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457)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457화(457/608)
제457화
“어, 여명 길드다.”
“저긴 오늘도 고양이 잡으러 다녔다며?”
“천하의 라케인 크리스도 한물갔네. 악시스 급 헌터면 뭐해. 잃어버린 애완동물이나 찾으러 다니는데.”
그들 딴엔 목소리를 낮춘 상태였지만 들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발끈한 크리스가 사나운 시선을 보내자 모여있던 무리가 움찔했다. 그러면서도 수군거림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야야, 노려본다.”
“냅둬. 그래 봤자 어쩌겠어. 우리가 없는 말 한 것도 아니고. 여기서 난동부리면 징계당할 텐데, 그럼 자기만 손해지.”
지극히 맞는 말에 크리스의 얼굴이 벌게졌다. 창피해서가 아니라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지로 누르는 탓이었다. 사실 이런 말을 듣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어디서나 늘 그렇듯, 뒷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을 자기들 마음대로 떠들기 바빴다. 비웃고 동정하는 정도는 아주 양호한 수준이었다. 크리스가 여명의 길드를 재건하고 아르마 급의 의뢰만 전전하는 탓에 전설로 남았을 길드의 이름을 망쳤다고 비난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때마다 크리스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 결국 참지 못해 뒤엎는 바람에 정말로 징계받을 뻔한 적도 벌써 여러 차례였다. 협회장은 한 번만 더 문제를 일으키면 정말 징계를 내릴 거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징계 기간엔 의뢰를 받지 못한다. 아무리 크리스가 다혈질이라도 인내심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덕분에 얌전해진 걸 보고 기세가 올랐는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그런데 저 길드, 한창 홍보할 땐 상급 정령사도 있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았어? 최근에 악시스 급에 합격한 사람 하나 있잖아. 그 사람이 정령사고, 자기네 길드라고 했다는 것 같은데.”
“정령사가 있긴 하더라. 저기 후드 쓰고 있는 녀석이 아마 정령사일 거야. 근데 하급 정령만 부리던데? 다른 정령을 부리는 건 본 적이 없어.”
“맞아, 아까도 봤는데 하급 정령만 잔뜩 불렀던걸? 숫자가 많아 봤자 하급 정령은 하급 정령이지.”
“그럼 그 소문은 오보인 건가? 하긴, 상급 정령사면 저런 길드 따윈 진작에 박차고 나왔겠지.”
그 순간 어깨에 묵직한 감각이 내려앉았다. 크리스가 양손으로 내 어깨를 움켜쥔 탓이었다.
“엘! 시큐엘을 불러줘!”
“네~ 거절이요.”
“어째서!”
“정령은 장식품이 아니거든요? 사사로운 과시용으로 쓰는 건 싫어요.”
“그치만 무시당하고 있잖아!”
“그건 뭘 해도 마찬가지예요. 증명해봤자 저런 사람들은 상급 정령사가 시시한 의뢰나 하러 다닌다고 또 수군거릴걸요.”
“그야 그렇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정령을 부린다느니 뭐니. 단어 선택도 그렇고, 정령 소환 숫자의 의미도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저런 빈 수레 같은 말에 휘둘릴 것 없어요.”
“제기라알, 진혼 놈드을!”
딱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크리스가 다시 진혼 길드를 부르짖었다. 분통이 터지면 진혼 길드부터 찾는 건 그의 몸에 새겨진 습관 같은 거였다. 다만 이번엔 대놓고 소리를 내지른 탓에 사방이 쩌렁쩌렁 울릴 지경이었다. 덕분에 흠칫 놀란 사람들이 입을 다물면서 주변의 수군거림이 잦아들었다. 그제야 표정이 누그러진 크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미안해. 길드 마스터가 너무 부족해서 면목이 없어.”
“괜찮아, 크리스. 이런 거로 사과하지 마. 이게 어떻게 네 탓이야? 진혼이랑 그에 휘둘리는 협회 놈들이 나쁜 거지.”
“그래, 인마. 그리고 아직 초반이잖아. 장난질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의뢰 완수율이 이렇게 높은데 계속 같은 등급 의뢰만 줄 수는 없을 거야. 게다가 우린 몰라도 너나 엘은 악시스 급 헌터잖아. 아까워서라도 계속 놀리지는 못할걸? 앞으로 점점 더 괜찮은 일이 들어올 거야. 그치, 네브?”
“맞아요, 시몬. 저런 뒷말들도 신경 쓰지 말아요. 엘 말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멋대로 떠드는 거니까요.”
쓰게 웃은 일행이 풀 죽은 길드 마스터를 위로했다. 그래도 지난 한 달이 아주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같은 고난을 겪으면서 똘똘 뭉친 덕분에 길드원의 사이가 매우 돈독해졌으니까. 한결 편해진 말투와 호칭도 그 과정을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아, 그러고 보니까 정령사라고 하니 생각난 건데. 진혼 길드가 그 사람을 영입했다며?”
“헉, 그 소문이 사실이었어?”
“사실 맞아. 계약서에도 사인 했다더라.”
“우와, 안 그래도 적수가 없는데, 이제 아주 날개를 달겠네.”
한창 분위기가 좋은 중에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진혼 길드에서 꽤 유명한 헌터를 영입한 모양이었다. 우리로서는 썩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들의 위세가 커질수록 누가 괴로워질지는 분명했으니까. 같은 것을 직감했는지 몇몇 사람이 우리를 향해 동정의 눈길을 보내왔다.
‘그런데 아까 정령사라는 말에 생각났다고 했지. 그 헌터도 정령사인 건가?’
헌터는 독립적이고 평화로운 성향을 지닌 정령사가 택하기 좋은 직업이다. 귀족 가문이나 나라에서 일하는 건 자유가 없고, 용병 역시 사람 간의 전쟁을 피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헌터는 몬스터를 주로 취급하니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알려진 유명한 헌터 중에 정령사도 몇 있었다. 그러니 새삼 정령사 헌터라고 해서 딱히 신기할 건 아니었다. 그런데 영입한 곳이 ‘그’ 진혼 길드라 그런지 왠지 마음에 걸렸다.
“큰일입니다!”
상황이 돌변한 건 그때쯤이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창백하게 굳은 채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마수! 마수가 나타났습니다!”
이어진 외침에 협회 안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한동안 잠잠하던 도심에 또다시 떨어진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당황한 직원들이 서둘러 달려 나왔다.
“마수라니, 거기가 어딥니까!”
“가깝습니다! 바로 근처예요!”
“뭐, 뭐라구요?”
쿠웅!
그 순간 화답하는 것처럼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얼굴을 굳힌 사람들이 서둘러 무기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섰다. 나와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피이이이―
나오자마자 우리가 접한 건 찌르듯이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였다. 독수리의 형태를 한 거대한 짐승이 헌터 협회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두 눈에서 붉은 안광이 흩뿌려졌다. 사방을 장악하는 묵직한 존재감에 소름이 돋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대단한 위용이었다. 머릿속에서 위험 경보가 울렸다. 지난번에 봤던 마수보다 크기는 더 작았지만,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저게 대체……?”
“다들 귀 막아!”
누군가가 의문을 표하기 무섭게 옆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크리스였다. 나도 모르게 돌아본 지붕에서 양쪽으로 날개를 크게 펼쳐 든 채 고개를 잔뜩 젖힌 마수가 보였다. 반사적으로 귀를 막으니 곧장 강한 파동이 몰아쳤다. 아마도 마수가 음파 같은 것을 쏜 모양이었다. 그러자 몇 사람이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반응이 늦어 미처 귀를 막지 못한 이들이었다. 운 나쁘게도 내 옆에 있던 남자도 그중 하나였다.
“히익! 히이익!”
파랗게 질린 남자가 입으로 바람이 새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이봐요, 괜찮아요?”
서둘러 남자의 상태를 살피는데 다음 순간 서늘한 느낌이 피부를 스쳤다.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아서니 짓눌리는 듯한 압력이 쏟아졌다. 나는 간신히 숨을 삼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붕에 있었던 마수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그 발톱은 정확히 내가 살피려던 남자 앞에서 막혀 멈춰진 상태였다. 검을 조금만 더 늦게 들었어도 마수가 그를 낚아채는 걸 막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드니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엘! 젠장!”
다급히 활을 든 크리스가 마수를 향해 활을 쏘았다. 아쉬운 듯한 울음소리를 낸 마수가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어느새 다시 지붕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제야 굳어 있던 일행이 내게 다가왔다.
“엘, 괜찮아?”
“네, 멀쩡해요.”
충격에 빠진 일행을 안심시킬 목적으로 일부러 더 태연히 대답했다. 실제로 놀라긴 했지만 다치진 않았다. 전에 마수의 힘을 받아냈을 땐 그 자리에서 바로 팔이 부러졌는데, 이번엔 그냥 조금 얼얼한 정도였다. 그간 받았던 훈련이 제법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감탄한 건 감탄한 거고, 지금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인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힘이 강한 것도 문제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인간이 된 후에도 동체 시력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그런 내 눈으로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아마 여기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조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파악하지 못했을 터였다. 이미 주위는 찬물이라도 맞은 듯이 서늘해져 있었다.
“뭐야, 방금 그거 대체 뭐였어?”
“저게 대체 뭐냐고!”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저건 일급 마수인 아퀼라야!”
크리스의 일갈에 혼란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숨을 크게 삼켰다. 정체를 몰라도 그 앞에 붙은 급수만으로도 모두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이, 일급 마수?”
“맙소사! 일급이라니!”
“아퀼라는 상대를 무력하게 한 후에 느긋하게 잡아먹는 걸 즐기는 마수야! 저놈이 내는 특정한 울음소리는 몸을 마비시켜! 저게 소리를 내려고 하면 귀를 막아야 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수가 날개를 한껏 양쪽으로 펼쳤다. 조금 전 소리를 내기 전에 보였던 동작이었다. 기겁한 사람들이 모두 귀를 틀어막았다. 그런데 이번에 이어진 건 소리가 아니었다.
“끄아아악!”
“……!”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근처에 있던 남자 하나가 사라졌다. 그의 모습은 지붕에서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마수의 발톱 안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사냥감을 낚아챈 것이다. 잡힌 남자는 곧 크게 벌린 마수의 부리 안으로 통째로 삼켜졌다.
충격적인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 사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착각이 아니라면 조금 전에 마수는 일부러 소리를 내지 않았다. 모두가 귀를 막느라 허점을 드러내는 틈을 노린 거다. 단지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머리도 좋았다.
“이, 이럴 때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모든 길드에 비상 호출을 하세요! 헌터를 총동원해야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지원이 올 때까지 모두 저 마수의 움직임을 묶는 것에 집중해주세요!”
“묶다니! 그게 가능하긴 합니까? 게다가 언제까지 붙잡으란 겁니까? 지원이 대체 언제 올 줄 알고요!”
“그래도 붙잡아야죠! 저게 주택가나 황성 쪽으로 가게 하면 안 됩니다! 그때야말로 재앙이라고요! 최대한 우리가 마수를 붙들어 둬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미끼가 되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았다. 의미를 깨달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사람은 누구나 제 목숨이 가장 귀한 법이었다. 각오를 다진 비장한 얼굴로 무기를 단단히 움켜쥐는 이도 있었지만, 겁에 질려 뒷걸음치려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사이 마수가 다음 사냥감을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개를 활짝 펼치는 걸 본 크리스가 급히 활시위를 당겼다. 다행히 이번엔 늦지 않았는지 마수가 동작을 이어가지 못하고 주춤했다. 사방에서 안도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피이이, 낮은 울음을 토해낸 마수의 붉은 눈동자가 사납게 빛났다. 나는 재빨리 크리스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간발의 차로 그가 있던 곳을 사나운 발톱이 휘감고 지나갔다.
“고, 고마워, 엘.”
고개를 끄덕이다 섬뜩한 느낌에 얼굴을 굳혔다. 마수의 머리가 나를 향해 있었다. 두 번이나 사냥을 방해한 범인을 향한, 불만을 가득 담은 시선이었다.
“엘…….”
크리스도 시선을 눈치챈 듯 얼굴을 굳혔다.
“다들 내 옆에서 떨어져요.”
아무래도 더는 요행이 통하지 않을 모양이다. 사람들과 거리를 벌린 다음 살짝 심호흡한 후 정령을 소환할 준비를 했다. 검보다는 당연히 낫겠지만,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이거 자칫하면 시큐엘 하나로 안 될지도 모르겠는데?’
나 혼자만 있다면 몰라도 사람들까지 보호하면서 싸우려면 두 마리는 있어야 안정적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랬다간 정령왕의 계약자라고 만천하에 알리는 꼴이었다. 장소도 하필 협회 앞이고 지켜보는 시선도 많으니 소문이 순식간에 퍼질 게 분명했다. 내가 왜 이런 귀찮은 과정을 밟고 있는 건데. 지금까지 신중히 투자해온 시간이 전부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까울 지경이었다. 엘뤼엔이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게 분명하기에 더더욱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없었다.
‘일단 해보는 만큼 해보는 수밖에.’
결심을 굳히는 것과 동시에 마수가 고개를 크게 뒤로 젖혔다. 벌려진 부리 안으로 주변의 공기가 빨려 들어갔다. 다시 울음소리를 내려는 것이다. 소환의 징후를 느낀 몸 안쪽에서 마나가 휘몰아치며 진동했다. 끌어올린 물의 기운으로 인해 주위의 공기가 습해졌다. 그렇게 시큐엘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이었다.
훅, 갑자기 바람의 흐름이 바뀌었다. 당황해서 고개를 드니 하늘에 붕 떠 있는 마수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도 속임수를 쓴 건가 싶었는데 뭔가 조금 달랐다. 마수는 괴로워하듯이 몸을 뒤틀고 있었다. 계속해서 목을 울리는 게 보이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수를 괴롭히고 있는 건 바로 바람이었다. 거세게 부는 회오리가 마수의 몸을 완전히 가두고 꼼짝도 하지 못하게 옥죄고 있었다. 그 양쪽으로 누군가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건장한 덩치를 지닌 두 명의 남자였다. 새하얀 머리칼에 선이 짙은 얼굴, 손에 든 거대한 창까지. 두 사람은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둘 다 내가 잘 아는 존재였다.
“……진?”
제 이름에 반응한 새하얀 남자들이 시선을 내렸다. 무심하던 얼굴들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노골적으로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본 것 같았다.
“진을 알아보시는군요.”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자 낯선 얼굴이 보였다. 짧은 흑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단정한 분위기를 지닌 남자가 서 있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그가 누군지는 직감적으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눈치가 없었더라도 어떻게든 몰라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이마에 새겨진 문양이 선명하게 보였으니까.
아아, 그래. 이 사람이 있었지.
바쁜 일정 속에 어느덧 무뎌졌던 약속이 떠올랐다. 얄궂은 현실이 이제 어쩔 거냐고 조소하는 것 같았다.
남자의 이마에 새겨진 바람의 인장을 다시금 응시했다. 깃털을 닮은 문양. 그중에서도 그 깃털들이 동그랗게 수놓아진 듯한 형태를 지닌 인간은 이 세계에 오직 단 한 명뿐이었다.
미네르바의 계약자였다.