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s Eldest Son Is A Regressed Hero RAW novel - Chapter (9)_1
┃4장, 통곡의 종을 울려라
아무래도 그녀는 그가 카오스의 흑마술사들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모양이었다.
열병에 걸려 다 죽어 나가다가 기적처럼 일어나, 순식간에 사람이 변한 것처럼 재능을 선보이는 공작가 장남.
갑자기 뒷배를 얻어 부활한 꼭두각시 악당 같은 흑막의 냄새를 풀풀 풍기지 않는가.
그리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의심도 아니었다.
아덴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내가 솔직히 말한다고 한들, 그게 의미가 있을까? 내가 카오스 놈들과 한통속이 아니라고 말하면 믿겠나?”
니케타는 아무 말 없이 아덴을 노려봄으로써 무언의 긍정을 했다.
현 상황에선 아덴이 어떤 말을 한다고 한들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아덴이 그런 그녀를 보곤 피식 웃었다.
“그래, 어차피 신뢰도 없는 상태에서 말해 봤자 아무 의미도 없겠지.”
아덴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언해 두지. 나는 너희를 적으로 두고 싶지 않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아덴의 말에 니케타가 순간 코웃음쳤다.
“제국 개국공신 가문의 귀족이 흑마술사들과 우호적이고 싶다는 건가?”
개국공신 가문이라는 것은 먼 옛날 흑마술사들의 국가를 멸망시킨 제국의 선도자들의 후예라는 의미였다.
그들의 왕국을 멸망시킴으로써 제국이 세워졌으니 말이다.
이에 아덴이 그녀의 말을 정정시켰다.
“쇠락할 대로 쇠락한 변방의 가문이지.”
개국공신이면 뭐 하나, 힘이 없는 영지였고, 힘이 없는 가문이었다.
개국공신이라는 이름값은 이미 다한 지 오래였다.
이런 의미를 알아들은 니케다가 다소 미간을 찡그렸다.
아덴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아덴이 말했다.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고 한 것은 먼저 내 쪽이니 그쪽에게 선물로 하나 알려 주도록 하지.”
“선물이라…….”
그녀가 어디 한번 들어 보기나 해 보자는 듯 아덴을 바라봤다.
그 표정엔 큰 기대 따윈 없었다.
“앞으로 3개월 뒤, 바르켄 영지에 대가뭄이 일어날 거다.”
“……!”
그러나 아덴의 말을 듣기 무섭게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르켄 영지.
그곳은 제국의 전체 곡식 수확량의 3할을 차지하는 농업 영지였다.
축복을 받은 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언제나 풍작을 이루던 비옥한 토지였다.
그런데 그런 곳에 가뭄이 일어난다고?
아덴이 그녀에게 말했다.
“흑마술사이기 전에, 정보 조직의 수장이자 상인인 당신은 이 정보의 가치를 잘 알고 있겠지.”
정말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미리 아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몇 년은 더 걸릴 것 같던 뒷세계의 완전 정복도 금방 끝날 것이고, 세력은 더 강대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국의 멸망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일이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군.”
니케타는 아덴의 말의 진위를 의심하며 경계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나?”
이에 아덴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헛소리로만 여기지 않는 저 반응만으로도 이미 미끼를 문 셈이었다.
“딱히 당장 증명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 내가 말한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
“다만, 내 말엔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정명과 법의 신, 테르니아의 이름 앞에 약속하지.”
법신의 이름을 앞에 하는 약속.
그것은 그저 추상적인 약속이 아니었다.
정명과 법의 신 테르니아의 신명을 건 약속을 깨트리면, 훗날 그것은 신벌이라는 재앙으로 찾아올 것이다.
약속을 깬 자가 테르니아의 신관일 경우, 그 벌은 신성력을 통해 벌어질 것이다.
신성력이 없는 신도가 했을 경우 죽은 후 내세에서 큰 벌을 받으리라.
하지만 아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사실이니까.’
3개월 뒤, 베르켄 영지에 가뭄이 든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거리낄 이유가 없었다.
이런 신명은 건 약속은 신의 도움 없이는 신뢰도 얻지 못하는 자라는 인식이 있기에 보통 쓰이지 않았다.
범죄자, 혹은 포로나 쓰는 굴욕적인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이 좋은 게 있는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
경험상 자존심을 세우느니 신의 이름을 팔아먹는 게 훨씬 좋은 장사였다.
아니나 다를까, 신명을 건 약속까지 하니 니케타의 경계심이 다소 누그러졌다.
니케타가 복잡 미묘해진 표정으로 아덴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으로 봤을 때 아덴은 결코 망나니 따위가 아니었다.
잘 벼린 검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녀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아덴에게 물었다.
“어째서 우리와 우호 관계를 맺고 싶은 거지?”
“나는 흑마술사들이 싫다.”
“……뭐?”
흑마술사들의 수장의 면전에서 싫다는 소리를 하는 것에 그녀는 순간 황당함을 느꼈다.
그사이 아덴이 말을 이었다.
“지금의 흑마술사들은 흑마술의 본질을 잊었다. 나는 알고 있다. 흑마술은 인간을 위한 힘이지, 인간을 해치기 위한 힘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지.”
“……!”
아덴의 말에 그녀가 흠칫했다.
방금 아덴이 말한 것은 지금은 모두가 잊은 흑마술의 기원이었다.
“나는 그 힘을 변질시켜 악행을 벌이는 흑마술사들을 싫어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제국도 싫어한다. 이 정도면 답이 되나?”
악행을 벌이는 흑마술사들도, 제국도 싫기에 그녀의 세력과 손잡고 싶다는 소리였다.
아덴의 말에 그녀가 침묵하며 상념에 잠겼다.
‘흑마술의 본질을 처음으로 인정한 제국 귀족.’
제국의 귀족들은 전부 흑마술을 혐오했다.
하지만 아덴은 인정했다.
흑마술도 사람을 위한 힘이라고.
그 의미는 그녀에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제국의 귀족들이 흑마술을 인정하는 것.
그녀가 염원해 왔으나 동시에 불가능함도 실감하고 있던 일이었다.
-나는 알고 있다. 흑마술은 인간을 위한 힘이지, 인간을 해치기 위한 힘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지.
설마 이 말을 제국 귀족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과연 그의 말이 진심일까?
믿어도 될까?
지나치게 달콤하여 경계심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가식과 거짓으로 치부하기엔 아덴의 눈빛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녀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짐을 느꼈다.
아덴이 그런 그녀의 감정을 유추하곤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의심스럽겠지. 그럼 계속 지켜봐라.”
신뢰라는 것은 단번에 쌓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상대에 관해 모르는 게 많으면 더더욱.
그렇기에, 아덴은 이리 말했다.
‘지켜보라고’.
“내 말이 진짜일지 아닐지. 계속 관찰해서 판단해라, 니케타 플로렌스.”
그녀는 아덴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아덴과 그의 수행원들이 황도를 떠나 레메스 영지를 향했다.
연회도 끝났는데 오래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마차 안에 아덴이 있을 때, 커스가 아덴에게 물었다.
-정말로 저 시선들을 무시할 생각인가, 용살왕?
“그래.”
커스가 말한 것은 니케타 쪽에서 아덴에게 붙힌 감시용 사역마들을 말하는 것이다.
놈들은 새나 쥐의 형상으로 멀리서 아덴을 지켜보고 있었다.
커스는 그들의 미약한 암흑 마기를 감지하고 따가운 시선 탓에 불편해했다.
하지만 아덴은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놈들은 내가 제안하지 않았어도 감시를 붙였을 게 분명해.’
아덴이 타이온을 일방적으로 이긴 시점에서 아덴에 관한 하얀 달이 가졌던 정보가 틀려졌을 것이다.
그러니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뜯어내려 했을 거다.
‘그리고 그녀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 시점에서 소기의 목적의 반은 달성한 셈이고.’
이제 그녀는 아덴을 적으로 확실히 판단하기 전까진 아덴을 적대할 수 없다.
베르켄 영지의 가뭄이 현실이 되면 그녀는 좋든 싫든 아덴의 말에 신뢰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역마라는 직통 연락 수단도 생겼고.’
나쁘게 보면 감시였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큰 세력의 수장과의 핫라인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면 충분히 큰 수확이었다.
필립이 아덴에게 외쳤다.
“아덴 도련님! 이제 곧 레메스 영지입니다!”
앞으로 몇 시간만 더 가면 레메스 공작가 저택에 도착한다.
필립이 흐뭇하다는 듯 실실 웃었다.
“도련님이 준비한 선물을 보면 모두 기뻐할 겁니다.”
아덴은 황도에 다녀오는 기념으로 공작가 식구들 선물을 하나씩 사 왔다.
이번에 황실에서 뜯어낸 돈이 상당했다.
주머니가 풍족해지니 자연스럽게 선물 같은 걸 준비할 여유가 생겼다.
프리드 공작이 쓸 만년필, 공작 부인이 쓸 향수, 카를이 쓸 검이나 캐시에게 줄 새 희귀한 연금술 촉매 등등.
기사들과 사용인들 선물도 와인과 과자 등으로 대충 준비해 놨다.
아덴은 문득 죠세프의 어린 딸 엘리스가 떠올랐다.
죠세프 부녀를 위한 선물도 물론 준비했다.
‘애니까 분명 좋아하겠지.’
분명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좋아하리라.
그 모습을 상상하니 피식 실소가 나왔다.
아덴은 나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레메스 영지로 돌아왔다.
그러나, 가문의 저택에 도착하자 아덴은 웃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해 보세요.”
아덴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프리드 공작에게 물었다.
이에 프리드 공작이 참담한,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아덴에게 다시 말했다.
“성화 교단의 이단 심문관이 갑자기 방문하여 데려갔단다.”
아덴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죠세프와 엘리스가 성화 교단에 끌려갔다는 소식이었다.
* * *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이랬다.
아덴이 돌아오기 일주일 전에 성화 교단에서 파견된 이단 심문관이 영지를 방문했다.
그들은 저택에 찾아와 이단 심문관의 권한을 들먹여 죠세프와 엘리스의 신변을 요구했다.
그들은 교단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이니 도로 데려갔다는 거였다.
공작가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공작가의 식객으로 받아들인 이들을 성화 교단에서 요구하니 말이다.
“어떻게든 막으려 해 봤다.”
성화 교단은 서 대륙의 3대 교단 중 하나였다.
그런 곳과 척지는 것은 상당히 좋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공작은 이단 심문관의 요구을 거절했다.
그들은 엄연히 공작가의 식객, 가족으로 받아들인 이들이었다.
설사 교단과 척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러자 성화 교단의 이단 신문관은 죠세프와의 독대를 요청했다.
그것까지 막을 순 없었기에, 죠세프에게 의견을 묻고 어쩔 수 없이 독대를 승낙했다.
그러곤 대화를 마친 죠세프는 이단 심문관을 따라가기로 약속하곤 딸과 함께 성화 교단 본산으로 호송되었다고 했다.
프리드 공작이 힘없이 말했다.
“면목 없구나, 아덴아.”
레메스 공작가가 다른 공작가급의 권위를 지녔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뺏길 리 없었다.
공작은 전부 다 자기 힘이 부족했음을 탓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아덴은 아무 말도 없었다.
아무 반응도 없었기에 더욱 섬뜩했다.
아덴은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죠세프는 10년 전에 교단에서 도망쳐 나온 자.’
그가 교단에서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도망쳐 나온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아덴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누구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 딱히 물어보지 않았다.
10년이나 지났으니 교단에서 죠세프를 제대로 찾으려 하지도 않을 거라고 여겼다.
죠세프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니 아덴이 공작가 식객으로 받아들이고자 했을 때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성화 교단이 죠세프를 찾았다. 그것도 이단 심문관까지 사용하면서 말이다.
이단 신문관은 집행에 한해서는 교단의 대리자나 다름없었다.
그런 커다란 패까지 사용하며 죠세프와 엘리스를 데려갔다.
‘죠세프가 떠난 건 아마 더 이상 공작가에 폐를 끼치기 싫었기 때문이겠지.’
후폭풍이 심하기에 거의 쓰이지 않지만, 이단 심문관은 귀족가 자택의 강제 수색이나 폭력 사용 허가 권한이 있었다.
죠세프는 과거 교단 사람이었기에 그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따라갔을 것이다.
이단 신문관의 표적으로 지목된 자들의 말로는 대부분 좋게 끝나지 못했다.
우드득.
아덴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감히, 누구 멋대로?’
아덴이 프리드 공작에게 말했다.
“분명, 교단 본산으로 데려간다고 했습니까?”
“그렇게 들었단다.”
아덴은 결정했다.
“아버지, 말 한 필을 준비해 주세요.”
“음? 말은 갑자기 왜……?”
아덴의 말에 공작이 의아해하며 아덴을 봤다.
그러다 순간 흠칫했다.
아덴이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만은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 상태로 웃으며,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말했다.
“당장 교단에 쳐들어가 봐야겠으니까요.”
죠세프와 처음 거래했을 때 그는 이리 말했다.
엘리스만 구해 주면 제 영혼까지 걸겠다고.
아덴이 엘리스를 구해 줘 의뢰를 완수한 이상 그들은 그의 사람이었다.
죠세프도, 엘리스도 아덴의 영역 안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사람을 멋대로 데려가다니? 지들이 뭐라고?
당장 가서 죠세프 부녀를 데려올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든지, 교단이 내놓지 않겠다고 나선다면…….
‘교단이고 뭐고 다 박살 내 주마.’
아덴은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빡쳤다.
* * *
성화 교단.
그곳은 학살신교와 법신교에 이어 대륙의 신성 3대 교단 중 하나로 위명 높은 교단이었다.
‘정확히는 위명이 높았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