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446)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446화(446/608)
제446화
그는 엉망으로 다친 상태였다. 얼굴은 제대로 알아보기도 어려울 만큼 부어 있었고, 옷은 약탈당한 건지 거의 내복만 입은 차림이었다. 온몸에선 들이부은 듯한 술 냄새가 진동했다.
“이눔 시키들……. 다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때린다, 나도 때릴 거야아…….”
피가 흐르는 입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딱 봐도 술기운에 싸움이 붙었다가 얻어터진 후 약탈까지 당하고 널브러진 모습이었다.
이래서 말렸던 거구나. 확실히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은 모습이긴 했다. 이런 사람한테 기밀문서를 넘겨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염려도 잠깐 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순 없으니 하다못해 정말 크리스가 맞는지만이라도 확인은 해야 했다. 솔직히 허탕을 치더라도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더 컸다.
가까이서 살피니 보기보다 부상은 심해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못 차리는 건 그냥 술 때문인 듯했다. 단지 시궁창에서 구르기라도 했는지 온몸이 오물 범벅이었다. 술 냄새 자체만으로도 지독한데 거기에 피 냄새와 시궁창 냄새가 뒤섞여 풍기니 그 악취를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더럽네.”
그 순간 들려온 말에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슬그머니 돌아보니 눈이 마주친 트로웰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알겠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런 거론 안 죽여.”
“더러운 거 싫어한다고 해서…….”
“생각이 더러운 걸 싫어하는 거지.”
중얼거리듯이 답한 그의 눈동자가 서늘해졌다.
“……하지만 저런 꼴도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해.”
“지금 바로 씻길게.”
바로 나이아스를 소환해서 남자를 박박 씻기게 했다. 오물과 악취가 사라지고 나니 경멸하듯 바라보고 있던 트로웰의 표정이 겨우 풀어졌다. 다행히 눈앞에서 시체가 생길 일은 면한 모양이다. 안도한 후 본격적으로 남자의 몸을 흔들어 깨웠다.
“이봐요. 정신 좀 차려봐요. 이봐요?”
“우응…….”
방금 자기가 어떤 고비를 넘겼는지 모르는 남자는 부르는 소리에도 세상 태평하게 잠들어 있었다. 한참을 흔들었더니 겨우 반응이 일었다. 눈꺼풀에서 경련이 일더니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하지만 씻겼다 해도 남자가 만취 상태인 게 달라진 건 아니었다. 그가 잔뜩 부은 얼굴로 히죽거렸다.
“헤에, 이거 뭐지. 냄새가 없어졌어. 꿈인가.”
“정신 차려요. 이거 꿈 아닙니다.”
“우와, 웬 요정이 말을 하네? 근데 요정이 왜 이렇게 커?”
……그래, 네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정말 잘 알겠다. 한숨을 내쉬며 돌아보니 웃음을 터트리기 직전인 트로웰과 싸늘하게 서 있는 엘뤼엔이 보였다.
“이 사람 치료해주면 안 돼?”
그가 치유술을 써주면 술도 깨고 상처도 나아질 테니 여러모로 일이 수월해진다. 그러나 혹시나 해본 부탁에 돌아온 엘뤼엔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터라 얌전히 체념했다.
“요정님, 요정님은 왜 그렇게 커? 요정은 손가락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다 손바닥인가?”
“네에, 헛소리 그만하시고요. 질문 좀 할게요. 당신이 크리스예요?”
“어? 어어, 내가 크리스지. 크리스 맞지…….”
아니길 바랐는데 역시나 부질없는 바람이었던 모양이다. 꼭 이런 건 잘 맞는다니까.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헌터 크리스 맞다는 거죠? 여명의 활 길드에서 있었던.”
뜻밖이었던 건 바로 그다음으로 이어진 반응이었다. 남자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리더니 온순하게 풀어져 있던 얼굴이 갑자기 험악해졌다. 탁했던 눈동자에 선명한 빛이 돌며 경계하는 표정이 서렸다. 술이 단숨에 깬 것 같았다. 극단적인 변화에 당황해서 숨을 삼키는데, 그의 입에서 아까와는 전혀 다른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뭐야?”
“네?”
“누가 보냈어? 테오 그놈이야? 이번엔 또 뭔 짓으로 내 속을 뒤집으려는 거야?”
“아뇨, 그게 아니라…….”
“제기랄, 재수가 없으려니. 당장 꺼져.”
남자, 크리스가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정신은 돌아왔지만 술에 절어 있는 몸은 여전한 것 같았다. 부축하려니 그가 강하게 쳐냈다.
“건드리지 마!”
“아, 미안해요. 도와주려고 한 건데…….”
“필요 없어! 당장 꺼지라는 말 안 들려?”
이를 간 남자가 사납게 나를 쏘아보았다. 대체 뭘 오해한 건지는 몰라도 철천지원수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가 아니었다면 무작정 덤벼들었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차분히 대화를 시도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잠시 대화 좀 해요.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요.”
“무슨 소리를 하든 내가 들을 줄 알아? 테오 그 새끼는 그렇게 맞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지! 당장 돌아가서 전해! 내가 내일 그놈 새끼 목을 따 버릴 거라고!”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테오라는 사람이 보낸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요.”
“거짓말하지 마! 테오 그 자식이 아니면 누가 이제 와서……!”
“다비안이란 사람 알아요?”
네가 듣지 않겠다면 나도 내 할 말만 해주마. 무시하고 질문했더니 의외로 반응이 있었다. 버럭거리던 크리스가 갑자기 우뚝 멈춘 것이다.
“……지금, 뭐라고 했어?”
오,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 알았다면 진작 이 이름부터 꺼낼걸. 사납던 야수가 한순간에 온순한 양으로 변한 것 같다.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역시 이 사람이 크리스가 확실하긴 한 모양이다.
“다비안? 다비안이라고 한 거 맞아?”
“네, 다비안이요. 그 사람이 당신한테 전달해달라고 한 게 있어요. 그러니 이왕이면 정신을 좀 차리셨으면 좋겠네요.”
그러자 눈을 깜빡거리던 크리스가 머리를 얼른 흔들었다. 그 탓에 통증이 몰려들었는지 두 팔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크게 신음했다.
“괜찮아요?”
“으……괜찮……아니, 그보다 다비안의 본명은 나밖에 모르는데. 너…… 아니, 당신 누구야?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이 전해달라 부탁한 게 있어서 찾아왔다고, 이미 말했는데요.”
“부탁? 다비안이 부탁을 했다고?”
“네. 이제야 좀 대화할 생각이 드나 보네요.”
“다비안이, 살아 있어?”
음, 이런 질문은 예상 못 했다.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더니 그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다시금 머리를 짚더니 앓는 신음을 내뱉었다. 몇 번 긴 숨을 몰아쉬던 그가 비틀거리며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술 좀 깨고 올게. 깨고 나서 다시 얘기해.”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 * *
뒷문을 통해 가게 안으로 들어간 크리스가 다시 나온 건 약 삼십 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동안 트로웰은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진 벽을 완전히 분해해 없애버렸다. 꽤 과격한 방법이긴 했지만 덕분에 악취가 사라져서 좋았다.
다시 나온 크리스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채였다. 다친 얼굴도 멀쩡해져서 처음엔 그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붓기가 사라진 얼굴은 의외로 준수했다. 짧은 금발에 검은 눈동자, 제법 큰 체구라는 점만 빼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는 깨끗해진 골목을 보고 당황하다가 나를 보고서는 눈을 마구 비볐다.
“뭐여, 분명 회복제 먹었는데?”
“네, 얼굴은 멀쩡해 보이긴 하네요.”
씻겨도 지워지지 않던 술 냄새까지 사라진 걸 보니 뭔진 몰라도 꽤 좋은 회복제인 모양이다. 단지 행동은 여전히 술 취한 사람처럼 이상했다.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나를 몇 번이나 바라보다가 트로웰을 보고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을 하더니, 엘뤼엔에게 이르러선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 됐다. 그리곤 황급히 품을 뒤져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파란색 보석이 박힌 펜던트였다.
“정신계 마법 방어구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데?”
그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다시 돌아보았다. 벌어진 입이 붕어처럼 벙긋거렸다.
“이게 환각 마법이 아니라고?”
“뭐가요?”
“그쪽들 외모가……음, 아니, 아무것도 아냐.”
미심쩍게 답을 회피하는 그에게 굳이 무슨 소리냐고 캐묻지 않았다. 그냥 듣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더 나을 거란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보다 아까 다비안이랬지? 그 녀석을 어떻게 알아?”
“기차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사실 본인인지는 모르겠어요. 단지 그가 전해주는 거라고 하면 당신이 알 거라고만 했거든요.”
“그렇게 말한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데?”
내가 본 생김새를 설명해주자 불신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크리스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 남자 역시 전달자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본인이 맞는 모양이다.
“흑발에 보라색 눈이었단 말이지. 키는 나 정도 되고. 무뚝뚝한 말투에, 얼굴도 좀 멀끔했고? 다비안이야, 다비안 맞아. 그 자식, 살아 있었으면서 지금까지 연락도 안 하고…….”
“다행이네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얘기하겠어? 할아범한테 가게 안 좀 비워달라고 할게.”
“아뇨,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요. 일단 이거부터 받아요.”
가방에서 문서를 꺼내 건네자 얼결에 받은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당신한테 전해달라고 한 거예요.”
“다비안이? 이걸 전해주라고 했다고?”
“네, 그렇게 말하면 될 거라 했어요.”
“대체 이게 뭐길래?”
“그건 직접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나한테는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거든요.”
물론 그래도 봤지만. 굳이 그런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겠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크리스는 순순히 봉투를 열었다. 꺼내든 문서를 무심히 훑어내리던 얼굴이 다음 순간 천천히 굳어졌다. 나는 그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거무죽죽해지는 광경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그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온 건 그로부터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오, 이 미친 새끼가.”
음, 확실히 욕부터 나올 내용이긴 하지.
머리를 벅벅 긁은 크리스가 하늘을 바라보며 여러 신의 이름을 읊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더니,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직면하면 온갖 신부터 찾는 건 이곳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잠깐, 그 녀석하고 기차에서 만났다고 하지 않았어?”
“네, 맞아요.”
“우연히 만난 사이에 이걸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네.”
탄식을 터트린 크리스가 다시금 욕설을 내뱉었다. 이번엔 아까 전보다 조금 더 험악하고 길었다. 그래 황당하지. 나도 황당했단다. 더불어 그 황당한 일을 저지른 장본인도 자신의 행동을 어이없어했었다. 그래도 친구는 친구인 모양인지 크리스는 곧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신중한 자식이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지른 걸 보면 상황이 별로 좋진 않았던 모양이네.”
“쫓기는 것처럼 보이긴 했어요.”
“쫓겨? 어디 다친 곳은 없었어?”
“일단은요.”
그 말에 굳어있던 얼굴이 밝아졌다. “됐어, 그럼 됐어.” 안도하면서 연신 중얼거리는 걸 보니 부상 중인 상태만 아니면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했을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럼 확실히 전달했으니 이만 가볼게요.”
“아, 잠깐만. 일부러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뭔가 보답을 해야 할 텐데…….”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본인의 주제부터 파악해야 하는 거 아닐까?”
웃으며 물은 건 트로웰이었다. 너무 직설적인 말이라 식겁하는데 크리스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그저 쓰게 웃기만 했다.
“하긴, 내가 지금 뭔가 보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긴 하지. 정말 너무 주제넘었네.”
“괜찮으니 정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니지. 현물이 안 되면 다른 방식은 어때?”
“네?”
“혹시 헌터가 필요한 일 없어? 몬스터의 부산물이 필요하다든가? 나 이래 봬도 악시스 급 헌터거든. 뭐든 구해다 줄게. 아, 물론 요즘 상태가 이래서 준비 기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이어진 말은 너무 의외라서 눈을 크게 떴다. 악시스 급이라니. 이 남자가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라고? 팬이 있을 만큼 꽤 잘 나가는 헌터였다는 말은 들었지만 조금 전 폐인 같은 몰골을 봐서 그런지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는지 크리스가 멋쩍은 얼굴을 했다.
“그래, 알아. 나도 내가 그렇게 안 보이는 거 잘 안다고. 하지만 정말이야. 자, 이거 봐, 헌터증.”
그가 가죽으로 된 수첩 하나를 꺼내더니 안을 펼쳐 내밀었다. 펼쳐진 양면 오른쪽엔 가시덩굴로 둘러싸인 표범의 머리 아래 검은 수정이 박힌 금속 메달이, 왼쪽엔 거대한 바퀴가 달린 전차 문양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둘 다 마법적 처리를 한 건지 미세한 마나가 느껴졌다.
“보이지? 이 전차 문양. 악시스라고, 악시스.”
아마도 왼쪽 문양이 등급을 뜻하는 모양이다. 혹시 등급마다 전부 다른 문양인 건가?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이곳에선 당연한 상식인 것 같은데 모르면 또 이상한 시선을 받을 게 뻔해서 참았다. 대충 고개를 끄덕여 아는 척을 해주니 그제야 크리스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첩을 접은 그는 이번엔 겉면을 내보였다. 그 위에 새겨진 건 황금색 나무가 양쪽 가지로 붉은 태양을 받치고 있는 듯한 그림이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자주 볼 수 있었던 세이크 제국의 국기였다. 그 아래 갈레아라는 제도의 지명이 멋스러운 글체로 적혀 있었다.
“같은 헌터증이라도 발급 기관에 따라 공신력과 위상이 다른 건 알지? 보다시피 난 제도에서 받은 거야. 실력은 정말 믿어도 돼.”
“음, 그럼요. 몬스터는 괜찮으니까, 이름을 빌려주실래요?”
“이름? 내 이름?”
“네, 가입할 헌터 길드가 필요하거든요.”
그간 이곳까지 오면서 허튼 고생만 했던 건 아니다. 오가는 길에 접한 사람들로부터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법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용했던 정보는 공작급 정도 되는 고위 귀족은 개인 거래는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특히 제도의 귀족은 무조건 제도의 길드하고만 상종했다.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경우에도 제도에서 자리 잡고 최소 몇 년간 실적을 쌓은 이가 아니면 인정하지 않았다. 신용 문제도 있지만 제도의 신민이라는 명예와 자부심 때문이었다. 특권층만 마나 게이트와 비행선을 독점하듯이, 그들끼리 향유하기 위한 규칙인 셈이었다.
라미아스라는 드래곤 역시 이 규율을 지킬 게 뻔했다. 몇 년간 실적을 쌓자니 너무 오래 걸리고, 내가 직접 길드를 만들자니 여건이 문제였다. 기본 조건 중 하나인 사무실을 계약하려면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국인인 크리스의 이름을 빌린다면 이 과정을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내 제안에 크리스는 당황했다.
“길드? 그쪽도 헌터였어?”
“아직은요. 조만간 될 거예요.”
“너무 자신만만한데?”
“상급 정령사면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빙긋 웃었더니 크리스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상급 정령사? 네가? 눈으로 묻는 듯한 표정을 당당히 응시해주자 그의 얼굴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