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6)_2
대수림을 대표하는 적묘, 청웅, 은랑 족장이 걸어 나왔다.
-참석객, ‘사이어스 대공’이 입장합니다.
-참석객, ‘세두스 변경백’이 입장합니다.
“음.”
“껄껄, 아덴아! 오랜만이로구나!”
사이어스 대공과 티리에드 세두스 변경백이 고강한 기세를 내뿜으며 나타났고.
-참석객, ‘바르켄 영주’가 입장합니다.
-참석객, ‘호른 왕국 국왕’이 입장합니다.
-참석객, ‘용의 산맥의 주인’이 입장합니다.
-참석객, 아젠트 백작가 가주가…….
제국 내의 영향력 있는 대귀족이나 소국의 국왕, 자유도시를 차지한 길드의 수장 등.
서 대륙의 권력자들이 모여들었다.
‘좋아. 그럼 이제.’
서 대륙의 존망을 건 회의를 시작할 때다.
* * *
아덴이 안 그래도 시간이 촉박하거늘, 지옥문이 열리고 사흘 뒤에나 편지를 보낸 이유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 현실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옥문이 뭔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몸으로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회의라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그리고 사흘 동안 태양을 보지 못했다는 것과 걷잡을 수 없게 늘어나는 언데드는 그들이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체 이 괴이한 먹구름의 원흉이 뭐요!”
“지금 이 순간에도 영지가 언데드들에게 피해를 보고 있네!”
“황도에 생겨났다는 종말급 던전이라는 것은 뭔가? 그런 등급의 던전이 있다는 건 처음 듣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말해 주시오!”
제국의 영주들과 소왕국의 국왕들이 아덴에게 설명을 촉구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엔 불안감이라는 것이 서려 있었다.
인간은 자신의 인지를 벗어난 미지의 위협에게 공포를 느끼는 법이니 그런 그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덴이 그런 그들에게 찬찬히 말했다.
제국의 수도과 통째로 괴멸되었다는 것부터, 지하 세계와 이어진 지옥문이 열렸다는 것, 그리고 이제 앞으로 27일 뒤에는 그곳에서 탈로스들이 풀려날 거라는 사실까지 말이다.
“그, 그럴 수가……!”
“말도 안 돼!”
“화, 황제 폐하가…… 이모탈리티아 제국이…… 꺼어억.”
“이, 이보게! 정신 차리게!”
몇몇 귀족들이 쓰러졌다.
아덴이 차분히 들으라고 당부했으나,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없다.
이 자리에 모인 권력자들의 상당수는 아직 이모탈리티움에 일어난 현실까지는 몰랐기에 대경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제국이 하루아침에 망했다는 것도 청천벽력이거늘, 앞으로 끝도 없는 마물 무리가 그곳에서 튀어나올 거라고?
끝나지 않는 밤의 이변과, 망자들의 활보에 관하여 알기 위해 이곳에 왔던 이들에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을 마주했을 때 늘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그럴 리가 없어! 전부 다 거짓말이야!”
“레메스 공자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믿소!”
일단 처음에는 의심과 부정이다.
현실이 너무 무거우니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하는 것이다.
아덴이 그의 말을 부정하는 이들 중 한 명, 제국의 귀족인 앙게르트 백작에게 물었다.
“제 말을 믿기 힘들다는 겁니까?”
“그렇다네! 어떻게 믿으라는 거요!”
“어떻게 믿느냐라……. 어찌 생각합니까, 여러분?”
아덴이 교단의 대표자들이 앉아 있던 곳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쿵!
그 순간, 조용히 있던 삼대 교단의 대표자들, 케르텔, 메리다, 릴리아나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본 성화 교단에서는 레메스 공자의 말이 전부 사실임을 보증하네.”
“위대한 학살신의 첫 번째 종으로서 그의 말을 보증합니다.”
“법신교 또한 같은 입장임을 표명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정명함을 신의 이름으로 약속합니다.”
“크윽…….”
앙게르트 백작이 짧게 신음을 흘렸다.
삼대 교단의 보증과 확고한 지지 앞에 이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애초에 이들이 모두 모인 이유는 교단을 향한 신뢰와 권위 탓이지 않은가?
모두가 아덴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의심과 부정이 끝나자 그들에게 남는 것은 절망과 막막함뿐이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끓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아덴이 담담하게, 하지만 확고하고 뚜렷하게 말했다.
“이건 더 이상 영지와 영지 간,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니라 지상계 전체의 운명이 걸린 일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27일 안에 서대륙의 모든 전력이 모여 ‘서대륙 연합군’을 결성해 황도로 집결시켜야 합니다.”
서대륙 연합군.
그 단어에 몇몇 이들이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서대륙의 모든 전력을 모으겠다니,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절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지상계 연합군이라니! 말처럼 될 리가…….”
“제국이 망했거늘 그게 가능할 리가 없네!”
황도가 무너짐으로써 기존의 대륙의 시스템은 무너진 셈, 이런 상황에서 고작 한 달 만에 연합군을 조직한다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아덴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누가 제국이 망했다는 겁니까?”
“……뭐?”
그의 태연한 대꾸에 다들 눈을 깜빡였다.
“저는 황도가 멸해졌다고 했지 제국이 멸망했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 귀족들에게 그가 말했다.
“황도가 없어졌고 황제가 죽었으나, 황제의 핏줄이 끊긴 것은 아닙니다.”
“……!”
그의 말에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명료했으니까.
“황제의 핏줄이라니…….”
“그 말은, 혹시 황태자 전하가 살아 있다는 건가!”
“아니면 2황자가……!”
그들의 눈에 미약한 화색이 어렸으나 아덴은 그 기대에 부응해 주진 못했다.
“아니요. 분명 황제 폐하도 그의 직계인 1황자와 2황자도 더 이상 세상에 존재치 않습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칼시스는 살아 있다.
하지만 놈은 순수 인간으로 보기도 거리가 멀고, 만악의 원흉인 처치해야 할 녀석이니 논외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있다는 건가! 폐하와 그분 슬하의 자제 둘 외에는 금안의 핏줄을 가진 자가 없거늘!”
아덴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세간에 알려진’ 것으로는 두 명이 전부입니다. 그렇게 알려져 있죠.”
그렇게 알려져 있다.
뭔가 숨겨진 게 있는 뉘앙스를 풍기는 아덴의 말에 귀족들이 멈칫했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을 것 같고, 그냥 직접 확인하도록 하죠. 모자 상인, ‘그분’이 들어오게 해 주세요.”
-좋습니다.
화아아아아!
빛 무리가 모여 문이 하나 생겨났다.
여기에 모인 이들이 전부 이곳에 들어올 때 열었던 것과 같은 문.
끼이익.
그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후웁…… 진정하자. 진정하자……!”
파르르 떨리는 앳된 목소리.
잔뜩 긴장한 얼굴에 소년.
그는 다름 아닌 언노운이라는 이명을 지닌 괴도, 나인이었다.
-마검 세에레가 오늘이 계약자의 모습 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합니다!
나인은 평소와는 달랐다.
마치 귀족가 자제인 것만 같은 고급스러운 옷차림과 정돈된 머리.
“이, 이럴 수가……!”
“저 소년은, 대체!”
그런데 나인을 본 귀족과 왕들의 입이 경악으로 벌어졌다.
“허어!”
티리에드 변경백 또한 놀랍다는 표정으로 감탄을 절로 흘렸다.
삼대 교단의 사람들도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예상대로의 반응이군.’
그 반응을 보며 아덴은 조용히 씩 웃었다.
그러곤 언노운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보며 헛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솔직히 내가 봐도 지금도 믿기지 않긴 하네.’
레오가 아니었다면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두가 언노운을 보며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하나였다.
귀족들이 중얼거렸다.
“저 머리카락, 그리고 눈 색은……!”
“금안의 핏줄!”
황금을 녹여 낸 것만 같은 빛깔의 신묘한 황금빛 금발과 황금색 눈동자.
회색이었던 언노운의 머리카락과 눈이 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오로지 이모탈리티아의 혈족만이 지닐 수 있는 그 색!
* * *
회의 전날 밤, 아덴은 언노운이 머물고 있는 방에 대뜸 쳐들어갔다.
“악! 뭐예요! 한밤중에 갑자기 뭔 일인데요? 노크라도 좀 하라고요!”
언노운은 한 손의 무슨 포션 병을 들고 있다가 아덴이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며 바로 뒤로 숨겼다.
하지만 이를 놓칠 그가 아니었다.
홱!
그가 날쌘 손짓으로 포션 병을 뺏었다.
“아악! 돌려줘요! 돌려 달라고!”
“뺏을 수 있으면 뺏어 보라고. 좀 더 뛰어 봐.”
-마검 세에레가 다리 짧은 계약자를 비웃습니다.
“뭐? 세에레! 너 말 다 했냐!”
녀석이 다시 아덴의 손에서 포션을 뺏어 가려 했지만, 기민한 몸놀림의 소유자인 마스터를 상대로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가 포션의 종류를 확인했다.
아덴이 아는 포션이었다.
눈동자 색과 머리 색을 바꿔 주는 염색 포션.
테르니아 도박장에 들어갈 때 캐시가 제조해 주었던 것과 같았다.
아덴이 혀를 내둘렀다.
“역시 그렇구만. 쳇, 진작에 화안으로 확인해 볼걸.”
“……뜬금없이 쳐들어와서는 뭔 소리를 하는 겁니까, 형씨?”
아덴은 녀석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무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예전에 너랑 거래한 적이 있었지. 내 부하가 되는 대신 네 기원을 이루는 것을 돕겠다고 말이지.”
“……!”
“이제 슬슬 알려 줄 때도 되지 않았냐?”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녀석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
마검 세에레가 침묵했다.
기원의 군주의 잔재인 마검 세에레는 오로지 강렬히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 ‘기원’을 가진 자를 계약자로 삼는다.
아덴과 언노운은 저주 계약을 나눴다.
아덴에게 종속된 부하가 되는 대신 언젠가 언노운이 품은 기원을 이루는 것을 돕겠다고.
‘하지만 나는 녀석의 기원이 뭔지 듣지는 못했지.’
왜인지 본인이 말하길 자꾸 회피하려고 했고, 아덴도 급한 일은 아니니 그동안 넘어가긴 했었다.
어떻게든 이루고 싶은 기원이 있음에도 이를 밝히는 것을 주저한다.
어찌 보면 모순된 반응이었다.
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마치 기원을 누군가에게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지.’
역시나 이번에도 녀석은 얼버무리려 했다.
“그, 그거라면 나중에 제가 필요해지면 말하기로 했잖아요. 댁도 동의해 놓고서는 말을 바꾸면 어떡합니까? 아하, 혹시 이제 와서 너무 큰 부탁을 할까 봐 쫄리는…….”
“제국이 망했다.”
“……예?”
“황제가 죽었고, 황도가 괴멸되었다고. 우로보로스 연금탑도 마찬가지다.”
아덴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하여 전부 이야기했다.
그것을 들은 언노운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온몸에서 핏기가 빠져나가듯이.
결코 있어선 안 될 사실을 들은 자처럼 말이다.
그리고 아덴이 모든 이야기를 마쳤을 때.
“…….”
녀석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만 같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곤…….
“안 돼…….”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선 그대로 주저앉았다.
녀석은 더없이 허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절망 어린 표정으로 변해 무너져 내렸다.
“안 돼, 안 돼, 안 돼! 이럴 순 없어! 그럼 난 대체 뭘 위해서……! 그 개자식들이 그런 식으로 죽어선 안 됐다고! 시발……!”
-나인…….
“크으으윽!”
언노운이 흡사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터트리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세에레는 그런 계약자를 안타깝다는 듯이 불렀다.
아덴은 언노운이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화안을 개안합니다.
삼라만상의 참과 거짓을 읽어 내는 힘을 지닌 화안이 녀석을 통찰했다.
금발 금안.
그러자 회색빛으로 염색된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찬란한 금색으로 보였다.
금발 머리에 금안을 지닌 언노운의 모습은…….
‘어쩐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왠지 모르게 쥐어 패고 싶어지더라니.’
그저 전생의 기억 탓에 괘씸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녀석은 놀라우리만치 칼시스 로 이모탈리타아와 닮아 있었다.
마치 형제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왜 이제야 깨달았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아덴의 화안이 읽어 낸 정보가 그 이유를 말해 주고 있었다.
[H.K 넘버 나인(Number Nine)]특징: 세에레의 계약자, 괴도, 은신술, 자뻑, 함정 해체술, 하급 연금술, 좀도둑질…….
H.K 넘버 나인.
전혀 사람의 이름 같지 않은 저것이 언노운의 진짜 풀 네임이었다.
그 기이한 이름 아래로 나열된, 지극히 언노운의 성향을 잘 표현한 특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