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1)_3
“만일 천하의 악인인 본 좌에게 다시 한번 생이 허락된다면.”
딱히 고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소망.
“그땐 나찰 놈들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불태워 버리고 싶군.”
그 말을 끝으로 천마는 숨을 거두었다.
* * *
3일간 이어진 생사투, 그 속에서 승리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천왕님! 여왕님!”
“……근데 이것은 인간이 아닌가? 겨우 인간 따위가 세상의 운명을 바꿔 줄 구원자라고? 뭔가 잘못된 거 아니냐?”
“하, 하지만 고문서에 나온 대로 분명 그대로 행했습니다.”
“겉모습은 이래도 아직 모르는 일이에요, 천왕.”
“……본 좌가 묻건대 너희들은 누구냐? 이곳은 저승인가?”
천마는 본인이 말하고도 아님을 알았다.
이곳은 엄연히 산 자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란 것을.
다만 평범한 곳이 아님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살던 곳에는 저렇게 귀가 뾰족한 여인이라든지, 등에 날개가 달린 사람 따위는 없었으니까.
“아니요. 저승이 아니며 우리도, 당신도 살아 있는 존재들이에요.”
천마의 물음에 귀가 뾰족한 아름다운 여인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 오신 걸 환영해요, 영웅님.”
“……영웅?”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라 확신했던 천마.
그는 다른 세상에 영웅으로 소환되었다.
* * *
그가 소환된 세상은 아직 당시의 강호의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아주 먼 이방 대륙이었다.
인간만이 아니라 천족, 요정족, 용족 등 수많은 종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땅.
그리고 그곳은 천마가 살았던 세상처럼 멸망을 앞두고 있었다.
타락 군주.
이 대륙의 신목, 세계수의 힘을 멋대로 취하고 타락한 종자들에 의해서 말이다.
용, 거인, 트롤, 악마 등등의 종족이 주축으로 그들은 ‘탈로스’라는 세력을 만들고 세계수를 이용해 이 세상을 지배하고자 했다.
이에 요정족, 천족들이 동맹, ‘가디언’을 맺어 대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패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타락 군주들이 지닌 무시무시한 권능과 군세는 너무나 막강했다.
“우리야말로 ‘하늘’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하늘로 칭할 만큼 강한 존재들이었다.
결국.
가디언 측은 최후의 수단으로, 다른 세상의 영웅을 소환한다는 도박을 벌였다.
그리하여 천마가 그 대상으로 이곳에 소환되었고, 타락 군주들은 본 천마는 깨달았다.
“이곳이 바로 나찰들의 소굴이자 고향이었군.”
혈마가 소환하고 계약을 통해 힘을 내려 주던 이계의 사악한 존재들.
그들이 나찰이라고 칭했던 존재들의 정체는 탈로스들이었던 것이다.
알게 되자 그가 정한 앞으로의 목표는 간단했다.
‘전부 다 불태워 주마.’
가디언과 천마의 이해득실이 맞아떨어졌고 천마는 자신들을 소환한 가디언과 협력했다.
그래서 천마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무공을 전파하는 거였다.
이곳의 인간들은 자연의 기를, 이곳에선 마나라고 부르는 힘을 체내에 축적하는 방법을 몰랐고, 마나는 요정족, 천족, 용족만의 전유물이었다.
그 때문에 인간은 전투 인력 취급도 받지 못하는 약소 종족에 불과했다.
그는 인간들을 가르쳐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만들었고 이들은 훗날 ‘마나 무인’이라 불리게 된다.
“이런 곳에 물건이 있었군.”
“꺄하하핫! 아져씨는 누구예여? 아져씨 머리통도 예쁘게 부숴 보게 여기 와 주세여!”
“사양하겠다.”
별의 기운을 타고나는 하늘의 일족, 천족.
그들 중에 매우 가끔 ‘살천성’의 기운을 타고나는 살천의 천족이 있었다.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천족의 지하 감옥에 봉인되어 있던 그 어린 천족 소녀에게 혈마와 같은 재능이 있음을 알아본 그는 혈마의 혈천신공을 가르치고, 광기를 제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훗날 이 살천의 천족 소녀를 따르는 추종자들을 모아 ‘학살군’을 편성했는데, 이는 훗날‘학살신교’라고 불리게 된다.
천마의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도 마교를 세우자.”
그는 타락 군주들이 지닌 탁기에 대항할 수 있는, 똑같이 탁기를 다루는 인간들 또한 양성하였다.
다만 마교는 둘로 나뉘게 되었다.
천마 본인처럼 태양의 기운을 타고나 멸마의 힘을 지는 불을 사용할 수 있는 성화군.
이들은 훗날 성화 교단이라 불리게 된다.
나머지 하나는 어둠의 기운을 타고나, 탁기의 어두운 힘을 다루는 이들로 ‘암천군’이라 칭하게 됐다.
이들은 훗날 흑마술사라고 불리게 된다.
* * *
‘……뭐?’
정보를 읽어 나가던 아덴은 놀라고 말았다.
이것들이 정말이라면.
성화 교단도 마나 무인도, 학살신교도, 심지어 흑마술사조차도 성화의 주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단 소리 아닌가?
이 사실이 밝혀졌다간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놀랄 때가 아니었다.
더 충격적인 세상의 진실이 이후에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 * *
마나 무인, 학살군, 성화군, 암천군.
그 새로운 전력이 생겨나자 탈로스 군세는 순식간에 그 형세가 역전되었다.
학살군에게 트롤 군주가 당해 봉인당하는 시점을 기점으로.
다른 군주들도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탈로스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났고, 용군주와 거인 군주가 싸우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 결과는 용군주의 패배, 수많은 일족들을 잃고 패배의 치욕을 겪게 됐다.
이에 용군주와 살아남은 용들은 복수를 위해 가디언 측으로 전향하였다.
물론 적이었던 이들을 가디언은 쉽게 믿질 못했다.
“우리가 너를 어떻게 믿지?”
“나의 권능과 목숨을 너희에게 맡기겠다.”
용군주는 그 대가로 자신이 세계수의 힘을 취하며 얻었던 권능을 마검의 형태로 굳혀 봉인시켰다.
용군주는 인간들이 마나의 힘으로 이적을 일으킬 수 있도록 ‘마법’을 만들어 인간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것이 마법사의 시작.
가디언 측은 다섯 명의 강자가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성스러운 불길의 주인, 성화주 천마.
광휘의 천사이자 정의와 법의 수호자, 천족왕 테르니아.
살천성의 가호를 받은 학살의 대천사, 우리에라.
세계수의 수호자이자 선택받은 요정 여왕, 티타니아.
최초의 인간들의 왕이자 성화주의 제자, 암천의 교리를 이은 암천군의 군주, 플로렌스.
그 다섯 영웅 앞에 수많은 타락 군주들이 당했다.
일흔두 명에 달했던 타락 군주들과 수많은 탈로스 군세들.
그들은 가디언의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기세 앞에 하나둘 거꾸러져 갔다.
스스로 ‘하늘’이라고 칭해졌던 존재들이 땅으로 추락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악마족의 군주, 탐식의 군주 바알제불뿐이었다.
그러나 바알제불은 최악의 수를 쓰고야 말았다.
대륙의 온 생명의 근원, 세계수.
“나는 이 세상을 집어삼키리라.”
탐식의 군주는 세계수를 집어삼켰다.
그러곤 하나가 되어 더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다.
마신.
타락한 세계수의 화신이자 타락 군주의 최종점의 존재가.
마신은 이 세상을 전부 집어삼켜 자신과 하나로 만들고자 했고.
가디언은 모든 전력을 써서 마신과 싸웠다.
그 결과 수많은 이들이 죽고, 요정 여왕 티타니아의 희생 끝에 마침내 마신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마신이 된 탐식의 군주가 죽자, 아무도 예상 못 한 사태가 일어났다.
‘마기가 폭주한다.’
그가 세계수를 삼키며 자신과 동화시켰던 대지와 타락한 세계수, 그리고 암흑 마기들.
그것들이 구심점을 잃고 폭주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세상이 통째로 멸망해 버릴 판.
대책은 하나뿐이었다.
“내가 새로운 군주가 되겠다.”
플로렌스의 국왕, 암천군의 군주.
그가 자신이 나서서 그 폭주하는 타락한 세계수를 받아들여 새로운 타락 군주가 되겠다고.
그 후 스스로를 세계로부터 봉인시켜 멸망을 막겠다고 자처했다.
다른 이들은 반대했다.
저토록 사악한 기운을 전부 받아들였다간 그의 자아가 무너져 타락에 물들어 버릴 테니.
특히 그의 스승이던 성화주는 특히 화를 냈다.
하지만 그는 완강했다.
“이것 말곤 다른 방법이 없다. 나 또한 암흑 마기를 다루는 자, 이 몸 말고는 저 폭주를 받아들일 자가 없다.”
“야, 이 검둥이 새끼야!”
“이제 그 소리를 듣는 것도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스승님.”
플로렌스의 건국왕은 폭주하는 암흑 마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봉인되었다.
그와 함께 봉인되어 지금의 세상과 단절되어 버린 타락한 대지는 ‘지하 세계’라 칭해지게 됐다.
그리하여 그는 세상의 유일한 군주가 되었다.
스스로를 희생해 세상을 구한, 지하 세계의 유일한 군주.
지하 군주, 언더로드가 말이다.
* * *
성화의 주인의 분신이 아덴에게 보여 준 기억은 거기서 끝이었다.
-잘 보고 왔나?
“…….”
성화주의 물음에도 아덴은 답하질 못했다.
그가 보여 준 엄청난 기억들 탓에 아덴은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지 그러냐, 검둥아.
성화의 주인이 아덴을 바라보며 그리 말하자…….
-……본인도 아닌 분신에게 그런 호칭으로 불리기는 싫군.
-네 녀석도 본체가 아니면서 별소릴 하는군.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얼굴을 구긴 열 살 정도의 소년 모습의 커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
간신히 제정신을 차린 아덴이 커스를 봤다.
“방금 내가 본 것들, 전부 진짜냐?”
-그렇다.
“그렇다면 너는…….”
“용살왕, 그대의 생각대로 이 몸은 건국왕 플로렌스라는 존재였다.”
“지금은 아니란 소리로 들리는데?”
“건국왕으로서의 자아는 이미 오래전에 지하 군주가 되며 사라졌지. 지금 여기 있는 나라는 존재는 그저 그의 남아 있던 영혼의 일부에 불과하다.”
커스는 그저 탐식의 군주, 그러니까 마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며 생겨난 인격으로, 건국왕도 탐식의 군주도 아닌 새로운 존재다.
“왜 그동안 말하지 않은 거지?”
“이 몸도 최근에야 건국왕의 기억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말한다고 해도 믿지 못했을 테고.”
“스벌…….”
확실히 그렇긴 했다.
성화의 주인이 보여 준 기억들이 아니었으면 말했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지상계를 피로 물들인 괴물이었던 언더로드가 사실은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 해도 어떻게 믿겠는가?
코웃음이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성화주의 분신이 말했다.
-우리는 검둥이의 희생으로 지상계를 구했다. 하지만 아직 불안한 요소가 남아 있었지.
“그게 뭡니까?”
-마신의 힘을, 타락한 세계수의 힘을 탐할 인간들.
“…….”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고 무한한 실수를 반복하지. 본 좌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혈교나 고대 때 존재했던 타락 군주들의 추종자들처럼.
또다시 그 힘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나타날 것을 그는 알았다.
그래서 그와 동료들은 세상 곳곳에다가 안배를 심어 놨다.
성화의 주인이 동서남북 대신전에 숨겨 둔 성유물처럼 말이다.
“그럼 이 애벌레도 말입니까?”
꼬물?
-……그래도 어딘가 쓸데는 있을 거다.
그가 시선을 피했다.
이 양반 좀 보게?
-과거의 기억을 보여 주는 과정에서 본 좌 또한 네 기억을 얼핏 보았다. 본 좌의 후인이여, 넌 이미 그런 이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덴은 그가 뭘 말하는지를 알아들었다.
‘카오스.’
카오스의 간부는 보스가 진정한 신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성화주의 과거를 보고 설명을 들은 끝에 아덴은 보스의 정체가 누구인지도 감이 잡혔다.
아덴의 말에 그가 끄덕였다.
-그들이 하는 짓은 과거의 혈교 놈들이랑 판박이더군. 분명 목적도 같을 테지.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남들 위에 군림하는 것.
그것이 카오스의 목적일 것이다.
-너는 그들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무슨 당연한 소릴.”
아덴이 무척 귀찮다는 듯이, 하지만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런 지랄맞은 놈들, 꼴도 보기 싫으니 싹 다 조져 버릴 겁니다, 전부.”
성화주가 만족스러워했다.
-본 좌의 후인답군.
“후인 이야기가 나와서 묻겠습니다만.”
-뭔가?
“왜 당신이 쓴 마나 연공법이랑 제가 익혀 두었던 용병왕의 마나 연공법이 비슷한 겁니까?”
-본 좌는 제자를 여럿 들였는데, 그중엔 본 좌가 다스렸던 천마신교의 정수가 담긴 신공을 가르쳤던 녀석들도 있었다. 아마 그 계보가 계속 이어졌던 것이겠지.
말하자면 용병왕 무문조차 성화주에서 비롯된 셈인 것이다.
애초에 서 대륙의 모든 마나 무인이 그에게서 비롯되었으니 별 의미 없겠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조용히 잠자코 있던 엘리스가 동그란 눈을 껌뻑였다.
“어…… 저기……?”
“음? 왜, 엘리스?”
“지금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 그리고 저 애는 누구야?”
“이 몸은 지하 세계의 유일한 군…….”
“이따가 설명해 줄게.”
“응!”
엘리스의 활기찬 대답.
그 덕분에 심각하던 분위기도 다 깨졌다.
-본 좌가 후인들을 위하여 선물을 주도록 하마.
“선물…… 말입니까?”
화르르륵!
불꽃이 일었다.
참으로 찬란하고 더없이 아름다운 황금빛 불꽃, 성화가.
아니, 단순히 성화가 아니라 성화의 근본이 되는 불꽃이었다.
-본 좌의 본체가 남겨 둔 힘을 모두 건네주겠다. 본 좌의 염천신공의 정수가 담긴 힘이지.
찬란한 불꽃이 육신에 가까워졌다.
이윽고 스르륵 불꽃이 빠르게 몸 안에 스며들었다.
화아아아앗-!
찬란한 황금빛 불길에 온몸이 포근하게 감싸인 엘리스.
“어? 어어……?”
그렇다, 불꽃은 아덴이 아니라 꼬마 성녀 엘리스에게 깃들었다.
엘리스가 자기 몸 주위에 불길을 보고 눈을 깜빡이며 몸의 여기저기를 살폈다.
음.
“저기요. 성화주님?”
-왜 그런가?
“그 불꽃 하나 더 있습니까?”
-없다.
“근데 왜 제게 안 주고 엘리스에게 주는 겁니까?”
애초에 그가 최초의 대신전에 온 이유 중 하나가 성유물을 하나라도 더 얻어 두자는 심보였다.
그런데 성화주는 그런 아덴의 기대를 배반하였다.
-너는 안 된다.
“……왜죠?”
그가 아덴을 보며 매우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네놈은 속이 시커매서 안 된다.
아니, 이 모닥불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