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Odyssey RAW novel - Chapter (259)
던전 견문록-259화(259/319)
# 259
던전 견문록
제 260 화
온몸에 힘이 차오른다. 이제껏 경험해본 적 없는 압도적인 기력. 하지만 그 지독한 충만감보다 더욱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도무지 해갈할 수 없는 끔찍한 갈증이었다.
두근. 두근.
그런 김진우의 앞에 약동하는 심장이 있었다. 망설임은 사치였다. 그는 뭔가에 홀린 듯 그 심장을 물고 뜯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맹우들의 지배자, 전뇌 공작 알리토스는 진정한 심층의 지배자입니다. 그가 지닌 뇌전의 권능은 순수한 파괴의 힘입니다.] [짜릿한 뇌전의 맛은 탐욕스러운 악룡의 식사로는 더할 나위가 없이 훌륭합니다.] [전뇌 공작 알리토스의 심장을 섭취합니다.]눈앞을 가득 메우는 메시지도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더운 피를 아무리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에 그는 더욱 더 맹목적으로 머리를 파묻었을 뿐이다.
[맹우들의 지배자, 전뇌 공작이 품고 있던 기운은 그야말로 순수한 에너지의 결정체였습니다.] [그 막대한 에너지를 심장 채로 흡수한 탐욕의 권능이 순식간에 포만감 100%를 돌파하여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탐욕의 권능(2등급)이 탐욕의 권능(3등급)이 되었습니다.] [탐욕의 권능이 3등급에 이르며, 고유 권능 ‘포식(捕食)’이 ‘폭식(暴食)’이 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진정한 포식자의 권능이 이제는 만족을 모르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폭식의 권능이 추가되었습니다.] [탐욕의 권능이 능력 더 크고 강력한 사냥감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정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상대할 수 없는 강대한 적마저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족할 줄 모르는 끝없는 탐욕을 마주한 상대는 저절로 몸이 굳고 영혼이 제압당합니다. 어쩌면 그 압도적인 탐욕에 질린 상대는 제 스스로 심장을 꺼내 바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장 자체를 섭취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흉악할지 몰라도 굉장히 효율이 좋은 행동이었습니다.] [피식자의 능력이 온전하게 흡수되었습니다.] [심층의 진정한 지배자들에게만 허락된 권능의 숨결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전뇌 공작의 숨결은 뇌전의 기운을 담은 파괴적인 것이었습니다. 상당한 기력을 소모하여 뇌전의 숨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탐욕의 권능이 한 등급 상승하여 폭식의 권능을 얻었다. 거기에 더해 공작들에게만 허락된 고유 능력 역시 얻을 수 있었다. 엄청난 소득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말의 기쁨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지독스러울 정도로 강대한 기운을 흡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증에 시달렸고, 그 목이 타는 듯한 고통을 해갈해줄 상대를 찾아 눈을 굴렸다.
그런 그의 눈에 방금 전에 흡수했던 전뇌의 기운에 못지않은 기운을 지닌 거대한 백곰이 보였다.
***
처음 숙적, 타루스들의 왕이 전승의 사령관에게 당했을 때까지만 해도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해묵은 원한이 풀리는 듯한 기분에 그는 정말로 기뻤고, 곧 손에 들어올 전리품에 환호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을 뿐이다. 그는 이내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나름대로 보험을 든다고 이래저래 뿌려둔 씨앗이 가장 끔찍한 형태로 발아한 꼴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싹은 금세 거대한 식충식물이 되어 자신을 위협하고 있었다.
아그작. 아그작.
뼈를 바수고 살을 씹는다. 약육강식이 전부인 지저에서 늘상 들어왔던 소리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소리가 그토록 공포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는 떨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저 흉측한 괴물 아래 신음하는 숙적의 모습이 비참하기만 했다.
필사적으로 사지를 버둥거리며 괴물의 주둥이를 떨쳐내려는 그 행동이 마치 자신의 몸짓 같아 그는 난생 처음으로 한기를 느꼈다.
“크으.”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몸만 떨어대고 있을 수는 없었다.
불행하게도 저 끔찍한 괴물이 선 이곳은 자신의 성이자 요새, 몰아내지 않으면 핵을 침범당하든, 괴물에게 잡아먹히든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굳어버린 몸을 억지로 움직여 그것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을 향했다. 괴물이 식사에 집중해 있는 동안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게 도리어 자신의 목을 조이는 악수가 될 줄이야.
완전히 얼어붙어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그가 취한 작은 움직임은 유달리 도드라졌다.
아그작거리며 전뇌 공작의 육신을 집어삼키던 괴물이 고개를 돌렸다.
“아…….”
눈이 마주친 순간 괴물이 흉측한 주둥이를 쫙 찢어 보이며 웃었다.
***
우르수스들의 왕은 전력을 다했다. 이 노련한 백곰은 필요하다면 제 수하들 뒤로 몸을 숨기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았으며, 함정과 권능을 번갈아 이용하며 어떻게든 악룡을 몰아내려 했다.
“이런…….”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한 모든 노력은 아주 잠깐의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그는 결국 뻥 뚫려버린 가슴께에서 벌컥대는 자신의 심장을 마주해야 했다.
“내가 말도 안 되는 괴물을 깨웠군…….”
피가 울컥대는 턱을 덜그럭거리며 그렇게 그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남겼다.
나름대로 승산이 있어 벌인 전쟁, 하지만 숙적의 최후를 위해 준비했던 교수대의 밧줄이 자신의 것이 될 줄이야. 공작은 자신의 멍청함을 자조했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탈력감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현명한 백곰들의 왕, 겨울 공작 불라베스는 전뇌 공작 알리토스와 오랜 세월을 맞서 싸운 강자입니다. 그가 지닌 빙한의 기운은 알리토스의 뇌전에 못지않습니다.] [불라베스와 알리토스는 오랜 세월 동안 자웅을 겨뤄 온 숙적입니다. 비록 그들이 바라던 방향은 아니었을지언정, 오랜 대립 속에서 만들어진 증오의 고리를 잘라낸 당신의 위업은 분명 대단한 것입니다.] [강대한 공작들을 상대로 믿을 수 없는 승리를 얻은 당신의 위업에 온 지저가 감탄합니다.] [이제껏 당신의 존재를 몰랐던 가장 깊은 층의 지배자들이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몇은 당신을 경계하고 주시할 것입니다.]평소였다면 심층 공작들의 관심을 샀다는 메시지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진우는 여전히 갈증에 시달렸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를 지배하는 것은 오직 식욕뿐이었다.
하지만 두 공작이 쓰러지는 바람에 주변에 남은 것은 주인과 운명을 함께한 황소와 백곰들의 시체뿐이었다. 더는 그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허기를 채워줄 상대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죽음만이 내려앉은 여기와는 달리 생기가 잔뜩 모여 있는 곳, 그곳에 동쪽 미궁의 군대가 있었다.
***
전투가 끝난 지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김진우는 여전히 악룡의 용태를 벗지 못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그는 점점 더 끔찍한 괴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나마 흑룡과 비슷하던 외양은 이제 완전히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이 되었고, 이제 막 흡수하여 채 소화시키지 못한 두 공작의 기운이 수시로 주변에 휘몰아치며 하얗고 푸른 기운이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아…….”
한참을 어기적거리며 걷던 그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여기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또 무얼 하려던 것인지 잊고 말았다.
뒤늦게 상황을 깨달았지만, 정신이 돌아온 것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을 뿐이다.
민활하게 굴리던 눈마저 금세 풀린 채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다 다시금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강대한 공작을 둘이나 먹어치웠음에도 여전한 허기, 그 끝없는 탐욕이 그를 완전히 잠식한 것이다.
“크르르르르르.”
거칠게 목을 울려대며 나아가는 그 모습이 흡사 악의에 오염된 모아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허기를 채우기 위해 헤맸을까. 맹목적인 그의 발걸음을 잡는 미약한 기운이 있었다.
“크으으.”
그는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멀리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 어쩌면 이 끔찍한 허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를 생기가 잔뜩이다.
하지만 강렬한 기운은 멀리 있고, 미약하나마 순수한 생명력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고민도 잠시, 그는 이내 미약한 기운이 제 발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는 만찬 전에 에피타이저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크르르르르.”
잠시 시간이 지나자 기다렸던 작은 생명력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목을 울리며 천천히 입을 벌렸다.
두려움을 모르던 맹우와 백곰들마저도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던 끔찍한 괴물이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작은 생기의 주인은 두려운 기색도 전혀 없이 오히려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주인님!”
당장에라도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생기를 먹어치울 듯 덜그럭 거리던 흉측한 주둥이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주인님! 정신 차리세요!”
***
배가 고프다. 목이 마르다.
단 하나의 감정이 지배하던 김진우의 의식 세계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단단한 비늘 안쪽이 간질거리는 느낌, 생경하지만 싫지 않았다.
하지만 파문은 그저 파문이었을 뿐, 이내 그는 다시금 고개를 쳐드는 허기와 갈증에 집어삼켜졌고 작게 일어났던 소요는 금세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다.
“크륵.”
작은 생기, 이 보잘 것 없는 기운이라도 들이마시면 나아질까. 그는 타는 듯한 갈증에 목을 쭉 내밀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 혼란스러웠고 고통스러웠다.
당장 벌렸던 입을 다물기만 해도 허기를 달랠 수 있다. 비록 그 이후에 다시 더 큰 허기가 찾아올지라도 잠깐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몇 번이나 힘주어 닫으려던 턱이 굳어버린 것을 느꼈다.
“……!”
귀가 웅웅댄다.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했던 파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방금 전보다 더욱 큰 파문이 되어 그를 흔들었다.
파문이 이윽고 파도가 되었고, 이내 소용돌이가 되었다.
오직 식욕만이 지배하던 그의 의식이 마침내 사고를 하기 시작했고, 뒤늦게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진한 감정의 편린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움, 반가움, 그리고 안타까움.
“…인……!”
한 점 삿됨 없는 절절한 감정이 어느새 온몸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주… 님!”
바람 소리처럼 웅웅대며 귓가에 맴돌던 소음이 마침내 하나의 음성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음성을 듣는 순간 그는 정신이 돌아왔다.
“주인님!”
그런 그의 눈앞에 눈물 가득한 얼굴, 사랑스러운 나가 시녀의 얼굴이 보였다.
“도… 미니크?”
“주인님!”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 맹목적인 애정과 충성이 가득한 음성이 악룡의 용태를 뚫고 의식에 닿았습니다.] [원념과 욕망, 요사스러움과 집착에 오염되었던 나가라자의 청정이 회복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