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4)_3
쎄에에에엑!
아덴이 티리에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쉭! 창! 캉! 타앙!
그러곤 티리에드의 검을 쉴 새 없이 두들겼다.
매우 변칙적이고 야성적인 검법.
그러나 그 안엔 묵직한 용병왕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큭?”
티리에드가 깜짝 놀랐다.
아덴의 검술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티리에드는 아덴의 공격을 계속 막아 내면서도 계속 의문이 들었다.
‘이 검술은 뭐지?’
그는 지금껏 용병왕의 검술을 겪어 본 적이 없었기에 아덴이 펼치는 검술의 정체를 몰랐다.
매우 거친 검이었다.
그럼에도 동시에 깊이 있으며 섬세했다.
강인가 싶으면 어느새 유가 되어 있으며, 유한가 싶으면 강이 되어 퍼부어지고 있다.
거침과 섬세함이라는 모순적인 개념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었다.
차앙!
아덴의 검이 부딪혀 올 때마다 티리에드는 검을 따라 진동이 팔을 지나고, 전신으로 퍼짐을 느꼈다.
그 진동 탓에 변경백은 점점 정신이 피로해졌고, 멀미 같은 매스꺼움을 느꼈다.
‘이 무슨 요상한 검이란 말인가!’
아덴이 펼치고 있는 수법은 미래에 창안했던, ‘공명’이라는 기술이었다.
마법사들 간의 전투 시 벌어지는 마법 공명 현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기술이었다.
검명의 경지부터는 검에 마나를 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나는 검에 주입되는 과정에서 파르르 떨며 특유의 파동을 냈다.
그 파동의 진동수를 상대의 진동수와 일치시키면, 검이 맞닿는 순간마다 파동이 전달되어 상대는 전신의 마나가 진탕 되며 떨렸다.
처음에는 착각으로 치부할 만큼 미약하다.
하지만 공방이 반복될수록, 상대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매스꺼운 구토감을 느끼게 된다.
섬세한 마나 컨트롤 능력을 지닌 아덴이었기에 가능한, 오직 아덴만이 쓸 수 있는 수법이었다.
용병왕의 검술과 공명.
이 두 가지의 조합은 예전부터 찰떡궁합이었다.
티리에드 변경백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져 갔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그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장난은 여기까지 해야겠군.’
그가 조금 진심을 담아 묵직하게 검을 휘둘렀다.
차아아악-!
마나를 주입하지도 않았거늘, 주변에 검풍이 일었다.
카아아앙-!
“커어억!”
검이 맞부딪치자, 그 무지막지한 위력과 검풍에 휩쓸려 아덴이 뒤로 튕겨 나갔다.
“크으윽.”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 아덴은 쓰러지지 않고 자세를 잡아 섰다.
이에 다시금 티리에드 변경백이 감탄했다.
“허, 몇 바퀴는 바닥을 뒹굴 줄 알았거늘. 대단하구나.”
둘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티리에드 변경백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까 네가 펼친 검술, 그건 뭐냐?”
“어느 용병이 만들어 낸 겁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초대 용병왕이 만들어 그에게까지 이어져 왔고, 공명은 용병이었던 그가 전생에 만든 것이었으니까.
이에 변경백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용병이 만든 검술 따위에 잠깐이라도 감탄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눈치였다.
그러나 이내 내색을 지우곤 아덴에게 물었다.
“이제 충분한 것 같은데, 더 해볼 거냐?”
아덴의 몸은 땀으로 흥건했고, 숨이 가빨라져 있었다.
그가 보인 용병왕의 검술이나 공명은 티리에드 변경백을 놀라게 만들었지만, 그저 놀라게 한 정도가 다였다.
이대론 아덴이 티리에드를 이길 순 없었다.
그러나 아덴의 눈은 죽지 않았다.
“전 아직 서 있습니다.”
그 말은 자신을 쓰러트려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야 패배를 인정하겠다는 소리였다.
티리에드가 아덴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어린놈이 뭔 일을 겪은 건지 모르겠지만, 눈에 독기가 서렸군.’
그의 눈에는 아덴의 내면에 잠재된, 무언가를 향한 집착이 엿보였다.
그리고 그 독기와 함께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눈에 엿보였다.
티리에드 변경백은 그 자신감의 근원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크큭, 정말 궁금하구나.’
그는 아덴이 가진 자신감의 이유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여유 부렸다가 만약에라도 진다면, 저 탐나는 제잣감을 놓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티리에드는 아쉬운 마음을 접어 두고 결심했다.
‘끝내야겠군.’
이번에 아덴이 돌진해 올 때, 아덴을 꺾기로 말이다.
아덴을 향해 검을 겨눈 티리에드가 말했다.
“들어와라.”
그의 목소리에서 미미한 위압감이 느껴져 왔다.
그것은 마스터 피어를 써서가 아닌, 이번 합에서 끝내겠다는 의지가 서렸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이에 아덴이 검을 잡아 들었고.
파아앗-!
땅을 박차며 다시금 티리에드를 향해 질주했다.
지금 아덴이 낼 수 있는, 최대의 돌진력.
아덴이 티리에드 변경백의 왼편을 파고들어 노렸다.
하지만 티리에드 변경백은 조급해하지 않고 침착했다.
그는 아덴을 한 번에 기절시키기 위해, 바알제불에 힘을 실어 아덴의 옆구리를 검의 넓은 면으로 노렸다.
지금 그가 실은 힘이면 맞는 순간 필시 기절할 터.
이 검을 마지막으로 내기는 티리에드 변경백의 승리로 끝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티리에드는.
씨익.
아덴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는 것을 보고 말았다.
‘웃어?’
티리에드 변경백이 위화감을 느꼈던 순간.
샤아악.
그의 시야에서 갑자기 아덴이 사라졌다.
“……!”
그러곤 아덴의 기척이 어느새 반대쪽, 다시 말해 그의 오른쪽에서 느껴졌다.
그의 안색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느 틈에!’
티리에드가 황급히 아덴의 기척을 느끼자마자 검로를 바꾸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서걱!
날붙이가 가르는 감촉을 느낀 그는 모든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덴을 향해 날아들던 바알제불이 아덴의 코앞에서 멈췄다.
“…….”
“…….”
참관하고 있던 이들 사이에도 차가운 정적이 돌았다.
티리에드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 오른팔을 보았다.
생채기였다.
그의 오른팔에선 붉은 선이 그어져, 피가 몇 방울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모두가 깨달았다.
아덴의 검이, 소드 마스터 티리에드 변경백의 오른팔을 그었음을 말이다.
한편, 아덴은 숨을 고르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쳇, 정말 생채기밖에 못 입혔네.’
아덴은 아예 팔을 반쯤 잘라 낼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소드 마스터인 티리에드 변경백의 몸이 순간 본능적으로 검이 닿자마자 몸을 돌처럼 강화시켰다.
그 때문에 아덴의 검에 돌을 긁히듯 겨우 저런 얕은 생채기밖에 안 난 것이다.
사실 이렇게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겪으니 입맛이 썼다.
‘어떻게 빨리 마나를 채우든지 해야지, 원.’
아무튼, 당장은 이걸로 충분했다.
소드 마스터의 몸에 상처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았으니 말이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티리에드 변경백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물었다.
“방금 전, 그 움직임은 대체 뭐였나?”
그 물음에 아덴이 씨익 웃었다.
아덴의 머릿속에선 한 가지 메시지가 보이고 있었다.
-……3, 2, 1.
-신속의 반지 효력 시간이 끝났습니다.
-오늘 남은 사용 가능 횟수 : 2회.
마지막에 아덴이 보인 움직임.
그것은 전부 신속의 반지 덕이었다.
티리에드 변경백이 아덴을 역습하려는 순간, 아덴은 신속의 반지를 활성화한 상태로 로우 보법을 펼쳤다.
확 휘어져 움직인 탓에 티리에드의 눈엔 아덴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티리에드 변경백은 금방 기척을 통해 아덴을 파악했지만, 단 한순간의 동요를 파고들어 칼을 먹이는 데 성공했다.
아덴이 손바닥을 펴 보여 신속의 반지를 드러냈다.
“이 반지 덕을 좀 봤죠.”
아덴은 아티팩트의 사용에 관하여 티리에드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대충 얼버무렸다간 그가 납득 못 하고 캐물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정 횟수 이상 쓰면 효력을 잃는 소모품이라고 왜곡시켰다.
‘만약에 이 양반이랑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가능하면 적으로 두고 싶진 않지만, 사람 일은 혹시라도 모르는 일이니 조심해 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아덴의 설명에 티리에드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아티팩트의 힘을 빌렸단 말이지?”
아덴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단 도구를 어떻게 쓰냐가 더 중요하다. 변경백님이 말씀하신 것 아닙니까?”
아덴의 말은 ‘당신도 바알제불이라는 명검을 썼으니 자기는 아티팩트를 썼다. 그래서 뭐, 아니꼽냐?’ 하며 묻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에 티리에드 변경백은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크하하하하!”
폭소를 터트렸다.
“그래, 아티팩트도 검도 똑같이 도구지! 인정하겠다.”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단,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것은 티리에드의 철학이 담긴 논리였다.
그리고 아덴은 그 논리대로 아티팩트라는 도구를 적절한 타이밍에 응용한 것이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한 방 먹었구나! 내가 졌다! 크하하!”
그는 승패에 있어,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의 패배 선언이 끝나기 무섭게 참관하고 있던 사람들이 현실을 깨닫고 환성을 내질렀다.
“아덴 도련님이 승리하셨다!”
“멋집니다! 도련님!”
“트롤 공자 만세에!”
비록 제한이 걸려 있던 대련이라곤 하지만,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 대련에서 이겼다는 것은 사람들의 가슴을 몹시도 뜨겁게 만드는 일이었다.
다만, 아덴은 그들의 환호를 온몸으로 느끼며 생각했다.
‘트롤 공자는 좀 빼 주지…….’
* * *
결국, 아덴은 내기의 대가로 걸렸던 72보검, 바알제불을 얻는 데 성공했다.
뒤늦게 정신 차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식을 들은 프리드 공작은 화들짝 놀라 침대 맡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뛰어나와선 변경백에게 내기의 취소를 요청하고 양해를 구했다.
바알제불은 그냥 명검이 아니라, 세두스 가문의 가보 중 하나였다.
아무리 상호 동의에 의한 내기였다지만, 그런 귀중한 물건을 이리 허무하게 뺏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검을 잃은 당사자인 티리에드 변경백이 단칼에 거절했다.
-내 이름을 걸고 한 내기였네. 결코 쉽사리 뒤집을 순 없지. 크하하! 그냥 조카에게 선물한 셈 치지, 뭐.
그런 그의 의지는 너무나도 확고하여서 공작은 어떻게 말릴 수가 없었다.
뭐, 아덴에게 좋은 일이었다.
방 안에서 아덴이 검집에 담긴 보검, 바알제불을 손으로 쓸었다.
‘72보검, 특히 바알제불이라……. 운이 좋았군.’
그가 이 검을 탐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미래에서 한참 후에서나 밝혀진 사실이었지만, 72보검에는 각각 고유의 숨겨진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일정 조건을 갖춰야지만 모습을 드러내며, 그 전까지는 그저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고 질 좋은 검일 뿐이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72보검은 유일하게 광룡의 비늘을 갈라 내고도 이가 안 나간 날붙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숨겨진 힘에 비하면 약과였다.
아덴은 잠들어 있는 바알제불을 깨우기 위한 밑 작업을 시작했다.
스응.
아덴이 바알제불을 검집에서 뽑았다.
검은 손잡이부터 검신까지 새카만 형상의 검이었다.
그가 날카로운 검 날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대어 피를 냈다.
투툭.
그 피를 검에 떨어트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검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아덴의 핏방울을 빨아먹었다.
실로 기괴한 현상.
스르르륵.
그러곤 검신에 알 수 없는 검붉은 문양이 하나 떠올랐다.
피를 먹으면 고유 문양이 나타나는 것이 72보검만이 가진 특징이었다.
그 문양 주위엔 기이한 문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흑마술사나 탈로스들이 사용하는, 지하 세계의 문자였다.
‘흑마술사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까진 아무도 보검과 탈로스의 관계성을 알지 못했지.’
아이러니하게도 검의 힘을 깨우는 방법은 흑마술사들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몇몇 흑마술사들이 72보검을 손에 얻어 그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흑마술사들은 검이 가진 숨겨진 힘을 끌어내 온갖 악행을 벌였다.
그 일을 기점으로 72보검은 72마검이라 불리게 됐다.
72보검을 깨우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검을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
그것은 검에 떠오른 문자를 읽어 내 주인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아덴은 흑마술사들 토벌 과정에서 그들이 쓰는 주문을 해석할 수 있어야 했고, 그래서 지하 세계 언더의 문자를 어느 정도 익혀 두었다.
“qksksksmsaktdlTdj. aktdlTdmaus Eh ajrdj.”
그 순간, 검의 문양에서 희미한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우우우웅.
검이 짧게 울더니, 이내 붉은 빛이 도로 잠잠해졌다.
-‘피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무구의 영성이 반각성됩니다.
‘됐군.’
아덴은 자신과 검 사이에 희미한 연결이 생겼음을 느꼈다.
제대로 바알제불에게 자신이 주인임을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두 번째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나?’
두 번째 조건은 진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검에 가능한 많은 양의 생명력을, 다시 말해 생명체의 마나를 제물로 흡수시켜야 했다.
그것도 터무니없이 많은 양으로.
제물로써 효율이 좋은 것은 인간이었던 탓에 흑마술사들은 사람을 제물로 썼지만…….
‘나까지 그런 미친 짓을 벌일 순 없지.’
사람이 아니라 마물들도 충분히 대량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마침 생명력을 채우러 가기 좋은 장소도 근처에 있고 말이다.
‘피에른 산맥이라…….’
마물이 득실거리는 피에른 산맥.
더없이 좋은 제물이 가득할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