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30)_1
┃4장, 두 명의 성녀
프로스트 오우거 로드.
본래대로라면 그 존재는 마스터조차 쓰러트리기 쉽지 않은 재앙과도 같은 존재다.
전신에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는 본능적인 오러 운용과 상식을 초월하는 불굴의 육체와 괴력.
오러 블레이드도 한 번에 잘 안 썰리고, 그 괴력은 돌기둥마저 뽑아 휘두를 수 있다.
그야말로 몬스터계의 마스터이자, 왕으로 점지되어 몬스터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
그 무시무시한 존재가 군주급 몬스터다.
“하지만 이젠 본교의 일용할 양식이죠!”
“아하핫! 누구에게 설명하는 겁니까, 시리아 자매!”
“그냥 한번 해 보았습니다, 릴리 자매!”
“군주급 오우거라니,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녀석인지 모르겠군요!”
“냐하하! 이렇게 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전투를 치르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아아, 상쾌합니다!”
학살탑을 경비하기 위해 남았던 쉰 명의 사제들.
그들은 현재 축제 분위기였다.
한참의 추격전과 교전 끝에, 무려 군주급 몬스터 오우거 로드를 잡았으니까.
-우웁, 우거어어어!
아다만티움 재질의 쇠사슬로 꽁꼭 묶이고 입에 똑같이 아다만티움 재질의 재갈이 물린 오우거 우쿠락이 발버둥 쳤다.
그러나 강인한 오우거의 괴력으로도 그 사슬을 끊어 낼 순 없었다.
우쿠락은 학살신교의 사제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주하면서 나름 버텼다.
군주급 몬스터는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초인의 경지 무인과 동급 취급받는 괴물이니.
하지만 그 말은 ‘군단’이 상대라면 꺾을 수 있다는 의미였으며, 학살신교 사제 쉰 명이라는 전력은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군단이었다.
우쿠락은 그들을 상대로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쿠락의 존재는 사제들의 입장에선 좋은 스트레스 해소 상대였던 동시에, 먹을 것이 귀한 죽음의 황무지의 ‘좋은 식량’이었다.
사제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나누었다.
“정말 기대되는군요! 오우거 요리는 먹어 보지 않은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별미 중의 별미인데 말입니다!”
“구이, 찜, 탕, 어느 조리 방법으로 요리해도 맛있고, 고기는 물론, 창자, 뼈, 피 하나 버릴 게 없으니 말이니까요, 시리아 자매.”
“오크는 너무 질기고, 누린내 나고, 트롤은 그 씹고 씹어도 육질이 살아나는 게 맛있지만, 독 탓에 먹을 부위가 한정되어 있지요!”
“오우거는 보이는 족족 우리 형제님들이 사냥한 탓에 근방에 씨가 마르고 남아 있는 놈들은 학살탑 근처에도 오지 않으니까요.”
“아아! 여러분! 이거야말로 학살신께서 우리께 주신 선물이 아니겠습니까? 모두 감사를 올립시다!”
“자비로운 학살과 죽음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일용할 오우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거어어어!
우쿠락은 북부의 설원에서 인간을 맛 좋은 사냥감 취급하며 살았던 식인 거인 프로스트 오우거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도리어 인간들의 식삿거리가 된다는 사실에 큰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는 상황.
그렇기에 우쿠락은 더더욱 이 상황이 공포스러웠다.
척!
한 학살신교 고위 사제 남성이 사슬에 둘둘 말려 있는 우쿠락 옆에서 커다란 도끼를 치켜들었다.
그 역시도 매우 아름다운 외모의 미청년이었다.
학살신교 사제답게 울림 있고 멋진 목소리로 그가 외쳤다.
“자아! 이제 기도도 올렸으니 여기서 도축하고 학살탑으로 돌아가 조리합시다!”
“와아아아아!”
-웁, 우우웁, 우거어엇!
우쿠락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지만 소용없었다.
사제가 신성 주문을 읊자, 도끼 위로 핏빛의 신성력이 서렸다.
그 기운은 흡사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 같은 거대한 힘.
오래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 아니었지만, 단단한 군주급 오우거의 목을 자르려면 이 정도는 해야 했다.
휘이이익!
그리고 이내 그의 도끼가 힘껏 우쿠락의 목을 내리찍어 버리려던 순간이었다.
쿠르르르르르.
갑자기 느껴지는 땅의 진동 탓에 그는 휘두르는 도끼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음?”
“이 진동은……?”
“어랏? 지진입니까?”
“앗! 잠깐, 모두 저기를 보세요!”
모두가 갑작스러운 땅울림 탓에 어리둥절하는 찰나, 한 사제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외쳤다.
툭, 투투툭, 챙.
철퇴, 핼버드, 도끼, 쌍칼, 낫…….
그리고 그들은 모두 손에 들고 있던 자신의 애병들을 그만 손에서 떨어트리고 말았다.
학살신교의 사제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기를 자신의 분신처럼 소중히 여기며 어떤 상황에서든 몸에서 떼어 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병장기들을 손에서 떨어트렸다고 인식하지 못할 만큼 넋을 잃었다.
그야 당연했다.
와르르르르…….
그들의 성지이자 신교 본산이자 상징이자 집인 장소.
학살탑이 옆으로 쓰러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 * *
그 시각, 죽음의 황무지 동부.
학살신교의 사제들과 불사의 회색빛 군단이 충돌한 격전지는 그야말로 치열했다.
“학살과 죽음의 신을 위하여!”
“학살과 죽음의 신을 위하여!”
학살과 죽음의 신의 자녀들.
황무지의 몬스터들을 징벌, 관리할 사명을 지닌 학살신교.
-쿠르틸라, 세이르 아샤크……!
-쿠르틸라, 세이르 아샤크……!
종족을 이 땅에 못 박은 탑을 부수고 황무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불사의 종족, 트롤 군단.
이 둘이 본격적으로 맞서 싸우자, 황무지 전역이 그 광기 어린 외침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
황무지의 간수장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죄수를 징벌하기 위하여 무기를 휘두르며 보이는 대로 찢고 갈랐다.
불사의 회색빛 군단 그 손길에 마구 찢기고 육시되어 흩어진다.
어느 하이트롤은 어느 사제의 참마도에 머리가 잘려 나가 바닥을 굴렀다.
-아라라랄, 라라라.
그러나 회색빛 군단의 수백의 하이트롤 주술사들.
그들의 주술이 퍼져 나가자 갈기갈기 찢겨 죽은 트롤들이 몸을 얼기설기 이어붙여 다시 일어섰다.
기괴하게도 머리가 굴러떨어졌던 하이트롤이 제 머리를 도로 주워 끼워 맞췄다.
-세이르 아샤크……!
그러곤 목이 멀쩡히 도로 붙어 자신의 목을 자른 바윗덩이 같은 주먹으로 후려쳤다.
참마도를 휘두르던 사제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크루아아아아아……!
되살아난 군단이 포효를 내지른다.
이것이 불사의 회색빛 군단.
학살신교의 사제들은 강인했으나, 트롤 군단은 그 질기고 질긴 재생력과 숫자로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수백의 학살신교 사제들이 죽어 나갔고, 수천의 트롤들이 도로 되살아나지 못할 만큼 몸이 짓뭉개지고 잘려 나가 죽어 갔다.
황무지에 죽음이 쌓인다.
아무것도 없는 황야를 황무지라고 칭한다면, 현재 이곳은 그 표현이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녹음이 진 산도, 물고기가 노니는 강과 호수는 없을지언정, 수많은 트롤들과 사제들의 사체는 산을 이뤘고, 붉고, 푸른 피가 물 대신 흘러 강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피가 개울을, 개울에서 강으로 흐르고 고여 바다를 이루고자 한다.
시산해혈.
무수히 많은 죽음이 황무지에 색을 입히고 물들여 간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더 이상 이곳은 황무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가장 많은 회색빛 산과, 가장 많은 푸른빛의 끈적이는 바다를 만든 여인, 찬탈 성녀 스피카가 서 있다.
-우리들을 전부 상대하는데도 멀쩡하다니…….
-괴물…….
온통 피투성이 몰골의 하이트롤들은 다친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렸다.
-부하들은 전부 당해 버렸나…….
-역시 서쪽의 악마들의 여왕…….
-강하다…….
이 자리에 모인 수장들은 전부 군주급에 오른 하이트롤과, 그 휘하 기사단 격의 대족장급 트롤들이었다.
그런데 수하이던 대족장급의 트롤 팔백이 전부 그녀에 의해 사체의 산과 피의 바다의 일부가 되었다.
군주급 하이트롤들도 셋이 죽었고, 나머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태였다.
-실로 사이한 검이로다…….
-저 검이 우리들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찬탈 성녀는 한쪽 손에 기이한 형태의 붉은 검을 들고 있었다.
그 검에 베인 트롤들은 전부 급속도로 생명력을 잃고 죽어 버렸다.
하이트롤들만이 그 강대한 재생력 덕에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인 찬탈 성녀도 그리 무사하지는 못했다.
투툭, 툭.
그녀의 몸 여기저기서 피가 배어나 뚝뚝 흘러내렸다, 면포 밑으로 붉은 피의 선이 보인다.
그녀의 전신은 피투성이었다.
그 피는 그녀 자신의 피와 트롤의 피로 뒤섞여 있었다.
불사의 회색빛 군단은 소드 마스터조차 죽이는 존재.
아무리 마검 라볼라스의 권능과 학살신의 성녀로의 권능 두 가지를 부리고 있는 그녀라도 버거운 일이었다.
-어째서인가?
한쪽 눈과, 한쪽 팔을 잃은 늙은 하이트롤 수장이 물었다.
그 하이트롤은 마흔여덟 개의 트롤 부족 중 가장 세력이 큰 부족의 우두머리이며, 하이트롤 수장들의 대표자이기도 했다.
-서쪽의 악마들의 여왕이여, 우리의 신을 거꾸러트리고 종족을 몰락시킨 신살자의 대리자여, 우릴 황무지에 못 박은 말뚝의 주인이여. 네가 우리의 말을 알아듣고 있음을 안다. 그렇기에 묻는다. 어째서인가?
“…….”
-너희의 탑은 이 황무지에 박힌 말뚝이며, 너희는 우릴 묶어 두는 목줄이다. 너희는 수백 년간 그 가증스럽고도 빌어먹을 너희의 의무를 다하면서 우리들을 이 땅에 유폐시켰다, 감시했다, 묶어 놓았다.
“…….”
-그런데 스스로 그 의무를 놓아 버렸다. 어째서인가?
하이트롤은 말했다.
-너희는 우릴 괴멸시킬 순 있을지라도 전멸시킬 순 없다. 그러나 우리는 너희를 이길 순 없을지라도 전멸시킬 순 있다.
육백 명의 사제들과 1만의 불사의 회색빛 군단의 전쟁.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전쟁이다.
학살신교에게 필패와 공멸은 있을지언정 승리라는 단어는 처음부터 없었다.
-우린 이 자리에서 죽을 터이나, 종족은 이 황무지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말뚝을 부수고 자유를 얻을 것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다. 너는 이 정명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
늙은 하이트롤의 안광이 불길처럼 이글거렸다.
-우리는 ‘증오’한다. 끝없이 갈구할 수밖에 없는 갈증과 탐식을 증오하며, 황무지의 모래바람과 추위를 증오하며, 우릴 거역하는 세상을 증오하는 것이 우리다. 우린 증오의 종족이다.
증오의 종족.
-그러하기에 알 수 있다. 서쪽의 악마들의 여왕이여. 너는 증오하고 있다. 그러나 그 증오는 우리를 향하고 있지 않구나. 너의 증오를 위하여 우리를 이용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그리 증오하는 것인가?
“…….”
찬탈 성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살기가 짙어지며 핏빛의 신성력이 짙붉게 아른거렸다.
그 모습에 늙은 하이트롤의 입꼬리가 흉측하게 올라갔다.
흉흉한 송곳니가 그대로 잇몸을 드러냈다.
-그래, 그건 아무 상관도 없지. 중요한 것은 너의 증오가 우리 종족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하이트롤이 외쳤다.
-너의 증오에 감사를 표한다! 그 대가로 우리가 네 숨통을 여기서 끊어 주겠다! 우리의 영원한 원수이자 대적자여!
파아아아아앗.
수십의 군주급 트롤들이 전신에 남은 재생력과 힘을 끌어 올렸다.
그들에게서 압도적인 살기가 피어올랐고, 근육과 핏줄이 부풀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마검에 의해 생명이 갉아먹히고 있어 어차피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종족의 방해가 될 성녀를 죽이고 죽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들이 광기 어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종족의 영원한 원수여! 우리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자꾸나!
찬탈 성녀가 그들에게 마검을 겨누고, 하이트롤들이 그녀에게 짐승처럼 달려들려던 순간이었다.
“아, 짜증 나.”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쿠우우우우!
그리고 동시에 퍼져 나가는 해일과도 같은 살의의 중압감.
“……!”
-……!
찬탈 성녀와 하이트롤들은 양측의 살의 사이에 끼어든 제삼의 살기 탓에 동작을 일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살기의 주인이 말했다.
“겨울 여왕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왜 이런 개판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좀만 더 늦었으면 개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쌍 개판이 됐을 테고, 스벌.”
그 투덜거리는 목소리의 주인은 아덴이었다.
그의 뒤로는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목문 하나가 있었다.
‘헤토스가 없었다면 정말 큰일이었겠어.’
그는 처음 학살탑으로 이동했을 때처럼, 유폐자의 지하 미궁에서 다시 이 황무지 동부의 지랄맞은 전장 쪽으로 문을 이었다.
‘헤토스는 여기 좌표를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
드워프의 공방 열쇠는 일종의 권한 일부 양도의 증표로서, 열쇠의 주인이 알고 있는 좌표로 문을 여는 것이 가능했다.
그 덕분에 아덴은 순식간에 이 전장으로 온 것이다.
그가 온몸으로 마스터 피어를 피워 공간을 장악했다.
하이트롤도, 스피카도 그의 마스터 피어만으로 제압될 만한 약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의 싸움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강한 기척에 그들이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가지고 잠시 멈추게 할 수는 있었다.
-인간……?
-그것도 강한 인간…….
-서쪽의 악마들이 불러들인 원군인가?
하이트롤들이 흉흉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경계했다.
“…….”
스피카는 흰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탓에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덴은 그녀의 침묵 안에서 희미한 당황과, 짙은 경계가 느껴졌다.
비록 사라진 미래이지만, 그녀를 수년간 곁에서 보아 왔던 아덴은 그 침묵이 뭐라 말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네놈은 누구지? 그리고 어떻게 이곳에 있는 것인가? 네놈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의 눈이 차분히, 그리고 차갑게 가라앉았다.
철혈 성녀 스피카 루니어스.
아덴은 그녀의 침묵의 물음에 이리 답하고 싶었다.
나는 아덴 ‘알비레오’.
네가 배신한 동료이며 친우다. 너와 동료들에 배신 탓에 언제나 밤잠을 못 미루고 악몽을 꾸는 복수자다. 그렇기에 너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시 나타났다, 철혈 성녀……라고.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으며, 육신마저도 바뀌어 버린 아덴은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전부 의미가 없는 말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아덴은 대신 다른 말로 답했다.
비록 조금은, 아니 많이 빌어먹을 엿 같은 소리지만.
“나는 아덴 레메스. 너를 막기 위해 온 계시 속의 구원자다, 찬탈 성녀.”
-아덴 알비레오, 이 몸을 쓰러트린 대적자인 용살왕이여. 그대에게 묻겠다.
커스가 이죽거리며 아덴에게 물었다.
-지금 쪽팔리지 않은가?
‘……아가리 닥쳐라.’
-크큭. 아무리 감정이 격앙되어 있다고는 하나 제 입으로 ‘나는 계시 속의 구원자다.’라고 지껄이다니 그 담대한 용기는 실로…….
‘홀리 포션.’
-…….
커스를 침묵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주변의 공기는 여전히 기묘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그 침묵은 새로운 인물이 문을 통해 나타나고 나서야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