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7)_3
-특성 사용 시 보유자의 성향이 본래의 반대로 급변합니다.
일시적으로 놀라운 괴력과 방어력을 발휘하게 해 주는 배너만의 고유 특성.
콱!
기절한 라미아의 머리통을 배너의 주먹이 부쉈다.
“우오오오! 힘이 넘친다! 크하하핫!”
오우거처럼 변한 배너가 약간 맛이 간 것처럼 광소를 터트렸다.
평상시의 배너는 소심하고 자신감이 극도로 낮은 성격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특성의 효과로 전투 시에는 저런 광전사로 변모하는 것이다.
펜리르가 감탄인지 한탄인지 모를 소리를 흘렸다.
-저런 괴물 같은 인간들은 고대에도 전 주인님과 동료분들 빼곤 처음 봅니다……. 큰 주인님은 대체 어디서 저런 인간들을 찾아내신 겁니까?
“그러게, 나도 참 신기하다.”
아덴이 어깨를 으쓱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산속에서 산적질이나 하던 놈들이었는데 말이다.
“성스러운 불길의 주인이시여! 당신을 찬미하나니, 축복이 이곳에 임하리라!”
“정명과 법의 수호자시여! 정의를 위해 싸우는 당신의 전사들에게 굳건한 정신의 갑주를 주소서!”
화아아아아! 신성한 빛이 터졌다.
성화 교단의 사제들이 연합군을 치유하고 활력을 만들었으며, 법신교의 사제들이 하피의 노랫소리에 담긴 현혹의 힘을 몰아냈다.
그러자 잠시나마 공황 상태에 빠졌던 연합군 병력이 제정신을 되찾았다.
“위대하신 학살과 죽음의 신의 아이들아! 그분을 위한 신성한 의식을 치러라!”
“꺄하하핫! 학살이다!”
“학살신께 피의 제물을!”
학살신교의 사제들에게 있어 학살은 자신들이 모시는 신의 이름을 드높이고 그분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해 내는 신성한 행위.
피에 미친 광기의 사제들이 지옥견 케르베로스 무리를 비롯한 중급 탈로스들에게 달려들었다.
핏빛의 신성력을 두른 사제들의 병장기가 놈들의 머리통을 부수고, 무자비하게 도륙하여 학살했다.
“학살신의 종들에게만 모든 걸 맡길 순 없다!”
“성화의 주인이시여!”
“정명과 법의 신을 위하여!”
발리 사제가 이끄는 성화교의 뭉크들이 창을 휘둘렀다.
세인트 마스터 릴리아나스가 이끄는 법신교의 성기사들이 백광의 신성력을 두른 검기를 내질렀다.
신성한 신의 힘이 사특한 마기를 몰아내고, 마의 존재들을 척결했다.
콰아아앙!
핏빛의 신성력을 두른 한 여사제의 가녀린 주먹이 거대한 케르베로스의 복부를 강타했다.
충격이 삽시간에 복부에서 전신으로 퍼졌다.
-깨갱!
지옥의 삼두견이라고 까지던 불리는 모습이 무색하게 비명을 내지르며 저 멀리 날아갔다.
“꺄하하핫! 역시 스피카 자매님입니다!”
“깔끔하게 한 방에 보내 버리다니!”
“스피카 자매님 최고!”
“…….”
스피카 루니어스.
그녀는 카오스의 계략에 휘말려 자기 손으로 제 교단을 지워 버릴 뻔했다.
‘그런데도 아무도 날 미워하지 않아…….’
메리다 성녀도 그녀를 용서했고, 학살신교도들은 오히려 즐거웠다며 방긋거리며 웃었다.
아무리 마검에 홀려서 그랬던 거라지만, 케케묵은 자신의 악감정 탓에 저런 형제님들을 없애려 했다니.
스피카는 그 사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자책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메리다 님이 자신의 수명까지 포기하며 살려 낸 목숨이 아니었다면 자결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메리다 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 주겠어.’
그분이 죽음에서 건져 내 주신 목숨, 그것이 틀린 선택이 아니었음을 몸으로 최선을 다해 증명해 낼 것이다.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던 스피카가 슬쩍 연합군의 선두를 달리는 은빛 늑대와 그 늑대의 등에 탄 아덴을 봤다.
자신을 막아 주고 메리다 님을 되살려 준 은인.
‘어째서……?’
분명 학살탑의 성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사람일 텐데.
이상하리만치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감정들까지.
후회, 그리고 미안함.
그런 강렬한 감정이 샘솟았다.
‘어째서?’
그에게 대체 무엇을 용서받길 바라는 것인지도,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도 그녀 본인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영영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 그녀의 표정은 더 복잡해졌다.
연합군은 파죽지세로 나아갔고, 황도 초입을 지나 중반부까지 단숨에 뚫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더 큰 시련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우리는 피에 굶주렸도다.
-크후흐흐, 파멸로 세상을 물들이리라!
뿔이나 박쥐와 비슷한 날개를 달고 있는 인간형의 괴물들이 붉은 안광을 번들거렸다.
고위급 탈로스.
아덴이 성화 교단에서 해치워 영혼을 종속시킨 메피스토와 동급의 놈들이다.
‘하지만 메피스토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온갖 우연이 겹친 덕분이었지.’
고위급 탈로스는 마스터급은 되어야 해치울 수 있다.
그런 놈들이 족히 1천 마리에 가깝게 눈앞에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이 또한 미리 예상했던 일이니까.
아덴이 외쳤다.
“엘리스! 그걸 사용해!”
“알았어!”
거대한 금빛 늑대를 탄 꼬마 성녀가 눈을 빛냈다.
“히야아압!”
엘리스가 기합과 함께 찬란한 황금빛 성광을 몸에서 터트렸다.
대해처럼 넓고 깊은 터무니없는 양의 신성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사제들이 경악했다.
“맙소사! 저토록 방대한 신성력이라니!”
사제가 아닌 이들마저도 제 눈이 의심스러운 엄청난 광경에 넋을 잃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금빛 신성력이 하나의 형상을 갖춰 갔다.
화르르르르륵!
그것은 ‘손’이었다.
거인 군주 네피림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성화로 만들어진 손.
-정명과 법의 신이 “저 끔찍한 걸 또 보다니…….”라며 환각통을 느끼는 뺨을 어루만집니다.
-학살과 죽음의 신이 옛날 생각이 난다며 추억을 즐깁니다!
-성화의 주인이 “저것이 본좌만의 절기, ‘업화 여래신장’이로다.”라며 자랑합니다.
업화 여래신장.
엘리스가 최초의 대신전에 습득한 성화주의 기술.
엘리스가 제 작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쿠구구구구…….
그러자 백 미터에 달하는 불꽃의 손도 똑같이 높이 들어 올려졌다.
“때찌!”
엘리스가 손을 내리쳤다.
마치 벽에 달라붙은 모기를 때려잡듯.
단지 그뿐이었거늘.
쿠구구구구궁……!
엘리스의 손짓이랑 똑같이, 거대한 성화의 손바닥이 맹렬한 기세로 탈로스 무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고위급 탈로스들이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워메, 시발?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콰아아아아앙!
황금빛 불꽃 손바닥이 놈들을 내려찍었다.
* * *
-종말이 다가왔다. 모두 공포에 몸서리쳐라!
중후한 목소리를 내는 한 탈로스가 자신만만하게 나타났다.
신장만 8미터가 넘는 오우거와 흡사한 근육질의 몸.
붉은 피부에 몸 여기저기에 돋아난 검은 가시와 귀 부근에 돋아난 물소를 연상케 하는 큰 뿔.
도마뱀 같은 꼬리 끝에는 네 개의 가시가 돋아난 탈로스.
놈은 탈로스 중에서도 특별했다.
혼돈과 죽음으로 가득한 지하 세계에서 무려 이명을 소유할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닌 괴물.
휘하에 수천에 달하는 고위급 탈로스와 수만에 달하는 중급 탈로스를 거느린 군벌이었다.
전방에서 다가오는 인간 무리를 보며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핫! 먹음직스러운 영혼들이 굴러들어 오는구나!
마스터급이 오더라도 상대하기 벅찰 만큼 무시무시한 그 탈로스는 오만했다.
언더로드라는 지하 세계의 정점의 존재가 있음에도 스스로를 ‘군주’라고 칭하며 지하 세계의 변방을 다스리던 놈이니까.
그랬기에, 그는 외쳤다.
-오냐! 죽기 전에 네놈들을 취할 자의 이름을 알려 주마! 이 몸은 대악마이자, 공포의 군주 디아……!
하지만.
놈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히야아압!”
엘리스가 깜찍한 기합 소리와 함께 거인의 불꽃 손으로 놈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화르르르륵!
-끄아아아아아아악!
신성한 멸마의 업화 속에서 놈은 비명을 내지르며 불타 사라졌다.
그렇게 자칭 ‘대악마’이자 공포의 군주는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멈추지 마라! 계속 전진이다! 성화의 성녀 엘리스 님을 따라라!”
“성화의 성녀 만세!”
“와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
결사대를 태운 말들이 거칠게 내달렸다.
앞으로 진격하는 결사대에게 있어 엘리스가 보여 주는 무위는 다음과 같은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으리라.
압도적이다, 초월적이다, 신화적이다!
촤아아아아악!
엘리스가 만든 신성한 불꽃으로 된 거인의 팔이 한 번 휘둘리면.
화르르륵!
-크아아아아!
-살려 줘어!
황금빛 업화가 온 사방을 휩쓸며 탈로스들을 불살랐다.
“에잇! 얍! 히야압!”
초코의 등에 탄 엘리스가 마치 장난스럽게 손을 허공에 휘저을 때마다.
쾅! 쿵쾅! 콰아아앙!
거인의 팔이 손바닥으로 탈로스 무리를 철썩 후려치고 지면을 쓸어 내고 주먹으로 내려찍었다.
평생을 혼돈과 죽음으로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으며 웬만해서는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고위급 탈로스들이 겁에 질렸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도망쳐야 해!
뒤늦게 도주를 꾀하는 놈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뛰고 날아 봤자 엘리스 손바닥 안이었다.
쿠구구구구궁.
화염의 손바닥이 놈들을 찍어 눌렀다.
-끄아아아악!
도망치던 상급 탈로스들이 절규하며 타올랐다.
“아아! 성화의 무녀시여!”
“이 땅에 성화주의 현신이 내려오셨도다!”
“성화주의 현신을 찬양하라!”
성화 교단의 뭉크들과 사제들이 엘리스가 내보이는 신위 앞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고, 자신들이 믿는 신인 성화의 주인을 찬양했다.
딱히 섬기는 신이 없었던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전율했다.
서 대륙 연합군이 승리를 거머쥔다면, 이날을 기점으로 많은 이들이 성화교로 개종하여 성화교의 황혼기를 불러일으키게 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정작 이들의 찬양의 대상이 되는 성화의 주인, 천마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성화의 주인이 왕년에 자신이 사용했던 업화 여래신장에 비하면 세 살배기 아이의 손바닥이거늘 다들 오버한다고 혀를 끌끌 찹니다.
그 매세지에 아덴은 순간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미친, 저게 약한 거라고?
그럼 성화의 주인이 날뛰던 천 년 전에는 대체 어떤 짓들을 벌였단 말인가?
그 해답은 성화주의 권속인 펜리르의 경험담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
-전 주인님이 한 번 타락 군주들과 격전을 치르시면 주변의 강과 호수가 메마르고 지평선까지 전부 불바다가 되어, 최소 사흘 낮밤 꺼지지 않고 타올랐습니다. 주변의 그 어떤 타락한 존재들도 살아남을 수 없었죠.
‘……왜 그 양반이 탈로스보다 더 사악하게 느껴지지?’
‘세계의 의지’라는 것이 왜 신들이 지상계에 간섭하는 것에 제한을 걸어 두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큼 신들이 지닌 능력은 압도적이고 위험했다.
그런 성화의 주인과 동급의 힘을 지녔던 고대의 영웅들이 함께 싸웠음에도 겨우겨우 이긴 상대가 마신이고 말이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떻게든 칼시스가 온전한 마신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하겠어.’
새삼 경각심을 다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연합군은 엘리스를 앞세워 질풍처럼 나아갔다.
파스스슷.
어느 순간 거인의 손을 이루던 성화가 흩어졌다.
“후앗! 힘들어!”
-왈!
엘리스가 녹초가 되어 초코의 등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신성력이 아무리 방대하더라도 한계는 있는 법.
업화 여래신장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신성력을 소모했다.
하지만 엘리스의 역할은 여기까지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미 고위급 탈로스 무리를 격파했으니까.
“황성이 보인다!”
마침내 결사대가 이모탈리티움 후반부까지 뚫어 황성 앞까지 도달했다.
폐허가 된 수도와 암운이 드리운 황성의 전경.
그러나 황성의 모습은 그들이 본래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스르르륵.
가시나무 덩굴이 뱀처럼 움직였다.
수천수만 가닥의 칠흑빛 가시덩굴이 서로 얽혀 황성의 본래 모습을 알 수 없을 만큼 휘감았다.
그것은 요새였다.
검은 가시나무로 된 요새.
“검은 가시나무 요새…….”
전생에서 모든 탈로스 대전이라는 재앙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언더로드의 성.
그 성이 현생의 아덴과 결사대 앞에 그대로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전부 예상대로다.’
하급 탈로스는 마법사단과 기사 연대의 합동 공격으로 통과, 중급은 머슬레스 녀석들과 삼대 교단의 전력들이, 고위급은 엘리스가 처치했다.
탈로스 무리를 격파했으니 이제 남은 장애물은 뻔했다.
화르르르르르륵!
돌진하던 연합군 앞에 수십 미터에 달하는 불의 장벽이 생겨나 그들을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 멈춰!”
“크윽, 저게 뭐야!”
펜리르와 초코가 질주를 멈췄다.
결사대가 급히 말고삐를 당겨 진군을 정지했다.
화르륵 거세게 타오르는 검붉은 빛깔의 불의 장벽.
엘리스가 피워 내는 성화와는 달랐다.
마력을 엮어 내서 만들어 낸 좀 더 인공적인 겁화.
“파이어 월(Fire Wall)! 게다가 저렇게 거대하다니!”
“저 마력 색은…… 설마!”
마법사단이 경악했다.
불의 장벽으로 노려보며 아덴이 조소를 흘렸다.
“그래. 너희가 나올 줄 알았지.”
화르르륵, 불타오르는 장벽 너머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기어코 여기까지 기어 들어왔군요.”
백색의 마법사 로브를 입은 붉은 머리카락, 붉은 눈의 여인.
“하지만 더 이상의 접근은 불허합니다. 지금 매우 중요한 의식이 치러지고 있는 중이니까요.”
대마법사 샤우라, 그녀가 나타났다.
아니, 그녀만이 아니었다.
화르르르, 불의 방벽이 사그라듦과 동시에 백색의 로브를 입은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로브는……!”
“중앙 마탑의 마법사들!”
카오스와 결탁하고 지금의 사달을 만들어 낸 인류의 배신자들.
그들이 뻔뻔히 연합군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샤우라가 연합군에 속한 마법사단을 발견했다.
“익숙한 얼굴들도 많이 보이네요. 아, 메이지 헨드릭슨도 있군요? 반가워요.”
“메이지 샤우라!”
마법사 헨드릭슨이 성을 냈다.
“당신들!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악독한 짓을 벌이는 거요! 마법사로서의 긍지를 그렇게 쉽게 저버릴 수 있나!”
그들의 등장에 특히나 분개하며 이를 악문 것은 마법사단의 마법사들이었다.
중앙 마탑의 마법사들이 저지르고 튄 문제 때문에 지금 앙구이스 마탑국은 명예가 땅 밑으로 추락한 상태니까.
그러나 그런 외침에도 샤우라를 비롯한 중앙 마탑의 마법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아니, 오히려 질책하는 헨드릭슨을 보며 샤우라는 오히려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이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겁니다. 그걸 지금도 알지 못하다니 역시 어리석네요. 그러니까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질 못한 겁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메이지 헨드릭슨, 당신은 7성급에 오른 고위 마법사이면서도 6성급이나 담당하는 사대 보조 마탑에 강제 부임당했죠.”
그 이유는 간단했다.
헨드릭슨의 인성이 너무 올곧았기 때문이다.
노예를 이용한 인체 마법 실험을 진행하려 할 때마다 사사건건 중앙 마탑의 수뇌부와 부딪혔다.
그 외에도 도가 지나치다 싶은 오만한 마법사들의 행각들에 반발하다가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마법사는 마나의 진리를 추구한다는 숭고한 목적을 지닌 자. 진리를 파악하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됩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선택받은 우월한 족속이 자신들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달랐다.
“그런데 몸에 마력도 없고, 자신이 왜 태어나서 왜 살아가는지에 의문조차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짐승처럼 살다 죽는 하찮은 잉여 인간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니! 하하! 그것만큼 웃긴 일도 없죠!”
그렇다.
저것이 샤우라를 비롯해 고위 마법사들의 상당수가 지닌 선민사상.
그들은 마법사 외의 존재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저 쓸모 있는가 없는가만을 구분할 뿐.
“그렇다 해도 세상이 망하면 아무 소용 없지 않나!”
“아니요. 세상이 망할 일은 없어요. 그저 많은 것이 ‘바뀔’ 뿐이죠.”
마신의 파편이 온전한 마신으로 각성해 지하 세계와 동화해 지상계를 집어삼키면 이 세상의 절대적인 ‘신’이 된다.
삼대 주신들 같은 그런 가짜 신들이 아닌, 죽음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진정한 의미로 전지전능한 신!
그럼 미리 그와 손잡은 선택받은 이들을 제외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의 꼭두각시이자 일부가 될 터다.
자신들은 그 신 밑에서 영생을 누리는 권속이 될 것이고 말이다.
“인간의 수명은 진리를 추구하기에 너무나 짧죠. 영원불멸의 생명쯤은 되어야 진리에 닿지 않겠어요?”
오싹.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샤우라의 모습에 순간 연합군은 섬뜩함을 느꼈다.
그리고 모두가 생각했다.
반드시 저들을 막아야만 한다고.
헨드릭슨의 수염이 푸들거리며 떨렸다.
“미쳤어……. 당신들은 전부 미쳤다고!”
“이해를 바라진 않아요, 메이지 헨드릭슨.”
그녀의 붉은 눈이 조소를 담아 반달로 휘어졌다.
“어차피 당신들은 여기서 전부 죽을 테니까요.”
그녀가 꽁꽁 싸매 놓은 마력을 개방했다.
쿠우우우우우우웅!
동시에 그녀로부터 폭풍과도 같은 기세의 마력 파장이 퍼졌다.
그 마력이 얼마나 농밀한지, 공간이 굴곡되어 보일 정도였다.
“크아아악!”
연합군이 압박감에 신음을 터트렸다.
“이게 대체……!”
심지어 소드 마스터인 티리에드 변경백마저 그 압박감에 짓눌렸다.
마스터조차 버티기 힘들 만큼 높은 격의 차이.
아덴은 그녀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아챘다.
“……9성급에 올랐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정점이라 여겨지는 경지.
초월의 경지.
마나 무인은 그랜드 마스터, 9성급 마법사라 불리는 그 반신의 경지에 샤우라가 도달한 것이다.
모든 마법사들이 염원하는 그 꿈의 경지에 말이다.
“또 현자의 돌을 이용했나? 하긴 황도 전체를 제물로 삼았으니 돌이 썩어 나긴 했겠지.”
“맞아요, 아덴 레메스 공자. 당신에게 그런 수모를 당한 뒤로 더 강한 힘의 필요성을 느꼈거든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곤 말했다.
“어째서 지난 천 년 중 고대 이후로 초월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가 없는 걸까요? 그건 마법의 지닌 한계 탓이에요.”
마법은 드래곤이 지닌 권능을 열화시켜 인간에게 맞춰 가르쳐 준 힘.
그 때문에 초월의 격보다 하위 호환의 기술이라는 한계를 깨지 못해 시간, 공간, 창조라는 신의 영역을 다룰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자의 돌은 그 한계를 깨부술 수 있게 해 줬다.
“그 덕분에 이젠 이런 것도 가능하죠.”
그녀가 손에 든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곤 언령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