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1)_1
┃3장, 성화의 주인
지상계의 생물로서의 종족 한계를 초월한 존재는 ‘신성’이라는 것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현자의돌 안에는 신수들이 지녔다가 강탈된 신성들이 담겨 있다.
-‘불완전한 현자의돌’의 정기를 탐식합니다.
딱히 빛이 번쩍인다든지, 무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저 해일처럼 거대한 힘이 몸 안으로 밀려드는 것이 느껴질 뿐.
‘신수들이 지녔던 정기.’
그리고 그 근원이 되는 ‘신성’까지.
바알제불의 탐식의 권능은 돌 안에 있던 근원까지 전부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거의 완성된 현자의돌’을 탐식하였습니다.
그저 아덴은 몸 안에 처음 느껴 보는 기묘한 힘이 깃드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파사삭.
검은 칠흑의 돌이, 현자의돌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끄아아아아악!”
현자의돌이 없어지자, 카오스의 간부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파스스슥, 놈의 몸이 순식간에 재로 변해 흉측한 몰골을 보이더니 이내 푹 하고 꺼져 버렸다.
“으아아악!”
“우리들의 몸이, 어째서!”
죽었다가 한 번씩 되살아났던 흑호족들도 이내 몸이 재로 변해 가며 공포와 절망에 빠졌다.
이를 보며 아덴이 깨달았다.
‘역시 완전한 부활이 아니었나 보군.’
현자의돌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들의 존재를 유지시켜 주던 불가사의한 힘 역시 사라졌다.
파스스스스슷.
이내 모든 흑호족들마저 재가 되어 버리는 최후를 맞이했다.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한 번에 과도한 정기를 탐식하였습니다!
-기운이 사용자의 몸에 안착됩니다!
쿠드득, 우드득.
뼈와 근육이 뒤틀리고 조금씩 뒤틀리며 변형되어 갔다.
마나가 마나 기관만이 아닌 몸 여기저기에 뼈, 근육, 혈관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갔다.
-사용자의 ‘격’이 상승합니다.
-경지 등급이 조정됩니다.
그 결과 아덴의 육신은.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오르게 되었다.
-현재 경지 등급 :‘상급 소드 마스터’.
8성급 마법사와 준하는 초인적인 경지, 상급 소드 마스터.
전생에 아덴이 최전성기에 올랐던 최후의 경지이기도 했다.
드디어 그 경지에 다시 오른 것이다.
하지만 아덴은 좋아할 여유도 없이 진땀이 흘러나왔다.
‘이거 위험한걸……?’
부글부글.
돌이 품고 신수의 정기는 너무나 방대했다.
미처 소화해 내진 못한 정기.
그리고 신수가 지녔던 ‘신성’들이 마구 날뛰려고 했다.
이대로라면 제 몸이 과도하게 물을 채웠다가 깨져 버린 그릇처럼 터질 것이다.
‘그럴 수는 없지.’
자신은 광룡이 지녔던 용의 마나조차 몸에 종속시켰던 몸이었다.
이런 기운 하나 못 다뤄서는 말이 안 됐다.
아덴이 원래부터 지닌 초인적인 마나 컨트롤.
강화된 용병왕 마나 연공법.
그 두 가지 요소가 맞물려 필사적으로 기운을 제어했다.
‘지금의 문제는 단순해. 내 몸이 받아들이고 마나 기관이 소화할 수 있는 기운보다 압도적인 기운이 한꺼번에 들어와서야.’
그릇에다가 물을 담던 중 물이 넘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했다.
또 다른 그릇에다가 나눠 담아 두고 천천히 처리하는 것.
아덴이 제 몸 안의 또 다른 마나 기관, 블러드 쥬얼을 향해 기운들을 유도시켰다.
-블러드 쥬얼이 잔여 정기와 신성을 흡수합니다!
아덴의 예상대로 블러드 쥬얼은 마치 스펀지처럼 쓸데없이 남아돌던 정기들을 먹어 치워 갔다.
온몸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고통이 잠잠해져 갔다.
-사용자의 기운이 안정화됩니다.
“후우우…….”
아덴이 안도하면서 숨을 내쉬었다.
마나의 잔향이 섞인 푸른 연기가 입김에 섞여 나왔다.
다행히 큰 고비를 넘겼다.
커스의 투덜거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길래 누가 그딴 걸 주워 먹으라 했나? 무식하게 먹고 보니 그 사달이 난 것 아닌가?
이에 아덴이 인상을 확 구겼다.
“야, 그대로 일단 얻을 수 있는 게 있으면 얻고 봐야지. 그냥 없애 버리기는 아깝잖아?”
거기에다 굳이 탐식의 권능을 쓴 이유가 없지도 않았다.
그 돌 안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대로 그냥 물리적으로 파괴했다면 이 주변 일대가 날아갈 만큼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을 것이다.
“블러드 쥬얼이 잘 흡수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했기에 한 일이라고.”
힘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그런 확신이 없었다면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고로 제 목숨이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그때 멀리서 늑대 신수 펜리르가 천천히 걸어 다가왔다.
온몸이 만신창이에다가 다리가 부러졌는지 절뚝거렸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차마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다만…… 금방 치유될 정도다. 덕분에 살았다. 감사를 표한다.
신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양이 신수나 뱀 신수는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어벙한 느낌인데 이 늑대 신수는 진중한 게 신수다웠다.
그런데 그때였다.
꿈뜰.
아덴은 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블러드 쥬얼 안에 동화되어 잠들어 있던 정령룡 레오.
2차 성장에 들어간 뒤로 아무런 반응도 없던 녀석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마침 메시지가 떴다.
-환수‘레오’가 휴면 상태에서 깨어납니다.
그와 동시에 아덴의 몸으로부터 푸른 빛이 빠져나와 둥근 형상을 이루어 지면에 ‘쿵!’ 하며 나타났다.
레오의 알이었다.
그런데.
“크다?”
레오를 감싼 알은 이전에 봤을 때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무려 직경 5미터가 넘는 둥근 알.
쩌걱.
그 알 표면에 실금이 갔다.
쩌걱, 쩌저적.
실금은 삽시간에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며 뻗어 나가 알 표면 전체로 퍼지더니, 곧 거대한 균열이 되어 껍질이 위쪽에서부터 부서져 내려갔다.
껍질이 하나둘 떨어졌다.
부서져 지면에 떨어진 껍질들은 푸른 빛 무리가 되어 흩어져 갔다.
드러난 레오의 모습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몸 천체를 둘러싼 비늘은 검은 비늘과 하얀 비늘이 혼합되어 있었으며, 몸이 예전보다 다소 길쭉해져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성숙해져 보이는 호박색 동공이 아덴을 응시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위압감이 레오에게서 느껴졌다.
늑대 신수 펜리르가 감탄을 표했다.
-신수로군. 다른 신수들의 신성을 흡수한 건가?
그제야 아덴은 레오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환수와의 계약 관계로 이어진 정신 감응으로 전부 느껴졌다.
신수들이 잃었던 힘이며, 아덴이 탐식의 권능으로 흡수했으나 어찌할 바를 못 찾고 블러드 쥬얼에 처박은 신성.
그것을 그대로 레오가 흡수한 것이다.
레오로부터 고양이 신수 미아오의 불의 기운이, 뱀 신수 요르문간드의 물의 기운이.
그리고 어떤 신수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지의 기운도 느껴졌다.
‘굉장하군…….’
마치 저 몸 안엔 온갖 천재지변을 담아 둔 것 같았다.
아무리 환수가 지닌 잠재력이 높고, 그중에서도 정령룡이 최상위 환수라지만 이토록 다채로운 힘을 거머쥘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설마 이런 결과를 얻을 줄이야.
역시 무리해서라도 돌을 흡수하길 잘했다.
“레오?”
아덴의 부름에 흑백의 비늘을 지닌 용의 호박빛 눈이, 유순한 빛을 띠며 휘어졌다.
레오가 해맑게 외쳤다.
-응! 아빠, 안녕!
……뭐?
* * *
-크큭, 졸지에 아빠가 되었구나? 용살왕.
“제길, 닥쳐라.”
-아빠, 안 좋은 일 있어?
“……아무것도.”
레오가 아무리 환수이고, 이번에 신성을 얻어 지성이 높아졌다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알에서 태어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은 꼬마였다.
부화시켜 주고, 오러도 먹여 주고, 집 대용으로 삼아 주고.
덕분에 레오는 자신을 부모로 여기고 있었다.
‘엄마라고 여기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려나?’
실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일단 그 커다란 몸체로 계속 놔두고 다닐 수도 없으니 다시 블러드 쥬얼 안에 들여보냈다.
그가 이번에 카오스의 칸부 칼리프를 상대하며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카오스는 검은 호랑이 부족을 뒤에서 도구로 부리고 있으며, 현자의돌을 연구 중이었다.
그리고 미래의 사건들과 연관 지어 보면 대마법사 샤우라도 이번 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현자의돌…… 정말로 무시무시했어.’
비록 불완전했다곤 하나, 일개 전사를 마스터로 만들어 버리고 죽은 자들을 부활시킬 수 있었던 힘.
미래에서도 녀석들이 그런 힘을 가지고서 웅크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일단 그 간부 놈이 지니고 있던 돌은 파괴시켰다만…….’
현자의돌이 그거 하나만 있으라는 보장은 없다.
아니, 분명 최소 하나쯤은 더 그런 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레오가 흡수한 신성은 동부 수림의 신수들의 것들뿐이었지.’
그 말은 서부 수림의 신수들이 지닌 신성은 없었다는 의미였다.
신수들을 물로 보고 공격해 대고 있는 녀석들이 서부 수림의 신수들은 그냥 놔뒀을 가능성은 없겠지.
녀석들은 진즉에 서부 수림의 신수들을 사냥하고 그들을 이용해 현자의돌을 한 개쯤은 더 만들었을 것이다.
현자의돌, 예상치 못한 최대의 변수이자 위협이 생겨나 버렸다.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 했다.
‘학살신, 그리고 법신.’
그들은 이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자신을 편애하고 있는 거고?
‘신이니까 어쩌면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할 테지.’
그 카오스의 간부 녀석은 이리 말했다.
“우리들의 보스는 진정한 신이 될 거다! 우리들을 속이고 위에서 군림하는 저 거짓 허신들을 거꾸러트리고 유일하고 완전하신 신이 될 자란 말이지!”
자신들의 보스가 ‘유일한 신’이 될 것이라고.
지금의 신들을 거꾸러트릴 것이라고 말이다.
‘만일, 그 말이 진짜라면 카오스의 진짜 목적은 수장을 신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지금의 삼대 주신들을 없애는 것인가?’
실로 유치하고 어처구니없는 소리지만, 그걸 진짜로 실행할 수 있을 만큼 놈들은 정신 나간 집단이었다.
또한 걸리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신들이 우릴 속이고 있다고 했지.’
학살신, 법신, 성화주.
삼대 주신들을 거짓 허신이란 명칭으로 불렀다.
미친놈의 말이니 전부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뭔가가 숨겨져 있어.’
아덴은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기로 결정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최초의 대신전.
그곳에 성화를 피워야 한다.
‘정명과 법의 신이 말했지, 마지막 성유물을 얻으면 모든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차라리 대신전을 발견하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기왕 찾아냈으니 확인해 보긴 해야 했다.
“아오! 수, 숨 막혀! 이만 도착했으니까 다들 좀 떨어지세요!”
“아덴 오빠!”
“아덴 님! 괜찮으십니까!”
-착한 인간! 아직 살아 있냐!
“위험에 빠졌다고 들어 저희 부족도 도우러 왔습니다!”
칼리프와의 전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노운에게 따개비처럼 따닥따닥 매달린 일행과 고양이 신수, 적묘족 전사 수십 명이 순간 이동으로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방이 시끌벅적해졌다.
이를 보고 아덴이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마침 대신전 탓에 부르려고 했는데 잘됐다.
* * *
최초의 대신전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동부에서 제일 강한 대신수, ‘하늘을 물어뜯은 은랑’ 펜리르.
그녀는 아덴과 엘리스만을 최초에 대신전 안에 들어가게 해 주었다.
그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펜리르를 바라봤다.
“……인간으로도 변신 가능 가능했습니까?”
“일단은 그렇다. 사원 안에 들어갈 때나 꼭 필요할 때 외엔 잘 안 하지만.”
인간형의 모습을 취한 펜리르는 회색빛 긴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다소 날카로운 인상에 푸른 눈을 지닌 미녀였다.
다만 신수라서인지 꼭 허밋을 바라볼 때와 같은 인간 같지 않은 이질감이 느껴졌고, 눈빛에는 깊은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었다.
펜리르가 아덴을 보며 말했다.
“내가 이 사원을 지키는 것이 주인께 받은 사명이다. 그리하여 천 년간 이곳을 지켜 왔지.”
“당신의 주인이란 자는 혹시 성화의 주인입니까?”
“성화의 주인. 그래, 그분은 그런 이름으로도 불리었지.”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눈에 그리움이 어렸다.
역시 예상대로 늑대 신수 펜리르는 성화의 주인의 권속이었다.
펜리르가 말했다.
“그분의 유산을 이은 후인이 나타날 때, 나는 다시 한번 주인을 만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후인이 나타날 때까지 이곳을 지켜 왔지.”
“그러고 보니 아까도 그렇게 말했었죠. 정말로 성화의 주인이 나타난다는 겁니까?”
“주인의 말대로라면.”
펜리르는 성화의 주인의 눈을 가진 아덴과, 성화의 주인의 성녀인 엘리스, 그리고 축복을 받은 초코를 보았다.
이들의 자격은 이미 충분했다.
“아무래도 오늘이 나의 사명의 마지막 날일 것 같군. 날 따라오라.”
아덴 엘리스는 펜리르의 안내를 받아 사원 깊숙이 들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일행은 최초의 대신전 넓은 공간이 나왔다.
“이곳이 사원의 중심이다.”
“저것들은……?”
“와! 동물 석상들이 많아!”
엘리스의 말대로였다.
북서, 정서, 정남, 정동, 남동, 정북, 북동, 남서.
총 여덟 방향의 각 끝머리마다 여러 동물 석상이 한 가지씩 놓여 있었다.
그리고 소, 닭, 말, 개, 등등 여러 동물 석상들은 신전의 정중앙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광로?’
그곳엔 흡사 대장간에서 익히 보는 무쇠 용광로가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용광로보다 터무니없이 거대했고, 쇳물이 나와야 할 입구 부분이 쇠문으로 봉해져 있었다.
펜리르가 말했다.
“불의 눈이 따르는 흐름대로 불을 피워라. 그럼 문이 열리리니.”
불의 눈이라, 그게 의미할 만한 것을 하나뿐이었다.
아덴이 지닌 화안.
-화안을 개안합니다.
삼라만상을 꿰뚫어 보는 눈이 이 대신전에 숨겨진 비밀들을 파악해 내 고스란히 아덴에게 알려 주었다.
“엘리스.”
“응?”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순서대로 각 석상의 입 안쪽에 성화를 피워.”
“알겠어! 그럼 어떤 것부터?”
“일단 저쪽의 소 석상부터.”
엘리스가 빨빨 걸어가 소 석상의 입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사라라락.
황금빛 신성력이 소 석상의 입안으로 들어갔고.
화르륵!
성화가 피어올랐다.
“다음은 그 옆 석상.”
꼬마 성녀 엘리스는 아덴이 시키는 순서대로 각각의 석상에 다가가 불을 피웠다.
화륵, 화륵, 화르륵.
그렇게 일곱 개의 석상에게 불이 붙고 마지막 동물, 늑대 석상의 입안에 성화를 피운 그 순간이었다.
화르르르르!
중앙의 거대한 무쇠 용광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