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297)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297화(297/608)
제297화
“이 땅에 가뭄이 있었지. 꽤 오랫동안. 그대가 태어나지 않아서.”
“그건…….”
“그게 정말로 우연히 벌어진 실수였던 것 같나?”
“……!”
나는 아연한 기분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국에서 잘못 태어난 건 그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확률의 문제였다고 생각했다. 그 탓에 겪지 않아도 될 경험을 했고, 갖지 않아도 될 감정에 시달렸지만, 그리고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조차도 내가 운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니 다른 사람을 탓해선 안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게 우연이 아니었다고?
“전부……당신이 한 짓이었다고?”
숨을 크게 삼키자 카류안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나를 괴롭힐 구석을 찾아내어 기쁜 것이 분명한, 희열에 차오른 얼굴이었다.
“늦었지만 감사 인사를 해 두지. 덕분에 제물을 모으기가 쉬웠다. 내 위업을 달성하는 데 그대의 공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야.”
“……네가 내 원수라는 말을 굉장히 길게 돌려서 말하네.”
주먹이 움켜쥐어지고 이가 갈렸다. 분노를 숨기지 않는 나를 보며 카류안은 더 짙게 웃었다.
“날 죽이고 싶나? 아쉽겠지만 지금 이건 진짜 내가 아니다. 그대는 진짜 내가 있는 곳을 찾아내야 할 거야. 물론 그 전에 내가 신이 되는 게 더 빠르겠지만.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거든.”
“누구 맘대로?”
“하하,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 하지만 곧 그 입으로 패배를 인정하게 될 거다.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내 다리에 매달려 목숨을 간청할 그대의 모습이 눈에 선하군. 그래, 그때가 되면 세상에서 정령계를 가장 먼저 지워 주마. 그대는 특별히 마지막까지 살려두고 모든 걸 지켜보게 하겠다. 지키려던 걸 하나씩 잃어가면서 절망에 빠져가는 그대를 보는 것도 꽤 재밌을 것 같으니까.”
단단히 미쳤군.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대체 무슨 신념에 빠지면 저런 정신 나간 소리를 아무렇게나 해대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죽여 그 생피를 마셔댄 작자니 애초에 멀쩡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예상보다 더 제정신이 아니었다. 남의 몸을 빌린 상태인데도 그를 지배하고 있는 광기가 느껴져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아니. 대부는 아무것도 안 잃어.”
그때 나와 카류안 사이로 낭랑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스였다. 곧게 선 아이는 드물게 약간 짜증이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류안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대부라. 대부. 마족 아이가 정령왕을 대부로 삼았다는 건가? 보호자인 데르온이 아니라?”
“데르온은 부하야. 그는 날 보필하는 것이지 보호자로 있는 게 아냐. 그건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어.”
“처음부터?”
“마신께서 대부에게 나를 맡길 때부터.”
“……!”
카류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날카로운 송곳니가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보였던 반응 중에서 가장 큰 반응이었다.
“널 빼돌린 게 마신이었나?”
“그래.”
“마신이, 카노스가, 널 선택했다고?”
카류안의 두 눈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스는 움츠리기는커녕 그를 더욱 똑바로 응시했다. 카류안은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 사실은 차라리 숨기고 있는 게 더 나았을 텐데. 안타깝구나, 꼬마야. 내가 여기서 널 죽여 버리면 그 선택도 의미 없는 것이 될 테니 말이다.”
“못할걸.”
“아아, 정령왕의 비호를 받고 있다 이건가? 하긴, 이 육체가 많이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 정령왕을 이길 정도는 아니지.”
“아니, 대부 도움 안 받아도 돼.”
“……기고만장하구나. 마신의 선택을 받았다 해서 네가 전능한 줄 아는 거냐?”
“그렇게 생각 안 해. 근데 지금 그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웃고 있던 카류안의 얼굴이 천천히 식었다. 무섭게 노려보는 그의 앞으로 아스가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지는 건 나였다. 아스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조금 전의 데르온처럼 당했다간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이 멎을 수도 있었다. 내 치유술이 아무리 대단해도 죽은 사람을 살려내진 못한다. 불안해진 마음에 나서려는데 누군가 내 팔을 붙잡았다. 방해한 사람은 라피스였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믿고 맡기라는 뜻이었다.
“아까 대부한테 했던 말 그대로 돌려줄게. 넌 하나씩 잃어가게 될 거야.”
“하?”
“마신께서 알려주셨어. 때가 되면 얻을 거라고. 그래서 난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게 무슨 소리지?”
추궁하듯이 묻는 말에 아스는 대답 대신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감쌌다. 그러자 그의 손 위로 마력이 모여든다 싶더니 하나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잠시 후 완성된 것은 가시나무를 얽어 만든 것 같은 새하얀 목걸이였다. 그것을 본 카류안의 얼굴이 굳었다.
“마공작에게서 받는 네 개의 증명서. 북과 동에 이어 남쪽의 승인을 얻었어. 이제 마지막 하나만 얻으면 돼.”
“…….”
“마계 본성은 이미 무너졌어. 옥좌도 사라졌지. 지난 왕권은 효력을 잃었어. 그런데도 네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던 건, 지금까지 정식으로 인계받은 자격을 갖춘 자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야.”
말을 끝마친 후 아스가 한 팔을 들었다. 이번엔 그 손 위에 새카만 기둥이 생겨났다. 일직선으로 쭉 뻗어나가던 기둥은 어느 순간 한쪽으로 굽혀지며 날카로운 날을 드리웠다. 창처럼 길고 거대한 낫이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미풍에 아스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창고의 지붕, 유일하게 난 창문에서 은은한 빛이 들어왔다.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달빛에 감싸인 채 검은 낫을 들고 서 있는 아스의 모습이 마치 신계에서 강림한 마신의 사자 같았다.
“이제 내가 마계의 주인이 될 거야. 네가 아니라.”
* * *
마족은 부화한 이후 성체가 되기 전까지 카르텐 안에서 기거하며 숲지기의 수호를 받는다. 그동안엔 모두 단체 생활을 하고, 교육을 받게 되어 있었다. 타고난 본능과 충동을 제어하는 법, 마력을 다루는 법, 본인에게 알맞은 전투 방법을 찾아 힘의 각성을 이끌어내는 법, 등등. 대부분 마계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존법이었다.
그건 달리 말하면 제아무리 마족이라도 유체일 땐 보호자가 필요할 만큼 약하다는 뜻이었다. 이 시기의 마족은 인간 장정에게도 제압당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하물며 마족 성체가 상대라면 비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성체는 육체에 내재된 힘을 완전히 각성한 상태기 때문에 운용할 수 있는 마력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유체는 아무리 체격이 크고 타고난 자질이 좋더라도 성체를 이길 수 없었다. 비유하자면 적당히 훌륭한 검사와, 소드 마스터의 간극과도 같은 차이였다. 그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고, 데르온이 그랬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근데 저 광경은 뭔가요, 데르온?”
멍하니 묻는 말에 데르온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나만큼이나 충격에 빠져 있는 얼굴을 보니, 그에게서도 원하는 답을 듣기는 그른 듯했다.
지금 우리들의 눈앞에선 현란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중이었다. 무기를 움켜쥔 두 사람이 쉴 틈 없이 자리를 이동하며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쪽은 아직 태어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고, 다른 한쪽은 몇백 년을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성인이다. 아스와 카류안.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유체와 성체의 대결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싸움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파지직! 쿠우우웅!
요란한 소음과 함께 두 사람의 무기가 맞부딪치며 강렬한 불꽃이 튀어 올랐다. 일그러지는 카류안의 얼굴과는 다르게 아스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기만 했다. 이미 힘에서부터 그가 더 우세하다는 증거였다. 아스 쪽이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일 텐데, 심지어 밀어붙이고 있다.
카류안의 육체가 세르피스의 것이라고는 하나, 그녀 또한 마계에서 가장 높다고 알려진 4대 공작의 일원이었다. 성체 마족이라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소리다. 그런데 아스에겐 그 당연한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실로 경악할 만한 결과였다. 이 사태엔 카류안조차 당황했는지 두 눈에 혼란이 가득했다.
“왜 놀라?”
아스는 당연한 결과를 맞이하듯 태연하기만 했다. 그가 단조로운 어조로 물었다.
“내가 너무 강해서 이상해?”
“큭! 네놈……!”
“말했잖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나, 이런 거로는 거짓말 안 해.”
고개를 살짝 기울 채 아스가 하얗게 웃었다.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래서 더 오싹한 느낌이었다. 전력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뚜렷해졌다. 공방이 이어질 때마다 카류안의 몸엔 생채기가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반대로 아스의 몸은 멀쩡했다. 심지어 지치지도 않는지 호흡조차 평온했다. 그가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바람에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이 마치 검은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금 데르온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그동안 무슨 특훈을 한 거예요?”
“으음, 훈련 자체는 별거 아니었습니다.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시는 게 제일 큰 문제였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단련했을 뿐입니다. 그 외에는 평범한 대련밖에 한 게 없습니다.”
“대련할 때 어땠어요? 데르온도 이겼나요?”
“아, 아뇨. 절 이기신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굉장히 여유롭게 상대하시는 느낌이긴 했습니다. 지금 보니 아무래도 일부러 져주셨나 봅니다.”
“그런 일이 가능해요?”
“가능하군요. 저도 지금 처음 알았습니다만.”
데르온도 기가 막혔는지 표정이 얼떨떨했다. 지금까지 직접 교육시켜 온 아이가 사실은 자기만큼이나 강한(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에 그는 조금 넋이 나간 것 같았다.
“힘을 각성했나 본데.”
해답은 전혀 엉뚱한 쪽에서 나왔다. 툭하고 던지는 듯 가벼운 음성에 나와 데르온의 고개가 동시에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팔짱을 낀 시벨리우스가 서 있었다.
“힘을 각성해?”
“마족은 성체가 되면 온전한 힘을 각성하잖아. 저 녀석은 그 과정을 벌써 마친 것 같아.”
“마, 말도 안 됩니다. 몸보다 힘이 먼저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봐서 알잖습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린 육체가 버티지 못합니다. 기혈이 전부 뒤틀려서 죽게 될 겁니다.”
데르온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아스는 부화 과정 자체가 평범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보유한 힘이 몸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는 바람에 균형이 맞지 않아 큰 홍역을 치렀더랬다. 그나마 부화하기 전의 미완성 상태라 수습이 가능했던 거지, 태어난 이후에 그런 현상이 벌어지면 회생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더구나 그저 앞지른 정도가 아니라 ‘각성’이었다. 성체조차도 힘을 각성할 땐 신체가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크게 앓아눕는다고 했다. 하물며 어린아이의 연약한 육체로는 절대 버티지 못했다.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누구 하나 예외랄 것 없이 전부 다 죽었다고. 그런 당연한 법칙에서 아스만 벗어났다는 건 누가 보기에도 이상한 일이었다. 마왕이 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다면 더더욱.
“내 피 때문인가 보네.”
이번에도 다른 곳에서 대답이 나왔다. 시벨리우스의 반대편에 서 있던 라피스에게서였다. 좋게 말해서 대답이라고는 했지만, 마치 “저기에 고양이 있네.”라며, 딱히 이 상황과는 상관없는 무의미한 정보를 읊는 것처럼 너무도 단조로운 중얼거림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뒤늦게 깨닫고 돌아봤더니 라피스가 뭘 보냐는 시선을 던졌다.
“네 피라니? 그게 왜?”
“저 꼬마, 부화하기 전에 상태 좀 이상했었잖아. 임시방편으로 내 피도 투여했었고.”
“그런데?”
“드래곤의 피는 단순히 보완만 하는 게 아냐. 타고난 기능이나 효과를 증폭시키지. 내 피는 그중에서도 특히 더 강한 편이고. 넌 잘 모르겠지만, 그때 꽤 많은 피를 썼거든. 그 엘프 남매를 수술할 때보다 더. 그래서 저 꼬마의 능력치가 상향된 것 같네.”
“헐?”
신체의 성장을 돕기 위해 했던 조치가 아예 전체적인 성장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안 그래도 강한 힘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인데, 본래 지닌 자질보다 더 뛰어나게 만들어 놨다는 소리였다. 무협지로 표현하자면 타고난 무골에게 온갖 영약을 더한 격인가. 거기에 기연까지 얹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벌써 힘을 각성한 것도…….”
“그 영향이겠지. 체구는 작아도 신체 자체는 이미 성체만큼 견고할 거야. 지금도 저 정도니 완전히 다 자라면 꽤나 볼만하겠는걸.”
“……라피스. 나랑 한약방 같은 거 열지 않을래? 금방 대박 날 것 같은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네 눈이 반짝거리는 걸 보니 좋은 의미가 아닌 건 알겠다.”
단숨에 시선이 싸늘해지는 라피스를 보며 나는 홀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러면서도 이러는 내가 조금 어이없어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했었는데 어느새 농담을 할 정신까지 생기다니. 이제 그만큼은 여유가 돌아왔나 보다.
그 사이 아스는 카류안을 완전히 몰아넣고 있었다. 낫의 긴 날이 유려하게 선회할 때마다, 카류안은 제대로 회피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휘둘렸다. 이미 그는 온몸이 엉망이었다. 팔은 기형적으로 비틀려 있었고, 다리는 크게 베여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옆구리와 배 쪽에서도 심한 상처가 보였다. 하지만 외적인 요인보다 내부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게 더 빨랐다. 중간중간 카류안이 내는 것이 아닌 듯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세르피스의 육체가 카류안의 의식을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완전히 균형을 잃었고, 그 틈을 타 파고든 공격을 맞아 요란하게 바닥에 처박혔다. 카류안은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아스가 겨눈 낫이 그의 목 위에 닿는 것이 더 빨랐다. 그는 거의 누운 거나 다름없는 자세에서 자신에게 낫을 겨누고 있는 소년을 올려다보았다. 아스를 쏘아보는 두 눈이 증오로 번들거렸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이군. 지금의 나조차 탐이 날 정도로. 유체가 갖기엔 몹시도 과분한 힘이구나, 꼬마야. 나를 화나게 만들다니 아주 제법이야.”
“그건 칭찬이야?”
“크큭, 그래. 칭찬이라고 해 두지. 아쉽게도 이 육체는 이제 쓸모없을 것 같군. 널 상대하기는커녕 내 힘을 버티는 것조차 슬슬 한계인 것 같으니 말이다.”
대꾸를 내뱉음과 동시에 카류안이 울컥 토혈했다. 자신이 한 말을 몸으로 증명한 셈이었다. 그가 퉤 하고 입안에 남은 피를 뱉었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이 답답한지 몹시 불쾌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