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0)_1
┃2장, 비열의 칼리프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적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검은 호랑이 부족을 위해!”
“위대한 카안을 위하여!”
“우리는 신을 죽이리라!”
여기저기에서 흑호족 전사들의 외침이 터져 나온다.
-캬아아아오오오-!
늑대 신수가 울부짖으며 흑호족 마스터 수십 명과 싸웠다.
수십의 검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휘날렸다.
촤아아악! 어느 흑호족 전사가 늑대 신수의 몸에 큰 자상을 입혔다.
늑대 신수의 은색 털이 붉은 피로 물들여져 갔고, 몸에 하나둘 상처가 늘어났다.
그러나 흑호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나의 성역에서 꺼져라아……!
휘이이익! 한 흑호족이 늑대 신수가 휘두른 앞발에 맞아 “크헉!” 하며 멀리 날아가 버려 즉사했고, 또 한 명의 전사는 이빨에 깨물려 단말마도 흘리지 못한 채로 상반신과 하반신이 절단되었다.
늑대 신수의 앞발통과 이빨에는 은빛의 오러가 피처럼 흐르고 있었고, 그것은 흑호족의 전사들의 갑옷과 오러를 종잇장처럼 관통했다.
그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과연 동쪽 수림에서 가장 오래 산 대신수란 건가?”
“우리들이 합공하는데도 아직도 이리 버티다니…….”
그들은 자신들의 신을 죽이고 그 힘을 뺏어 ‘돌’에 봉인시켰다.
그리고 그 돌의 조각을 삼켜 마스터가 될 영광을 얻어 낸 선택받은 전사들이고 말이다.
그런 자신들이 이렇게 밀리며 사상자까지 생긴 것은 이번 전투가 처음이었다.
잘 보면 그냥 싸우는 것이 아니라 치명상을 입을 것 같은 것은 몸을 비틀며 피하고, 자잘한 공격은 일부러 맞아 주면서 기회를 노렸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전술을 잘 사용하고 있었다.
흑호족들은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이 신수, 왜 이렇게 잘 싸워?’
지금까지 만나 본 신수들은 전부 폭풍을 부른다든지 지진을 일으킨다든지, 하여튼 그런 고유의 권능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그래서 ‘돌’에 의해 권능이 봉인당하면 혼란에 빠졌고, 몇 번 앞발이나 휘젓다가 흑호족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애초에 부족민들에게 ‘신’으로 받들어 모셔졌던 존재들이었다.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나 다름없는 잡것들에게 권능을 봉인당하고 공격당할 수도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이 늑대 신수는 달랐다.
‘쳐야 할 때 치고, 피해야 할 때는 피한다.’
권능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에 그리 타격을 입지 않고 날렵하고 노련하게 그들과 분투했다.
마치 권능 없이도 그런 방식으로 여러 번 싸워 봤다는 듯이.
-나는 ‘하늘’을 물어뜯은 은랑이다.
펜리르가 자신의 머리를 노리며 날아드는 오러 블레이드를 가뿐하게 스쳐 피했다.
-살아온 시간이 천 년이 넘으며, 동시에 고대의 전쟁을 겪어 본 몸이지.
콰아앙!
그녀가 앞발을 휘두르자 신수의 오러가 지상을 파괴하며 흉포하게 흑호족에게 날아들었다.
“크으윽!”
흑호족이 다급히 그 공격을 피해 물러났다.
-권능 같은 게 없이도 수많은 강자들과 싸워 봤으며, 너희보다도 더 사이한 수법을 쓰는 강자들 또한 숱하게 보아 왔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살아남아 지금의 시간까지 생을 영위하고 있지. 그런 내가 그리 호락호락할 줄 아느냐?
아주 먼 옛날.
펜리르는 주인과 그의 동료들이 수많은 ‘하늘’을 무너트릴 때 함께하며, ‘하늘’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죽여 온 신수였다.
그런 자신이 이런 사이한 방법으로 힘을 얻은 타락한 인간들에게 순순히 죽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크르르르.
피투성이인 모습으로 이를 드러내며 흉험하게 목울대를 울리는 펜리르.
두 개의 푸른 늑대의 안광이 불길처럼 타오르는 것 같았다.
오싹.
그 기세 탓에 흑호족 전사들은 저도 모르게 주춤했다.
그들이 속으로 이를 갈았다.
‘제기랄, 상대를 너무 얕봤다. 처음부터 전원이 함께 싸웠다면 진즉에 처치했을 텐데…….’
열두 명의 흑호족 중 절반가량이 늑대 신수를 맡았고.
나머지 절반은 칼리프 샤먼님이 적이라고 규정한 인간들을 처리하고 신수 사냥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신수에게 절반가량이 죽어 갔고.
합류하기로 했던 놈들은 오질 않고 있었다.
한 흑호족 전사가 고개를 돌렸다.
‘대체 저 인간 마스터, 얼마나 강한 거야?’
무려 여섯 명이 넘는 초인의 경지 흑호족 전사들.
아덴은 그들을 전부 상대해 내고 있었다.
* * *
카아앙! 캉, 카앙!
검과 검이.
오러와 오러가 충돌하며 폭발음이 튀긴다.
아덴이 미간이 팍 구겨졌다.
‘설마 흑호족 전원이 마스터라니.’
수십이 넘는 찬란한 오러 블레이드의 검광.
설마 살아생전 저런 장관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덴은 그들이 내뿜는 검붉은 검기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블러드 나이츠…….’
실베타가 양성하려 했던 키메라 기사단, 그들과 같은 빛깔의 오러 블레이드였다.
‘블러드 나이츠의 상위 호환인가? 카오스가 연구 결과를 가져가서 그새 발전시킨 거겠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초인의 경지 무인을 양성해 냈다고?
이제 왜 백사 신수가, 요르문간드가 속수무책으로 저들에게 당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제아무리 아덴이라도 소드 마스터 여섯 명은커녕 세 명만 있어도 죽은 목숨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아덴이 이들을 버티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이들의 기량이 낮기 때문이었다.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억지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나 보군.’
실제 저들의 경지는 대강 상급 소드 오러 검사 정도.
조금 더 높게 쳐줘도 세미 마스터 정도일 것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소드 오러 검사.
딱 그런 느낌이었다.
녀석들은 마스터 피어를 사용할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일단 마스터인 것은 맞지만.’
오러 블레이드는 소드 오러와 차원이 다른 위력을 지녔고 이를 무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아덴은 언노운과 신수들을 대피시켰다.
마음 같아서는 아덴도 같이 튀고 싶었지만 한 방에 달려드는 열 명이 넘는 마스터들의 시간을 끌어야 했기에 불가능했다.
옆에 있어 봤자 방해만 된다.
아덴의 허리 부분의 빈틈을 노리고 한 흑호족 전사의 검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날아들었으나, 그가 입고 있던 은색의 갑주가 이를 막아 튕겨 냈다.
‘법신에게 갑옷을 받아 두길 잘했어.’
전투 시에는 은색의 갑주가 되는 정명과 법의 신 테르니아가 준 갑주.
이것 덕분에 전신에 활력이 돌며, 오러 블레이드가 사방에서 휘날리는 이 순간에도 한 군데도 다치지 않을 수가 있었다.
카아앙!
아덴이 틈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검을 파훼시키곤 역으로 파고들었다.
촤아아악!
“커헉!”
흑호족 전사 한 명의 심장이 뚫렸다.
멀리서 짝, 손뼉을 치며 감탄을 표하는 흑마술사, 비열의 칼리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흐흐! 역시 진짜 마스터 앞에서 ‘양산형’은 어쩔 수 없나? 과연 어린 나이에 그런 실력이라니! 짜릿해, 새로워, 최고야!”
신수의 힘을 억제시킨 칼리프는 멀찌감치 떨어져서는 그들의 전투를 구경하고 앉았다.
‘저런 개 같은.’
그 모습에 아덴은 속에서 부글부글 열불이 터져 올라오는 것 같았다.
‘확 파이로네스를 소환시켜 다 불태워 버려?’
아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파이로네스는 정령계의 속한 존재지만 엄연히 신수다.
저놈이 지닌 저 기분 나쁜 ‘돌’에 먹힐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빨리 처리하고 저 녀석부터 족쳐야겠어.’
아덴이 이곳에 남은 이유.
그것은 여기 있는 놈들을 전부 쓸어버릴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파콰아아앙!
오러 블레이드를 광포하게 흩뿌렸다. 이에 흑호족들이 “크윽.” 하곤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생겨난 짧은 수 초 간의 소강상태.
아덴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학살신의 귀면.’
그것을 든 아덴의 입가에 씨익 살벌한 미소가 어렸다.
역시 학살을 저지를 때는 학살신의 가호를 받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가 얼굴 위에 가면을 썼다.
-‘학살신의 귀면’을 사용합니다.
학살과 죽음의 신.
모든 학살과 죽음을 주관하는 존재.
-학살신의 축복이 일시적으로 깃듭니다!
그 살벌한 미치광이 신의 힘이 아덴에게 깃들었다.
촤아아아아!
등 뒤로 솟아나는 붉은 핏빛의 날개.
붉고 붉은 기운이 아덴의 몸 전체에 넘실거렸다.
‘이게 학살신의 축복, 혈천?’
전신에 주체할 수 없이 끓어오르는 힘이 마구 요동쳤다.
광포하게 들끓으며 끝없이 솟아나는 힘, 마치 용의 마나를 가졌을 때가 떠올랐다.
전성기의 아덴 알비레오.
수많은 지하 세계를 마물들을 참살하고, 언더로드의 심장을 베었던 그 막강한 힘에 비견되는 힘 말이다.
-……저건?
흑호족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펜리르가 아덴에게 솟아난 피의 날개를 보며 눈이 커졌다.
-축복, ‘학살신의 축복’의 영향으로 ‘광기’상태에 빠집니다.
-시스템이 사용자의 정신을 보호합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메시지를 본 순간.
아덴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고.
미리 신수들과 언노운을 대피시켜 두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경고! 사용자의 권한을 넘어서는 축복입니다.
-시스템의 정신 보호 기능이 보호에 실패합니다.
뚝.
그의 머릿속에서 뭔가 끊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시스템이 선고를 내렸다.
-상태 이상, ‘무차별 학살’에 빠집니다.
-학살과 죽음의 신이 흐뭇해하며 방긋방긋 웃습니다.
야, 이 미친 신아.
아덴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광기 속에 빠져들었다.
* * *
시간이 흘렀다.
-‘학살신의 축복’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