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Odyssey RAW novel - Chapter (209)
던전 견문록-209화(209/319)
# 209
던전 견문록
제 210 화
78. 리모델링
미미르가 다녀간 후, 대미궁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껏 거주민들의 수를 통제해왔던 김진우가 큰 머리 난쟁이들의 수를 늘리면서 내친 김에 미궁 전체의 제한을 풀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이제껏 대미궁에 자리 잡은 이후로 내내 같은 수를 유지해왔던 거주민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다운 잼은 거의 대부분 김진우가 제공했는데, 당연하게도 그는 대미궁에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종족 위주로 다운 잼을 분배했다.
[대미궁에서 태어난 난쟁이들은 더 이상 추위에 떨지 않습니다. 그들은 비록 나가들만큼은 아니어도 냉기에 대한 상당한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서리 난쟁이 부족이 탄생하였습니다.] [얼어붙은 손발 탓에 위축되었던 기존의 난쟁이들을 대신하여 서리 난쟁이들이 꽁꽁 언 모루와 화로에 불을 지폈습니다.] [비활성화되었던 난쟁이들의 대장간이 다시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그렇게 태어난 난쟁이들은 대장간에 몰려들어 나가를 위한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긴 털 큰 엄니 멧돼지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들의 가죽은 전보다 더욱 두터워졌으며, 추위에 견디기 용이해졌습니다. 어지간한 크리쳐의 이빨은 그들의 가죽에 닿기도 전에 질기고 억센 털에 막힐 것입니다.] [나가들이 새롭게 탈 것이 생겼습니다.] [나가 투사들 중 일부가 나가 돌격대가 되었습니다.]새롭게 태어난 종족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적으로 추위에 대한 내성을 얻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종족들은 나가들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순종적이었느니, 마치 처음부터 나가들과 함께한 이들이라고 해도 믿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뒤늦게 대미궁에 합류한 이종족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서리 나가 일족이 탄생했습니다.] [서리 나가들은 몸속의 피조차 얼어붙은 듯 냉철하고 잔인한 성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미궁을 위협하는 모든 존재에게 무한한 증오를 표출합니다.] [서리 나가들은 극지의 전투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은 주변의 냉기가 강해질수록 더욱 더 민첩하고 강인해집니다.] [서리 나가들의 손톱과 송곳니에 적중당한 적은 순간적으로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냉기를 느낍니다.]기존의 ‘나가 용사’가 ‘서리 나가 용사’가 되었고, 투사, 용기사, 마법사들 역시 각기 ‘서리’의 나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개개인의 전투력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집단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예요.”
나가 하나하나의 힘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서리 나가들은 수가 모일수록 더욱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병종의 구분을 떠나 그 수가 일백에 이르면 일시적으로 서리의 전장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집단전에서 나가들을 당할 적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병력 구성을 서리 나가들의 특징에 맞게 재편하라.”
김진우는 나가들을 백오십 단위로 묶어 각기 하나의 부대를 만들었다. 병과별로 구분되어 있던 나가 부대들이 온갖 병종이 뒤섞여 혼합 전투 부대로 태어났다.
그렇게 새로 재편된 전투 부대들은 비록 과거의 용기사 부대처럼 신속하지도, 용사 부대처럼 단단하지도, 투사 부대처럼 맹렬하지도 않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만능 부대가 되었다.
“과연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을까?”
“9층에서라면 기존의 소수 단일 병종 부대들이 더 위력적일지 몰라요. 하지만 앞으로 주인님께서 나서야 할 전장은 저층이 아닌 심층이 될 거예요. 심층의 넓은 전장에서라면 지금처럼 서로를 보조할 수 있는 병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거랍니다.”
얼핏 보기에는 전보다 통일성 없는 부대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진우에게 도미니크가 고개를 저어보였다.
“하기야 10층마저 무주공산이 된 마당에 9층을 침범할 이들은 없겠지.”
설령 누군가가 침입한다고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모아이들에게 1차적으로 저지당할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아 그 무리를 뚫고 대미궁에 접근한다고 해도 탐욕스러운 대미궁이 그들을 그대로 둘 리가 없었다.
“좋아, 부대의 편성은 앞으로도 도미니크에게 일임하겠어.”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 새롭게 만들어진 부대를 인가해 주었고, 도미니크는 절대로 후회시키지 않겠다며 가슴을 두들겨 보였다.
“다이달로스는?”
다이달로스는 미미르가 남기고 간 큰 머리 난쟁이의 이름이었다.
“자신의 일족과 함께 대미궁을 살펴보겠다며 자리를 비우더니, 도통 돌아오지를 않네요.”
“하기야. 참고할 것 없이도 대미궁의 복원품을 만들어낸 외골수다. 이렇게 좋은 샘플이 있는데 가만있을 리가 없지.”
미궁 설계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른 것에는 일절 관심조차 주지 않고, 미궁의 구조에만 몰두하던 다이달로스를 떠올린 그가 기대 반, 걱정 반인 얼굴로 중얼거렸다.
“제발 나가 마법사들처럼 사고만 안치면 좋으련만.”
이미 큰 머리 난쟁이들이 나가 마법사들 못지않게 광적인 집착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그들이 부디 사고 치지 않고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무참하게 박살 나고 말았다.
고오오오오.
어느 날인가 대미궁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싶어 서둘러 병력을 이끌고 소란의 근원지로 향하니, 다이달로스를 비롯한 큰 머리 난쟁이들이 미궁의 경계에 걸터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다이달로스?”
이건 또 뭐하는 짓인가 싶어 서둘러 다가간 그의 눈에 대미궁의 외벽에 무언가를 새겨 넣는 다이달로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단단하기가 그지없는 대미궁의 벽이 작은 난쟁이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움푹 들어가고 다시 튀어나오고를 반복하는 게 여간 기괴한 것이 아니었다.
그어어어어.
게다가 한술 더 떠 포악한 대미궁이 다이달로스의 손길에 비명을 질렀다. 수천의 폭도들을 집어삼키고 그 이상의 모아이들을 잡아먹은 대미궁의 본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아냐, 아냐. 틀렸어.”
그의 부름에도 대답조차 않고 한참 벽에 무언가를 새겨 넣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던 다이달로스가 별안간 양손을 휘저어 대미궁의 벽을 문질렀다.
“음?”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작고 미약한 손길에 대미궁이 요동쳤다. 이제껏 확장을 거듭해오며 단 한 번도 움츠리지 않았던 대미궁의 경계가 움푹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지금 뭘하는 거지?”
그 모습이 꽤나 신기했던지라 그는 성큼 다가가 다이달로스의 앞을 막아섰다.
“아, 미궁의 모습이 하도 중구난방에 비효율적이라 제 나름대로 손을 보려던 참입니다.”
여전히 어눌하기만 한 말투였지만, 그 내용은 절대 범상치 않았으니 이제껏 그저 신비로만 남겨두었던 대미궁을 제 입맛대로 바꾼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자세히 설명하라.”
전에 없이 눈을 빛내며 김진우가 관심을 보였다.
“지금의 미궁은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확장을 거듭해 구조적인 이점도 뭣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나중에는 미궁의 크기만큼이나 수많은 입구와 출구가 생겨나 누가 들고 나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릴 겁니다.”
그 뒤로도 다이달로스가 한참이나 대미궁의 현재 상태에 대해 떠들어댔지만, 나가 마법사들이 그러했듯 이 미궁에 미친 설계자 역시 제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늘어놓았다.
그중에서 그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였다. 지금의 미궁이 무분별한 확장으로 응당 가져야 할 복합적 구조의 이점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대로 두었다가는 밤이 새도록 떠들어댈 다이달로스의 입을 막아버린 김진우가 물었다.
다행스럽게도 다이달로스는 그를 두려워했고, 감히 그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다.
“미궁을 지금의 십분지 일 규모로 축소시켰다가 다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확장시켜야 합니다.”
“끄응.”
하지만 다이달로스가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상태로 확장하면 거주민들조차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침입자는 쉽게 미궁의 중심에 달하는 엉망진창의 미궁이 되고 맙니다.”
다이달로스는 지금의 대미궁이 얼마나 조잡한 것인지 한참을 떠들어댔다.
“건방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따라왔던 헤임달이 다이달로스에게 으르렁거렸다.
고대의 영웅급 소환수들에게 있어 대미궁은 그저 하찮은 구조물이 아니었다.
하이로드의 상징이었으며, 그들이 잃어버렸다가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되찾은 고향이었으니 그 기세가 사나운 것도 당연했다.
“그대로 두어라.”
김진우가 그런 헤임달을 물리치고는 다시 다이달로스를 채근했다.
“쓸데없는 소리로 원성을 살 생각 말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거라. 다시 한 번 미궁의 규모를 십분지 일로 줄여야 한다는 소리를 한다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네놈을 새벽닭에게 넘겨주겠다.”
때를 맞춰 날카로운 부리를 딱딱거려 보이는 헤임달의 모습에 다이달로스가 창백한 얼굴을 해보였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지금의 반 정도로 줄이는 것으로 어떻게 다시 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요구가 이루어졌지만 김진우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미궁의 규모를 십분지 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 번들거리는 눈빛이 나가 마법사의 그것과 하도 흡사해 으름장을 놓았던 것인데 결국 예상이 맞아버렸다.
이 미궁에 미친 미궁 설계자는 황당하게도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문제를 확대 보고한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미궁의 규모를 줄여놓고 입맛대로 대미궁을 주물럭대는 게 다이달로스의 원래 계획이었으리라.
하지만 김진우 역시 나가 마법사들이라는 괴짜를 상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었으니 쉽게 속아 넘어갈 턱이 없었다.
“반 정도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겠군.”
처음에 외곽부에 자리를 잡았던 이종족들은 대미궁이 확장을 거듭한 탓에 어느새 상당히 중심부에 놓이게 되었다.
그중에 절반 정도의 지역을 잘라낸다면 다이달로스가 요구한 규모로 미궁을 줄이는 것도 가능할 듯했다.
“좋아, 미궁을 반으로 줄이겠다. 단, 또 다시 사리사욕을 위해 허튼 수작을 부리면 그때는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놓으리라. 어차피 그대를 대신할 이는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다이달로스의 시선이 슬쩍 다른 큰 머리 난쟁이들을 향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들 역시 분명 미궁 설계자의 피를 이었다.
하물며 ‘서리’라는 호칭을 획득한 그들은 대미궁의 지배자에게 충성스럽기까지 했으니, 정말로 위기감이 느껴질 만한 상황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그래도 말이 통하니 다행이군.”
아마도 나가 마법사들이었다면 여기서 한 번 더 사고를 쳤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미궁 설계자는 그 정도로 정신이 나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다이달로스에게 대미궁 재건 계획을 일임한 김진우는 다시 오너 룸으로 향했다. 대미궁의 재건 계획은 온당한 지배자인 그가 시작해야 했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