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Odyssey RAW novel - Chapter (41)
던전 견문록-41화(41/319)
# 41
던전 견문록
제 42 화
팡 하고 펼쳐진 그물이 수인족 여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곧장 탐색자들을 향해 달려들던 수인족 여성이 그물을 보고는 사납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바닥을 박차고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똑바로 해, 새끼들아!”
“2조!”
그 예사롭지 않은 몸짓에 탐색자들이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다시 그물이 날고 수인이 이번에는 천장을 거꾸로 타고 다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넓지 않은 통로를 이리저리 날뛰어대는 수인족 여성의 움직임을 본 사내가 이를 갈아붙였다.
“뭔가 이상해! 포획 포기하고 전투 대형!”
“뭐? 저 정도면 못해도 최상급…….”
“저건 길 못 들여! 그냥 죽여!”
역시나 지저에서 구를 만큼 구른 던전 베이비다운 판단이다. 하지만 그들이 잠깐을 망설이는 사이에 수인족 여인은 이미 선두의 일반 탐색자들에게 닿아 있었다.
“벙커!”
바디 벙커라 불리는 거대한 방패가 벽을 세웠다. 그리고 그렇게 통로 한 가운데에 생겨난 방패의 벽을 수인족 여인이 그대로 타고 넘었다.
지나고 나면 겨우 발소리만 들릴 정도로 쾌속한 움직임. 탐색자들이 일제히 석궁을 발사하고 창을 찔러댔지만 그 어떤 공격도 수인에게 닿지 않았다.
저건 못 막는다.
카모플라쥬 효과로 어둠에 숨어 탐색자들과 수인족 여인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김진우는 확신했다. 탐색자들은 저 수인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저층에서 태어난 던전 베이비들은 강하다. 하지만 피륙마저 튼튼한 건 아니었다.
칼에 찔리고 베이면 죽는 것은 던전 베이비나 일반 탐색자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수인은 그런 던전 베이비들의 공격을 피해낼 빠른 발이 있었고, 연약한 육신을 찢어발길 만큼 날카로운 손톱이 있었다.
“끄악!”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수인족 여인이 탐색자들을 뛰어넘어 던전 베이비들에게 닿았다. 그리고 학살이 시작되었다.
“이익!”
가장 먼저 수인에게 당한 것은 리더로 보이는 사내에게 구박을 당하던 던전 베이비였다. 이를 갈며 칼을 내지른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목 없는 시체가 되었다.
“우영아!”
이를 본 던전 베이비들이 일제히 수인을 둘러싸고 매섭게 공격을 가했지만 소용없었다. 수인은 지독스러울 정도로 공격을 이리저리 잘도 피해냈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이 헛발로 끝이 나는 사이 또 다른 던전 베이비가 내장이 쏟아질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이 죽일 년이!”
“죽어!”
동료의 죽음에 흥분한 던전 베이비들이 다시 필사적으로 공격했지만 수인의 몸에 닿기는커녕 희생자만 늘어갔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던전 베이비들이 몰살을 당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탐색자들의 편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김진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캬아아아아!”
자신이 만들어낸 참상, 그 참혹한 학살의 현장에 주저앉은 수인족 여성이 길게 울부짖었다.
승리의 포효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날카롭고 위태로운 울음소리가 유독 귀를 파고들어 김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캭!”
그 순간 길게 울부짖던 수인족 여인이 갑작스레 귀를 바짝 세우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앙증맞은 코를 벌름거리며 이곳저곳 날카롭게 훑어보는 것이 아무래도 어둠 속에 은신한 김진우의 존재를 눈치 챈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예민한 감각으로도 그의 정확한 위치까지 잡아내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로 등 뒤의 그를 두고 저리 다른 곳을 찾으며 고생할 리 없었다.
수많은 탐색자들을 학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작고 연약한 뒷모습, 희미하게 새겨진 호랑이의 그것과도 같은 줄무늬를 바라보던 김진우가 손을 뻗었다.
탐색자들이나 던전 베이비들의 죽음에 대한 값을 치르게 하려는 건 아니었다.
이미 죽은 희생자들이나 수인이나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은 마찬가지, 지저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그저 위험 하나를 미리 제거하고자 했을 뿐이다.
수인족 여성은 아무리 보아도 직접 탐색자들의 흔적을 찾고 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동하다 보면 다시 마주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리고 이 사납고 난폭한 수인족 여인은 그도 상대하기 까다로울 정도로 움직임이 민첩하고 은밀했다.
단지 그뿐이었다.
“컥!”
귀를 바짝 세우고 주변을 경계하던 수인이 불시에 목을 잡히고 억눌린 기침을 토해냈다.
“감정은 없어. 너나 저치들이나 그저 제 할 일에 충실했을 뿐이니까.”
굳이 말하자면 수인족을 사냥해 노예로 팔아먹는 저 탐색자들 쪽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캑캑!”
그의 나직한 음성에 가까스로 고개를 돌린 수인이 눈에서 시퍼렇게 귀화를 내뿜었다.
인간을 향한 맹렬한 적개심, 보지 않아도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을 거라는 사실 정도는 그도 알 수 있었다.
“크아앙!”
수인족 여인의 목을 꺾으려던 김진우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눈살을 찌푸렸다.
목덜미를 잡힌 수인족 여인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유연함으로 등 뒤의 자신에게 발길질을 한 것이다. 일반 탐색자, 또는 어지간한 던전 베이비였다면 장이 파열되었을 만큼 강렬한 공격,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던전 베이비가 아니었다.
“칵!”
수인이 비명을 질렀다. 공격을 해놓고는 오히려 자신이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진우가 착용하고 있는 방어구는 교룡왕 아낙스투스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능력이 증폭된 던전 오너조차도 흠집을 낼 수 없는 이 튼튼한 가죽은 비록 교룡왕의 생전만큼은 못했지만 여전히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그런 방어구를 입은 그를 있는 힘껏 걷어찼으니 다리가 부러지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9층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이 사납고 강한 수인이 자신의 미궁을 찾은 용병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결정이 자꾸만 늦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주점의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몸을 떨던 묘인족 여인이 떠오른 탓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살려두기에 이 수인족 여인은 너무나 위험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목을 꺾었다. 아니, 꺾으려 했다.
만약 손가락에 낀 지저 남작의 인장이 갑작스레 빛을 뿜어대며 발광하지 않았다면 필시 수인족 여인은 목이 부러져 죽었을 것이다.
[지저 남작의 권능이 발동됩니다.] [수인족은 대대로 심층의 귀족들에게 봉사하던 일족입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근래에는 저층까지 밀려난 수인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이 호인족(虎人族)의 여성 역시 그들 중 하나입니다.] [그녀를 거두시겠습니까?]갑작스레 떠오른 메시지 창을 보며 그가 헛웃음을 쳤다.
“이게 원래 이렇게 마음대로 되는 건가?”
[수인족에게 주어진 가장 신성한 의무는 지저의 귀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들의 운명이자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의무입니다. 그녀 역시 존귀한 지저의 귀족을 위해 기꺼이 봉사할 것입니다.]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떠오른 메시지, 그러고 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발버둥을 치던 수인족 여성이 인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얌전해져 있다.
[호인족 여성을 거두어들이시겠습니까?]“그렇게 하지.”
살려두자니 께름칙하고 그렇다고 죽이자니 찜찜한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선택권이 떠올랐으니 반가운 게 당연했다.
[호인족 여성 호야(虎夜)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수인족 중에서도 가장 전투력이 뛰어난 호인족입니다. 비록 거대한 크리쳐들의 단단한 표피를 뚫기에는 공격력이 부족하지만, 존귀한 이들을 노리는 어둠 속의 칼을 막아내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메시지가 몇 줄인가 떠오르다 이내 반지가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지의 빛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는 호인족 여인 호야가 마치 얌전한 새색시처럼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탐색은 끝이 났다. 애초에 한 번에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돌아서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강력한 수하까지 얻었다.
하지만 이대로 지저를 나서기에는 여러 모로 신경 쓰이는 문제가 많았다. 당장 호야가 문제였다.
그대로 데리고 나가자니 혹시라도 귀찮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포탈을 열자니 한번 열리면 24시간 동안 닫히지 않는 포탈 앞을 내내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난 지저 일정에서 기생수를 이용해 털어낸 버려진 미궁 중 하나였다.
일단 그곳까지 가기만 하면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포탈을 열 수 있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찾지 않는 버려진 오너 룸이라면 포탈 너머로 핵이 노출된다고 해도 방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만사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게 없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아니, 이게 누구야? 정찬식이, 이준영이랑 같이 다니던 그 던전 베이비 아니야?”
버려진 미궁을 바로 코앞에 두고 코너를 도는 순간,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오늘은 왜 다른 사람들은 두고 혼자실까? 혹시 팀에서 나오셨나?”
송종철이다. 이 넓고 광대한 지저에서 하필이면 송종철을 마주쳤다는 사실이 차라리 황당하기까지 했다.
“들어가는 거? 아니면 나가는 거? 근데 왜 혼자?”
무시하고 방향을 돌리니 끝까지 따라와서 귀찮게 하는 송종철의 태도에 그가 와락 인상을 썼다. 가뜩이나 호야를 먼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데려다 놓는 것이 우선인 상황이라 자꾸만 앞에서 귀찮게 하는 송종철이 눈에 거슬렸다.
“가던 길 가라. 나도 갈 테니까.”
“캬! 보자마자 반말이시네. 패기가 있어. 그치?”
놀리는 것인지 비아냥거리는 것인지 송종철이 제 옆의 똘마니에게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근데 뒤에 이건 뭐야?”
“알 거 없잖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종철이 기습적으로 호야의 후드를 벗겨내려 손을 뻗었다.
중간에 호야가 손을 뻗어 송종철의 손목을 쳐내기는 했지만, 그 바람에 줄무늬 가득한 호야의 손목과 기다란 손톱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걸 본 송종철이 어떻게 알았는지 단번에 호야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내가 그래도 협회 간분데 이렇게 무시하면 안 돼지. 이 정도는 협조해줘야 앞으로도… 어, 이거 뭐야? 수인이잖아?”
송종철의 말에 김진우가 와락 인상을 찡그리고는 호야를 끌어당겼다. 이럴까 봐 적당한 곳에서 포탈을 열려고 했는데 일이 꼬여 버렸다.
“뭐야, 이거? 수인 사냥 다녀온 거야?”
가뜩이나 첫인상도 좋지 않던 마당에 이런 일까지 생기니 송종철을 바라보는 김진우의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
그 날카로운 기세에 움찔하고 물러난 송종철이 연신 사과를 하는데 어쩐지 얼굴에 호의가 가득하다.
“이거 알 만하구만. 왜 이준영이네 떨거지들하고 따로 있나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어. 그치들은 이런 거 절대 두고 못 보지.”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를 한 모양이다.
“이야, 친구, 내가 오해했어. 이런 거였으면 진즉 말을 하지. 난 또 그쪽도 이준영이네 놈들하고 똑같이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사람인 줄 알았지 뭐야.”
낄낄대며 웃어대는 얼굴이 역겨웠지만 김진우는 꾹 눌러 참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오해를 푸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이득이었다.
“그래서 틀어진 거지? 이준영이네 쪽 애들은 이런 거 싫어하거든. 뭐, 그래봐야 시류도 못 읽는 떨거지들의 불평에 불과하지만. 그렇잖아? 이게 돈이 되는데, 사람도 아닌 괴물들 잡아다 파는 게 뭐가 나빠. 되도 않는 것들 위한답시고 제 식구들, 어, 탐색자들만 죽어나가는 건 생각도 못하고. 진짜 이기적이야. 그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떠들어대던 송종철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말했다.
“지금은 그럼 프리겠네?”
아마도 소속이 없느냐는 질문 같았다. 대답할 가치가 없었지만, 김진우는 상황을 매끄럽게 풀기 위해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 레벨도 꽤 되는 거 같던데. 찬식이네 애들이 원래 돈도 잘 못 벌면서 드럽게 까다롭기만 하거든. 최소 저층에서 난 놈 아니면 받아주지도 않는 편이고.”
그렇게 말한 송종철이 품을 뒤져 명함 하나를 꺼냈다.
“지금은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좀 그렇고, 언제 한번 따로 만나서 얘기나 좀 해보자고. 그거 아직 주인 정해지지 않은 거면 나한테 이야기해. 내가 수수료 없이 연결해 줄 테니까.”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
“캬. 알았어, 알았어. 귀한 물건 운송 중인데 내가 너무 귀찮게 한 건가? 뭐 반가워서 그런 거지. 그쪽이 이해하라고. 어쨌건 축하해! 딱 봐도 암컷이구만! 대박 난 거 축하해!”
그대로 있다가는 내내 붙잡혀 헛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아 김진우는 이내 송종철을 무시하고 몸을 돌렸다.
“자, 잠깐만.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 어딜 가는…….”
코너 뒤쪽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김진우가 작게 속삭였다.
“카모플라쥬.”
김진우의 몸이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이미 그사이에 입을 맞춰두었는지 호야는 당황하지 않고 버려진 미궁을 향해 내달렸다.
뒤늦게 코너를 돌아 나타난 송종철이 사라진 종적을 찾기 위해 한참을 그 자리에서 서성이다 투덜거렸다.
“제법 싹수가 있어 보여 우리 팀으로 오라고 하려 했더니 말이야.”
“뭐, 관리소 자료 뒤져보면 연락처 하나 안 나오겠습니까? 그때 다시 얘기하시죠. 솔직히 돈 안 되는 탐색자 일만 하는 것보다는 우리처럼 의뢰 위주로 일하는 게 차라리 나을 테니 지도 듣고 나면 혹할 겁니다.”
“뭐, 그 이야기는 다시 나가면 하도록 하지. 어차피 나중에 또 볼 일이 있을 테니까.”
“근데 그냥 보내실 겁니까? 저 정도 상등품이라면 못해도 억 소리는 나올 텐데…….”
뒤늦게 탐욕을 드러내는 사내의 말에 송종철의 표정이 돌변했다.
“뭐, 이 새끼야?”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사내가 주춤주춤 물러나며 변명을 주워섬겼다.
“아니, 그게 아니라… 왠지 일행도 없는 것 같고…….”
“하, 나 이 양아치 같은 새끼. 너 내가 요즘 협회 밖 놈들이랑 박 터지게 싸우고 물어뜯으니까 시장통 양아치로 보이지?”
“그게…….”
송종철의 모습이 여간 사나운 게 아니라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야, 이 새끼야, 우리끼리 아무리 물고 뜯어도 최소한의 도리는 있는 거야. 너 지상에 올라왔을 때 니 심정 이해해 준 사람이 던전 베이비들 말고 또 있어?”
“없습니다.”
“근데 같은 던전 베이비들끼리 지금 뭐?”
뒤늦게 사내가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야, 세상 사람들이 요즘 우리 하는 거 보고 뭣 같다고 말해도 최소한 지킬 건 지키자. 엉? 우리끼리 지저에서 박 터지게 싸워봐야 위에서 한번 쪼면 다 나가리 나는 거라고. 근데 우리끼리 힘 빼야겠냐?”
사내가 진심으로 납득한 얼굴을 해 보이자 그제야 얼굴을 푸는 송종철이었다.
“그나저나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에잉, 나도 이제 은퇴할 때가 됐구먼.”
송종철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는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