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265)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265화(265/608)
제265화
스왈트 제국 황궁에는 총 세 개의 접견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방은 통칭 붉은 방이라고 불리는, 외국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접견실이었다. 나뭇결을 살려 멋을 낸 바닥, 고급 원목으로 제작된 소파와 탁자가 놓인 공간은 그 별명에 걸맞게 온통 붉은 융단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안에 단출한 차림을 한 일행이 불편한 자세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 중 유일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머리끝까지 후드를 뒤집어쓴 상태였다. 얼굴 대부분에 드리운 그늘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드러난 남색의 눈동자가 선명한 빛을 품었다.
“스왈트 제국이 내전 중이라는 말은 못 들었는데.”
후드를 쓴 남자가 중얼거렸다. 무심한 말투였으나 그 안에 서린 힐책을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잊으신 것 같지만 상황이 나쁘다는 말씀은 이미 수차례 드렸습니다. 스왈트 제국은 최근 내란 때문에 정세가 몹시 혼란스러운 상태이며, 황제의 행방도 묘연하다고요. 설마 그사이에 본격적으로 내전이 시작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어쨌든 전부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곳에 오겠다고 하셨잖습니까.”
“흠.”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가시죠. 이런 시기에, 주인도 없는 궁에, 그 주인과 대치하고 있는 상대를 만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뭘 그렇게 걱정하지? 어차피 내 입장에선 황제든 대공이든 마찬가지다. 필요한 건 이곳에 있고,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자라면 누구든 상관없어.”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만류하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을 때였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안으로 들어섰다. 어림잡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였다. 결 좋은 금발을 멋스럽게 다듬은 그는 붉은 휘장과 함께 발끝까지 닿는 새하얀 예복을 걸치고 있었다. 그게 신관이 입는 법의라는 것을 알아본 일행은 한눈에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유카르테 대공. 마신관이면서 황제의 숙부. 또한 그 황제를 몰아내고 황궁을 점거하고 있는 남자. 유력한 황위 계승권을 지닌 황자의 신분에서 마신의 대신관으로, 이후 섭정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삶 자체가 한편의 각본처럼 화려하다 보니 국제 정세를 논하는 자리에서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오르내리는 인물이었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을 이루는 편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안 좋은 쪽의 소문이 더 컸다.
그래서일까.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음에도 전체적으로 위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의 주변을 감도는 공기에 피 냄새가 배 있는 듯했다. 아무리 마신관이라고는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살기였다.
그의 뒤편에는 샛노란 머리칼을 지닌 훤칠한 기사가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그 모습 또한 몰라볼 수가 없던 일행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파이런 드 카리브디스. 대륙 최연소 소드 마스터이자 대륙의 제일검으로 알려진 남자였다. 검술을 아는 자든, 모르는 자든, 심지어 인간이 아닌 이종족일지라도. 이 땅에 사는 존재라면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봤을 터였다. 그렇게 유명한 남자가 일개 호위처럼 대공의 뒤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오래 기다리시게 했습니다. 설마하니 이런 시기에 외국에서 찾아올 귀빈이 계실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 뭡니까.”
엉거주춤 서서 경계하는 일행을 향해 유카르테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의 시선이 후드를 쓰고 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스왈트 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혹여 원하던 상대가 아니라 실망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카터스 제국의 라온휘젠 황태자 전하.”
“…….”
그때까지 말없이 앉아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쓰고 있던 후드를 뒤로 걷었고, 감춰져 있던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그 색은 특이하게도 짙은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금낭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머리색은 카터스 제국 황족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고유색이었다.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의 머리칼, 그 아래 자리 잡은 남색의 눈동자가 머리색과 대비되어 몹시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 이목구비 자체는 화려한 편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어디에서도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는 않을 얼굴이었다. 아직 성년식을 치르려면 몇 년이 더 있어야 하는 나이임에도 이미 완성되어 있는 신체는 누가 보기에도 장성한 청년처럼 보였다.
“반갑습니다.”
무심하게 벌어진 입술에서 건조하리만큼 짧은 인사가 흘러나왔다. 다소 무례하게 여겨질 수 있는 태도였으나 유카르테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오히려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태자 전하의 위명은 많이 들었습니다만, 이런 호남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카터스의 나르젠 황제께서는 든든한 후계자를 두시어 참 기쁘시겠습니다.”
뱀 같은 사내다.
라온휘젠은 한눈에 유카르테를 그렇게 판단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가까이해도, 적이 돼도 매우 골치 아팠다. 물론 그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제일검의 호칭을 지니고 있는 남자도 충분히 거슬리긴 마찬가지였다. 유카르테가 자리를 권했고, 라온휘젠은 묵묵히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래, 공사다망하신 태자께서 기별도 없이 무슨 용건으로 오신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부드럽게 웃는 얼굴인데도 안심할 수 없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일행이자 수행원들은 이미 여차할 때의 상황을 대비해 방어 자세에 들어간 상태였다. 라온휘젠의 얼굴에도 경계심이 서렸다.
“……이곳에 온 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방문입니다. 스왈트 제국의 내정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에 관여할 의도도, 연관될 생각도 없습니다.”
“하하, 그러십니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다른 제국의 황태자가 자국의 내분에 휘말리는 건 저 또한 바라지 않는 일입니다. 태자께서 원하신다면 오늘 이곳에 방문하신 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질 겁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용건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원하시는 것이 있어 방문하셨다 하셨다지요?”
질문하는 얼굴에 호기심 외의 다른 목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엔 라온휘젠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한 명 찾고 있습니다.”
“사람이라……?”
“제 반려가 될 운명의 여인입니다. 지금 이 제국에 와 있을 겁니다. 그녀를 찾는 일에 스왈트 황실의 정보망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호오, 운명의 여인 말입니까? 이건 또 꽤 의외이면서도 무척이나 달콤한 이야기로군요. 설마하니 이런 내용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나직이 울려 퍼지는 탄성에 라온휘젠의 수행원들이 얼굴을 붉혔다. 짐작하지 못한 내용인 것이 당연했다. 설마하니 일국의 황태자가 여인 한 명을 찾기 위해 이 먼 타국에까지 직접 발걸음 했다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사정을 잘 아는 그들조차 이렇게 남부끄러운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일 터였다.
라온휘젠만이 처음과 변함없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의 반응이야 어쨌든, 오롯이 대답을 기다리는 태도에 유카르테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황실 정보망을 운용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허나 태자께서도 아시겠지만 이 넓은 땅에서 그저 여인 하나를 찾아야 한다고 하면 범위가 너무 큽니다. 뭔가 추려낼 수 있는 특징이 필요할 것 같군요. 외모라든가, 이름, 나이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름과 생김새는 모릅니다. 다만 나이라면, 10대 초반에서 중반쯤 될 거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알폰프 제국 출신이고, 몇 개월 전 이곳으로 건너왔을 겁니다.”
“흐음, 최근 알폰프 제국에서 건너온 10대 중반 가량의 소녀라…….”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그녀가 태어날 때 푸른 달이 떴다는 말을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예언자이거나, 대지를 다루는 힘을 갖고 있을 거라고 보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땅의 정령 말입니다.”
그 순간 뒤쪽에 서 있던 카리브디스의 얼굴이 움찔했다. 흥미롭게 듣고 있던 유카르테의 눈동자에도 빛이 서렸다.
“……호오, 그렇군요. 정령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알폰프 제국 출신의 소녀. 그리고 땅의 정령사, 라는 거군요?”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이어진 대답을 마지막으로 잠시간 유카르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묘해진 분위기를 느낀 라온휘젠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아, 그렇진 않습니다. 단지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 같아 조금 당황했을 뿐입니다.”
“의외의 결과……?”
“이걸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제가 방금 태자께서 말씀하신 조건의 소녀를 찾아낸 것 같아서 말입니다.”
“……!”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뜻밖의 대답이었다. 라온휘젠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의 수행원들 또한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경과한 것도 아니고, 이제 막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말한 참이었다. 그것을 단서로 누군가에게 알아보라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바로 찾아냈다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씀하시는 바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절 놀리시는 겁니까?”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드린 것뿐입니다. 제가 아는 곳에 방금 태자께서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조건을 지닌 소녀가 있습니다. 아니, 거의 동일하다고 봐야 할 것 같군요. 10대 초중반의 나이. 땅의 정령사. 그리고 알폰프 제국 출신이지요. 아무리 대륙이 넓어도 이 조건을 다 갖춘 소녀가 또 있을 것 같진 않아서 말입니다.”
“그런……!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라온휘젠이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물었다.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은 그를 다시 달래어 앉힌 건 유카르테였다. 하지만 자리에 앉은 후에도 라온휘젠은 좀처럼 차분해지지 못했다.
그건 뒤에 서 있는 그의 수행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감개무량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화려하게 구부러진 갈색의 곱슬머리, 초록색 눈동자를 지닌 소년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신을 찾았다. 그의 이름은 아셀. 황태자 라온휘젠의 아카데미 동기이자 보좌관이면서 점술가라는 독특한 경력을 지닌 남자였다.
눈물로 얼룩진 그의 시야에 과거의 행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저 심심해서 쳐봤을 뿐인 별점에서 그가 반려성의 위치를 찾아낸 건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지금까지 무슨 방법을 써도 보이지 않던 행방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건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긴 했다. 하지만 설마 그 어설픈 확률만을 믿고 황태자가 그대로 짐을 싸서 제국을 나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출발한 여정이 자그마치 몇 개월이나 이어질 거라곤 더더욱 짐작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건 정말 무모한 짓이었다. 어렴풋이 방향을 짐작할 수는 있어도, 애초에 점술로는 정확한 위치를 짚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당연히 매번 맞아 떨어질 리도 없었다. 그렇게 길에서 시간을 버리는 동안 떠돌이 생활도 한계에 이르렀다.
반려성이 스왈트 제국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 끝나지 않는 여정에 다들 지쳐 있을 무렵이었다. 그 점괘를 확인하자마자 라온휘젠은 스왈트 황성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황성의 정보망을 사용하면 찾는 게 더 쉬워질 거란 판단이었다. 황태자의 의견이니 일단 따르긴 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거의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이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이렇게 간단히 정보를 얻게 될 줄이야. 눈뜨고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첫인상에서 음산하다고 판단했던 대공 유카르테의 모습마저 천사처럼 보일 정도였다.
얼굴 가득 화색이 오른 사람들로 인해 접견실의 분위기가 몹시 밝아졌다. 그러나 구름처럼 둥실거리던 공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난처하다는 듯 씁쓸한 표정을 짓는 유카르테에 의해서였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말씀드리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태자께는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닐 겁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곳이 내전 중이라는 건 알고 계시겠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만 명의 군대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제 조카인 이사나 황제도. 이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꽤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
뜬금없는 이야기에 라온휘젠은 얼굴을 찌푸렸다. 서늘히 가라앉은 시선 속에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유카르테는 다시 난처한 듯 웃었다.
“사람은 필사적이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마련이죠. 이사나 폐하는 혈기가 왕성한 나이인 만큼 특히 더할 겁니다. 항상 걱정했던 부분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본인의 힘이 통하지 않으니 각국에서 전쟁에 참여할 능력자들을 끌어 모으러 다녔던 모양이군요. 그마저도 최근엔 점점 선을 넘으셔서, 얼마 전에는 외국에서 한 소녀를 납치해 왔습니다. 그녀가 땅의 정령사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어떤 방식을 쓴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어린 소녀를 구슬리고 협박해서 그녀와는 상관도 없는 이 전쟁에 밀어 넣은 것 같더군요.”
“그게, 사실입니까?”
내내 표정 변화가 없던 라온휘젠의 얼굴이 마침내 일그러졌다. 떨림을 담은 목소리는 명백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제가 왜 하겠습니까? 믿어지지 않으신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지요. 그리 멀리 가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지금 황제 쪽 군대의 선발대에 있으니까요.”
“선발? 그 어린 여인을 전쟁의 선발에 세웠단 말입니까?”
“이사나 폐하에게 이국의 소녀야 단지 화살받이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 쓰일 소모품일 뿐이지요. 병사들에겐 스피어가 낳은 딸이라 치켜세우며 마치 전투의 여신인 것처럼 꾸며놓았다더군요.”
“그런 잔악한!”
노한 음성은 라온휘젠의 수행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오랜 가뭄으로 혹독해진 세상, 아이라도 제 한 몸을 스스로 건사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였으나 소년병의 존재는 항상 논란이 많았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참혹한 전장에 밀어 넣는 것을 올바른 일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물며 소녀라니! 아무것도 모를 여자아이를 가장 위험한 선발에 세우다니! 충격으로 온몸이 굳을 정도였다. 유카르테는 더욱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저로서도 매우 난처한 차였습니다. 소녀의 사정은 안타까워 보이나 이쪽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황태자께서 찾으시는 여인이 그녀와 같다고 하니 차라리 다행이다 싶군요. 염치없지만 태자께서 그 소녀를 구출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놔두면 그녀는 틀림없이 곧 죽게 될 겁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대답이 나오는 것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유카르테의 입술에 떠오른 회심의 미소를, 라온휘젠과 그 수행원들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엔 납치되어 능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가련한 소녀만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제가 그곳까지 안내할 사람을 붙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