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Odyssey RAW novel - Chapter (165)
던전 견문록-165화(165/319)
# 165
던전 견문록
제 166 화
64. 사전 답사
인부들은 근래들어 김진우와 마주치는 것을 꺼려했다.
사고당한 김씨가 죽을 뻔한 것을 구해냈다. 그 이후로도 거듭된 사고에서 그는 무수히 많은 참사를 막아내는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장에 모인 이들 중 어느 누구 하나 그를 살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는 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괴물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시선이 닿을세라 이리저리 눈을 피해대고 있었다.
일반적인 탐색자라면 모를까, 인간을 넘어선 그의 초인적인 힘이 같은 인간인 그를 인간으로 보지 못하게 만들었던 탓이다.
숨 막히는 침묵, 이래서야 차라리 방금 전의 그 되도 않을 원망과 불평을 지껄여댈 때가 사람 냄새 난다 느껴질 지경이었다.
“저게 사람이야, 괴물이야. 괴물 젖 먹고 컸더니 껍데기만 사람이고 속은 괴물 아니여?”
“이거 터가 이상한 게 아니라, 집주인이 재수 옴 붙어서 그런 거구만.”
그 모습 어디에도 동료의 목숨을 구해준 의인에 대한 고마움이나 대견함은 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방금 전보다 더 순도 깊은 혐오를 드러냈다.
혐오, 두려움.
진실의 눈 역시 그들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김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선행에 대한 감사 인사는커녕 오히려 더러운 괴물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쏟아졌음에도 그는 태연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해받고 싶었던 적도 없었고, 그럴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일반인들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저것이야말로 인간들이 던전 베이비를 바라보는 여과 없는 시선이었으며, 솔직한 심정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결국 그는 지상에 오른 지금도 여전히 무리에 섞여 들지 못해 겉도는 이방인이었다.
김진우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다 감독관을 찾았다.
“오늘 작업은 여기서 마무리 짓죠.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또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인부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다음부터는 확실한 사람들로 꾸려주세요. 일이야 빠르고 늦어질 수 있지만, 이런 사고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네요.”
김진우를 기피하는 인부들 때문에 모든 의사소통은 감독관이 도맡아야 했다. 당연하게도 꽤나 많은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감독관은 여전히 그를 께름칙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뭐, 따로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그렇게 께름칙해 하면서도 자리를 피하지 않는 감독관의 태도가 이상해 그렇게 물으니, 그 냉랭한 음성에 감독관이 필요 이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뻥긋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게 저…….”
이쯤 되면 물러났어야 할 감독관이 어쩐 일인지 자꾸만 그의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용건이 있으면 빨리 말하십시오, 힘을 썼더니 피곤하군요.”
그의 재촉 아닌 재촉에 감독관이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 그 지저에서 나는 보석 있잖습니까. 다운 뭐시기라고…….”
내친 김에 입을 열었다고 뻔뻔하게 나가기로 작정했는지 감독관이 그의 앞에 성큼 다가와 품을 열어보였다.
“이것 좀 봐주시겠습니까?”
감독관은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꺼내 보이듯 때가 꼬질꼬질 묻은 주머니 하나를 꺼냈는데 그 안에서 웬 돌덩이 하나가 나왔다. 그런데 그 돌덩이의 생김생김이 어디서 많이 보던 모양이었다.
“비싼 값 주고 산 건데, 영 효과가 없는 거 같아서.”
“이게 뭡니까?”
“그 다운 뭐시기라고, 기력 쇠한 데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그 다운 뭔데… 혹시 아시는 게 있는지.”
사내의 말에 김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돌덩이를 바라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그거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기생수의 눈을 통해 살펴본 돌덩이는 말 그대로 던전 에너지가 쏙 빠진 쭉정이였다.
대체 어떤 식으로 에너지를 추출해낸 것인지 외형에는 손상 하나 없는 것이 차라리 신기할 지경이었다.
“돈 많은 양반들은 죄다 이런 거 하나씩은 들고 다닌다고 하던데, 저도 비싼 돈 주고 구입했습죠.”
어디서 구했는지를 물었더니,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물건을 구했는지를 한참이나 늘어놓는 감독관이었다.
“무려 500만 원이나 주고 산 놈입니다. 아들놈 학비도 버겁지만, 몸이 재산이라 보험 하나 비싸게 든다 생각하고 구입한 셈이죠.”
자꾸만 딴소리하는 감독관을 바라보던 김진우가 다시 그 출처를 물었다.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그게 무슨 협회라고, 분명 나라에서도 인정받은 탐색자 협회라고 했는데.”
감독관의 말에 김진우는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합니까, 이게 탐색자 협회에서 나온 것이?”
“맞다니까요. 그 일산의 탐색자 협회 사무실에서 샀다니까요. 제가 간판도 확인했고, 틀림없습니다.”
자랑스레 떠들어대는 감독관을 바라보던 그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탐색자 협회에서 구하신 거라면, 뭐 나름 효과가 있겠지요.”
“그렇죠. 아이고, 우리 탐색자 사장님께서도 그렇게 말하니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습니다. 이거 괜히 비싼 돈 주고 눈탱이 맞은 건 아닐까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아마도 비싼 돈 주고 산 다운 잼이 소문만큼 효과가 없자 탐색자로 알려진 그에게 물은 모양이다. 실상은 내용물이 비어버린 껍데기에 불과한 다운 잼이었지만, 김진우는 굳이 그 사실을 감독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애초에 일반인에게 다운 잼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을 뿐더러, 나서서 도움을 줄 것도 아닌지라 입을 다문 것이다.
정작 당사자도 다운 잼이 문제 있을 거란 생각은 터럭만큼도 하지 않고 있으니, 부질없는 플라시보 효과일지언정 믿는 만큼은 효험을 보리라.
“음, 그럼 말씀대로 오늘은 접고 내일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인부들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주시고, 다시 속도 좀 올려주십시오.”
소중하게 속 빈 다운 잼을 갈무리한 감독관이 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굽실대며 대답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앞으로는 신경 써서 사람 뽑겠습니다.”
***
“안젤라.”
“네, 주인님.”
어둠 속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안젤라는 그의 부름에 즉각 대답해 왔다.
“백 선생이 다운 잼을 팔아넘긴 곳이 어디라고 했지?”
“꽤 높은 건물이었는데, 입구에 상대하기 찝찝한 놈들이 몇 있어서 안까지 들어가 보지는 못했어요.”
“그 건물이 어디 있었는지 혹시 기억해?”
“설명하라면 못하겠지만, 다시 찾아가 보라면 찾아갈 수는 있을 거예요.”
안젤라의 말에 김진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각한 얼굴을 해보였다.
“갑자기 왜…….”
“확인을 좀 해봐야겠어.”
심각한 표정의 그를 보더니 안젤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죠?”
그는 대답 대신 몸을 돌려 지하실로 내려갔다.
바깥의 소란에도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던 도미니크는 그가 내려온지도 모르고 여전한 얼굴로 궁리하고 있었다.
“윤희를 불러와.”
그런 도미니크를 힐끗 바라본 김진우가 안젤라에게 윤희를 찾아오라 명했다.
“부르셨습니까?”
아무래도 그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지상에서의 생존에 커다란 지장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인지, 윤희의 태도가 전에 없이 깍듯했다.
지금의 모습만 봐서는 오히려 봉신의 계약으로 묶여 있을 때보다 더욱 더 충성스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보자고.”
“벌써 공사가 끝난 겁니까? 지상인들은 대단하군요. 얼핏 보기에도 공사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던데.”
지저 촌놈이기는 도미니크나 윤희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은근히 지상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며, 놀란 얼굴을 해보였다.
“그럴 리가. 이제 겨우 흙과 모래를 덮어두었을 뿐이야. 공사가 끝나려면 며칠은 더 걸리겠지.”
헐값에 사들인 방대한 땅을 전부 둘러치는 외곽 공사가 이렇게 일찍 끝날 리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 공사만으로도 미궁의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리라.
“어차피 시간이 조금 걸릴 테니, 미리 시작하는 편이 좋을 거야.”
그렇게 상황을 설명한 김진우가 윤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림자 마술사의 힘이 필요해.”
파티 홀이 7층에서 그토록이나 오래 버틴 것은 방문자의 눈을 가리고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환영의 힘. 그는 윤희에게 환술을 펼칠 것을 명령했다.
***
“휴우.”
주변에 퍼져 나가는 미세한 비틀림, 이윽고 그 비틀림이 주는 위화감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 김진우는 그제서야 성장을 억제시켜 두었던 미궁의 제단에 다운 잼을 던져 넣었다.
[중급 다운 잼이 제단에 바쳐졌습니다.] [지상의 공기는 미궁의 성장에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업그레이드에 두 배의 다운 잼이 소모됩니다.] [업그레이드에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미궁의 성장이 완료되기까지 120시간이 필요합니다.] [지상의 미궁을 성장시키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궁을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메시지를 확인한 김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시간과 다운 잼의 소모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업그레이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궁의 업그레이드를 강행했다.
[미궁의 업그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궁이 2등급에 도달하기까지 앞으로 119:59:59 남았습니다.]섬광과 함께 성장을 시작한 미궁의 핵을 바라보던 그는 이제 시작임을 깨닫고 눈을 빛냈다.
미궁의 업그레이드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즈음 안젤라가 나타났다.
혹시라도 업그레이드시 생기는 힘의 파장이 바깥까지 퍼져 나갈까 우려했던 김진우의 명령으로 안젤라와 윤희는 지상에서 지하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낌새가 느껴지지 않자 지하로 내려와 본 것이다.
“주인님, 언제 시작하…….”
그녀는 빛을 흩뿌리며 성장을 시작한 핵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보다 효과가 괜찮은 모양이군.”
“밖에서는 전혀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요.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는지도 몰랐는걸요.”
말뿐이 아닌지 그녀는 정말로 감쪽같이 몰랐다며, 지하와 지상을 잇는 두터운 콘크리트를 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
미궁의 업그레이드는 제 스스로가 끝을 내기 전까지는 관여할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그는 안젤라가 파악해 두었던 다운 잼의 행방을 추적하기로 했다.
시간은 야심했지만 김진우는 망설이지 않고 안가를 나섰다.
그의 인생은 대부분 볕 밝은 세상이 아닌 어둡고 음습한 세상에서 보내온 것. 밤은 그의 시간이었다.
또한 그를 따라 나선 안젤라는 밤의 일족이라 불리는 흡혈귀였으니, 그들이 움직이기에는 지금이야말로 적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