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Odyssey RAW novel - Chapter (35)
던전 견문록-35화(35/319)
# 35
던전 견문록
제 36 화
던전 베이비가 아닌 오너 김진우의 능력은 대단했다. 어지간한 던전 베이비라도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전장을 누비며 교룡들을 학살하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전신과 다름이 없었다.
[게이트를 넘어설 경우 능력 증폭의 효과가 사라집니다.]한창 날뛰어대는 통에 게이트를 넘어설 뻔한 김진우는 황급히 물러났다.
아슬아슬하게 증폭의 효과 범위를 벗어나는 것만큼은 모면한 그는 전황을 살펴보았다.
증폭 효과 덕에 교룡들을 다시 게이트 밖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밀려난 교룡들이 한참을 뒤로 물러섰다.
교룡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김진우가 걸리적거리는 교룡의 사체를 걷어차 내고는 빨갛고 하얗게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된 칼날을 털어냈다.
‘주인님, 교룡의 선발대가 겁을 먹고 물러나고 있어요!’
도미니크가 격앙된 음성으로 외쳤다.
“이긴 건가?”
오르테아가가 질린 음성으로 도미니크의 말을 받았다.
“아니. 고작 선발대일 뿐이야. 본대는 아직 오지도 않았어.”
진짜 전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김진우가 나가들의 대열을 정비했다.
미궁 안에서 능력이 증폭되는 건 오너뿐만이 아닌지 나가들도 대부분이 체력을 회복한 모습이다. 심한 부상을 입은 퀀투스마저도 힘이 증폭된 나가 사제의 치유 주문 덕에 완전히 멀쩡한 모습을 찾았다.
“음, 근데 이게 무슨 소리지?”
교룡들이 이상할 정도로 멀리 물러난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김진우는 오르테아가의 음성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쿠오오오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기이한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잠깐, 땅이 울린다.”
그렇게 말한 오르테아가가 바닥에 귀를 바짝 들이댔다.
“뭔가 이상해.”
불길한 예감이 고개를 쳐들었다. 초조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고 오르테아가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개중 몸이 약한 도미니크가 휘청거릴 정도의 진동에 오르테아가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뭔가 오고 있어!”
“뭐?”
김진우가 반사적으로 교룡을 살펴보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지 대열을 정비하며 돌격을 준비하는 교룡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 저들이 아냐!”
갑작스레 몸을 일으킨 오르테아가가 거칠게 외치며 미궁의 벽을 가리켰다.
“이쪽이다!”
“그쪽은…….”
바로 그때 게이트 안쪽의 벽이 쩍 하고 갈라졌다.
쾅!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미궁의 한쪽 벽면이 완전히 무너졌다.
[미궁의 벽이 공격 받았습니다. 무지막지한 충격에 미궁의 내구도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미궁의 내구도가 떨어졌습니다.] [충격의 여파로 미궁의 벽이 완전히 무너져 새로운 통로가 생겼습니다.]가뜩이나 정신없는 상황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김진우가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는데 벽이 무너지며 강제로 생긴 통로 너머에서 거친 포효가 들려왔다.
“이런 미친!”
통로 너머에서 번뜩이는 거대한 눈동자 한 쌍을 본 김진우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롭게 뚫려 버린 통로 너머에는 이제껏 보아온 그 어떤 크리쳐보다 몇 배는 거대한 교룡이 주둥이를 쩍 벌리고 있었다.
“설마 강제로 뚫고 들어온 건가!”
오르테아가의 외침에 김진우가 빠르게 나가들을 뒤로 물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교룡은 당장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김진우는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물러서! 무너진다!”
[미궁의 벽이 공격 받았습니다. 무지막지한 충격에 미궁의 내구도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미궁의 내구도가 떨어졌습니다.] [미궁의 벽이 공격 받았습니다. 무지막지한 충격에 미궁의 내구도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미궁의 내구도가 떨어졌습니다.]갑작스레 나타난 교룡이 마구잡이로 그 거대한 몸을 흔들어대며 통로를 확장시킨 것이다.
빠르게 떨어지는 미궁의 내구도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김진우는 곧장 나가들의 대열을 정비해야 했다.
뿌우! 뿌우! 뿌우!
짧은 뿔 나팔 소리, 그리고 멀리서 돌격을 준비하고 있던 교룡의 선발대가 다시 돌격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벽을 무너뜨리고 나타난 거대한 교룡의 몸을 넘어 새로운 교룡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룡왕 아낙스투스의 본대가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불시의 기습에 미궁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나가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던전 오너의 영향력 덕에 나가들은 빠르게 혼란을 수습했습니다.] [나가들이 오너의 새로운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수문장 앞으로! 퀀투스! 용사들과 방진을 만든다!”
타의에 의해 강제로 생겨난 미궁의 공터에 적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김진우는 오너 룸과 멀지 않은 등 뒤의 통로를 돌아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오르테아가! 더 이상의 후퇴는 용납 못한다!”
“누가 도망친다고!”
이번만큼은 오르테아가도 제대로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잇새로 유황불을 내뿜으며 사납게 외쳤다.
이곳이 뚫리면 곧장 미궁의 핵까지 논스톱으로 연결되고 만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물러서지 마라!”
김진우가 사납게 외치며 칼을 고쳐 잡았다.
바로 그 순간 교룡들의 선발대와 본대가 동시에 짓쳐들었다.
***
“이런…….”
전황은 좋지 않았다. 좁은 통로를 의지하여 싸우던 이점이 사라진 나가들은 백 마리가 넘는 교룡의 파상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거대한 교룡이 난동을 피우며 미궁의 통로를 강제로 확장시키고 있는 탓에 전투에 참전하는 교룡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주인님! 이대로라면 오래 버틸 수 없어요! 벌써 전사자가 나오고 있어요!’
전황이 워낙에 급박한지라 나가 일꾼들마저 전투에 참전했다가 학살을 당했다. 나가 일꾼뿐만이 아니었다.
다섯밖에 되지 않는 나가 용사 중 벌써 둘이 교룡들에게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이 개 같은 놈들!”
나가의 푸른 피가 가득 덮인 바닥을 바라보던 김진우가 거칠게 칼을 휘둘렀다.
키엑!
턱 밑의 약점을 꿰뚫린 교룡이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벌써 서른 마리에 가까운 교룡을 쓰러뜨렸지만 전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절망적인 상황에 도미니크가 덜덜 몸을 떨었다.
“아니! 버틸 수 있어!”
있는 힘껏 교룡들을 베어 넘기면서도 김진우는 수시로 업그레이드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업그레이드 완료까지 00:30:06초 남았습니다.]30분! 불과 30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이제 30분만 버티면 더욱 강력한 나가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
“반시간만! 반시간만 버텨다오!”
김진우가 절규하듯 외쳤지만 전황은 여전이 암담하기만 했다. 결국 입술을 악다문 김진우는 후퇴 명령을 내렸다.
“통로 앞으로 나서지 마!”
거대한 교룡이 강제로 확장한 통로가 벌써 미궁의 절반가량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교룡은 점차적으로 미궁의 외곽부터 통로를 무너뜨릴 뿐 단숨에 오너 룸으로 향하지는 않았다.
만약 거대 교룡이 처음부터 미궁의 핵을 노렸다면 나가의 미궁은 진즉 무너졌을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밀려났는지 이제는 돌아보면 바로 오너 룸이 보일 지경인지라 김진우와 나가들은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었다.
황급히 물러나는 바람에 나가 용사 하나가 더 희생되었다. 이제 남은 병력이라고는 오르테아가와 퀀투스, 그리고 나가 용사 둘, 마법사와 사제, 궁수 하나뿐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절대적인 병력의 열세였다.
공터를 가득 메운 교룡들의 흉측한 비늘을 바라보고 있던 김진우가 나가들을 바라보았다.
전투 중에도 눈부신 성장을 이룬 퀀투스는 어느새 상대 영웅을 맞아 대등한 전투를 보이고 있고, 처음의 실수를 만회라도 할 생각인지 오르테아가는 필사적으로 교룡들을 밀어냈다.
남은 나가들 역시 전부 실력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하지만 모든 게 소용없었다. 비록 비좁은 통로를 의지해 다시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전력이 너무도 부족했다.
결국 김진우는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교룡들을 휘젓고 다녀야 했다. 눈앞이 노래질 정도로 피로도가 급증했지만, 그나마 미궁의 증폭 효과로 버텨낼 수 있었다.
“퀀투스! 절대로 뚫리면 안 된다!”
“이 퀀투스! 목숨 바쳐 명을 받듭니다!”
온몸에 상처를 가득 매달고도 퀀투스가 기세 좋게 외쳤다.
이미 영웅급 교룡들은 후열로 물러난 지 오래였다.
퀀투스와 오르테아가의 힘을 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는지 영웅급 교룡들은 영악하게도 집요하게 수하를 보내 그들을 괴롭혔다.
“카악! 이 도마뱀 같은 놈들이!”
화가 난 오르테아가가 일순간 교룡들을 밀쳐내더니 허리를 뒤로 젖히며 볼을 부풀렸다.
화아아악!
드라칸의 용을 닮은 주둥이 끝으로 일순간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유황냄새 가득한 그 숨결에 교룡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그 순간 김진우가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마법!”
짧은 외침에 이제껏 힘을 모으고 있던 나가 마법사가 주문을 외웠다. 중급에 오르며 힘이 강화된 데다 미궁의 증폭 효과까지 받고 있던 나가 마법사의 주문은 전과 차원이 달랐다.
순식간에 바닥에 얼음이 깔리며 교룡들의 다리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퀀투스! 오르테아가!”
그렇게 굳어버린 교룡들에게 퀀투스와 오르테아가가 달려들었다.
쩡!
단단하기 그지없는 교룡의 다리가 얼음째 그대로 박살이 났다.
김진우를 필두로 퀀투스와 오르테아가가 교룡들을 휩쓸고 다니며 얼어버린 교룡들의 다리를 두들기고 베어냈다.
“그만! 물러난다!”
그들의 활약에 고무된 나가 용사들과 수문장이 뛰쳐나오려는 것을 제지한 김진우는 퀀투스와 오르테아가도 불러들였다.
“멈춰! 주문이 사라졌다!”
이제껏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교룡들에게 시달리던 터라 오랜만의 공세에 흥분한 모양이다.
오르테아가와 퀀투스가 뒤늦게 녹아버린 교룡들의 다리를 보고는 황급히 물러섰다.
나가들이 다시 방진을 이루었다.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방패의 벽을 세운 나가들을 향해 뒤늦게 교룡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마법은 사라졌어도 냉기에 노출되었던 다리는 아직 온전하지 않은지 그 동작이 굼뜨기만 했다.
‘어쩌면…….’
눈에 띄게 줄어버린 교룡들을 보며 김진우는 마지막 힘을 쥐어짰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작스레 멀리서 뿔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뿌우우우우우! 뿌우!
길고 짧은 나팔 소리가 들리자 갑작스레 교룡들이 목을 울려대며 기세를 북돋았다.
크아아아악!
변해 버린 건 기세뿐만이 아니었다. 교룡들의 공격이 한층 더 매서워졌다. 그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제 몸도 돌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하다못해 다리가 터져 나가고 잘려 나간 교룡들마저도 양손으로 바닥을 기어 턱을 덜그럭거리며 달려들었다.
“버텨! 버텨내!”
이제 막 미궁의 업그레이드까지 15분을 남겨둔 상황, 김진우는 악을 쓰며 나가들을 독려했다.
뿌우우우우우!
다시 뿔 나팔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런데 그 뒤를 따르는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악바리처럼 달려드는 교룡들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를 발견한 순간, 김진우의 눈앞에 새빨갛게 점멸하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교룡왕 아낙스투스가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모든 교룡의 능력이 향상되고 아군의 사기가 감소합니다.] [던전 오너 김진우의 막강한 카리스마 덕에 나가들이 금방 정신을 수습했습니다.]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지금이 딱 그 짝이었다. 갑작스러운 교룡왕의 등장에 김진우는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아낙스투스…….”
[현재 업그레이드 완료까지 00:13:33초 남았습니다.]미궁의 업그레이드가 완료되기까지 약 13분이 남았을 무렵, 마침내 모든 일의 원흉인 교룡왕 아낙스투스가 나타났다. 그리고 교룡왕을 발견한 김진우의 눈에서 시퍼런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퀀투스!”
“버텨 보이겠습니다!”
이제껏 수세를 지키고 있던 그가 날카롭게 외치자, 퀀투스가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포효했다.
“오르테아가! 부탁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온 오르테아가가 양손으로 김진우를 잡아 교룡들 너머로 힘차게 던졌다.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장식, 빨갛고 노랗고 파란 고삐를 매단 거대 교룡의 등에 타고 있던 교룡왕이 자신을 향해 짓쳐드는 그림자를 보고 기세 좋게 팔을 휘둘렀다.
송곳처럼 돌기가 잔뜩 돋아난 팔뚝, 그 우악스러운 손짓에 김진우가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외쳤다.
“아낙스투스!”
뒤늦게 상대를 제대로 확인한 교룡왕 아낙스투스가 필요 이상으로 당황해 눈을 부릅떴다.
“어째서 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