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35)_3
성왕가의 신성한 핏줄임을 드러내는 은회색 눈동자가 그를 보고 있었다.
눈앞의 여인은 그도 익히 아는 분이었다.
하지만 세인트 마스터다. 자신이 알던 ‘멍청한 년’이 저 힘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모순들 탓에 그는 인지 부조화를 느꼈다.
“릴리아나스, 왕녀?”
성왕의 딸이자 적법한 후계자.
그러나 무능하고 쓸모없기로 유명하던 년, 릴리아나스 왕녀였다.
그런 왕녀의 손에서 신성력의 검기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카아앙! 카앙! 그를 향하여 왕녀의 가공할 공격들이 빠르게 찔러 들어왔다.
경악하고 있던 기사단장은 아차 하며 다급히 그 검을 막기에 바빴다.
“크흑, 어, 어떻게 당신이……!”
“폴테르도 경, 타락한 다른 추기경들과 손잡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도 권력과 재물이 탐났습니까?”
왕녀가 검을 휘두르며 싸늘하게 물어 왔다.
폴테르도는 이에 답조차 할 겨를이 없었다.
언제나 무시해 오고 비웃었던 존재가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는 큰 동요가 되었다.
그 동요는 실수가 되었고, 왕녀의 검에 밀리다가 결국 빈틈을 내주고 말았다.
왕녀는 그 빈틈에 날아들어 단번에 물어뜯었다.
촤아아악! 성기사단장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악!”
팔이 떨어져 나간 고통 탓에 그가 비명을 질렀다.
피가 울컥 솟아나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무릎이 꺾였다.
척, 그런 그의 목에 왕녀의 검이 겨누어졌다.
“그대 또한 아바마마를, 폐하를 그런 꼴로 만들어 버리는 데 일조하였죠. 또한, 무력하게 이를 지켜보며 숨죽일 수밖에 없는 나를 보며 뒤에서 비웃어 왔습니다. 그런 당신이 법신님의 벌을 논하다니, 참으로 우습군요.”
“와, 왕녀님. 오, 오해이십니다! 저, 저는 그저……!”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중앙 대신전 수호 성기사단장, 폴테르도 경. 이제 쉬십시오.”
“제, 제발……!”
촤아아아악! 왕녀의 검이 백색의 검광을 흘리며 폴테르도 경의 목을 벴다.
그녀의 아름다운, 하지만 싸늘한 얼굴 위로 피가 튀겼다.
그녀가 검으로 그의 머리를 꼬챙이처럼 쑤시고 높이 들어 올렸다!
“모두 여기를 보아라!”
그녀의 외침에 중앙 대신전의 성기사들이 전부 그쪽을 돌아보곤 경악했다.
“다, 단장님이!”
“폴테르도 님이 죽으시다니, 말도 안 돼!”
“잠깐, 저분은 설마……?”
“왕녀님, 릴리아나스 왕녀님이야!”
그들은 세인트 마스터인 단장의 죽음 앞에 놀라다가, 그 수급을 높이 들고 있는 왕녀의 모습에 더욱 경악했다.
그들의 사기가 단번에 떨어졌다.
왕녀의 차가운 눈이 그들을 훑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중앙 성기사단은 이미 성왕가를 저버리고 눈앞의 이득과 타협한 자들뿐이었다.
살려 둘 가치가 없었다.
“전부 죽여라! 단 한 명의 목숨도 놓치지 말라!”
“정명과 법의 신을 위하여!”
“성왕가의 배신자들에게 죽음을!”
“와아아아아아!”
단번에 사기가 오른 왕녀 세력의 병력들이 그대로 성기사들을 밀어붙였다.
기사단장이라는 구심점을 잃은 그들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고, 그들에겐 싸늘한 죽음의 운명만이 남게 됐다.
다른 곳에서도 그녀를 따르는 ‘무명’의 전력이 동시다발적으로 타락한 추기경들의 신전을 습격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왕녀를 주축으로 중앙 대신전 점거는 성공적으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분은 지금 잘하시고 계실까?’
성왕국의 실세나 다름없는 도박장주를 상대하러 간 남자, 아덴 레메스.
릴리아나스는 그를 떠올렸다.
도박장주는 강하다.
아덴 레메스 그가 도박장주를 무사히 처치해야만 이 쿠데타도 성공을 끝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계산적인 이유를 떠나서, 성왕국의 일에 몸소 나서 주고 있는 그가 다치지 않을지 인간적으로 걱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레메스 공자께서는 자신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확언하셨어. 그를 좀 더 믿자.’
칠흑처럼 검은 눈과 흑발을 지녔던 수려한 남자, 그의 흔들림 없고 강인한 눈빛을 떠올렸다.
그가 지니고 있던 어둠에 관한 편견을 접고 본 그의 눈에는 사람을 끌어당기고 믿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녀는 그 눈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승리한 병력을 추스리고자 할 때였다.
‘쿠릉!’ 하는 굉음이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돌린 릴리아나스의 눈이 커졌다.
“저건, 대체……?”
멀리서 불길과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희미한 비명이 들려왔다.
도박장주의 카지노가 있는 방향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그녀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 * *
강한 리치를 상대로 싸울 때 가장 까다로운 경우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놈이 자신이 부릴 ‘많은 시체’들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아덴이 예전에 쓰러트렸던, 히든 던전 안의 해골 리치.
놈을 쉽게 쓰러트렸던 이유는 그놈이 반쪽짜리 리치였다는 점도 컸지만, 가장 큰 이유는 놈이 수하로 부릴 시체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크아아아!
-우으아아아아!
언데드화한 일백의 흑마술사들.
암흑 마기로 되살아나면서 그들의 신체 능력도 비약적으로 증강되었다.
아덴은 사방에서 공중을 도약하며 달려드는 수십 마리의 언데드들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의 검을 따라 한 번에 십여 마리가 잘려 나가 산산조각 육시되었다.
그러나 다른 언데드들이 괴성을 지르며 계속해서 아덴에게 밀려든다.
이미 죽은 존재인 그들에겐 공포 따위가 없으니 주춤거림도 없었다.
“내가 어째서 지하에 이런 원형 투기장을 만들었는지 아는가?”
환락의 소모라가 말하였다.
“그것은 이 내가 투기장을 좋아하며, 즐기기 때문이다.”
시체들의 왕은 시체들과 싸우는 아덴을 보며 흡족해하였다.
“서로 아무런 악의도 가지지 않은 자들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하여 서로를 죽인다. 그리고 관람석의 관중은 그들의 피가 바닥을 적시는 것을 보며 환호하고, 심장이 꿰뚫리는 것을 보며 박수와 저열한 찬사를 보내지.”
푸욱, 촤아악, 아덴의 검이 한 번에 여덟 마리의 시체들을 베었다.
“그저 자신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가 죽어 가는 것을 즐긴다. 그래,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환락! 인간의 진정한 본모습이다!”
그러나 아덴이 베어 낸 숫자 이상의 시체들이 몸을 어기적 이어 붙이며 일어났다.
그보다 더 많은 시체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그의 푸른 오러 블레이드는 다시 한번 그들을 단칼에 베어 냈다.
마치 낫에 의해 거두어져 추수가 끝난 밀밭처럼, 언데드들의 상단과 하단이 양단되었다.
투둑, 그때 아덴이 밟고 있는 땅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그의 다리를 확 붙잡았다.
새하얀 백골의 팔뼈들이었다.
“때문에, 나는 무료해질 때마다 이곳에서 결투를 자주 관람한다. 특히 연인, 가족, 친우가 서로 살기 위해 싸울 때만큼 각별한 재미를 주는 것도 없지.”
투기장에서 환락의 소모라의 재미로 소모된 희생양들.
그들이 스켈레톤의 모습으로 흙바닥에서 기어 나와 아덴을 필사적으로 잡아 붙들었다.
마치 자신들이 잠든 땅속이 너무 춥기에, 같이 묻혀 잠들자고 그를 지옥으로 잡아당기듯.
“그딴 건…….”
쉬이익, 아덴의 검이 그런 백골의 손목을 잘라 내고, 팔을 부수고, 두개골을 깨트렸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아!”
-‘얼어붙은 겨울의 망토’를 소환합니다.
다시 아덴의 등 뒤로 혹한의 겨울이 흩날렸다. 그의 오러에 서리의 잔혹함이 깃들었다.
콱! 그가 바알제불을 땅바닥에 박아 넣었다.
‘얼어붙어라.’
혹한의 마나가 서린 오러가 지면 전체로 삽시간 퍼져 나갔고.
쩌저저저저저적!
땅바닥이 그대로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이미 수많은 북부의 망자들을 눈으로 덮고 잠들게 만들었던 겨울 여왕의 마나는 땅속의 스켈레톤들을 얼려 봉인시켰다.
지면 위로 무작위로 얼음 고드름이 생겨나 언데드들의 몸체를 꿰뚫었다.
일백의 언데드들이 한 번에 동결되었다.
‘빙결의 성역.’
밴시 퀸, 겨울 여왕이 남긴 혹한의 마나로 발현시키는 능력.
사방의 모든 것을 얼려 버린다.
매우 강력하고 유용하지만, 혹한의 마나는 아덴의 몸을 서서히 집어삼키려 든다.
몸에 상당한 무리를 주는 능력이기에 오래 쓸 것은 못 됐다.
“네 녀석이 얼마나 빌어먹을 쓰레기인지는 설명 안 해도 잘 안다고, 새꺄.”
“오러에 냉기 속성 부여라, 겨울 여왕을 쓰러트리고 얻은 능력인가? 놀랍군. 정말 놀라워.”
아크 리치, 환락의 소모라가 감탄했다.
“아덴 레메스, 네 녀석은 진정 괴물이로구나. 아무리 ‘탐식’의 계약자라지만 무시무시한 강함이다.”
그는 아덴을 보며 두려워하였고.
“네놈이 더 큰 괴물이 되기 전에 처치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동시에 안심하였다.
이곳은 그의 영역, 환락의 소모라 그만의 왕국이니까.
이곳에선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터져라.
놈이 언령을 내뱉는 순간, 얼어붙었던 시체들의 몸이 사이한 빛은 내뿜었고.
쾅, 콰강, 퍼어어엉! 이내 얼어붙었던 언데드들의 몸체가 전부 폭발했다.
“……!”
하나하나가 강력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었고, 아덴은 순식간에 그 폭발에 휩싸였다.
쿠르르릉, 투기장 공동이 폭발로 강렬히 떨렸고, 마구 진동하였다.
시체가 터지며 생겨난 진녹빛 연기가 지하 공동 전체를 덮었다.
서서히 폭연이 거치자, 관람석이 산산조각이 나고 파괴의 흔적만이 남은 투기장이 드러났다.
환락의 소모라가 아차 했다.
“이런! 혹시 죽었으며 어쩌지? 귀한 실험체로 삼으려 했는데…….”
그 순간이었다.
쐐에에엑, 서걱!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날아들어 환락의 소모라의 몸을 좌우 정확히 절반으로 두 동강 냈다.
“……씨바, 진짜 뒈질 뻔했네.”
시체 폭발로 온통 파괴의 흔적만이 남은 곳에서, 아덴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멀쩡한 모습으로 튀어나왔다.
그의 몸 주위를 감싸던 반투명한 막이 스르륵 사라져 갔다.
‘수호의 팔찌를 충전해 두길 잘했군.’
던전 도시 카르탄 시티의 던전 중 한 곳에서 얻었던 아티팩트, 수호의 팔찌 한 쌍.
한 개는 엘리스에게 주고, 한 개는 아덴이 가지고 있었다.
시체들이 일제히 폭발하는 순간, 아덴은 실드를 몸에 둘러 폭발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다만 미리 충전시켜 놓은 마나를 몽땅 끌어모아 만든 실드였기에, 이 자리에서 방금만큼 강도의 실드를 더 만들 순 없다.
-……이거이거, 다행이라 할까, 끈질기다 할까…….
‘반갈죽’ 당한 환락의 소모라가 전음으로 아덴에게 말을 걸었다.
이내 목이 잘렸을 때처럼 놈의 몸이 도로 붙어 멀쩡하게 일어섰다.
“……배리어조차 무시하고 부숴 버리는 참격, 정말이지 성가시구나. 두 번이나 이런 꼴을 겪다니. 하나 무의미한 짓이다.”
놈이 아덴을 보며 조소 어린 눈빛을 지었다…….
녀석이 망자들에게 명했다.
-모여들어라.
산산조각이 나서 살점 단위로 흩어져 있던 시체 조각.
그것들이 놈의 언령을 따라 꿈틀거리며 한데 모여들었다.
우드드득, 쿠드득, 소리를 내며 일백의 흑마술사들의 살덩이와 뼛조각이 한데 뭉쳤다.
-일어나라.
뭉쳐진 육편들은 이내 꿈틀거리며 어느 형상을 이루었다. 거대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콥스 골렘(Corpse Golem).
키만 6미터가 넘는 거대한 시체의 골렘이 일어났다.
-크아우으아아아아!
콥스 골렘이 아덴을 보며 울부짖었다.
몸에서 검은 핏줄이 꿈틀거리는 살덩이들이 얼굴 형상을 그리며 소리 없이 절규하니, 그 모습이 실로 기괴하고 끔찍했다.
“…….”
“아덴 레메스여, 너에게는 나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할 텐데?”
놈의 말이 맞았다.
환락의 소모라는 무려 아크 리치.
몇 개인지 모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저놈의 라이프 베슬을 전부 파괴하지 않는 한, 저 녀석을 죽일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라이프 베슬이 파괴되지 않는 한, 놈은 진정한 의미의 불사자였다.
그러나 아덴은 이에 굴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그거야 해 봐야 알겠지.”
“광오하고 어리석구나.”
“과연 네 녀석만할까.”
“……그래, 좋다. 하지만 너는 내게 자의로 무릎 꿇고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 그건 뭔 개소리냐? 제법 웃겼다.”
“성화 교단의 성녀, 그 꼬맹이는 네 녀석만큼은 아니다만 우리에게 성가신 존재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교단의 신성력을 강화하니까.”
“…….”
“그런 년의 일행이 나의 카지노의, 나의 왕국에 발을 디디고도 무사할 성싶은가? 안일하구나, 아덴 레메스. 들어 보거라, 대충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떠할 것 같나?”
환락의 소모라가 비열하게 웃어 보였다.
“나의 카지노를 시기하고 질투한 도둑 길드 녀석들이 마력 폭탄을 터트려 테러를 감행한 것이다. 정확히는 그들의 문양을 새긴 옷을 입은 내 수하들이 말이지. 그 혼란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고, 성녀도 변을 당하는 것이다.”
“…….”
“신의 뜻을 전하는 성인의 몸으로 불경하게 도박장에 갔다가 죽은 성녀라! 하하! 차마 세간에 공표하지도 못할 만큼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크하하!”
“…….”
“지금쯤이면 이미 테러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자, 선택하라. 이 자리에서 무릎 꿇고 항복한다면 일행의 목숨만은 살려……!”
“그래, 이제 말 다 했냐?”
“……뭐라?”
“더럽게 분위기를 잡더니만, 별 쓸모없는 소리나 하네. 내가 그 정도도 모를 줄 알았냐? 이 가죽 두른 해골바가지야.”
아덴이 아크 리치 환락의 소모라를 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해봐. 해볼 테면 맘대로 해보라고.”
아덴의 그런 여유로운 모습에 도리어 놈이 더 당황하고 말았다.
“정녕 허언인 줄 아나! 오냐, 좋다! 직접 보아라……!”
놈이 품에서 영상 수정구 하나를 꺼내 들었다. 카지노 전체를 관리, 감시하기 위해 연결된 수정구였다.
놈이 실시간 카지노장의 현 상황을 입체, 영상화하여 허공에 크게 보여 주었다.
“너의 일행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고 있는지 똑똑히 보아라! 똑똑히 보…… 보여야, 하는, 데……?”
자신만만하던 놈의 목소리가 서서히 느려져 갔다.
펼쳐진 영상을 보며 놈이 경악했다.
“이, 이, 이게 대체……!”
풉.
어쩜 행동하는 패턴이 실베타스러울까, 한마디로 삼류 악당 같다는 의미였다.
놈이 경악으로 물든 사이에도 수정구에선 실시간 영상이 새어 나와 아덴에게 상황을 보여 줬다.
-꺄아아아악!
-도망쳐! 모두 도망쳐야 해!
-비켜! 내가 먼저 나갈 거야!
일단 가장 먼저 비친 것은 폭탄이 터졌는지 난장판인 도박장의 모습과, 혼비백산이 되어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었다.
그다음엔 엘리스와 일행의 모습이 비쳤다.
그들은 폭발 후 침입해 들어온 괴한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 괴한들의 수는 족히 일백이 넘었다. 하지만…….
-크하핫! 나는 존귀하신 분의 방패요, 창이랴!
-크아아악!
신성 주문으로 온몸을 강화시킨 발리 사제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괴한들이 하늘로 날아다녔다.
여전히 오우거에게 견줄 만한 터무니없는 무력.
-어머, 기사님. 벌써 쓰러트린 거야? 대단한걸!
-별것 아니었습니다, 캐시 씨. 캐시 씨야말로 옆에서 엄호하느라 수고했습니다.
-에이, 이 정도로 뭘.
호위 기사 로우의 검 앞에 수십의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널브러져 있었다.
‘기사혼’을 얻으며 세미 마스터가 되었고, 지금도 빠르게 폭풍 성장 중인 로우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리고…….
-히야아압! 얍! 이얍!
-크허어억!
-무슨 애가 이렇게 강해!
-으아아아악!
신성한 황금빛 불길이 어린 주먹을 두른 엘리스가 작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수십의 괴한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기습적인 공격은 실드로 막아 내고, 때로는 실드를 발판 삼아 공중에서 발돋움질하기도 하며, 입체적이고 예측 불허로 움직여 조그만 새끼 맹수처럼 적들을 노렸다.
-나쁜 아저씨들! 혼내 줄 거야!
-으아아아악!
아덴에게 배운 박투술로 괴한들에게 그 작지만 무시무시한 주먹을 하나씩 꽂아 넣었다.
어찌나 잘 싸우는지 초코는 거대화도 안 한 채 ‘옳지, 우리 주인 잘한다~!’ 하는 표정으로 꼬리나 흔들며 감상하고 있었다.
‘일행에게는 미리 어느 정도 귀띔해 놨지.’
카오스니, 성왕국의 진실이니 장황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도박장에서 전투가 한차례 있을 테니 그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굴라고 말해 놨다.
“흠, 요즘 애들은 참 빨리도 배운단 말이지. 훈련의 성과가 톡톡히 나오는구만.”
아덴이 엘리스가 괴한들을 처발라 버리는 것을 흡족하게 지켜봤다.
엘리스는 박투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였으며, 동시에 성실한 아이이기도 했다.
단검이나 암기를 든 무서운 괴한들이 수십 명씩 달려드는데도 씩씩하게 잘 싸웠다.
“…….”
이를 보며 환락의 소모라는 넋을 잃었다.
그로서는 설마 어린애에 불과한 꼬마 성녀가 저리 강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였다.
“아오! 진짜 억울해 죽겠네!”
아덴도, 소모라도 아닌 제삼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실컷 놀러 가는데 나만 쏙 빼놓고 일을 시키다니! 이건 너무하잖아요!”
“언노운, 이제야 왔냐? 뭘 하느라 이리 늦냐?”
“뭐긴! 댁이 시킨 일 하다가 왔…… 히익! 저 거대한 괴물은 뭡니까! 거인? 골렘? 꿈틀거리잖아! 징그러워!”
괴도 언도운이었다.
겁 많은 녀석답게 소모라의 시체 골렘을 보곤 기겁했다.
그의 등장에 환락의 소모라가 놀랐다.
“아니, 어떻게 여기에 외부인이……! 분명 내가 전부 봉쇄시켰을 텐데?”
-“그 이유는 내가 완전 쩌는 단검이니까!”라며 마검 세에레가 어차피 들리지도 않을 상대에게 으쓱여 댑니다!
마검 세에레가 지닌 ‘도주의 권능’으로 그 순간 이동 능력을 이용하여 아덴에게 이동한 것이다.
“저딴 거에 일일이 놀라지 말고. 시킨 건 가져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