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and Artifacts RAW novel - chapter (195)
194화에 계속 –
194화 데드라인 (1)
스테치는 아치발이 뻗은 주먹을 보고선 코웃음 쳤다. 쓸데없이 크고 불필요한 동작투성이였다. 그는 공중에 떠 있는 아치발의 품 안을 더킹으로 파고든 뒤, 그대로 크로스 카운터를 먹였다.
빠칵!
안면과 주먹의 접점으로부터 거대한 충격파가 뿜어져 나왔다. 만약 지상에서 이런 식으로 치고받았다간 주변 일대가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다. 스테치는 한 방에서 멈추지 않고 발길질과 주먹을 날려 가며 아치발을 압도해 나갔다.
“으아아아-!”
아치발이 뒤로 물러서려고 하는 순간, 배후에서 나타난 프레야가 그의 허리로 프론트 킥을 꽂아 넣었다. 앞으로 몸이 휙 쏠려 밀려 나가는 그에게 이번엔 스테치의 보디 체크가 들어갔다.
“칫!”
앞뒤에서 피할 틈도 없이 쏟아지는 공격. 작게 혀를 찬 아치발이 마력을 집중시키자 그의 모습은 어딘가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잠깐 헛방질을 날리긴 했지만, 스테치는 당황하지 않고 새로운 아티팩트를 몸에 적용시켰다.
엘레나가 사용하던 아티팩트, 아므리타.
그 순간, 인간으로선 도저히 감지해 낼 수 없는 영역까지 그의 감각이 뻗쳐 나가기 시작했다. 스테치는 곧 아치발이 아스트랄 차원으로 몸을 숨겼음을 눈치채고선, 가렛의 아티팩트인 타른카페를 어깨에 둘렀다.
“안 놓친다!”
설마 스테치가 거기까지 추격해 올 거란 생각은 못 했는지, 잠깐 한숨 돌리고 있던 아치발은 속절없이 두들겨 맞았다.
“끈질긴 놈!”
급기야는 차원의 경계를 뚫고 다시 물질계로 튕겨져 나온 두 사람. 스테치는 아치발과 공격을 주고받으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콰과광!
스테치와 아치발의 지면 충돌로 발생한 지진이, 캐슬 브랜든이 서 있었던 터를 뒤흔들었다. 엘레나의 시신을 보호하고 있던 가렛이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숙이고 있는 바로 그때,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안 죽었냐?!”
“스카이!”
반가운 목소리에 가렛이 반응했다. 그를 발견한 스카이는 이어서 말을 걸려던 찰나, 쓰러져 있는 엘레나의 모습을 보고선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마르크, 그리고 뒤따라오던 일부 부하들도 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뭐야?”
상황은 스카이나 마르크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엘레나는 난데없이 주검이 되어 있질 않나, 스테치는 웬 괴물 같은 놈과 싸우고 있질 않나.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일단 이야기는 나중에 듣고, 자리에서 벗어나도록 하지.”
마르크는 엘레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스테치는 이미 그들이 끼어들 수 있는 범주 이상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봐야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었다. 가렛도 그의 말에 동의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턱짓으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가자!”
황급히 터에서 벗어나는 그들에게로 스테치가 손을 뻗자, 푸른 빛의 포털이 생성되면서 가렛 일행을 집어삼켰다. 몇십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옮겨 놓았으니, 이제는 마음껏 싸움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만족하나?”
아치발은 재차 스테치에게 달려들며 물었다.
“네 힘은 밑바닥 깨진 물병처럼 줄줄 새어 나가고 있는 데에 반해,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져 가고 있지. 다른 곳에 한눈을 팔 여유를 부리다니, 오만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군.”
퍼억!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아치발의 주먹이 스테치에게 꽂히자, 그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구름이 걷히고 나니, 아치발의 손을 감싸 쥔 스테치의 손이 드러났다.
“지랄.”
스테치의 손아귀에서 발휘되는 무시무시한 악력에, 아치발의 손뼈가 점점 으스러져 갔다.
“저놈들이 없어야 나도 널 마음껏 팰 거 아냐, 씹새야.”
콰과광!
거대한 소닉붐과 함께, 음속을 돌파한 스테치의 스트레이트가 아치발을 쳐 날려 버렸다.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빠르게 날아간 아치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멀리 별처럼 작아져 버렸다. 스테치는 양팔과 다리에 건틀릿과 부츠 형태의 아티팩트들을 생성한 뒤,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떠올라 아치발이 사라진 쪽으로 향했다.
“흐읍!”
* * *
“제압 완료했습니다!”
셸로어의 선언을 들은 시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선언했다.
“이 전선은 지휘관과 함께 우리들의 손에 제압됐다! 남은 병사들은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투항하라!”
북부 전선을 엘프들의 공격으로부터 지켜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병사들은, 시무스의 말을 듣고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 버리고 말았다.
엘프들의 최종 방어선 돌파를 허용한 북부 전선의 병사들은 미친 듯이 저항했지만, 타고난 신체 및 마법 능력의 차이를 극복해 낼 수는 없었다. 결국 버티다 못한 전선은 보란 듯이 엘프들의 손에 함락당하고 말았다.
인간 병사들이 손에 쥔 무기를 하나둘 떨어뜨리자, 시무스는 다른 셸로어들을 시켜 그들을 포박시켰다.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요?”
칼집에 막 검을 수납한 셸로어 하나가 시무스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그가 말하는 것은 물론, 베네지아의 수도를 장악하기로 했던 스테치 일행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수정구를 사용하여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는 걸 보아하니 작전은 아직 진행 중인 모양이지.”
시무스는 수도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전선에서 수도까지의 거리는 드워프들의 기계식 차량을 사용하더라도 최소 나흘이나 걸린다. 만약 스테치가 신체루스의 계획을 저지하는 것에 실패했다면 어쩌지? 지금이라도 미리 수도 쪽으로 이동을 시작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젠장, 왜 이렇게 싱숭생숭하지?’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는 시무스의 머리 위로, 희미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비단 시무스 한 명뿐만이 아닌지, 다른 병사들과 몇몇 셸로어들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게 뭐야?”
자그맣게 점으로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 아무것도 모르는 셸로어들이 중얼거렸지만, 시무스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파악했다.
“……사람?”
콰과광-!
비행 물체는 그들을 가로지르고 날아가 카델트 대사막의 모래밭 위로 내리꽂혔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모래가 치솟으면서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켰고, 셸로어들과 병사들은 갑작스럽게 전선을 덮친 충격에 비틀거리다 쓰러지기 일쑤였다.
“으아악!”
“당황하지 마라!”
시무스는 셸로어들에게 지시를 내린 뒤, 품 안에 들어 있던 스파이 글래스를 꺼내 충돌의 진원지를 살펴보았다.
“스테치?!”
놀랍게도, 땅에 떨어진 것은 본디 수도에 있어야 할 스테치 아텔리어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있는 사람은, 시무스가 난생처음 보는 제삼의 인물. 두 사람은 살벌하게 서로를 노려보며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서로 호각이었는지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거죠?”
시무스 이외에도 스테치를 알아본 소수의 셸로어들이 당황하여 물었다. 하지만 시무스도 현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휘오오-!
스테치와 아치발의 주먹이 휘두르면서 발생시킨 기류는 곧 하나로 뭉쳐서, 곧 두 사람을 감싸고도 남을 거대한 모래의 소용돌이가 되었다.
“우와아아!”
건틀릿으로 아치발의 머리를 붙잡은 뒤, 그대로 당겨 안면에 니킥을 꽂아 넣는 스테치. 비틀거리는 그의 뒤통수를 붙잡고 모래 바닥에 쑤셔 박았다.
쾅-! 쾅-!
“프레야!”
스테치가 뒤로 훌쩍 물러나자마자,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마력을 모으고 있던 프레야가 거대한 화염기둥을 아치발에게 날렸다. 주위의 모래가 물처럼 녹아 흐물흐물해질 만큼 가공할 위력의 화력이 쏟아지면서, 뜨거운 불길이 소용돌이에 더해졌다.
“하앗!”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떠오른 스테치를 프레야가 붙잡더니, 빙빙 돌려지면서 깊숙이 몸을 파묻은 아치발에게로 내던졌다. 회전력을 몸에 실은 스테치가 수직으로 낙하하면서 거대한 건틀릿을 아치발의 복부에 때려 박는 순간, 소용돌이가 소멸하면서 모래사장 전체가 뒤흔들렸다.
불꽃의 뜨거운 열기는 멀리에서 보고 있던 엘프들에게까지도 전달될 지경이었다. 스테치와 아치발의 싸움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 문득 정신을 차린 셸로어 하나가 시무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그, 글쎄…….”
직접 보면서도 믿지 못할 만한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 탓에, 잠시 사고가 정지해 있던 시무스는 말을 더듬었다. 스테치와 아치발의 싸움은 너무나도 파괴적이어서, 한 번의 공방이 오갈 때마다 주변 환경이 자연재해급 피해를 입을 정도였다.
“너희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스테치와 아치발의 전투를 구경하고 있던 시무스의 옆에서,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이 나타나 빽 소리를 질렀다. 곱게 늘어진 아미를 일그러뜨린 그 모습에 셸로어들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창이나 검을 들이밀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무스에게 핀잔을 날렸다.
“당장 여기서 꺼져! 너희들 전부 방해된다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치발의 손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쥬와앙-!
하늘을 가르고, 저 높이 떠 있는 구름을 찢어발기며 날아간 광선. 그것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병사들과 셸로어들이 서 있는 북부 전선으로 궤도를 꺾었다.
“시발!”
프레야는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손을 뻗어 그들의 앞에 큼지막한 두 개의 포털을 만들었다. 하나는 입구, 다른 하나는 출구. 입구를 통과한 광선은 그대로 출구에서 튀어나와, 고스란히 아치발에게로 되돌아가 꽂혔다.
콰광!
“좋았어, 씨발!”
“으읏……!”
쾌재를 부르는 프레야와, 그에 대조되게 신음하는 시무스. 한순간에 잿가루가 될 뻔한 위험으로부터 구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실감한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것을 간신히 버티고 섰다.
“잠깐만!”
“엉?”
프레야가 다시 싸움판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성벽 모서리에 발을 얹자, 시무스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
“자네는 스테치 아텔리어와 동료인가? 그렇다면 부디 설명해 주게. 대체 그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누구지?”
그러자 프레야는 한마디 툭 내뱉었다.
“아치발이다! 녀석이 부활했어!”
펑!
성벽의 바위를 짓이기며 튀어 오른 프레야는 아치발과 스테치에게로 몸을 날렸다.
* * *
“크악!”
굵직한 광선에 다리 한 짝이 날아갔지만, 스테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결손된 부위를 재생시켰다. 기세를 올린 스테치가 처음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으로 아치발을 패고 있었지만, 재생하는 아치발의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스테치!”
프레야의 부름을 들은 스테치가 지시했다.
“붙잡아!”
막 움직이려던 아치발의 몸에 갑작스럽게 제동이 걸렸다. 배후에서 프레야에 의해 양팔을 구속당한 아치발에게, 스테치는 짐승의 턱처럼 구부러뜨린 손아귀를 뻗으며 외쳤다.
“《코어 블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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