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an Actor’s Book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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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먹는 배우님 – 37화. >37.
‘윤민우’ 실체를 공개함. 개 오짐.
나 방송 관계자임. ㄹㅇ.
모 촬영장이었음.
내가 진짜 윤빠로 1년을 살아왔는데 드디어 윤 프린스 실물 영접하는 순간! 개 긴장됨 ㄹㅇ. 무한영광 반박 불가? 동의? 어. 보감.
근데 막상 만나보니.
헐?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민우 진짜 성격 파탄자에 키는 ㅈㄴ 작고, 싸가지 ㅈㄴ 없음.
모든 사람 지 아래로 보는 더러운 눈빛에 ㅋㅋㅋㅋ 거기다 욕심은 얼마나 많은지. 에휴, 놀부 보는 줄 알았네. 에라! 현대판 놀부 새끼야!
ㄴ cncjswha : 닥쳐 이 이단 년아!
ㄴ aksgdl : 헐. 어디서 이런 모함을 ? ㅠ,ㅠ
ㄴ wntpdy : 응. 아니야.
영미 씨가 올린 게시글은, 윤 프린스 팬들에게 일종의 ‘이단’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특유의 급식체 때문에 ‘장난’ 정도로 치부되었지만. 대상이 ‘윤민우’ 다 보니, 화제를 모으며 인터넷 여기저기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
일종의 루머에 불과한 신빙성 없는 이 게시글이 불러일으킨 파장은,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헐! 윤민우 진짜 싸가지 ㅈㄴ 없다던데?] [나 명품 S 매장에서 일하는데. 윤민우 실제로 봤거든? 진짜 맞는 말임. 개 싸가지 없음.] [두 얼굴의 윤민우. 엄청 유명한데? 새삼스럽게 무슨.]글이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비슷한 경험을 했던 네티즌들의 호응도 함께 불러왔기 때문.
모르긴 몰라도 윤민우는 이미지에 잽 몇 방을 얻어맞았을 것이다.
그 덕분에 영미 씨의 게시글 원본은 삭제되고 윤민우 팬 카페에서 추방되었지만.
“헤헤.”
기분 하나는 좋아보인다.
이 정도면, 배신감에 몸부림치는 팬의 저격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지?
뭐, 어찌되었건.
나는 [피셔>한국 촬영 분량을 모두 털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중국 현지에서 촬영될 로케이션 촬영이 전부다.
“네, L&K 황재익 입니다. 아, 비자는 미리 신청해뒀죠. 네네. 걱정 마세요. 네. 출국 날짜도 확인했습니다. 준비 빠짐없이 진행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해외 로케이션은, 중국 천진 시와 ‘드림 오브 시티’ 라는 초호화 리조트의 대대적인 협조를 받아 촬영되는 극의 하이라이트이자, 내가 출연하는 피셔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다.
재익이 형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서 빼며 투덜거렸다.
“후, [양치기 청년> 지방 촬영 끝나자마자 중국 촬영이라니. 정신 하나도 없네.”
“고생이 많으시네요.”
“응? 고생은 네가 더 고생이지.”
재익이 형은 [피셔>와 [양치기 청년> 두 개의 스케줄을 조율하며 이리저리 널뛰기 하느라 정신없었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것도 곧 끝난다.
중국만 다녀오면, [양치기 청년> 하나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모든 촬영이 끝나고 3개월 정도가 지나면.
두 개의 영화가 모두 개봉 할 것이다.
[피셔>는 추석에 맞춰서. [양치기 청년>은 운 좋으면, 부산국제영화제에 나갈지도 모르지.“중국 촬영 힘들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
재익이 형의 조언에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저는 해외 나가보고 좋은데요?”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제주도를 제외하고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가 처음인 나로서는 해외 촬영이 마치, 여행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재익이 형이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큭큭. 아마 도착하면, 그 생각 싹 사라질 거다. 해외 로케이션이 얼마나 힘든데. 아 맞다! 중국 하니까 생각났는데, 북경 TV에서 [청춘열차> 방영 시작했다.”
“네? 중국에서요?”
“응. 벌써 4화 나갔다던가?”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다.
드라마 하나 찍으면, 정말 여기저기에서 팔리는 구나.
최근에 [청춘열차>가 SBC에서 재방송 되며 개런티 일부가 통장에 들어왔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꽁돈이다 싶어 좋아했는데.
이거 설마, 중국에서도?
하지만 독심술이라도 부리듯 재익이 형이 똑부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중국은 개런티 안 들어올 테니, 너무 기대하지 말고.”
“….”
아, 괜한 기대였는걸.
*
해외 촬영은 여러 가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촬영용 장비를 팩킹하여 운송하는 일이나, 중국 같은 경우 미디어, 비지니스 비자 발급문제, 배우 스케줄 문제는 아주 사소한 것 중 하나다.
공문은 제대로 도착했는지. 장소 섭외가 얼마나 완벽하게 되어있는지. 만약 갑작스럽게 비가 올 경우, 촬영 스케줄은 여유롭게 바꿀 수는 있는지. 통역에는 문제가 없는지. 협조 요청된 사항들에 변경은 없는지.
엄밀히 따지고 검토해 봐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제작부의 일이고.
내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잠은 푹 잤지?”
“예.”
컨디션유지.
짧은 기간 동안 밀도 있게 찍어야 하는 해외촬영의 경우, 누구 하나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스텝도 최소인원이 움직이는 해외 촬영의 경우는 항상 엄청난 긴장감이 동반된다고 한다.
나는 들뜨기만 한 마음을 속으로 삼키며, 인천 공항 안으로 들어섰다.
5월, 그리고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공항 내부는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아이고! 어서 와요. 재희 씨.”
그 날 윤민우와의 일이 있고 난 뒤로 한 만희 감독의 눈빛이 더욱 애틋해졌다는 사실은 쉽게 느낄 수 있다.
거기다, 스텝들 역시 나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늘어났다.
“연예인들 공항 패션, 이런 거 신경 쓰지 않나?”
“에이. 놀러가는 것도 아닌 데요 뭘. 그리고 저 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후후후. 하긴, 재희 씨는 청바지에 맨투맨만 입어도 잘 어울리니까. 상관없지.”
촬영감독님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나저나 윤민우 씨 요새 욕 많이 먹던데? L&K에서 슬쩍 흘린 거 아니죠?”
“에이, 그럴 리가요.”
영미 씨가 흘렸지.
“후후. 민우 씨도 어쨌든 우리 배우니까. 재희 씨가 조금만 이해 해줘요. 다 끝난 일이니까.”
“….”
나는 용서할 수 있지만, 배신당한 팬은 아닌 모양입니다만.
어쨌거나 감독님을 포함한 스텝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에, 나는 배우들을 찾았다.
하지만 배명우 같은 조연들을 제외하고 주연 배우들은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 시간 다되어 가는데.
내가 배명우에게 물었다.
“선배님. 다른 선배님들은요?”
“아, 승희 씨랑 강백 씨. 임 선생님은 오늘 밤에 넘어 오실 거야.”
“아.”
답사만 하고 본격적인 촬영은 내일 부터라고 했으니, 주연급들은 천천히 오는 모양이다.
역시, 다르네.
그러고 보니, 윤민우도 보이질 않았다. 아마 ‘특별출연’ 이라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여튼, 송문교나 윤민우나.
덜 익은 것들이 탑 스타 노릇을 하니 문제를 일으킨다.
“시간 다 되었습니다! 탑승하시겠습니다!”
라인 PD의 외침에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옮길수록,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는다.
카메라 플레시와, 연예인을 봤다는 신기한 눈초리도 함께.
“오, 도재희다.”
“나 사진 찍고 싶어!”
비단 나 때문만은 아니다.
촬영 팀이란,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는 하니까.
나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배명우나 심영 같은 배우들은 확실히 대중들이 쉽게 알아본다.
“저기, 배명우 아냐?”
“와, 영화랑 똑같이 생겼네. 머리 진짜 크다.”
“영화 촬영 팀인가 본데?”
오전 10시 20분 비행기.
티켓과 비자 확인을 마치고 기다란 탑승구를 지나, 기내 안으로 들어선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모자를 푹 눌러썼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여자 승무원이 용케 내 얼굴을 알아보며 미소 지었다.
“팬이에요.”
나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네, 감사합니다.”
이거, 기분 나쁘지 않은데.
중국 천진(텐진天津).
한국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인천과 비슷한 도시.
중국의 오랜 역사와 함께한 수상 무역 도시로, 한반도와 매우 가까이 붙어있다.
물론, 실제 지명은 극중에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천진항의 광활한 부두는 [피셔>에 최적화되어있고.
천진 시의 유명 리조트인 ‘드림 오브 시티’는 도시의 화려함과 함께 물질적인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이 둘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비교적 쉽게 로케이션을 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 이내 활주로를 벗어나 두둥실 떠올랐다.
위이이잉!
귀를 찌르는 이명이 조금 적응이 되자, 나는 눈을 껌뻑이며 창밖을 주시했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구름, 창가 아래 펼쳐진 바닷가.
곧바로 상념에 빠져들었다.
그 동안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으면, 눈앞에 펼쳐진 구름과 바다가 주는 기막힌 절경만으로도 힐링이 될 정도.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 제법 잘 달려가고 있구나.’
물론 내게 생겨난 ‘능력’ 덕분에 이뤄낸 성과지만.
해외여행이라고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내가, 해외 촬영을 위해 비행기에 있다는 사실이 꿈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슬그머니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 희야. 재희야.”
“… 아.”
눈을 화들짝 떴다.
그새 잠든 모양이다.
재익이 형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착했어. 나가자.”
“아, 네.”
나는 나를 보며 작게 수군거리는 승무원들의 시선을 외면한 채, 곧 바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약간 뜨겁고 텁텁한 공기가 나를 반긴다.
비행시간은 고작 1시간 45분. 시차적응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질 않지만, 묘하게 몸이 무거운 느낌인데.
아마 흡사한 듯, 낯선 공간 때문인 듯하다.
빨간 글씨로 天津 이라고 적혀있는 천진 공항을 뒤로한 채주차장으로 나가니, 렌트한 40인승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트렁크에 짐을 싣고 PD를 따라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스텝들이 많이 안 보인다.
“다른 스텝들은요?”
“조금 대기했다가 장비 화물 받아서 따로 올 겁니다. 감독님도 현장 둘러보고 따로 오실 거니까, 배우 분들 먼저 숙소 가서 식사하시면 되요.”
“아, 네.”
내 뒤로 배명우를 비롯한 조연배우들이 버스에 올랐다.
“아우, 잘 잤네.”
배명우는 비행기에서 도대체 어떻게 잤는지 이마에 굵은 선이 찍혀있었다.
정말 엄청 잘 잔 얼굴인걸.
배명우가 내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크으, 중국 오랜만이네. 한 삼년 만인가?”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떠들기 시작했다.
“여기 음식이 나한테 너무 잘 맞아. 그 특유의 향신료 향있지? 목을 팍! 쑤시는 맛. 특히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에 많이 나거든? 이게 완전 내 입맛이야. 해마 꼬치 먹어 봤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해마로 꼬치를 만들다니.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데 말이야.
나는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선배님은 해외 촬영 많이 다니셨죠?”
그러자 배명우가 약간 거들먹거리듯 말했다.
“응? 나야. 영화 장르가 좀 제한적이다 보니까 자주는 아닌데. 일 년에 한 두 번씩은 꼭 나갔지.”
“어때요?”
조금 함축적인 질문이었다.
‘해외 촬영 많이 힘들어요?’
배명우는 내 질문의 요지를 용케 파악하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주 함축적으로.
“오늘을 즐겨.”
그 말에는 이런 의미가 포함되어있었다.
내일부터 엄청 힘들 테니까 말이야.
[ 책 먹는 배우님 – 37화. > 끝ⓒ 맛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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