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406)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406화(406/608)
제406화
“페르데스, 이제 시간이 없어.”
그때 초조한 루세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르데스가 돌아보았고, 트로웰이 싱긋 웃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 모습에 복잡한 표정을 지은 페르데스가 이내 마음을 정한 얼굴로 악신 쪽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검은 덩어리의 움직임이 전보다 더 커진 상태였다. 거대한 몸체가 몸부림치듯 꿈틀거릴 때마다 바닥에 고정된 화살들이 크게 흔들렸다. 누가 봐도 아슬아슬하게 버틴다는 느낌이었다. 그 앞을 향해 페르데스가 걸음을 내디뎠다.
“미, 미네르바.”
머리로 의식하는 것보다 목소리가 튀어나가는 게 더 빨랐다. 그러자 잠시 멈칫한 페르데스가 우리 쪽을 돌아보고 미소 지었다.
“모두 안녕. 부디 평안하길.”
“……!”
“엘뤼엔, 내 친구들을 잘 부탁해.”
마지막 당부의 말을 들은 엘뤼엔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어서 페르데스의 시선이 그 옆에 있던 루세프를 향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던 루세프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깊이 숙였다. 희생자에게 보내는 예우의 인사로 보였다. 그에 마주 고개를 숙인 것으로 화답한 페르데스가 이내 우리에게서 완전히 몸을 돌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악신 쪽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의 몸에선 금빛이 새어 나오듯이 퍼지고 있었다. 새카만 흑발을 흩날리는 뒷모습이 점차 빛 속에 삼켜지며, 곧 빛 그 자체가 되었다.
안 돼. 이런 건 말도 안 되는데…….
지금이라도 강하게 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 찾아보면 다른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내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수많은 생각이 귓가를 둥둥 울리는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내 팔을 강하게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반동으로 몸이 멈추는 걸 인지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는 걸 깨달았다. 무의식적으로 페르데스를 붙잡으려 했던 모양이다. 고개를 드니 트로웰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이제 늦었어, 엘. 이미 소멸진이 발동했어.”
“트, 트로웰, 너 정말 괜찮아? 미네르바를, 페르데스를 이대로 보내도 괜찮은 거야?”
나는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채로 물었다. 그에 살짝 커진 금안이 곧 흐리게 휘어졌다. 이어서 그가 빛에 삼켜진 페르데스 쪽을 바라보았다. 남은 흔적을 찾으려는 듯 가만히 살피는 채로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괜찮지는 않아.”
“그럼……!”
“하지만 이게 바로 페르데스가 선택한 길이야.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정을 존중하는 수밖에. 원래 이런 건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법이잖아.”
그는 가볍게 말했지만 그렇게 답하는 마음이 정말로 가벼울 리는 없었다. 몹시 날카로운 갈고리로 가슴이 긁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가 없어서 가만히 숨만 삼키고 있는데 문득 나를 돌아본 트로웰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래도 뭐랄까. 생각보단 견딜 만하네. 난 이런 날이 오면 내가 완전히 무너질 줄 알았거든.”
“트로웰…….”
“이건 아마 엘, 네 덕분이겠지.”
“……?”
이어진 말은 너무 뜻밖이라 잠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멍하니 눈만 깜빡이는데 트로웰이 손을 내밀더니 내 눈가를 살짝 쓸었다. 의식하지도 못했는데 내가 어느새 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고마워, 엘. 항상 이 말을 하고 싶었어. 네가 아니었다면 난 꽤나 형편없는 녀석이었을 거야.”
“나는 딱히 아무것도 한 게…….”
“아니, 내게 정말 많은 걸 줬어. 무엇으로도 다 갚지 못할 만큼. 네 덕분에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어. 난 네게 구원받은 거나 다름없어.”
“무슨…….”
“아마 이해하기 힘든 말일 거야. 하지만 이것만은 네게 꼭 전하고 싶어.”
젖은 눈으로 맑게 웃은 트로웰이 가만히 나를 끌어안았다.
“엘,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눈앞이 왈칵 흐려졌다. 만나서 다행인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엘뤼엔이 아버지라면 트로웰은 내게 형제의 정을 알려준 존재였다. 늦게 태어나 막심한 피해를 준 주제에 제값도 하지 못하고 어리숙하기만 하던 나를 다정하게 대해주고 포용해 준 첫 사람이었다. 내가 다른 정령왕들을 가족으로 여기는 걸 비웃지도 않고 늘 진심으로 반겨줬다. 그래서 그에겐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가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랐다. 트로웰은 그럴 가치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그때 갑자기 주위가 더 환해지는 게 느껴졌다. 황급히 돌아보니 페르데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검은 덩어리를 덮어가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페르데스가 악신을 집어삼키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빛이 서로 연결된 후에는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도 없을 만큼 한 덩어리로 변했다. 트로웰을 비롯하여 주변의 모두가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영원히 이 순간을 잊지 않으려는 것처럼.
차마 끝까지 직시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한 건 나뿐이었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이 순간을 외면하고 싶었다. 그런데 눈의 착각이었을까. 흐르는 눈물을 핑계 삼아 고개를 틀려는데, 문득 스치는 광경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다시 들자마자 온몸이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검은 로브 차림을 하고 지저분한 금발을 늘어트린 남자였다. 내가 알던 것보다 깡마르고 초췌해져 있기는 했지만 절대 몰라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대……!”
정체를 인지한 즉시 나는 그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쪽의 움직임이 나보다 더 빨랐다. 광풍이 인다 싶더니 칼날처럼 섬뜩한 기운이 순식간에 덮쳐들었다.
“다들 피해!”
콰직! 콰아아앙!
경악한 얼굴들과 지축을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 귓가를 가득 채우는 폭발음과 눈이 멀 것처럼 강렬한 빛이 동시에 이어졌다. 자세가 무너지는 건 금방이었다. 똑바로 서 있을 수조차 없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바닥에 엎드려 있다시피 했다. 웅웅거리는 울림 속에 수많은 소음이 섞여들어 뭐가 뭔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세상을 할퀴듯 휘몰아치던 기운이 잠잠해진 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사방이 온통 캄캄했다. 올려다보니 물러났던 먹구름이 다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신들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다른 사람들은?’
나는 반사적으로 주위부터 더듬었다. 그러자 곧 내 손에 닿는 누군가의 체온이 느껴졌다. 흠칫해서 고개를 드니 시야에 익숙한 형상이 들어왔다. 엘뤼엔이었다. 일이 터지기 직전까지 옆에 있었던 트로웰과도 바로 시선이 맞았다.
“뭐, 뭐야?”
“주군,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아. 시벨은?”
“아아, 무사해.”
오래지 않아 다른 쪽에서도 친숙한 기척들이 이어졌다. 다들 당혹스러워하는 중이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야단났네…….”
탄식하는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더니 어딘가를 얼빠지게 응시하는 루세프의 모습이 보였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나는 그대로 얼굴을 굳혔다. 조금 전까지 강렬한 빛이 번져나가던 장소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져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건 여전히 화살에 꽂혀 있는 검은 덩어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부분이 갈라져 있었고, 그 틈 안에서 새카만 팔 하나가 뻗어 나와 있었다. 긴 손톱을 세운 손이 축 늘어진 누군가의 목을 틀어쥔 채였다. 빛을 잃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흑발의 여인이었다.
“페르데스!”
그 순간 바닥에서 바위가 뾰족하게 솟아오르더니 페르데스를 움켜쥐고 있는 팔을 꿰뚫었다. 트로웰이 어느새 앞으로 빠르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팔이 완전히 끊어져 나가며, 절단된 부분에서부터 검은 기운이 피처럼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무력하게 떨어지는 페르데스를 트로웰이 아슬아슬하게 받아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절단된 부분에서 쏟아져 나온 검은 기운이 그들 위를 덮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돼!”
나는 곧바로 장벽을 만들어 세우려 했다. 그런데 그런 나보다 먼저 그들 위에 펼쳐지는 장막이 있었다. 어느새 그들 앞을 막아선 루세프가 양팔을 뻗어 방어막을 만들고 있었다. 문제는 방어막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었다.
“뒤로 물러나! 어서!”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트로웰이 페르데스를 부축해서 빠르게 물러났다. 타앙! 동시에 강렬한 총소리가 울리면서 검은 기운이 크게 흐트러졌다. 심판관을 꺼내든 엘뤼엔이 본체 쪽을 저격한 것이었다. 그러자 태세를 바꾼 듯, 뻗어 나온 검은 기운이 이번엔 엘뤼엔에게 쏘아졌다.
“엘뤼엔!”
검은 기운은 그가 들고 있던 심판관을 빠르게 휘감았다. 총구가 두부처럼 으깨지기 무섭게, 살짝 혀를 찬 엘뤼엔이 무기에서 바로 손을 떼어냈다. 그러자 총의 형태가 완전히 녹아 허공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다. 검은 기운 역시 함께 사그라졌지만 악신 쪽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증거로 그사이 떨어져 나갔던 검은 손이 다시 멀쩡해져 있었다.
나는 크게 숨을 삼켰다.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가는 상황을 모를 수가 없었지만 다시금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페르데스는 의식을 잃었고 봉인해두었던 장치도 완전히 풀렸다. 소멸진이 실패한 것이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조금 전 대공이 펼친 건 결코 인간의 힘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각성에 들어가면서 그에게 심어둔 힘도 거뒀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유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걸 이런 식으로 대비해 놨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빠르게 주위를 살폈으나 이미 대공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유심히 찾아보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럴 겨를도 없었다. 이윽고 갈라진 면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지면서 그 안에서 검은 형체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질퍽한 액체와 함께 쏟아지듯 흘러나오는 모습이 꼭 허물을 벗는 것 같았다.
우두둑, 투두둑
형체가 드러날수록 박혀 있던 화살들이 차례차례 뽑혀 나갔다. 그와 함께 막아둔 것이 풀려난 것처럼 독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숨만 쉬어도 몸이 오염되는 기분이라 나는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섰다.
곧 완전히 빠져나온 검은 형체, 카류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시 보는 그는 정화진에 갇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전신을 뒤덮은 듯한 검은 머리칼은 그대로였으나 피부까지 전부 검은 잉크를 부어놓은 것처럼 새카맸다. 반대로 눈동자 색은 희멀겋게 변한 상태였다. 머리엔 산양의 뿔을, 다리는 사자의 형태를, 뒤로는 악어의 꼬리를 매달고 있었다. 인간도 마족도, 하다못해 몬스터 종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기괴한 형태였다.
“…….”
잠시간 기묘한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나는 물론 주위에 있는 이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카류안을 바라보았다. 역한 냄새가 진동해서 코가 썩을 것 같았지만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을 만큼 충격이 컸다.
“설마, 각성한 거야?”
고정하고 있던 봉인의 화살이 전부 떨어져 나갔다. 허물을 벗는 과정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외형까지. 누가 봐도 지금의 카류안은 각성을 마쳤다고밖에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기분에 무의식적으로 엘뤼엔의 옷자락을 잡을 때였다. 그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직.”
“어? 아직이라고? 하지만 저 모습은…….”
“놈의 날개를 봐라.”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카류안의 등 쪽에 있는 거뭇한 덩어리를 발견했다. 머리부터 발끝 너머까지 이어지는 게 활짝 피면 상당히 거대한 크기일 것 같았다. 그렇게 큰 형태를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건 그게 축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죽과 깃털이 붙어 있는 건 일부분에 불과할 뿐, 대부분 뼈가 거의 다 드러난 흉측한 상태였다. 누가 봐도 날개로서 제 기능을 할 것 같진 않았다.
“완성 직전에 멈췄다. 소멸진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멈춘 거라 제동을 건 것 같군.”
“그, 그렇구나.”
하지만 이대로면 정말 말 그대로 시간 문제 아닌가?
소멸진은 실패했고, 유일하게 대항할 무기인 심판관도 조금 전의 공격에 녹아버렸다. 하늘은 여전히 새카맣기만 했다. 신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신들이 바로 대응하지 않고 잠잠한 것에도 아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 같았다.
“크흐흐흐…….”
그러자 불안감을 가중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류안의 목소리였다. 히죽 올라간 입꼬리 사이에서 날카로운 이가 번뜩이고 있었다.
“이거 참 대단한 일이군. 나 하나 잡겠다고 온갖 귀한 신분들이 다 모이다니 말이야.”
나른하게 중얼거리는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각성을 다 마치지 못했는데도 전신에서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본인도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카류안…….”
데르온이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느릿하게 시선을 보낸 카류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게 누구야. 날 배신한 데르온이로군. 벌써 멀리 도망갔어도 모자를 네가 내 눈앞에 있다니 뜻밖인걸. 아아, 용서를 구하기 위해 온 건가?”
“헛소리. 배신자는 네 쪽이겠지.”
“크큭, 네 오만방자한 부분이 그리 싫지는 않았지.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하면 거두어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내 주군은 영원히 한 분뿐이니까.”
“주군이라. 그 건방진 꼬맹이 말인가?”
“감히 마왕 전하를 함부로 칭하지 마라!”
“마왕?”
멈칫한 카류안이 데르온의 옆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제야 아스를 발견한 것 같았다. 아스의 이마에 새겨진 마신의 문양을 발견한 듯 그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렇군. 그때 그 건방진 꼬맹이가 정말로 마왕이 되었나.”
중얼거린 카류안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컥, 하는 숨소리와 함께 데르온의 몸이 그대로 거꾸러졌다.
“데르온!”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사태에 모두가 크게 놀랐다. 다급히 달려간 시벨리우스가 데르온을 부축하는 동안 나 역시 데르온에게 급히 이동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어서 지체할 것 없이 치유부터 했다. 그런데 평소라면 바로 나타나야 할 회복의 효과가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다. 아주 반응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안정권에 이르려면 한참 걸릴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었다. 치유력을 갖게 된 이후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왜지? 설마 악신의 힘이 나보다 강해서 그런 건가?’
그동안 굳은 얼굴로 이쪽을 응시하던 아스가 카류안 쪽을 바라보았다. 얼굴에서 표정이 완전히 사라진 그에게서 흉흉한 기운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그걸 마주하는 카류안은 오히려 더 짙게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