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Odyssey RAW novel - Chapter (39)
던전 견문록-39화(39/319)
# 39
던전 견문록
제 40 화
[새롭게 자리 잡은 미궁의 핵이 활성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 개의 핵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공명하기 시작했습니다.]어쩐지 급박한 메시지를 본 김진우는 긴장한 얼굴로 핵이 위치한 제단을 바라보았다.
크고 작은 두 개의 핵이 공명하며 파란 빛과 녹색 광채를 내뿜고 있다. 뒤늦게 자신이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지고 난 후였다.
[미궁의 핵이 공명을 마쳤습니다. 두 개의 핵이 완전히 연결되었습니다.] [기존의 핵(5등급)이 메인 코어, 새로운 핵(7등급)이 서브 코어가 되었습니다.] [메인 코어와 서브 코어의 등급이 다릅니다. 서브 코어가 온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서브 코어의 등급이 7등급에서 5등급으로 임시 조정되었습니다. 미궁의 등급이 오르면 서브 코어도 다시 본래의 힘을 찾을 것입니다.] [두 개의 코어가 등급 대비 효율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메인 코어의 던전 에너지 총수용량이 (1700)에서 (2500)이 되었습니다.] [다운 잼의 던전 에너지 환산율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앞으로는 같은 다운 잼을 사용해도 더욱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것입니다.]정신없이 쏟아지는 메시지를 보며 김진우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서브 코어의 등급이 재조정되었을 때는 찡그리던 얼굴이 효율이 상승했다는 메시지를 보고는 다시 활짝 펴졌다.
[메인 코어의 ID ‘나가의 심장’이 서브 코어의 ID ‘교룡의 심장’과 만나 완전히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소환 가능한 소환수 목록에 새로운 소환수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설물의 건설이 가능해졌습니다.]마침내 두 개의 핵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을 때, 김진우는 참고 있던 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주인님?’
던전 오너가 아닌 이상에야 그저 두 개의 핵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 외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도미니크의 긴장 가득한 얼굴을 보며 그가 말했다.
“성공이야.”
도미니크가 그의 대답을 듣고는 환호를 내지르려는데 김진우가 쓰게 웃으며 선수를 쳤다.
“근데 완전히 다 잘된 건 아니야. 교룡의 핵에 축적되어 있던 던전 에너지 반 이상이 날아갔어.”
‘아…….’
거의 최상급 다운 잼 하나에 달하는 던전 에너지가 소실된지라 김진우도 도미니크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소환 가능한 소환수의 목록을 확인해 본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가 기수(6등급) (140)
*유구한 나가의 역사에도 없는 새로운 병종입니다. 사나운 교룡 중에서도 가장 날래고 발이 빠른 교룡을 길들인 나가 기수들은 교룡 위에서 어느 누구보다 용맹하게 싸울 것입니다. 기병용 창을 앞세운 나가 기수들의 돌진력은 밀집한 대열을 돌파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대장간의 등급이 부족합니다.
□거대 교룡 전투 병기(7등급) (1510)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교룡은 수십의 나가를 태우고도 지치지 않는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입니다. 나가 궁수나 장거리 순찰자, 마법사를 태운 이 거대 전투 병기는 적에게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덩치만큼 커다란 공간이 필요해 활약할 기회가 그다지 없습니다. 게다가 그 거대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끔찍할 정도로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합니다.
-대장간의 등급이 부족합니다.
거대 교룡이라면 나가의 미궁을 쑥대밭으로 만든 무지막지한 놈이다.
통로를 아예 새롭게 개척한 황당한 업적에 다소 구미가 당기긴 했지만, 소환에 필요한 어마어마한 던전 에너지를 보자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이건 못 쓰는 놈이군.”
강력함에 비해 비용과 제약이 많은 놈이라 좁은 통로가 대부분인 지저에서는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그에 반해 나가 기수는 꽤나 매력적인 병종이었다.
투사를 소환할 수 있게 되며 부족한 공격력이 보충되었지만 여전히 미진함을 느끼고 있던 차다.
돌파력이 강한 나가 기수라면 대치 상태에서 꽤나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쪽도 당장 전력화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장간하고 연구실을 업그레이드하고 일꾼들을 늘려.”
김진우는 두 개의 코어에 보관된 각각 2000 이상의 던전 에너지를 보며 기존의 시설물을 전부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건물들을 건설하라 지시했다.
순식간에 전체 던전 에너지의 40프로가 넘는 에너지가 사라졌다. 오늘따라 유독 지출이 큰 것 같아 속이 쓰렸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그는 꾹 눌러 참았다.
‘저도 그럼 일꾼들의 작업을 감독하러 가보겠습니다. 일꾼들은 성실하기는 하지만 도무지 효율이라는 것을 모르니까요.’
명령을 받은 나가 일꾼들이 부지런히 미궁의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고 그 뒤를 따라 도미니크마저 사라졌다.
휑하니 비어버린 오너 룸에 앉아 있던 그는 뒤늦게 묘인족의 여인을 떠올렸다.
백 선생에게 수인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게 벌써 1주일이나 지났건만 이제야 그녀가 기억난 것이다.
“음, 아직도 주점에 있으려나.”
습관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는 뒤늦게 도미니크가 자리에 없음을 깨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생각이 나자 갑자기 묘인족 여인의 존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아직 있었나?”
주점에 도착한 김진우는 일전에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극진한 공경의 예를 표하는 묘인족 여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제 몸을 돌볼 생각도 못하고 납작 엎드려 몸을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유달리 안되어 보인 건 백 선생의 말을 듣고 난 이후이기 때문이리라.
“하나만 묻지. 왜 미궁을 떠나지 않았지?”
쓸모를 인정받아 충성을 맹세한 낭인족의 전사는 전황이 불리해지자 잽싸게 도망쳤다.
언제 미궁이 박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급박한 상황, 주점에 있었다고는 하나 그 위급함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묘인족 여인은 미궁을 떠나지 않았다.
그 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아아아…….”
하지만 김진우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어딘지 모르게 억눌린 신음 소리를 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한 그는 이내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건가?”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억눌린 소리를 내는 묘인족 여인을 보고 나서야 왜 지난번에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묘인족 여인은 벙어리였다.
“쯧.”
김진우가 저도 모르게 혀를 차자 묘인족 여인이 몸을 떨었다. 자신이 뭔가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아닌지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다.
마르긴 더럽게 말랐네.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살이 빠진 묘인족 여인의 앙상한 어깨를 바라보던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가의 미궁에 수인족이 먹을 적당한 음식이 있을 리가 없다. 도미니크가 미궁의 일원도 아닌 외부인을 챙겨줄 정도로 살가운 성격도 아니고, 지금까지 굶어 죽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이다.
그 모습에 괜스레 예전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여 김진우는 품을 뒤적거려 초콜릿 바 하나를 건네주었다.
미궁에 먹을 것이 없는 것은 자신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음식을 챙겨오고는 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바닥에 떨어진 초콜릿 바를 한동안 바라보던 묘인족 여인이 그게 뭔지도 모르고 냉큼 주워 품에 갈무리했다.
“껍질을 벗겨 먹어라. 조금이지만 허기를 달래줄 테니.”
그렇게 말한 김진우는 몸을 돌렸다. 사정이 딱하기는 했지만 이미 낭인족 전사에게 실망한 그인지라 또다시 수인을 거둔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하물며 그녀는 어떤 능력도 입증하지 못한 군식구에 불과했다.
지상에서라면 모를까, 지저의 그는 던전 베이비 김진우가 아닌 던전 오너 김진우였다. 하나하나 사정을 헤아려 챙겨주기에는 그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도 많았다.
“제길.”
주점을 막 나서려던 그는 순간 욕설을 내뱉었다. 다시 돌아선 그가 묘인족 여인에게 물었다.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있으면 내 곁을 따라다니던 시녀 기억나지? 그녀에게 보여주도록 해. 어쩌면 이 미궁에 네 작은 몸뚱이 하나 쉴 곳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한 그는 괜스레 거칠게 발을 놀리며 주점을 벗어났다.
정말이지 지저에서 이런 동정을 보이는 건 멍청한 짓이야.
웃는 것도 찡그린 것도 아닌 애매한 얼굴이었지만, 어쩐지 그의 표정이 방금 전보다 한층 더 밝아 보였다.
***
미궁을 나선 김진우는 다시 지저에 들어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일전에 쓰던 장비가 그대로 남아 있는지라 크게 준비할 것은 없었지만 몇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지도가 없었다.
전에 이준영이 전해준 지도에는 6층까지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마저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그것만으로 탐색을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번 탐사의 목표는 무려 7층이다.
“7층이요?”
오랜만에 만난 이준영은 반가움도 잊고 놀라서 소리쳤다.
“네. 최대한 세밀하게 나온 지도였으면 좋겠습니다. 값은 얼마가 되어도 좋으니.”
할 수만 있다면 9층까지의 지도를 모조리 구해 앞으로 미궁을 운영하는 데 참고하고 싶었지만, 당장 6층만 해도 지도에는 표기되지 않은 부분이 표기된 지역보다 훨씬 많았다.
9층의 지도라는 게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대체 혼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예요?!”
이준영의 경악성에 김진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장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단독으로 저층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5층도 아닌 7층까지의 지도를 요구하고 있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그가 차라리 미친놈처럼 보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참고용입니다.”
“그게 지금 말이 돼요? 아무리 진우 씨가 레벨 12의 던전 베이비라고 해도 이건 미친 짓이에요.”
이준영의 음성에는 불신보다는 우려가 가득했다.
“일이 틀어지면 한 몸 빼낼 재주 정도는 있습니다.”
하지만 김진우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같은 것을 요구할 뿐이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 그녀가 7층의 지도를 구해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심층의 던전 베이비들은 전부 진우 씨 같은가요? 하긴, 저층도 아니고 무려 심층에서 지상까지 살아 올라온 이들인데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네요.”
이제는 충격이 많이 가신 것인지 혼자 말하고 혼자 수긍하는 이준영의 모습에 김진우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값은 얼마가 되어도 좋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7층뿐 아니라 더 깊은 곳까지의 지도를 원합니다.”
“노력은 해볼게요. 하지만 7층 이상의 지저에 지도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군대라면 모를까.”
이준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는 말에 김진우가 뒤늦게 미안한 얼굴을 해 보였다. 자신이 매번 주는 것 없이 부탁만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그렇게 미안하면 밥이라도 한번 사든가요.”
그녀가 샐쭉하니 입을 내밀며 말했다. 그가 웃으며 언제든 약속을 잡으라며 이야기하자 그녀의 입가에 금세 미소가 매달렸다.
“근데 진짜 7층까지 혼자서 들어갈 건 아니죠?”
한참 화기애애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이준영이 다시 한 번 물었다. 김진우는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어 보일 뿐이었다.
“갈게요. 일단 구해는 보는데 너무 기대하지 말아요. 7층부터는 진짜 큰 팀이나 고 레벨의 던전 베이비이나 되어야 정보가 있을 거예요.”
그렇게 다소 자신 없다는 투로 이야기하고 떠난 이준영이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그녀는 김진우가 그토록 원하던 7층의 지도를 구해 오는 데 성공했다.
“이건…….”
“힘 좀 써봤어요. 찬식이가 다행스럽게도 군 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쪽 통해서 어렵사리 구한 지도예요. 아쉽게도 8층 아래로는 구하지 못했지만 7층까지는 제법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그녀의 말마따나 새로운 지도에는 7층의 상당 부분이 자세하게 표기되어 있었다.
이 정도의 지도를 구하려면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할지 세상사에 무관심한 김진우라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고마움보다는 미안함이 더 큰 얼굴을 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됐어요. 이제는 정말 목숨 빚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렇게 투덜거린 그녀는 다음에 만날 때는 톡톡히 대접 받을 거라며 자리를 떴다.
왠지 모르게 정신이 없는 기분이라 한동안 멍하니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고 있던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지도를 살폈다.
“만약 있다면 이쯤인가?”
한참이나 지도를 들여다보던 그가 지도의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중얼거렸다.
***
“후우.”
6층을 통과해 마침내 7층으로 내려가는 입구 앞에 선 김진우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무려 2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다른 탐색자들이 들으면 기함을 토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그는 무덤덤하기만 했다.
이제까지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고 험난한 일정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악마의 입처럼 아가리를 쩍 벌린 구멍 앞에 선 김진우는 이내 7층의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던전 베이비인 그조차도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별난 어둠, 그리고 기묘한 위화감, 6층에서 7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그렇게 그를 반겨주었다.
“흡.”
통로에 낀 칠흑 같은 어둠을 넘어선 그는 7층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뚫고 들어오는 짙은 피 내음에 무심코 숨을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