성화 교단을 카오스의 괴뢰 교단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 움브라 길드의 생체 실험을 지원해 줬다는 것?”
“…….”
아덴의 말에 실베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주변에 있던 기사들은 아덴의 말에도 아무런 동요 하나 없었다.
즉, 이 녀석들도 처음부터 실베타의 행각을 알고 있었던 한통속이라는 의미였다.
“그럼 내가 네놈을 왜 불렀는지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럼에도 초대에 응하다니…… 겁이 없군.”
“뭐가? 내가 이따위 녀석들에게 죽을까 봐? 겨울 여왕도 해치운 내가?”
꿈틀.
아덴이 겨울 여왕을 언급하자 뇌우 기사의 눈가가 순간 파르르 떨렸다.
쿠우우우웅-!
안 그래도 옅게 깔려 있던 살기가 대놓고 마스터 피어가 되어 아덴을 짓눌렀다.
그러나…….
“이 정도 마스터 피어 따위.”
아덴의 몸에서도 소드 마스터의 살기, 마스터 피어가 피어올랐다.
파지직, 파지지지익!
뇌우 기사의 마스터 피어와 아덴의 마스터 피어.
그 둘이 맞붙었고, 서로 팽팽히 충돌하다가 상쇄되어 버렸다.
이에 뇌우 기사가 순간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역시 초인의 경지에 올랐군! 하긴 그러니까 겨울 여왕을 해치운 것이겠지!”
그 웃음 안에는 강렬한 살의와 질투가 어려 있었다.
“본론부터 말하겠다. 겨울 여왕의 정수, 그걸 어떻게 했지? 섭취했나? 아니면 어딘가에 숨겨 놓았나?”
“그걸 내가 말할 거라고 생각하나?”
“글쎄, 성화 교단의 성녀가 인질로 잡혀 있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그게 무슨 소리지?”
아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가는 것을 보며, 실베타의 얼굴에 잔악한 미소가 어렸다.
“나에게는 최측근인 세미 마스터 기사 적기사와 백기사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그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 것 같나?”
“…….”
“지금쯤이면 나의 기사들이 성화 교단 대신전을 점령했을 것이다. 성화교의 어린 성녀, 그리고 네 녀석의 일행은 전부 지금쯤 제압되었겠지.”
“……그럴 리가 없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아덴의 모습에 실베타가 코웃음 치며 품에서 아티팩트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크큭, 믿을 수 없다면 직접 보여 주……겠……?”
수정구가 성화 교단으로 보낸 백기사와 적기사, 기사들을 비추었고…….
“이, 이, 이, 이게…… 대체?”
이내 뇌우 기사의 두 눈이 파르르 떨리며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푸하하하하하!”
-크큭, 정말 명연기였다, 용살왕.
그 모습을 보며, 아덴이 언제 불안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입에서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실베타의 시선은 수정구에 놓여 있었다.
-캬오오오오!
-크아아악!
-저 거대한 늑대 마수는 대체!
-저 사제복을 입은 오우거는 뭐야?
-으아아아악!
수정구에서는 실컷 날뛰고 있는 초코와 발리 사제, 그리고 그 밖의 일행에 의해 처참히 당하고 있는 기사들이 보이고 있었다.
세미 마스터 기사, 백기사 엔다윈.
그는 제 주군인 실베타 님의 명에 따라, 함께 성화 교단 대신전을 제압, 점거하기 위해 적기사와 함께 기사들 서른 명을 이끌고 은밀히 움직였다.
그들이 주군에게 명받은 것은 단 하나였다.
교단의 사제들은 모두 죽이고 아덴 레메스의 일행과 성녀를 인질로 붙잡는 것이 주군의 명령이었다.
“역시 아덴 님의 말대로군요.”
“흐음, 우리 잘생긴 공자님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까나? 신기하단 말이야.”
“감히 본교를 건드리다니, 간이 부은 녀석들이군.”
“모두 혼내 줄 테야!”
-왈왈!
그런데 인질로 잡을 예정이었던 대상들이 미리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선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백기사는 주군의 명을 지키기 위해 수하 기사들에게 제압을 명령했다.
“그런데…… 이게 대체……?”
그 때문에 백기사는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믿을 수 없었다.
그의 두 눈이 부르르 떨렸다.
“크하하하하! 좀 더 덤벼라! 침입자여! 으하하핫!”
웃통을 냅다 벗은 이단 심문관 발리 사제가 그 부담스러운 근육을 씰룩이며, 철퇴로 상급 소드 오러 기사들을 작살내고 있었다.
평소에 자제하고 있어서 그렇지, 그는 타고난 미친 싸움광이었다.
지금 이 상황을 그 누구보다도 즐기고 있었다.
“좋구나, 좋아! 신성력이 흘러넘치는구나! 으하하핫!”
발리 사제의 몸에서는 황금빛 신성력이 흘러넘쳤다.
성인이 부재해 있던 시간 동안 그는 극히 소량의 신성력만을 쓸 수 있었다.
그런 열악한 페널티 속에서도 과거 성화 교단 본산에 아덴이 침입했을 때 육체 능력만으로도 아덴을 압도했던 그였다.
그렇다 보니 성녀인 엘리스가 존재하는 지금은 본래 그가 발휘했어야 하는 온전한 실력이 발휘되고 있었다.
상급 소드 오러 기사 댓여섯 명이 한 번에 발리 사제에게 그를 베고자 소드 오러를 휘날리며 달려들었다.
“나는 존귀한 그분의 방패요, 그 어떤 창도 못 뚫으리라!”
그러나 발리 사제의 신성 주문으로 그의 온몸이 강철처럼 단단해졌고…….
깡!
바위도 잘라 버리는 소드 오러가 발리 사제의 몸을 뚫지 못하고 막혔다.
그런 괴이한 현상에 기사들이 순간 흠칫한 순간.
콰아아아앙-!
발리 사제가 무지막지한 거력이 담긴 철퇴로 기사들을 한 번에 쓸어버렸다.
“크아아악!”
“커허어억!”
그 한 방에 기사들이 꽃잎처럼 하늘로 솟구쳤다가 땅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
발리 사제에 공격에 한 번이라도 맞은 이들은 온몸의 뼈가 으스러져 버려, 재기 불능이 되어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니 이어 공격하려던 기사들이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저런 무지막지한 거력이라니.
마치 인간이 아니라 하이트롤이나 오우거 로드라도 상대하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문제는 발리 사제만이 아니었다.
“으윽, 이 끈적한 것은 뭐야!”
“몸에서 안 떨어져!”
“오러로도 잘 안 잘리잖아? 이게 대체 뭐야!”
한쪽에선 열 명 가까이의 기사들이 진녹색의 끈끈이 범벅되어선 벗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제기이일! 이딴 시답잖은 수를! 모두 피 곤죽으로 만들어 줄 테다!”
심지어 그중엔 세미 마스터 기사 적기사도 있었다.
“후훗, 어디 한번 발버둥 쳐 봐. 그럴수록 점점 더 끈적일 테니까. 우리 귀여운 호위 기사 씨, 뒤에서 엄호할 테니 보호 잘 부탁해.”
“맡겨만 주십시오, 캐시 씨.”
한 손엔 그녀가 순수 자작품인 ‘초강력 끈적끈적 슬라임 포션’ 병 몇 개를 들고 있는 캐시가 나른히 웃고 있었고, 로우가 그런 그녀를 옆에서 철저히 호위하고 있었다.
화르르륵!
로우가 휘두르는 검에는 ‘소드 오러’가 맺혀 있었다.
아덴과 같이 다니며 수련하고, 던전에서 전투 경험을 쌓으며 소드 오러 경지에 들어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로우는 이제 갓 소드 오러를 피워 낸 하급 소드 오러 기사.
아무리 미래에선 외팔이로 S급 용병 중 한 명이 될 만한 재능을 지녔다지만, 본래대로라면 상급 소드 오러인 실베타의 기사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하아압!”
그러나 로우는 다수의 상급 기사들을 앞에 두고도 그들과 맞대응했다.
로우의 실력이 그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분명 그의 실력은 눈앞의 기사들보다 떨어졌다.
쉬이이익!
아니나 다를까, 한 기사의 소드 오러 로우의 심장을 노리며 찔러 들어왔다.
하지만…….
깡!
쇳소리와 함께, 기사의 검이 로우의 맨손에 붙잡혔다.
“……뭣?”
상급의 소드 오러를 두른 검을, 오러도 두르지 않은 맨손으로 막는 괴이한 현상.
그 사실에 기사가 당황하는 순간, 로우의 검이 기사를 베었다.
로우는 그간 수련을 거치며 고유 마나 운용술, 백석화를 실전에 응용할 수 있게 노력해 왔다.
그 노력이 상급 소드 오러 검사들을 상대로 빛을 발했다.
더구나 로우가 익히고 있는 ‘로우 보법’은 그 움직임이 신묘해서 따라잡아 제대로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그로를 끌고 있다 보면 캐시가 끈끈이 포션을 던져 기사들을 제압했다.
지켜 주는 뛰어난 방패막이가 있는 연금술사는 다수전에서 활약하는 법이었다.
오우거와도 같은 용력의 전투 사제와, 뛰어난 연금술사와 그 연금술사를 보호하는 호위.
그들은 기사들의 생각보다 그 이상으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백기사와 그들이 예상치 못한 큰 변수였건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일 성가신 것은 저쪽이다!’
백기사가 제일 중요한 목표물이었던 성녀 쪽을, 흡사 울 것같이 일그러진 얼굴로 바라봤다.
“초코! 가서 물어!”
-캬아아아아아오!
어린 성녀가 품에 안고 있던 강아지가 갑자기 거대한 늑대 마수로 변해선 마구 날뛰었다.
거의 6미터 가까이 되는 거대한 몸체.
후우우욱!
그 금빛 털의 거대 늑대가 고양이가 쥐 잡듯이 기사들에게 앞발을 휘둘렀고…….
“크아아악!”
“이, 이게 뭐야! 으아악!”
그들은 고양이 앞의 쥐 떼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신묘한 금색 털과 가죽이 얼마나 질긴지, 소드 오러로도 피죽이 잘리지 않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 * *
-왈!
녀석의 이름은 ‘초코’다.
친절하고 상냥한 어린 주인님이 지어 준 이름.
초코는 주인인 엘리스 곁에 있으면 포근하고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산속에서 맛있어 보이는 열매가 있길래 따 먹었더니 몸에서 힘도 솟고 몸집도 커졌다.
개들 중에서 그를 이길 수 있는 녀석들은 결코 없었다.
그 탓에 초코는 자신이 제일 강하다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지냈다.
-히히, 초코! 같이 놀자!
‘착한 주인아, 넌 내가 지켜 줄 테니 맡겨만 달라구! 훗.’
-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어느 날, 무시무시한 괴물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초코는 공포를 느꼈고, 겁을 먹었다.
약육강식의 본능에 따라, 그 존재감만으로도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자신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초코는 한동안 실의에 젖어 지냈다.
그런데 검은 머리의 큰 주인이 그 비명 소리의 주인인 ‘겨울 여왕’인지 뭔가 하는 걸 잡는다고 떠난 뒤로 어린 주인이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언제나 기분 좋게 웃어 주던 얼굴이 우울해 보이니 초코도 슬펐다.
-초코, 아덴 오빠가 정말 괜찮을까? 걱정돼.
주인이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은 다 그 괴물 때문이다.
초코는 ‘내가 좀 더 강했다면 주인을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든 괴물을 해치웠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오빠가 다치면 내가 대신 혼내 줄 테야!
그 말에 초코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랬다간 분명 우리 약한 주인이 위험해질 거다.
그건 싫었다.
주인은 내가 지켜 줘야 하는데…….
하지만 지킬 자신이 없었다.
초코는 약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