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9)_3
삐이이이이익-!
아덴이 팔에 차고 있던 통신용 팔찌에 소리가 났다.
최초의 비마법사 탑주, 구스타프로부터 온 긴급 연락이었다.
* * *
앙구이스 마탑국은 지옥문 사태 이후 모든 명예와 권위를 잃었다.
마탑의 수뇌부가 인류를 배신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수뇌부 전력이 전부 나가리 되어 버린 탓에 균열 현상에 대처할 인력이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천 년의 역사를 지닌 마법사들의 나라가 몰락할 위기였다.
마법사들은 오만할지언정 바보는 아니었고, 마법사라고 생각이 막힌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이 꽉 막혔던 이들은 전부 죽어 버려 사고가 유연한 마법사들만 남았다.
그 덕분에 그들은 이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탐색할 수 있었고 아주 유연한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냈다.
-우리들의 탑주가 되어 주시오!
바로 새로운 왕을, 즉 탑주를 앉히는 거였다.
세상을 구한 영웅 중 한 명이자, 마탑의 수뇌부 마법사 500인과 9성급 마법사 샤우라 처치라는 전무후무할 업적을 세운 자.
앙구이스 마탑 출신이면서 만민의 지지를 받고 마법의 시초자인 드래곤과 호형호제를 맺은, 역사에 다시없을 남자.
그 전설의 이름, 마도 공학자 구스타프를 말이다!
그가 탑주 자리에 앉기만 하면 잃어버린 평판을 회복함은 물론이고, 드워프 왕국 스톤헤임이라는 우방 세력을 얻을 수 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란 점이 걸렸지만, 그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다.
마탑의 주인은 마도를 따르는 자들 중 가장 뛰어난 자가 오르는 자리.
9성급 마법을 깨부숴 버리는 흉악한 마법 무기를 다루는 구스타프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할 자는 없었다.
“이런, 이런. 그렇게까지 무릎 꿇고 빌면 어쩔 수 없군. 크하하핫!”
구스타프는 마탑 역사 최초의 ‘무서클 탑주’가 되었고, 앙구이스 마탑국의 이름도 구스타프 마탑국으로 바뀌었다.
‘앙구이스’란 이름은 이젠 인류의 배신자란 낙인으로밖에 안 남았으니까.
이후 균열 감지 레이더를 발명한 구스타프 덕분에 서 대륙에서 일어나는 모든 균열 현상의 감찰은 마탑국이 담당하게 되었다.
“무슨 일입니까, 구스타프?”
-아덴 님! 큰일 났습니다!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음을 배경 삼아 구스타프가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군주급 균열이 나타날 조짐을 감지되었습니다!
* * *
균열 현상은 파편화된 지하 세계의 일부가 지상계와 이어지면서 생겨난다.
그리고 그 규모는 파편 세계를 유지시키는 코어 역할을 하는 탈로스의 격에 따라 달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균열은 군단장급뿐이었지.’
언더로드의 바로 아랫급에 속했던 일곱 마리의 괴물같이 강하던 탈로스들.
그들이 지상계와 연결되는 것을 군단장급 균열이라고 칭했다.
그 위에는 언더로드, 즉 초월의 경지에 해당하는 존재가 나타났을 때를 의미하는 ‘군주급 균열’이란 등급이 있었지만 이게 실제로 나타날 일은 없을 거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이미 언더로드는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지금, 초월에 도달한 어떤 존재가 지상계에 나타나려고 하고 있었다.
‘초월에 오른 존재를 해치울 수 있는 건 같은 초월에 오른 존재뿐.’
즉, 오로지 아덴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연락을 받자마자 아덴은 대륙을 가로질러 균열이 열릴 예정인 동쪽으로 향했다.
예전엔 죽음의 황무지란 이름으로 불렸던 땅, 지금은 ‘영원히 잠자는 왕의 숲’이라 불리는 동쪽 오지로 말이다.
아덴과 엘리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준비를 마친 무리가 있었다.
-크르르, 여기는 우리들의 왕이 잠든 땅. 우리 트롤들은 목숨 바쳐 여길 지킬 거다.
“아하핫! 과연 뭐가 튀어나올지 몹시 궁금하군요!”
동쪽 오지의 주민인 트롤과, 그곳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학살신교의 사제 들이 전의를 다지며 진영을 짜고 있었다.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트롤과 학살신교가 손을 잡다니.
실로 기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엘리스가 물었다.
“로우 아저씨는 안 오는 거야?”
“그 녀석은 캐시랑 대수림에 갔거든.”
“왜?”
“은랑족 족장이랑 청웅족 족장이 결혼한다더라. 축하해 주러 갔지.”
로우는 4년 전에 캐시랑 정식으로 결혼했다.
소드 마스터가 되면서 공작에게 작위도 받아 이젠 백작님이 되었고, 자연스레 캐시도 백작 부인이 되었다.
펜리르를 포함하여 대수림의 신수들도 족장 간의 결혼을 축하하러 대수림에 간 상태다.
드워프 공방 문도 사용할 수 없는 대수림에까지 굳이 가서 데려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원래대로라면 아덴도 로도세라 사건만 끝내고 늦게라도 가서 참석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참석은 못 할 것 같다.
“뭐, 여기에 모이는 이들만 생각해도 전력은 충분해 보이지만.”
아덴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고오오오오오.
플로렌스 왕국, 천공섬이 하늘을 부유하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크롸라라라라라!
그리고 거대한 백골의 용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백골룡을 탄 니케타가 보였다.
철컥, 철컥! 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방에서 문들이 생겨나더니 구스타프와 드워프들이 튀어나왔다.
“아덴 대공자님! 이 구스타프도 한 손 거들러 왔습니다!”
“크하하핫! 우리들의 더 진화한 결전 병기 ‘울트라 멕시엄 기간트 드워프X’가 활약하겠군!”
아덴은 ‘그 괴물 같은 걸 더 발전시키고 있었냐.’라든지, ‘X는 왜 쓸데없이 붙인 거냐.’라든지 따지고 싶은 말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일단은 침묵하기로 했다.
“이걸로 전부 모였나?”
학살신교와 회색빛 불사의 군단.
니케타와 천공국의 위령술사들.
거인의 불꽃 손을 소환할 수 있는 성화교의 성녀 엘리스와 신수 초코.
구스타프와 스톤헤임의 마도 공학 드워프 병력까지.
이 정도 전력이 충분히 군주급 균열이란 미지의 사태를 능히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과하다 싶을 정도였지만, 자고로 준비는 철저한 게 좋았다.
아덴이 인상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썅. 이제 좀 쉬나 했더니, 진짜 빌어먹겠네.”
안에서 뭐가 나오든 확실하게 조져 버리겠다고 아덴이 속으로 다짐했다.
균열 예측 레이더를 확인하던 구스타프가 외쳤다.
“이제 곧 균열이 열릴 겁니다! 모두 준비하십시오!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균열 개방까지 5초!”
아덴이 검집에 손을 가져갔다.
“4초!”
엘리스가 언제든 업화 여래신장을 펼칠 준비를 했다.
“3초!”
학살신교의 사제들과 트롤들이 전의로 가득한 표정으로 전열을 갖추었다.
“2초!”
하늘에서 니케타와 그녀가 이끄는 위령술사들이 흑마술을 펼칠 준비를 했다.
“1초!”
이윽고, 구스타프의 카운트다운이 끝난 그 순간.
지이이이이잉!
공간이 깨져 나가며 균열이 열리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적!
도자기가 차례로 깨져 나가는 것 같은 소음.
처음엔 수 미터였던 구멍이 점점 커지더니 수십, 이윽고 수백 미터 크기로 확장되었다.
터무니없이 큰 균열.
그런데 아덴의 눈엔 크기보다 다른 점이 들어왔다.
“푸른색 균열?”
원래 균열의 색은 암흑 마기의 영향으로 보랏빛이 감도는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덴 앞에 펼쳐진 균열은 그 색이 푸른색이었다.
처음 보는 종류의 균열이었다.
-‘요정들의 어머니’가 저건 지하 세계로 이어진 균열이 아니라고 합니다.
-‘성화의 주인’이 저 균열에서 무척 친숙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무척 떨떠름한 표정을 짓습니다.
친숙한 기운이라고?
성화의 주인의 미묘한 반응에 아덴이 의아해하던 찰나였다.
우우우우웅.
그러는 사이에도 푸른색 균열은 격렬하게 떨림이 거세져 갔다.
균열에서 무언가가 나오려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원거리 마도 폭격 준비!”
“이전의 군단장급 균열들의 사례를 보면 이번에도 대형 웨이브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 준비하라!”
“캬하하핫! 학살신께 피의 제물을!”
이윽고, 균열 너머에서 거대한 그림자와 그 그림자를 따르는 인간 정도 크기의 그림자 떼가 일렁이며 비치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긴장감이 한껏 절정으로 치달았다.
잠시 후, 균열에서 이 군주급 균열을 만들어 낸 무시무시한 존재가 스르륵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쿠웅!
육중한 앞발이 땅에 발을 내디뎠다.
백색의 털과 검은 줄무늬.
푸른 사파이어와도 같은 흉흉한 짐승의 안광이 번뜩였다.
-크어어어엉!
천둥이 치는 것과 같은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균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하얀 호랑이였다.
‘호랑이?’
지하 세계가 아닌 다른 곳과 이어졌다더니, 탈로스 대신 웬 거대 호랑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아덴이 채 어떻게 말리기도 전에.
“마도 마력포 발포!”
쿠오아아아앙-!
균열 밖으로 나타난 괴물 호랑이를 향해 수십 기의 마도마력포의 공격이 쏘아졌다.
산조차 무너트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의 광선들이 짐승을 향해 쇄도했다.
그때였다.
마력 광선에 대응하듯이 갑자기 무형의 기운이 쏘아져 광선과 충돌하였고.
콰아아아아앙!
산조차 깨부숴 버리는 위력의 마력 광선이 박살 나 산개되어 버렸다.
“이럴 수가!”
“마도 마력포가……!”
구스타프와 드워프들이 경악했다.
화아아앗!
“아악! 눈부셔!”
“구스타프 이 망할 놈!”
그 탓에 강렬한 섬광이 사방으로 터져 나와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시력을 앗아 갔다.
-껄껄껄껄-!
마치 천둥벼락과도 같은, 귀청 떨어지게 시끄러운 털털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악! 내 귀!”
“아하핫! 대체 어디서 들리는 소리려나요!”
신이 너털웃음을 흘리는 걸 듣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 웃음소리가 너무나 거대한 기세를 품고 있어 그곳에 모여 있던 모두가 귀를 틀어막으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건 심지어 아덴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기운은?’
그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기세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 웃음소리의 주인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의구심이 샘솟았다.
성화의 주인 말마따나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거지?
그것도 그냥 익숙한 정도가 아니라 몸이 조건반사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떨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아덴이 시력을 회복하고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거대한 백호를 필두로 균열 너머에서 검은색으로 통일된 특이한 복식의 흑발 흑안의 인간들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강한 이들.
“오오옷! 이곳이 천마님의 고향!”
“고강한 이들이 많이 보이는군요. 거기다 특이한 기관진식을 다루는 이들까지 보이네요?”
“대기의 기의 흐름이 무림과는 이질적입니다. 과연, 다른 세상이라는 게 실감이 드는군요.”
“어휴, 빙궁주께선 그런 것까지 느낄 수 있는 겁니까요? 역시 대단하구만요.”
“네 이놈들! 감히 이분이 누구인 줄 알고 무례를 저지른 건가? 오체분시 되어 개들의 밥이 되고 싶은가!”
균열을 처리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당황했다.
“사, 사람?”
“지금 균열에서 사람들이 나온 거야?”
그리고 이제 보니, 백호의 머리 위에 한 남자가 올라타 껄껄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그리운 고향으로 왔거늘, 신고식이 화려하구나! 껄껄껄!”
흰 백발의 긴 수염을 흩날리며 호쾌하게 껄껄거리는 근육질의 잘생긴 노인.
“어?”
그를 본 아덴의 얼굴이 멍해졌다.
균열에서 거대한 백호를 타고 나온, 천둥 벼락과도 같은 목소리를 가진 노인이 아덴을 발견하고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호오? 제법 괜찮은 실력을 지닌 애송이가 있군? 젊어 보이는데 초월의 경지라니, 혹시 그 반로환동인지 뭐시기를 한 양반이오?”
“…….”
“아무 말이 없군. 아, 일단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이니 내 소개부터 하겠네.”
그 노인의 얼굴은 아덴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자였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다.
아덴에게 있어 사람다운 인생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분이니까.
“본좌는 부활한 무림 공적 혈마의 재림을 막으며 천하제일인 칭호를 얻은 자, 10만 교도를 이끄는 122대 천마교주. 그와 동시에…….”
포권을 취한 노인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곳에선 용병왕 발칸이라 불렸던 몸이라네.”
스승님.
왜 거기서 나오는 겁니까……?
* * *
제국의 어느 빈민가에는 암암리에 유명한 소매치기범이 있었다.
기척도 없이 나타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소매치기해 물건을 훔쳐 가는 거였다.
“크아악! 어떤 놈이냐! 어떤 놈이 감히 기사의 돈에 손을 댔나!”
멋지게 콧수염을 기른 기사 한 명이 시뻘게진 얼굴로 노성을 터트렸다.
소매치기범은 그 대상으로 귀족이나 기사도 가리지 않았다.
소매치기하다가 그런 높은 이들에게 걸렸다가는 손모가지 한쪽이 날아가도 이상하진 않았음에도 소매치기 소년은 거침없었다.
자신의 실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으니까.
이름 모를 콧수염 기사가 제 지갑이 홀라당 사라진 걸 뒤늦게 알아차려 분통을 터뜨린 시점에 멀리서 들리는 노성을 들으며 한 소년이 키득거렸다.
“흐흐. 잘난 기사님이면 뭐 해? 내 밥인데.”
소년이 소매치기한 지갑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던졌다 잡으며 놀았다.
이번에 얻은 소득은 금화 한 닢에 은화 다섯 닢이었다.
빈민가 꼬마의 입장에서는 꽤나 큰 액수였지만 소년의 얼굴은 시큰둥했다.
“금화면 뭐 해, 위에다가 다 갖다 바쳐야 되는데.”
빈민가에서 아이가 살아남으려면 어느 특정한 카르텔에 소속되어 보호비를 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