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6)_3
그런데 쫙 나열된 녀석의 특징이 더 이어졌다.
-……복수를 원하는 자, 금안의 핏줄 보유자, 우로보로스의 실험체.
황족의 피를 가졌으나 그 성을 물려받지 못한 존재.
마신의 파편인 칼시스가 지배하는 연금탑의 실험체.
그것이 괴도 언노운이, 나인이 기원의 군주의 잔재와 계약을 치를 수 있을 만큼 강렬한 기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 * *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서 대륙을 지키자!”
“이모탈리티움을 어둠으로부터 탈환하자!”
회의 이후 서 대륙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지상계 연합군을 조직하기 위해 움직였다.
서로 눈치 보기 바쁘던 이들도 합심하여 재앙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전투를 준비했다.
그 움직임은 매우 본격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언노운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열정적이진 않았겠지.’
아덴은 정확히 언노운이 우로보로스 금탑에서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녀석이 나와 상통하는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모탈리티아의 피를 이었다는 것뿐.
아덴은 회의장에서 언노운의 비밀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황제의 숨겨진 핏줄 정도로만 귀족들에게 밝혔다.
그리고 그것은 제국의 귀족들을 움직이게 만들게 충분했다.
황실의 핏줄이, 국본이 끊기지 않았으며, 그렇기에 제국도 멸망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상징적인 사실만으로도 혼란을 일축시키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하여 삼대 교단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의 결성이 확정되었다.
그래서 아덴도 결전을 위한 준비를 확실히 하기로 했다.
타르타로스가 열린 지 보름째.
허밋의 시간 동결이 무너지기까지도 보름 남은 시각.
“이봐! 아다만티움 좀 더 가져와!”
“불이 약하잖아! 좀 더 세게 지펴!”
드워프 왕국 스톤헤임의 드워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깡깡거리고 뚝딱거리는 망치질 소리가 스톤헤임 공동을 가득 메웠다.
풀무질로 일어난 뜨거운 바람과 치이익거리며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증기로 대공동이 후끈거리니, 지저 왕국 전체가 기이한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드워프들 또한 타르타로스 결전에 한몫 거들기 위해 갑옷과 무구를 대량 제조하고 있었다.
“연합군에 무구들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헤파이토.”
“아덴 공자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하면 별거 아닐세. 그리고 이건 대륙 전체의 위기이지 않은가? 우리 드워프 또한 서 대륙에 터 잡고 살아가는 이들일세.”
드워프 왕 헤파이토가 고개를 돌려 한창 분주히 망치질하는 드워프들을 보곤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우린 지금을 즐기고 있다네. 전쟁이야말로 장인들의 역작이 빛을 발하는 곳이니 말일세. 그동안 세상은 너무 평화로웠어.”
제국이 서 대륙의 패자가 된 이래 수백 년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
자연스레 드워프들은 아무리 환상적인 무구를 만들어도 그것을 사용할 사람들이 없었고.
자연히 그들이 만든 무기들은 각자의 공방 세계에 깊숙이 처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으하하하! 드디어 내 자식들이 피 맛을 보게 되겠구나!”
“나의 최고의 명검 뷰란달이 가장 멋지게 활약할 거야!”
“무슨 소릴! 내 사랑스러운 창 샤인 토네이도가 가장 빛을 발할 거라고!”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옛말이다.
세월의 녹을 먹으며 조용히 먼지가 쌓이던 연장과 무기 들이 자신이 태어난 본연의 이유를 되찾기 위해 공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장인들의 열기와 집념, 광기가 이때다 싶어 활활 타올랐다.
아덴은 마도 공학 연구 공방이 늘어선 구역으로 이동했다.
“오, 왔구나. 아덴아.”
“이제 몸 상태는 좀 괜찮습니까, 허밋?”
“마력 운용을 하기엔 어렵지만 살 만하긴 하단다.”
그곳에서는 허밋과 구스타프를 비롯한 마도 공학 드워프들이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허밋은 보검 발라크가 깨진 영향과 시간 동결 권능을 사용한 영향으로 힘을 못 쓰는 상태였다.
그녀의 말로는 드래곤 하트에 금이 가서 한 몇백 년 정도는 요양해야 한다나?
결국, 지금 당장은 크게 도움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히 내 마검을 제물로 팔아먹은 놈을 그냥 두고 볼 만큼 성격 좋은 용은 되지 못해서 말이다.”
그녀가 사악하게 씨익 웃었다.
“그저 먹어 치울 줄밖에 모르는 빌어먹을 탐식 놈이 제대로 곤욕을 치르게 만들 생각이란다.”
그래서 허밋은 대신 다른 쪽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수천 년의 지혜와 지식을 품은 머리로 말이다.
“크하하하! 허밋 누님은 역시 모든 마법의 시초자인 용답게 굉장하시더군요! 마도 공학이 겨우 보름 동안 60년을 건너뛰며 발전했습니다!”
구스타프는 허밋이 용이라는 사실을 막 알았을 때는 크게 놀랐지만, 태도를 바꾸지 않고 친근하게 대했다.
“마도 공학을 연구하는 이상 용이든 드워프이든 인간이든 간에 전부 같은 마도 공학자입니다! 거기에 구별이 있을 필요가 없지요!”
“허허! 아우는 역시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단 말이지!”
아주 그냥 쌍으로 잘들 논다.
아덴이 이를 보고 잠시 어이없어하다가 주제를 딴 데로 돌렸다.
“그나저나 구스타프, 저게 전에 말한 그 결전 병기입니까?”
“크하하! 맞습니다! 누님 덕분에 결전 병기의 제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죠!”
아덴의 눈앞에는 몹시도 거대한 ‘그것’이 있었다.
수백 명의 드워프들이 그것의 주위에 사다리와 발판을 올리고 각 부위마다 용접하고 마도 회로를 새기고 있었다.
저게 실제로 움직일 광경을 잠시 떠올려 본 아덴은…….
‘이런 미치광이들 같으니……!’
그 수백 미터의 거체를 보며 속으로 욕설 섞인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정말 미친 또라이들이다.
그것도 매우 유능한 또라이.
‘만약 회귀 전 세상에서도 저런 게 있었다면…….’
굳이 구질구질하게 2년이나 전쟁을 끌 필요도, 수많은 사람들이 탈로스에게 죽어 나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싸움에서 적어도 그 어떤 고위 탈로스가 등장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아덴이 구스타프에게 물었다.
“제시간 내에 저걸 완벽히 완성시킬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조금 빠듯하긴 합니다만, 이대로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아슬아슬하게 결전일 전에는 완성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저걸 보면 분명 그놈들도 놀라 자빠질 겁니다.”
“으흐흐흐! 그야 물론입니다! 크하하하하!”
아덴이 말하는 ‘그놈들’이 누군지 알아들은 구스타프가 광소를 터트렸다.
그의 광소에는 짙은 증오와 희열이 공존하고 있었다.
“마법은 신성이 쌓아 올리는 기둥 같은 것이라는 둥 마도 공학은 조잡한 외도일 뿐이라는 둥, 꼴값을 다 떨던 마탑의 머저리 노인네들! 그들에게 진정한 쓴맛을 보여 줄 생각을 하니 너무 기쁩니다!”
구스타프는 자신을 추방시킨 앙구이스 마탑을 향한 뿌리 깊은 증오심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싸움의 적은 다름 아닌 그 마탑에서 야반도주한 수뇌부 전원이었다.
“거기다, 샤우라 그 빌어먹을 년까지 있다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습니다!”
놀랍게도 구스타프는 대마법사 샤우라와도 악연이 있었다.
“그녀는 제가 마도 공학을 연구하는 것을 보고 ‘또 한심한 장남감이나 만들고 있군요.’라고 말하면서 그딴 쓰레기들이나 만들어선 진리의 발끝에도 못 따라갈 거라며 비웃고 벌레 보듯 경멸했습니다!”
과연 샤우라다운 오만한 발언이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구스타프가 치를 떨었다.
샤우라만이 아니라 앙구이스 중앙 마탑 수뇌부의 오만함을 그는 증오했다.
아직도 그때의 모멸감이 잊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의 입꼬리가 광대뼈까지 승천할 듯 올라갔다.
이제는 그들이 자신과 자신의 은인의 적이니까.
“그런데 저의 역작이 그 머저리들을 박살 낼 순간이 오다니…… 크하하하하! 꿈만 같습니다! 우하하하하!”
그의 얼굴엔 전생에 마탑 테러범이라 불렸던 미치광이다운 광기가 번들거렸다.
“쾅! 폭발! 파괴! 전부 다 날려 버릴 거야! 크흐흐흐!”
“…….”
아덴은 어째서 이쪽이 더 사악하게 보이는지 잠시 고민했다.
* * *
스톤헤임에 다녀온 뒤 아덴은 레메스 공작령의 엔트들의 마을을 향했다.
나무 요정들에게서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레메스 영지에서 엔트들의 마을은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다.
엔트들은 중요한 인적자원이기 때문이다.
나무 요정이 직접 빚은 레메스 영지산 포도주가 폭풍 같은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다른 영지에서도 엔트들을 회유하거나 잡아가려고 하는 일도 있었다.
요정목 덕분에 정령술을 쓸 수 있게 된 엔트들에게 도리어 호되게 당했지만.
아무튼 그런 일이 있다 보니 엔트들이 머무는 숲 주위로 목책을 세워 두고 영지병들이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수비대장이 아덴에게 경례했다.
“이 수비대장 샘! 영지의 영웅이시자 자랑거리인 아덴 레메스 공자님을 직접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매일 동상 앞에다가 기도도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 경비 수고하고.”
망할 주책맞은 아버지 때문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덴이 수치감에 몸서리치며 엔트들이 숲 초입부에 들어갔을 때였다.
“미친?”
아덴은 터무니없는 광경을 올려다봤다.
왜 올려다보냐고?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저거 왜 저렇게 커진 거냐?”
그의 눈에,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하지만 저것을 나무라 부를 수 있을지도 의심이 갔다.
그가 아는 나무는 결코 작은 산만 한 크기로까지 자라나지 않으니까.
그 나무는 엔트들의 수호목인 요정목이었는데, 그 모습이 아덴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너무 차이가 컸다.
황금빛 신비로운 이파리가 바람따라 흔들렸다.
암흑 마기로 인한 먹구름 속에서도, 아니 오히려 그런 어두운 환경이기에 거대한 황금 나무의 자태가 돋보였다.
-이 마력은…… 설마?
“음? 뭔가 아냐?”
-……아니다, 아직 확신하기 어렵군. 일단 가까이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용살왕이여.
“스벌, 대체 뭐길래 그러는데?”
아덴이 구시렁댔지만 커스는 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뭔가 사색에 잠겨 있는 모양이었다.
“족장님!”
“아덴 족장님!”
그때 마침, 엔트들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마치 주인을 만난 강아지들처럼 달렸다.
그러곤…….
“커억! 숨차!”
“크윽, 난 여기까지인가.”
“아아, 원통하다……!”
철퍼덕.
하나같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차선 일제히 지면에 쓰러졌다.
“……뭐 하냐?”
“저, 저희가 체력이 약한지라…….”
“그러게 왜 달려? 너네들 바보냐?”
“히잉…….”
엔트들이 울상을 지었고, 아덴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무토막 녀석들을 바라봤다.
여전히 참 저질적인 체력의 족속이었다.
나무를 근본으로 삼는 나무 요정족이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말이다.
잠시 휴식을 취해 체력을 회복한 엔트들이 아덴을 안내했다.
아덴이 엔트들에게 물었다.
“근데 저 나무는 언제 저렇게 크게 자란 거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이후 갑자기 요정목님이 급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엔트들이 아덴을 부른 이유가 저 요정목 때문이었다.
갑자기 자라난 요정목 때문에 엔트들을 당황하고 있었다.
엔트 중 한 명 에하드가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요정목님에게 묻고 싶지만 저희들에겐 권한이 없어서 아덴 족장님을 부른 겁니다.”
“권한이라고?”
“요정목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그분의 가호를 받은 족장님뿐입니다.”
전대 요정목은 아덴에게 요정목의 가호를 내려 주었다.
하지만 아덴은 시스템 설명에 나와 있지 않아 가호에 그런 효과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엔트들과 함께 아덴은 요정목이 심겨 있는 엔트 마을로 들어왔다.
“진짜 난장판이네.”
아덴이 혀를 내둘렀다.
그들의 말대로 마을 전체가 나무뿌리에 뒤덮여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수백 년이 넘게 자란 수목이라 여겼을 이 풍광이 불과 보름 만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경치 하나는 좋긴 하다만…….”
요정목으로부터 마치 눈처럼 백금빛 반짝이들이 내리다 허공에서 녹아 사그라들었다.
요정목의 마력이었다.
그런데 이전에 작은 수목이었을 때와는 질적으로 전혀 달랐다.
‘무척 정순하고 깨끗하다.’
이렇게까지 깨끗하다는 느낌의 마력은 처음이었다.
지금 서 대륙 전역이 희미하게나마 암흑 마기로 잠식되고 있거늘 이곳 주위만큼은 공기가 무척 정순했다.
‘그러고 보니 유독 레메스 영지에서는 언데드 출몰이 안 일어났지.’
그냥 대륙 중앙과 멀리 떨어진 변방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 요정목의 영향도 큰 듯했다.
아덴이 요정목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였다.
-드디어 와 주셨군요.
갑자기 어느 여인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이 목소린?’
듣자마자 아덴이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는 이상한 기시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쏴아아아아!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눈처럼 내리며 녹아들던 요정목의 마력이 바람따라 아덴 앞에 회오리치며 모여들었다.
백금빛 마력이 모여들어 하나로 뭉쳐 형상을 이뤄 갔다.
이윽고 바람이 멎었을 때…….
에메랄드빛 맑은 눈에 백금색 긴 머리카락.
그리고 등 뒤에 달린, 무지갯빛이 감도는 투명하고 얇은 날개와 긴 귀.
-두 분이 오시길 기다렸어요.
인간과는 거리가 머나, 더없이 아름다운 여인이 그의 앞에서 눈웃음을 지었다.
-너는……!
여인을 본 커스가 당황했다.
그녀를 본 아덴의 눈도 커졌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성화주의 분신을 통해서 본 기억이 있는 얼굴이었으니까.
아덴이 무심코 여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티타니아?”
요정 여왕 티타니아.
신들과 함께 타락 군주와 맞서 싸웠던 영웅 중 한 명.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워요, ‘후배님’.
오래전에 죽었을 그녀가 아덴을 보며 산뜻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