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6)_2
대륙에서 가장 융성한 3대 교단 중 하나인 성화 교단의 수뇌부가 환단 제조법을 엄중히 관리하기 때문이다.
환단은 그들의 교단을 3대 교단으로까지 부흥시킨 근원이었으니 말이다.
죠세프가 아덴을 경계하며 물었다.
“혹시 교단 측의 사람이오?”
그러나 죠세프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을 테지. 그럼 대체 어떻게 그 재료들을 알고 있는 거요?”
‘어떻게 알긴. 당신이 말해 줬지, 죠세프.’
회귀 전 아덴이 죠세프를 만난 건 시간상 한 2년 정도 뒤다.
죠세프는 아덴이 과거에 새로운 용병왕으로 불릴 때쯤 의뢰 하나를 맡긴 의뢰주였다.
그는 과거에 교단의 연단사로 일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도망쳐 나온 이였다.
원래대로라면 비밀 엄수를 위해 걸어 두는 금제를 받지 않고 도망쳐 숨어 사는 남자.
“저는 당신과 거래하기 위해 왔습니다.”
“거래라니, 무슨……?”
“당신의 딸.”
“……!”
“죠세프, 엘리스를 구해 주겠습니다, ‘케로베로스’로부터.”
아덴의 말에 죠세프가 몸을 잘게 떨었다.
혼란과 동요가 얼굴에 묻어났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그건 불가능해.”
“가능합니다, 거래만 받아들인다면.”
“자네에게 놈들을 이길 만한 힘이라도 있다는 소린가, 지금?”
죠세프의 표정에 짙은 부정과 의혹이 가득했다.
“물론.”
그러나 아덴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확언했다.
죠세프가 그런 아덴의 눈을 봤다.
‘전혀 모르겠다.’
나름 사람의 속내를 잘 파악한다고 생각하던 그였다.
하지만 눈앞의 젊은 청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눈앞에 있는 청년의 검은 눈이 한없이 깊게 느껴져 그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문득, 아덴이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을 감지했다.
그러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의심스럽다면 지금 확신시켜 드리죠.”
“뭐?”
그때였다.
쾅!
닫혔던 문을 누군가가 뻥 차서 열었다.
“아재! 안녕히 있었어?”
세 명의 남성들이 껄렁거리며 가게로 들어왔다.
그러다 가게의 문을 차서 들어온 붉은 머리 남자가 아덴을 보곤 의외라는 표정으로 비웃었다.
“뭐야? 손님이냐? 풋. 이런 다 쓰러져 가는 거지 같은 가게에 손님이 오고, 별일이군.”
그들을 보자 죠세프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지며 이를 바득 갈았다. 그가 노기를 애써 억누르며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지? 상납일은 아직 남았을 텐데?”
“아, 물론 그것만은 아니지. 우리도 나름 바쁘다고.”
남자가 손사래를 쳤다.
“그게 말이지, 상납일이 앞당겨져서 말이야. 사흘 뒤까지 물건을 준비해 놔야겠어. 그것도 두 배로.”
그 말에 죠세프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앞당겨져? 두 배? 그걸 말이라고!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우리가 알 게 아니라고!”
그들의 얼굴에 잔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명심해. 늦으면 당신의 ‘담보’에 상처 날 수도 있다고?”
“이 개새끼들이!”
죠세프의 언사에 그들은 화내기보다 가소롭다는 듯 비릿하게 웃었다.
“어이, 아재! 말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당신의 소중한 담보는 우리가 아주 극진히 ‘보호’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러곤 제 가슴팍에 달린 배지를 톡톡 두드려 가리킨다.
머리 셋 달린 개 형상의 배지.
아덴은 그것을 알아봤다.
‘케로베로스의 문장.’
마켈란 시의 뒷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범죄자 길드였다.
이 대형 암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사실상 마켈란의 뒷세계 큰 하나의 축.
저들이 저 배지를 달고 있다는 건 케로베로스 길드의 길드원이라는 의미였다.
“우리한테 까불면…… 알지?”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그.
주먹을 꽉 쥐며 부들거리는 죠세프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간신히 욕이 튀어나오려는 걸 참는 모양새였다.
그 ‘담보’라는 것 때문에.
케로베로스의 길드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흡족해하며 키득거렸다.
아덴은 저들이 말한 담보가 뭔지 안다.
그렇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아덴의 눈빛이 싸하게 가라앉았다.
아덴은 과거에 자신을 찾아와 피눈물 흘리며 빌던 죠세프의 모습이 떠올렸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 개자식들에게, 그 악마들에게 복수하고 싶습니다! 제 딸아이의 복수를!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나뿐인 소중한 딸을 그들이 데려갔으니.
그의 과거 이력을 우연히 알게 된 케로베로스 길드는 죠세프를 온갖 억지로 빚을 지게 만들었다.
한 번 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들은 그의 딸을 담보로 데려갔다.
1년.
1년만 일정 기간마다 환단을 상납하면 빚을 청산시켜 주고 딸을 돌려준다고 하면서.
그렇게 1년간 딸을 생각하며 열심히 환단을 가져다 바쳤다, 하지만 그는 딸을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그에게서 뜯어낼 대로 뜯어낸 케로베로스 길드가 딸을 어딘가의 고약한 취향의 귀족가에 팔았기 때문에.
딸은 몇 달 뒤, 시체가 되어 야산에 버려졌다고 들었다.
“그럼 우린 이만 갈 테니 서두르라고. 딸을 구하고 싶으면.”
그들은 전할 말을 다 하고 돌아섰다.
그러곤 나가기 전, 붉은 머리 남자가 아덴을 지나치다가 히죽이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봐, 형씨. 형씨도 살 것만 빨리 사고 가라고, 흐흐. 여기 오래 있어 봤자 좋을 일 없어. 뭔 말인지 알지?”
길드에게 찍히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조심하라며 협박하는 붉은 머리.
“글쎄.”
아덴이 오른쪽 어깨에 올라간 남자의 손목을 잡더니…….
우드득.
섬뜩한 소리를 내며 그의 손목뼈를 박살 냈다.
“끄아아아악!”
붉은 머리가 고통에 새된 비명을 질렀다.
“개소리라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케론!”
그의 비명에 나머지 둘이 당황했다.
그들이 당황하건 말건 아덴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붉은 머리의 목을 잡았다.
건장한 체구의 그가 아덴의 한 팔에 들어 올려졌다.
꽈아아악.
“케헥, 커, 커헉!”
숨이 막힌 남자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압박해 오는 아덴의 손을 할퀴어 댔지만 아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장 놔! 이 새끼가 미쳤나!”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뒤늦게 분노를 터트린 나머지 길드원들, 이에 아덴이 그들의 말에 코웃음 쳤다.
“누구긴 누구야?”
우드득.
다시 울린 뼈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
목뼈가 부러진 남자의 몸이 축 늘어지며, 경악에 물든 눈이 빛을 잃었다.
“하룻강아지들이지.”
털썩.
붉은 머리의 남자는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야 아덴의 손아귀에서 풀려났다.
시신은 그대로 고꾸라졌다.
“…….”
모두가 숨죽였고 가게 안엔 쥐 죽은 정적이 감돌았다.
‘괴, 괴물.’
손아귀의 힘만으로 목을 부러트린 아덴의 모습에 길드원 둘은 그제야 그가 위험한 놈이라는 걸 깨달았다.
‘케론이 죽었어. 그 녀석이 우리 중 제일 강한 놈인데?’
‘제길, 이거 제대로 똥 밟았는걸.’
그들은 눈치가 빨랐다.
곧장 길드원 둘이 아덴에게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비볐다.
“하하하, 이거 귀인을 못 알아보고……. 실례했습니다!”
“조, 조용히 이번 일은 묻어 둘 테니 우리들은 이제 그만…….”
웬 미친놈 한 명 때문에 동료가 죽고 자기들은 도망쳤다는 걸 길드가 알면 좋게 보지 않을 터다.
하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살고 난 다음에 조져 버리면 되겠지.’
어떻게든 비위를 맞추고 나서야 나중에 길드를 통해 혼쭐내면 될 거라 생각하는 그들이었으나, 생각처럼 되는 일은 없었다.
“어딜 맘대로.”
아덴이 허리춤의 단검을 던지자…….
쉬이익, 쿡!
길드원 한 명의 목에 단검이 박혔다.
“끄르르륵…….”
단검을 맞은 남자가 그대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헉.”
바로 옆에 있던 동료의 죽음에 마지막 길드원이 패닉에 빠졌다.
아덴이 말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우웅.
검이 울더니 푸른 아지랑이가 어렸다.
옆에서 얼떨떨해하며 지켜보고 있던 죠세프가 깜짝 놀랐다.
‘소드 오러!’
귀족가를 찾아가면 기사가 될 수 있고, 아니더라도 스스로 어지간한 길드 하나를 차릴 수 있는 실력자라는 증표.
이를 본 길드원은 사색이 되었다. 아덴이 그에게 다가갔다.
“히, 히익!”
길드원이 새된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졌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
벽까지 찰싹 달라붙은 그가 바들바들 떨었다.
아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며, 그저 검을 그대로 내려찍었고…….
“으아아악!”
탁!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던 그의 목덜미 바로 옆벽에 꽂혔다.
주르륵.
그의 바지가 뜨끈한 액체에 젖어 들어가며 지린내가 퍼졌다.
“아,아아…….”
털썩.
공포에 질렸다가 긴장이 탁 풀린 길드원은 그대로 꼴불견스러운 모습으로 기절했다.
커스가 즐거워하며 말했다.
-꽤나 악질이로군. 차라리 진짜 죽이는 게 더 낫지 않은가?
“닥쳐, 아직 쓸데가 있다고.”
커스에게만 들리게 작게 말한 아덴이 소드 오러를 거두고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곤 죠세프를 돌아봤다.
“이 정도면 답이 되겠습니까?”
“…….”
죠세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본 그 푸른 검기를 되새겼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정말…… 가능한가?”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더 이상 그의 얼굴에 불신감은 없었다.
그저 갑작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뿐.
“정말로, 내 딸을 구해 줄 수 있나…… 그놈들로부터?”
포기했던 희망이었다.
딸을 빼앗기고 억지로 환단을 만들어 바쳐야 하는 지옥 같은 현실을 견딜 수 없어 술로 연명했다.
신에게 기도를 드린 일도 수도 없었다.
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자네가 내 딸을…… 엘리스를 구해 줄 수 있나?”
“의뢰에 상응하는 대가만 있다면.”
털썩.
그가 아덴 앞에 무릎 꿇었다.
“뭐든지 좋네! 원한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겠네!”
그가 왈칵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나는 어떻게 해도 좋으니 내 딸을 그 개새끼들의 손아귀에서 자유롭게 해 주시오! 뭐든 하겠으니 부탁하네!”
씨익.
아덴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 말, 꼭 기억하겠습니다.”
거래 성립이었다.
* * *
“여, 여기가 우리 길드 본부입니다. 나, 나리.”
아덴이 살려 둔 길드원 베로는 깨어난 이후 매우 공손히 아덴을 길드 본부까지 안내했다.
본디 암흑 길드 본부는 적대 길드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위치가 가려져 있다.
그것을 발설하는 것은 배신행위.
하지만 아덴이라는 괴물 앞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케로베로스 길드 본부는 지상의 외진 거리의 3층짜리 여관 식당의 모습이었다.
외관은 여느 대형 여관과 비슷했다.
‘맞군.’
길은 오래전이기에 기억이 불명확해 안내를 받았지만, 기억나는 케로베로스 길드의 모습이 맞았다.
“같이 들어가지.”
“네? 하지만…… 넵!”
대놓고 동료들의 얼굴을 보기 꺼린 베로지만, 아덴이 스윽 시선을 건네니 넙죽 따를 수밖에 없었다.
건물 안에 들어오니 실제 여관처럼 1층은 길드원들의 식당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대머리의 우락부락한 남자가 다가왔다.
“음? 베로, 왜 이제야 왔나? 케론과 로스는 어디 가고?”
베로의 선배 격인 길드원 남자가 그를 알아보곤 물었다.
그러곤 뒤에 있는 아덴을 보곤 ‘뭐야?’라는 표정으로 째려봤다.
“근데 누구냐, 너는? 누가 온다는 연락을 들은 것도 없었고, 수수한 차림새를 보아하니 중요한 고객도 아닌 것 같은데?”
“그, 그게…….”
베로가 더듬거리며 대답을 주저하는 그를 아덴이 밀치고 말했다.
“이봐, 너. 여기 길드장 좀 불러와.”
아덴의 느닷없는 명령조에 그가 어이없어했다.
“뭐? 너? 허 참, 뭐 이런 미친놈이 있나. 너 누구냐? 여기가 어딘지는 아냐?”
“잘 알지. 똥개 새끼들 개집이잖아?”
“뭐? 이, 이놈이 감히……!”
아덴의 조롱에 흥분한 대머리 남자가 아덴의 멱살을 잡으려 팔을 뻗었다.
하지만 아덴이 그 팔을 피하고…….
척.
뻗은 놈의 팔을 잡아 그대로 옆의 테이블에 메쳤다.
쿠당탕!
“커억!”
테이블이 부서지며 대머리 남자가 그대로 대자로 뻗었다.
그제야 다른 길드원들이 아덴이 적임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적이다!”
“저 새끼, 조져 버려!”
그들이 아덴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단검을 휘두르는 놈의 팔을 피하며 잡아 그대로 팔 관절을 꺾었다.
그러곤 다른 테이블 모서리에 관자놀이를 찍어 기절시켰다.
“아아악!”
다른 쪽에서 찔러 들어오는 턱주가리를 올려 차 턱뼈를 부수고, 놈의 허벅지에 장검을 확 내리꽂았다.
“크아악!”
쓰러진 둘이 공중에 떨군 단검을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아덴이 낚아챘다.
쉭, 쉬이익!
다가오는 두 놈의 어깨에 하나씩 던졌다.
어깨에 칼날이 박힌 둘이 어깨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며 뒹굴었다.
그 뒤로도 꺾고, 메치고, 부수고, 길드원들을 차례대로 작살내어 얼마 후 수십 명의 인간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소란스러운 싸움 소리를 듣고 위층에 있던 길드원들까지 전부 쏟아지듯 내려왔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다들 저 새끼를 죽여!”
대략 서른 명 정도의 인원.
‘마법사도 있네? 하급이지만.’
정규 대길드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규모 있는 암흑 길드라서인지 마법사도 있었다.
웬만한 녀석들은 전부 온 것 같았다.
몸풀기는 끝.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
아덴이 검을 뽑아 들었다.
검이 짧게 진동하며 울더니 푸른 소드 오러가 맺혔고, 이를 본 길드원들이 경악했다.
“소드 오러!”
“말도 안 돼! 오러 사용자가 어째서?”
금방이라도 아덴을 처죽일 것 같던 기세가 수그러들고 패색이 짙어졌다.
그것이 소드 오러 경지라는 이름이 가지는 힘이었다.
케로베로스 길드 길드장은 겨우 턱걸이로 검에 희미한 소드 오러를 덮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마켈란의 뒷세계를 주름 잡는 케로베로스 길드장이 되었다.
하물며 저렇게 짙은 소드 오러라니?
“덤비겠다는 놈들을 봐주는 성격이 아니라서 말이지.”
상황이 변했다.
아덴이 길드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 도, 도망쳐! 다들 도망쳐!”
누군가가 소리쳤지만 아덴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아덴이 가장 먼저 노린 것은 마법사였다.
하급 마법사 코앞에 아덴이 불쑥 들어왔다.
“……!”
마법사가 영창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이었다.
쉬이익!
아덴이 검을 휘두르자 마법사의 목이 두부처럼 잘려 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누군가가 당황해 소리쳤다.
“안 돼! 마법사가……!”
촤아악! 콰가강! 쾅!
장검으로 그들의 허벅지 힘줄을 베고, 어깨를 부수었다.
관절을 꺾고, 머리를 발로 차고, 벽과 테이블에 그들을 집어던져 박아 넣었다.
마치 한 마리의 맹수 같은 거친 움직임이었다.
“끄으으으…….”
“으아아! 내 다리! 내 다리가!”
“사, 살려 줘……!”
모두가 신음을 흘리며 반죽음이 되었지만 실제로 죽은 이는 거의 없었다.
얼마 가지 않아 모든 길드원들이 바닥에 뻗어 버렸다.
아직 기절하지 않아 의식이 있는 길드원들이 아덴을 보며 사색이 되었다.
“괴, 괴물…….”
“저놈 하나에게…… 우리 케로베로스가…….”
“이건 꿈이야…….”
단 10분 만에 길드가 괴멸했다.
그러나 아덴은 내심 혀를 찼다.
‘쳇, 마나량이 부족하니 역시 불편해.’
본래의 아덴이었다면 이렇게 여기에 있는 놈들을 무력화시키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벌써 마나를 절반가량 썼군.’
최대한 아낀 것임에도 금방 소모되었다.
마나의 소드 오러화는 영혼의 깨달음이 중요하기에 금방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마나량이 깨달음을 못 따라갔다.
벌써부터 화수분같이 넘쳐흐르던 용의 마나가 그리워졌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베로의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다.
“이봐.”
“네!”
“바로 길드장에게로 안내해.”
소란이 일어났는데도 길드장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아덴이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막은 이는 더 이상 없었다.
베로는 3층 꼭대기의 길드장실로 아덴을 안내했다.
“여기가 길드장님 방입니다.”
“그래?”
쾅!
아덴이 곧장 발로 문을 차 부숴 열었다.
“히이익?”
“젠장, 벌써 와 버렸어!”
그러자 안에선 금은보화와 약상자를 과다하게 짊어진 뚱뚱한 남자와 그 옆에서 보따리를 싸던 비실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아덴의 강함을 알아보곤, 부하들이 그에게 처맞을 때 곧장 도주할 채비를 갖춘 것이다.
아덴이 베로에게 물었다.
“누가 길드장이지?”
“저, 저분입니다. 옆은 부길드장님이시고…….”
그가 가리킨 자는 뚱뚱한 남자였다.
“제길!”
궁지에 물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
길드장이 벽에 걸려 있던 검을 잡고…….
휘이익!
아덴을 향해 휘둘렀다.
검엔 희미한 푸른빛의 아지랑이, 소드 오러가 어려 있었다.
그 순간, 아덴도 검에 소드 오러를 감싸고 맞붙어 쳤고.
퍼어어어엉!
길드장의 검이 산산조각 나며 폭발해 파편들이 그를 향해 전부 튀었다.
“으아아아악!”
반발력으로 튕겨 나간 길드장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떨어졌다.
“그걸 소드 오러라고 두르는 건가? 한심하군.”
꼭 도축장 돼지 같은 꼴의 그가 고통에 부들거리며 소리쳤다.
“대, 대체!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뭔가? 대체 뭘……!”
갑자기 뜬금없이 쳐들어와 길드원들을 전부 박살 낸 괴물 같은 남자.
이 정도 실력의 무인은 귀족들에게 총애받으며 호의호식하며 지내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대체 누구길래 이리 난데없이 쳐들어온단 말인가.
‘대체 누구야, 이 괴물은!’
아덴이 그런 길드장을 싸늘한 눈으로 봤다.
그 눈빛에 길드장은 소름이 끼쳤다.
“죠세프의 딸, 엘리스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 * *
악명 높은 범죄자 길드 케로베로스의 부길드장인 샨달칸.
그는 자신의 위치를 만족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부려 먹을 부하도, 권력도 이 정도면 충분하고, 간단한 길드 내 관리 정도로도 떨어지는 콩고물이 상당했으니까.
못생긴 뚱보 길드장의 비위를 맞추는 거야 기분이 좋진 않지만 할 만한 일이었다.
이대로 무사안위하게 누릴 것 누리며 근면성실하게 맡은 일이나 하다가 은퇴해 유유자적 살 수 있으리라고, 한때 여겼다.
웬 미친 소드 오러 검사가 나타나 길드를 박살 내기 전까지는.
부길드장과 길드장이 나란히 앞장서 아덴을 지하실로 안내했다.
“히익!”
“어, 얼른 비키자.”
아덴에게 한 번씩 맞은 케로베로스 길드원들이 지나가는 그를 슬금슬금 피했다.
“죠세프의 딸은 언제 데려왔지?”
“그게, 한 3주 정도…….”
3주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지하실로 들어오자 아덴은 눈살을 찌푸렸다.
매캐한 냄새와 암울한 분위기.
지하실의 쇠창살 안에는 사람들이 멍한 눈빛으로 힘없이 갇혀 있었다.
“여, 여기에 있는 이들은 전부 저희 길드의 빚 노예입죠.”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사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사람, 그리고 죠세프처럼 억지로 빚을 지게 만들어 볼모로 데리고 있는 자까지.
마지막 경우는 몰라도, 다른 이들은 여기에 가둬져 있다가 탄광 같은 곳에 팔릴 게 뻔했다.
피투성이 돼지 같은 길드장이 지하실 끝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그가 아덴의 눈치를 보며 한쪽을 가리켰다.
“죠, 죠세프의 딸내미는 이쪽에 있네.”
둘이 멈춰서 가리킨 곳은 다른 감방과 달리 두꺼운 철문으로 잠긴 독방이었다.
그걸 본 아덴이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라고?”
도저히 제정신인 이상 아이를 가둬 둘 곳이 아니었다.
중형 범죄자나 넣어 둘 만한 독방이었다.
그런데 소녀를 이런 데에 가둬 놓았다고?
부길드장 샨달칸이 변명했다.
“그, 그게 도무지 보통 애가 아니라서…….”
그리 밀하며 샨달칸은 그날 일을 떠올렸다.
소녀라고 얕본 부하 길드원 놈들이 망신창이가 되어서 겨우 아이를 끌고 왔다.
‘네 명을 보냈는데, 두 명이 골절에 한 명이 중태로 돌아왔지.’
성질이 살쾡이처럼 날카로워 고분고분하게 만들려고 독방에 가둬 둔 것이다.
‘이젠 좀 얌전하려나?’
샨달칸이 눈을 꽉 감고 열쇠를 돌렸다.
덜컥.
독방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휘익!
그때 안에서 뭔가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샨달칸의 안면을 향했다.
“으악!”
샨달칸이 그 물체를 황급히 피했다.
쾅!
벽 부딪힌 물체가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콰르르르르, 쾅!
“히익.”
“으음…….”
샨달칸과 길드장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아까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벽에 깊게 홈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아덴이 날아온 물체를 확인했다.
‘식판?’
쇠로 된 둥근 식판이었다.
독방 안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길드장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꼬, 꼬마야. 나와라. 이제 집에 가도 되니까…….”
그러자 어둠 속에서 소녀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집에…… 간다고?”
아덴이 독방 안을 향해 말했다.
“죠세프의 의뢰다, 널 이곳에서 데려오는 게.”
“…….”
그런데 엘리스는 나오지 않고 어둠 속에서 침묵했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조금 뒤,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웠어……. 추웠어.”
떨리는 아이의 음성에서 짙은 감정이 묻어났다.
죠세프의 딸 엘리스가 독방 안에서 나왔다.
반곱슬의 금발 머리와 푸른 눈.
귀여운 인상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죽일 거야.”
소녀의 눈에는 독기 어린 스산한 살기가 감돌았다.
순간, 엘리스가 부길드장을 쏜살같이 덮쳤다.
조그마한 아이의 주먹이 샨달칸의 명치를 때렸다.
파아악-!
전혀 아이답지 않은 무지막지한 위력으로.
“크에엑!”
그가 명치를 부둥켜안으며 쓰러졌다.
엘리스가 그대로 길드장에게도 달려들려 했다.
탁.
그러나 아덴이 그런 엘리스를 안아 제압했다.
“이거 놔! 놓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