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_2
‘내 기억 속의 이 인간 성격대로라면, 겁 없는 인간을 좋아했지.’
그게 만약 용병이면 몇 배로 싫어했지만 말이다.
‘내 도발에 분노보단 먼저 호기심을 느낄 터다.’
그러곤 약간 겁을 줘서 반응을 보려고 할 것이다.
그가 턱을 긁으며 웃었다.
“호오, 그것참 재밌는 말이로군.”
과연 아덴의 예상대로 그는 화내지 않았다.
다만, 티리에드 변경백이 싸한 미소를 짓더니 아덴을 노려봤다.
그러자…….
쿠우우웅-!
티리에드 변경백을 중심으로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져 아덴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쟁, 쟁그르르르.
덜그럭, 덜그럭.
주변의 장신구들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식탁 위의 식기들이 부르르 떨었다.
소드 마스터의 살기가 담긴 마나의 기운, ‘마스터 피어(Master Fear)’
그것은 용이 마물들을 드래곤 피어로 복종시키듯, 상대의 내면에 근원적인 공포를 각인시키는 기술이었다.
본신의 기운만으로도 약자들을 굴복시키고 지배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이 소드 마스터였다.
티리에드 변경백은 그 중압감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이 힘을 느껴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고.
아이가 사자에게 다가가 코털을 뽑고도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말이다.
그가 묵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어 물었다.
“정녕, 네가 뱉은 말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
일반인이었다면 이 숨통을 조여 오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혼절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덴은 그 속에서도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아덴은 광룡과 싸우며 그 무시무시한 드래곤 피어를 온몸으로 느껴 봤던 몸이었다.
용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는 소드 마스터의 피어 정도는 약과였다.
자신이 펼친 살기 속에서도 편안히 있는 아덴을 보며, 티리에드 변경백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스으윽.
그가 마스터 피어를 거두곤, 곧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크하하하! 아주 당돌한 녀석이구나! 프리드, 너는 대체 어떻게 이런 자식을 낳은 거냐! 음? 프리드?”
티리에드 변경백은 상쾌하게 웃으며 자신의 친우 프리드 공작을 돌아봤고…….
“끄으어…….”
“……어쩐지 조용하다 싶더니, 기절했군.”
티리에드는 그의 마스터 피어를 못 버틴 공작이 혼절한 것을 보며 머쓱해했다.
“뭐, 좀 이따 깨겠지.”
이내 변경백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공작한테서 신경 끄곤 다시 아덴을 바라봤다.
“그래,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내기라도 하는 게 어떻겠느냐?”
내기.
변경백은 내기를 좋아하는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제안 역시 아덴이 예상했고, 바랐던 것이었다.
변경백이 아덴에게 제안했다.
“나와 대련을 하여 네 녀석이 지면 내 제자가 되거라. 조건은 네 입으로 말한 것처럼 내게 상처를 입히는 거다.”
“그럼 제가 이기면 어떻게 합니까?”
“크하하! 그런 일은 없겠다만, 좋다. 뭘 원하느냐?”
그래, 이것이 아덴이 기다렸던 물음이었다.
“지금 차고 계신 그 검, 제게 주실 수 있겠습니까?”
“뭐, 이걸 말이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가리켰다.
그 검은 세두스 가문의 가보로 내려져 오는 검 중 하나, 바알제불이었다.
세상에 일흔두 개 있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보검 중 하나.
72보검은 그 어느 환경에서도 이가 나가지 않고, 부러지지 않으며, 녹이 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억만금을 줘도 못 구한다던 귀하디귀한 무구였다.
참고로 변경백은 이런 보구를 몇 개 더 보유하고 있었다.
“크하핫! 참 큰 걸 원하는구나, 감히 내 검을 탐내다니! 그래, 좋다!”
변경백은 호쾌하게 아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가보를 한낱 내기 대상으로 걸어 버리다니, 좋게 말해서 파격적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친 짓이었다.
그만큼 내기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의미일 터.
‘72보검 중 하나, 바알제불이라…….’
소드 마스터나 되는 양반이니 나중에 딴소리를 할 린 없었다.
그쯤 경지가 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한 번 내뱉은 말은 죽어도 지키려 들기 때문이다.
이 정도 판돈이면 충분히 응해 볼 만했다.
아덴이 약간의 탐과 자신감이라는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그에게 화답했다.
“좋습니다. 그 내기, 받아들이죠.”
“크하하하! 좋구나! 아주 맘에 들어!”
“으웨에에…….”
변경백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혼절한 공작의 신음이 교차했다.
* * *
아덴과 티리에드 변경백은 곧장 연무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서서 자세를 잡았다.
스릉.
변경백이 바알제불을 검집에서 뽑아 손에 쥐었다.
이에 수련용 검을 들고 있던 아덴이 미간을 구겼다.
“오우거 잡는 칼을 고블린 잡는 데 쓰시깁니까?”
“하핫. 아무리 좋은 명검도 도구에 지나지 않지.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단 도구를 어떻게 쓰냐가 더 중요한단다.”
궤변 한번 철학적으로 잘하시는 양반이었다.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아덴과 티리에드 둘 다 검기와 오러 블레이드 없이 오로지 검만으로 겨룬다.
만일 실수로라도 꺼내 쓴다면 사용한 자의 패배.
이건 대련이지 생사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티리에드 변경백은 두 걸음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이 조건이었다.
누군가는 그건 너무 많은 핸드캡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쯤 되면 그 정도 제약은 있어야 하수와 대련을 하든 말든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티리에드 변경백이 슬쩍 옆을 곁눈질하며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구경꾼이 늘었구나.”
이에 아덴이 귀찮다는 듯 눈을 찡그리며 연무장 옆을 흘겨봤다.
“아덴 님, 건투를 빕니다.”
“잘생긴 도련님,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잘 싸워 보라고!”
대체 어느 틈에 따라붙은 건지 로우와 캐시가 대련을 구경하러 왔고…….
“도련님, 힘내십시오!”
“아덴 도련님이라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분명 대련은 즉흥적으로 정해졌는데 언제 소문났는지 수습 기사들이 전원 모여들어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핀잔을 던지는 선임 기사들.
“예끼, 이놈들아! 당번 일 처리하고 훈련할 시간에 뭔 짓거리냐!”
“그런 선배님은 여기서 뭐 하십니까?”
“크, 크흠! 나야 뭐, 잠깐 동료에게 일을 맡겨 두고…….”
기사단원들과 일부 사용인들도 실시간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형님! 괜히 꼴사납게 져서 가문에 먹칠하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 무리 속엔 동생 카를도 있었다.
‘네 녀석이 날 가만두지 않으면, 그러면 어쩔 거냐? 손만 들어 올려도 쫄아 버리는 놈이.’
그나마 공작 부부는 오지 않았다.
혼절한 프리드 공작 옆에서 부인이 간호하느라 붙어 있었기 했기 때문이다.
‘무슨 구경 났냐?’
아덴은 그리 묻고 싶었지만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구경났다.
소드 마스터 변경백과 트롤 잡은 망나니 도련님의 대련이란 매우 기대되는 구경거리가 말이다.
아덴은 기가 찼다.
변경백이 실실 웃었다.
“이거야 원, 부담감이 크겠구나.”
“……딱히요, 일단 시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냐. 네가 먼저 들어오거라.”
원래 실력 차가 큰 대련에서 선공은 하수의 몫이었다.
그렇기에 아덴이 먼저 선공하는 것이 관례적으론 맞지만…….
‘조금 불쾌하군.’
이래 보여도 사라진 미래에선 용도 죽여 본 게 그이거늘.
우드득.
아덴이 수련용 검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소드 마스터.
그가 과거로 돌아와 이 망나니 공자의 몸에 들어온 이후, 처음 만나 보는 압도적인 강자였다.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경지이기도 하지.’
아니, 단순히 돌아갈 정도가 아니다.
이번 생에야말로 뛰어넘을 발판으로 여겨야 할 경지였다.
그랜드 마스터의 발판으로 말이다.
아덴의 증오스러운 배신자 동료들은 모두 소드 마스터, 혹은 그에 준하는 경지의 초인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꺾으려면, 그 이상의 경지를 노릴 수밖에.
‘그래야 복수가 수월해질 테니까.’
아덴이 마음을 다잡았다.
그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아덴이 가슴속 마나 기관 속에서 마나를 뽑아냈다.
두근!
마나혈을 따라 마나가 순환하며 전신의 근력과 강도를 강화시켰다.
아덴이 첫발을 내디뎠고.
파아앗!
아덴의 신형이 쏜살같이 앞을 향해 튀어 나갔다.
아덴은 단숨에 티리에드 세두스의 사거리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그것은 티리에드 변경백이 아덴의 사거리 안에 들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쉬이이익!
아덴의 수련용 검은 티리에드 변경백의 목을 향해 거칠게 쇄도했다.
카앙-!
그러나 수련용 검은, 변경백의 검 바알제불과 맞부딪혀 가로막히고 말았다.
“하. 첫 합부터 살벌하구나. 방금, 진심으로 내 목으로 노린 것이냐?”
티리에드 변경백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내기가 걸린 대련이라곤 하나, 설마 첫 공격부터 급소를 노리고 매섭게 달려들 줄은 몰랐다.
세두스 영지에 있는 자신의 휘하 기사들의 경우, 대련 때마다 하나같이 미적지근하게 내려치기로 인사 겸 첫 합을 시작하던 것이 보통이었다.
쉬이이잉!
티리에드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수련용 검이 막힌 순간부터 준비한 아덴이 뒤로 순식간에 물러나 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했다.
그러곤 아덴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어차피 막으실 게 분명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완벽하게 막으셨고요.”
그러나 아덴의 말에도 티리에드는 그냥 무시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어차피 막을 거니 급소를 노려봤다고?
물론, 확실히 자신이 못 막을 정도의 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자포자기 감정의 휘두름이 아니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검을 휘두르던 그 한순간만큼은, 저놈이 진심으로 제 목을 노렸음을 말이다.
“하하하하……!”
티리에드 변경백은 그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갓 검기를 익힌 녀석이 소드 마스터의 수급을 노렸다?
이런 간덩이가 제대로 부은, 정신 나간 녀석은 처음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그래! 어디 한번 맘대로 노려보거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덴이 다시 달려들었다.
쉭! 캉! 차앙! 창! 차아앙!
아덴의 맹공이 티리에드 변경백을 향해 쉴 틈 없이 퍼부어졌다.
육체 재구성으로 부족하던 근력이 채워진 덕에 아덴은 전보다 몇 배 이상 기량을 뽐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 모습을 관람하고 있던 공작가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도련님이 저런 움직임을 보이시다니……!’
‘굉장하다!’
티리에드 변경백을 몰아치는 아덴의 모습은 그만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기사단원 중 몇몇은 생각했다.
그들은 아덴과의 대련에서 완전히 승복하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언젠가 도련님께 다시 대련을 신청할 생각이었는데…….’
만일, 다시 붙어도 도련님의 검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 만큼 대단한 무위였다.
“좋구나! 좋아!”
그럼에도 그 검들을 막아 방어해 내는 티리에드 변경백의 표정은 소풍 나온 듯 여유로웠다.
그는 한 발자국 이내로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공격들을 가뿐히 받아 내는 것은 물론이며.
“간다요!”
때로는 장난스레 빈틈을 찔러 들어오는 기습 때마다 아덴은 위협을 느껴야 했다.
아덴은 마치 바위를 막대기로 때려 대는 기분이었다.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쳇, 역시 소드 마스터답군.’
육체 재구성을 겪었다곤 하지만.아덴은 티리에드 변경백과 비교하면 여전히 체력이 달렸으며, 마나량은 극렬히 차이가 났다.
‘이대로는 몇 시간을 때려도 생채기 하나 입힐 수 없겠어.’
한편, 티리에드 변경백은 아덴의 공세를 막으면서 내심 놀라고 있었다.
‘캬! 몸뿐만 아니라 검술도 뛰어나구나! 감각이며 민첩함도 나무랄 데가 없다!’
더더욱 아덴이 탐나는 그였다.
다만 그의 눈에 옥의 티로 잡히는 것도 보였다.
티리에드 변경백은 참으로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검이 참, 야성적이구나, 마치 떨거지 용병들같이. 어디서 버러지 같은 용병들에게서 주워 익힌 모양인데, 내 제자가 되면 다 뜯어고쳐야겠구나.”
역시, 용병을 경멸하는 티리에드 변경백다운 발언이었다.
이미 그의 마음속에선 아덴이 제자가 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꿈틀.
이에 아덴의 한쪽 눈가가 꿈틀거렸다.
‘아놔, 이 양반이 진짜.’
본의 아니게 티리에드의 용병 무시 발언은 아덴의 마음 한구석을 자극시켰다.
이에 아덴은 생각했다.
반년 정도 귀족 도련님 생활했음에도, 자신의 용병이라는 본질은 여전하다고.
이성은 냉철하나, 마음은 조금 더 격정적으로 타올랐다.
‘어디 그 버러지의 검 맛 좀 한번 봐라.’
아덴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아덴의 검술 또한 그 모습을 바꾸었다.
기사왕의 옭아매기도, 아덴이 창안한 물어뜯기도 아니었다.
‘용병왕 검술, 기사 깨기.’
쎄에에에엑!
오로지 용병왕의 후계자만이 지닐 수 있는 검이 소드 마스터를 향해 쇄도했다.
세상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용병은 기사 가문의 검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은 냉정한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용병은 하루하루 먹고살아가느라 바쁜 데에 비해, 기사들은 온갖 영약과 교육을 지원받으며 검에만 매진했다.
용병의 검은 숱한 전투 경험과 본능만으로 10여 년간 쌓아 올린 검.
그러나 기사의 검은, 가문이 대대로 정립되어 온 효율적인 검술을 갈고닦은 검이었다.
10여 년과 수백 년.
차이가 안 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이 더 강할 수밖에 없겠는가?
물론, 실력 있는 노련한 용병이 기사를 이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실력이면 귀족가의 기사로 서임받기 때문에 용병은 기사를 이길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룰을 깨트리는 존재가 용병왕이었다.
그 때문에 저 격언의 뒤엔 다음과 같은 후렴구가 붙었다.
‘용병은 기사 가문의 검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용병왕은 기사의 검을 깨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