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Odyssey RAW novel - Chapter (20)
던전 견문록-20화(20/319)
# 20
던전 견문록
제 21 화
‘떠돌이 언더 엘프가 찾아왔답니다.’
“언더 엘프?”
사실 지저에서 나고 자랐다고 해서 김진우가 모든 사정에 통달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그는 미궁의 외곽을 확장하는 공사에 동원된 한낱 토굴꾼에 불과했다.
그런 내막까지 들은 것은 아니지만 도미니크는 눈치껏 설명을 해주었다.
‘지저의 요정족이에요. 전투력 자체야 나가 용사만도 못하지만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다거나 몸을 숨긴다든지 하는 재주가 많은 일족이지요.’
“꽤 쓸 만한 모양이군.”
‘능력이야 그럭저럭 쓰임새가 있겠지만, 그들은 그다지 신용할 수 없는 이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언더 엘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 도미니크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게 의아해 가만히 시선을 주니 그녀가 입술을 오물거리다 말을 쏟아냈다.
‘언더 엘프의 충성은 깃털보다 가볍고 그 방식이라는 것도 저열하게 짝이 없어요. 그들은 긍지도 없는 지저의 창부나 다름없답니다.’
도미니크와 함께한 시간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이다.
‘만약 언더 엘프를 받아들이실 거라면 꼭 기억해 주세요. 언더 엘프의 충성은 그리 믿을 만한 게 아니라는 것을요.’
이제껏 그녀의 말을 들어 손해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면 그냥 내쫓아버리지 왜 미궁에 들였지?”
‘그러고 싶었지만 일단은 주인님의 손님을 자처하기도 했고 사실 언더 엘프가 아예 쓸모가 없는 존재도 아니에요. 모든 결정은 주인님께서 하실 것이라 생각했어요.’
어쩐지 분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지만 끝까지 우직함을 잃지 않는 도미니크의 모습에 김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잠시 그녀가 진정하기를 기다린 그는 나가의 왕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지, 그 언더 엘프라는 놈을 만나 보러.”
***
지저의 주점이라고 해서 뭔가 다를 거라 생각한 김진우는 지상의 그것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모습에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모를 나무 테이블이 서너 개 정도 있고, 나가 일꾼이 지키고 선 한쪽 벽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선반이 있다.
쉬익! 쉭!
그를 발견한 나가 일꾼이 혀를 날름거리며 나름대로의 경의를 표했다. 대수롭지 않게 그 인사를 받은 김진우는 이내 시선을 돌려 구석진 테이블에 앉은 이질적인 존재를 보았다.
오직 나가에게만 허락된 공간에 들어선 최초의 손님, 언더 엘프임이 분명했다.
엘프는 갈색 망토로 머리까지 깊이 눌러쓴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러난 곳보다 가려진 곳이 많은 언더 엘프였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그 생김새가 인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거란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손님의 예를 보여라!’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언더 엘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도미니크가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내며 외쳤다.
하지만 언더 엘프는 도미니크는 안중에도 없는지 지독스럽게 느린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앉아서도 칠흑의 장막을 꿰뚫어 보시는 오롯한 왕좌의 주인이시여.”
머리에 뒤집어쓴 후드를 걷어낸 언더 엘프가 꽤나 고풍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거하는 곳 없이 떠도는 비천한 떠돌이가 감히 주인께 속한 어둠에 허락도 없이 거하였나이다.”
듣기 간지러운 말투, 하지만 김진우는 그 낮고도 깊은 목소리보다 언더 엘프의 외양에 놀라고 말았다.
이미 망토의 윤곽을 보고 그 생김생김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언더 엘프는 그의 생각보다 더 인간적이었다.
새벽의 어스름을 바른 듯 창백한 피부에 기이할 정도로 새까만 눈동자가 다소 이질적이라는 것과 검은 빛의 옆머리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커다란 귀만 빼면 그녀는 보통의 여자와 다름이 없어 보였다.
다만 그 미모라는 것이 평생 보지 못한 극상의 미였던지라 김진우는 한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사이에 언더 엘프가 납작 엎드리더니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바라옵건대 부디 미천한 존재가 고귀한 주인께 경의를 표하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부담스러울 정도의 공경이다.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허락의 뜻으로 알아들은 언더 엘프가 기듯이 다가와 그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흠칫 놀라 저도 모르게 물러서려던 그가 인상을 찌푸리니 제 볼일을 끝낸 언더 엘프가 여전히 엎드린 자세로 말했다.
“미궁의 주인께 떠돌이의 가치 없는 이름을 소개할 영광을 내려주시기를.”
“말하라.”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자 그게 또 무슨 세상에 다시없을 영광이라고 감동한 얼굴을 해 보인 언더 엘프가 자신을 소개했다.
언더 엘프의 이름은 릭샤샤, 다소 이상한 이름이었다. 스스로를 떠돌이라 자처한 릭샤샤는 미궁에 머물 수 있기를 희망했다.
‘주인님의 뜻대로.’
도미니크의 말에 김진우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험담이란 험담은 실컷 해놓고 이제 와서 하는 말치고는 무책임했지만, 그녀 나름대로는 그 쓰임새가 유용할 것이라 알려주었으니 할 도리는 다 했다는 듯한 태도이다.
결국 고민하던 김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봉록으로는 하급 다운 잼 하나 정도면 되겠지요.’
“아…….”
나름 급여인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닌지라 김진우는 결정을 번복한다거나 하는 추태를 보이지는 않았다.
“할 일은 여기 있는 도미니크에게 듣도록.”
그녀의 말투에 동화된 것일까. 저도 모르게 위엄 있는 말투를 흉내 내니 도미니크가 뿌듯한 얼굴을 해 보였다.
“어?”
그녀를 받아들인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무섭게 몸을 일으킨 릭샤샤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 어떤 말을 할 새도 없이 입을 맞추었다.
어쩐지 달콤한 향이 퍼지는 듯한 느낌에 멍하니 있으니 그녀가 이내 떨어져 나갔다.
김진우가 얼떨떨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니 고양이처럼 입술을 핥아 보인 릭샤샤가 충성의 서약을 했다. 아무래도 언더 엘프들은 이런 식으로 충성을 표하는 모양이었다.
‘흥!’
어쩐지 골이 난 듯한 도미니크가 코웃음을 치고, 릭샤샤는 그런 그녀를 놀리기라도 하듯 눈가를 휘어 올려 보였다.
그렇게 김진우의 미궁에 새로운 전력이 추가되었다.
***
그 뒤로 한동안 김진우가 릭샤샤를 볼 일은 없었다. 가끔 생각이 나 물을 때면 언제나 미궁의 근방 탐색을 위해 외곽을 순찰하고 있다고만 대답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릭샤샤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그녀인지라 다소 고의성이 느껴진다.
‘언더 엘프의 존재 가치는 머묾에 있지 않아요. 그들은 떠돌이, 그에 맞는 일을 맡겼을 뿐이랍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유능한 순찰자니까요.’
어쩐지 변명처럼 들리지만 김진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릭샤샤의 쓰임에 관한 부분은 도미니크에게 일임했다.
“그래도 요즘에는 잠잠하군.”
미궁이 업그레이드되고 난 이후로 벌써 열 번이 넘는 습격이 있었다.
대부분이 나가 용사 선에서 처리되고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미궁을 찾는 크리쳐들이 강해지는지라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새로운 소환수를 뽑자니 다운 잼과 던전 에너지의 보유량이 빠듯했다.
나가 마법사를 추가한 이후로 이렇다 할 전력의 보강이 없으니 김진우는 어쩔 수 없이 몸으로 때워야 했다.
나가 용사들을 비롯한 병력을 이끌고 미궁 주변을 휩쓸고 다닌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언제나처럼 근처의 크리쳐와 비스트들과의 전투를 마치고 온 김진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는 입속의 혀처럼 없으면 허전한 도미니크가 금세 말을 걸어왔다.
“분명 여긴 1층이잖아? 근데 주변에 보이는 놈들 중에 가끔 저층에서 보이는 크리쳐도 있단 말이지.”
자신이 미궁을 발견한 것이 장윤주와 지저를 헤맬 무렵이다. 2층으로 내려간 기억이 없으니 분명 나가의 미궁은 1층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도미니크는 전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주인님, 이곳은 1층이 아니랍니다.’
“무슨 소리야? 분명 1층이었다고. 분명히 지금도 기억해. 1층을 헤매는 도중에 미궁에 들어섰으니까.”
확신에 찬 대답에도 도미니크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지상에 올라가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여긴 절대 1층이 아니에요.’
도미니크가 엉뚱한 소리를 할 리는 없었다. 이제껏 그녀의 말 중에 틀린 말은 없었으니까. 영문을 몰라 눈을 깜박이는 그에게 그녀가 말했다.
‘당시의 주인님은 미궁에게 삼켜진 거랍니다. 그리고 볼일이 끝나자 미궁이 도로 주인님을 원래의 자리로 뱉어낸 것이겠지요. 주인 없는 미궁은 종종 자신의 주인이 될 존재를 그런 식으로 끌어들이기도 하니까요.’
믿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이미 포탈을 타고 수도 없이 지저를 들락거린 그인지라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지저는 넓고 끝이 없어요. 지상의 모든 흙을 합쳐도 이곳에 있는 것만 못하답니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마세요. 그건 심층의 공작들도 포기한 일이니까요.’
도미니크의 말에 김진우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잡념을 털어내고 말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쁜 일은 아니었다. 만약 나가의 미궁이 1층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만큼 쉽게 사람들에게 노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의 눈에 뜨인 상층의 미궁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는 김진우도 잘 알고 있다.
미궁의 핵은 파괴되어 조각조각 옮겨질 것이고, 온갖 값나가는 것들은 약탈당할 것이다. 그리고 나가들은 무참하게 살해당해 분해되고 말리라.
그것이 오랜 전쟁 끝에 인간이 터득한 그들만의 방식이었다.
“그래도 위치 정도는 파악해 두는 게 좋겠지. 내가 있는 곳이 몇 층인지도 몰라서야 말이 되지 않으니까.”
그의 말에 도미니크가 눈을 빛냈다. 드물게 음흉한 얼굴을 해 보이는 것이 아마도 릭샤샤의 임무를 전방위적인 탐색으로 바꿀 모양이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떠돌이니까 본 게 많을 거야. 순찰에서 돌아오면 대기시키도록 해. 직접 물어보다 보면 뭔가 정보가 있겠지.”
그의 말에 도미니크가 노골적으로 아쉬운 얼굴을 해 보였다.
미궁을 나선 김진우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다.
때마침 시간이 맞았는지 오랜만에 현지도 집에 와 식사를 같이 할 수 있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그녀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새롭게 개업한 치킨집 역시 경영난을 이겨내고 드디어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고 하니 김진우의 입장에서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안심하고 탐색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가의 미궁 주변을 탐색하자니 미궁의 방비가 허술해질 판이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파주 게이트를 통해 상층부를 홀로 돌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준영 일행을 신경 쓰느라 두고 온 다운 잼들이 내내 눈에 밟히던 차다.
홀로 지저로 들어가기 전 다시 나가의 미궁을 찾았다.
“릭샤샤는 어디 있지?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탐색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미궁이 몇 층인지 정도는 확실히 해둬야 할 것 같았다.
김진우가 릭샤샤를 찾자 도미니크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주인님, 이곳은 미궁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핵이 있는 곳이에요. 또 주인님께서 거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런 중요한 곳에 믿을 수 없는 언더 엘프를 들이는 건 좋지 않은 생각 같아요.’
도미니크의 말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미궁의 주인인 김진우의 최측근으로서 오너 룸을 아무 때고 들락거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자랑스러웠던 모양이다.
일견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소환한 나가들과는 다르게 릭샤샤는 외부에서 유입된 떠돌이였다. 한낱 말뿐인 충성 맹세를 믿기에 지저는 너무 위험했다.
“그럼 내가 가도록 하지.”
그렇게 찾은 릭샤샤는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망토를 두르고 있던 그녀가 지금은 다소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질을 알 수 없는 가죽으로 된 검은 조끼와 바지를 입은 그녀는 단단한 조임새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볼륨을 자랑했다.
분명 보기 좋은 광경이었지만 지금은 몸매나 감상하자고 그녀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릭샤샤.”
김진우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릭샤샤가 벌떡 일어나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오롯한 왕이시여.”
여전히 과할 정도의 예의에 다시 말이 길어질까 걱정이 된 김진우가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떠돌이였다고 했지?”
“그러나이다.”
“그럼 혹시 여기가 몇 층인지 알고 있나?”
정처 없이 지저를 떠돌았다고 하니 어쩌면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릭샤샤의 대답은 그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인간들이 땅 밑 세상을 그리 구분한다는 풍문은 들은 적이 있사옵니다만, 한낱 떠돌이에 불과한 소인은 그 셈하는 기준을 알지 못하나이다. 쓸모없는 이 종을 벌하여 주소서.”
그가 실망한 얼굴을 해 보이자 그녀가 납작 엎드리며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사죄를 했다.
“됐어. 그보다 그럼 이 근방에서 본 것을 좀 말해줄래?”
어쩌면 그녀의 정보를 토대로 이곳이 몇 층인지 알게 될 수도 있었다. 잠시 생각하는 기색으로 눈을 깜박거리던 그녀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는 가장 먼저 근방에 서식하는 크리쳐와 비스트들을 설명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고 익히 아는 이름도 있었지만 단서가 될 만큼 특색 있는 것은 없었다.
한참을 떠들어도 김진우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빛이 떠오르지 않자 이번에는 그녀가 기억에 남아 있는 근처의 지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단서는 없었다.
실망한 김진우가 릭샤샤의 말을 멈추게 하려는데, 그 순간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잠깐만. 다시 말해봐.”
릭샤샤가 방금 전에 한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말했다.
“이곳에서 걸어서 나흘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교룡이 지배하는 미궁이 있나이다.”
역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잔인한 현실에 김진우가 와락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망할.”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애타게 찾는 단서는 안 나오고 좋지 못한 소식만 듣고 말았다.
자신의 미궁 근처에 또 다른 미궁이 있다니 나쁜 소식도 이런 나쁜 소식이 없었다.
지상에 오르기 전, 지저 공작의 미궁 외곽에서 토굴꾼으로 일하던 김진우는 잘 알고 있었다.
미궁의 주인들이 얼마나 호전적인지, 세력이 약한 미궁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토굴꾼이란 존재가 미궁의 외곽을 확장하는 일보다 다른 미궁으로 향하는 침입로를 만드는 데 동원되는 일이 잦았다.
그렇다 보니 눈앞에서 미궁 간의 전쟁을 지켜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미궁 간의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볼 수 있었다.
“나흘 거리면 바로 코앞이나 다름없잖아?”
갑자기 위기감이 들었다. 복수를 위해서라지만 무리하는 일 없이 미궁을 성장시키려던 그는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듯한 기분이다.
어쩌면 벌써 자신의 미궁이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와락 초조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암상인에 릭샤샤까지 미궁을 찾아오지 않았는가. 또 다른 미궁의 주인이라고 나가의 미궁을 모르고 있으란 법은 없었다.
방법이 필요했다. 나가의 미궁은 아직 다른 미궁의 침입을 이겨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도미니크!”
릭샤샤의 얼굴을 보기 싫은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도미니크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다급한 그의 음성에 상당히 놀란 눈치다.
“당장 인원을 꾸려서 릭샤샤를 따라가.”
‘갑자기 무슨…….’
“근방에 미궁이 있다. 게다가 빈 미궁도 아닌 모양이야.”
이번에는 도미니크도 놀랐는지 가뜩이나 창백한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그녀 역시 미궁 간의 다툼이 얼마나 치열하고 패자에게 가혹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정확한 미궁의 규모나 등급을 파악하는 것까지는 무리겠지만, 너라면 우리 미궁과의 전력을 비교할 수는 있겠지.”
‘언제 출발할까요?’
도미니크의 말에 김진우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